*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쉰 두 번째 과외 .
다음 날-
“으앗! 첫날부터 지각을 하려고 하다니. 지금 시간이 몇 시야. 히익 9시네! 10분 밖에 안남았다..!!”
잠에서 깨었을 때는 개운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찝찝함이 느껴졌고, 그래서 핸드폰 시계를 들춰보니
화면 속 숫자는 9 : 00 를 가르키고 있었다.
젠장, 첫 날부터 지각이라니!! 머리는 뭐 어쩔 방도가 없으니 모자로 허둥지둥 가리고
고양이 세수만 줄기차게 하는 나였다. 옷을 일단 풋풋한 대학생의 모습을 보여줄 겨를이 없이 박스티와 츄리닝으로 해결하는거야.
물론 한국산 삼선쓰레빠는 백수패션의 차밍포인트지만 지금은 슈퍼로 가는 게 아닌 강의실로 가는 거니까 캔버스화로 대충
내 발을 감싸며, 알은 없이 안경테만 좀 큰 안경을 쓰고 교재를 들고서 파리대학교에서 런닝맨을 찍기 시작했다.
// 후다다다- //
목표는 언어계열 강의실이 쫙 펼쳐져있는 대학관이었다.
난 한국의 근성을 몸소 프랑스 대학생들에게 보여주며 마치 발에 날개라도 달린 듯 땅 위를 걷ㄱ..아니 뛰고있었다.
땀방울이 구슬구슬 MLB 모자를 야무지게 적셔대지만 지금 교환학생의 신분으로 첫 강의 때 지각을 한다면
깔끔하고 성실한 면모를 보여준 듯한 나의 명성에 크나 큰 흠집이 생기고 말거야.
“하아..하아.. 아, 어제 혼자서 줄기차게 쐬주를 들이키는 게 아니었는데..”
이제야 후회한 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다 부질없는 짓이거늘, 그저 저 하늘에 두둥실 유유히 흘러가는 하나의 구름조각이 되고싶으나 그것은 헛된 바램이겠지.
구운몽에서 인생무상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저 어차피 지각할 것 걸어가는거야..
는 개뿔! 여기서 지각해서 출석체크가 안 되면 학점이 깎이고 내 이미지도 깎이고 앞 날이 투명한 내 미래에 안개가 끼는
꼴이 되고만다.
어제 엠마가 헤어지면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놀레옹 교수님 매우 깐깐해. 지각하면 바로 체크당해, 늦기 시작하면 학점이 신명나게 깎이거든.’
아, 갑자기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그녀의 말에 나는 다시 발에 날개를 달고서 뭐빠지게 광장을 활주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기 전에 강의실에 도착한터라 염통이 쪼일듯한 긴장감은 풀어졌지만,
우리 가문의 내력인 운동을 했다하면 땀을 사우나에 온 듯이 흘리는 것이 당연하듯 발동해 순백의 하얀 티를
점점 땀방울로 촉촉하게 적시기 시작했다.
“어? 왔네. 내 옆자리 비었어- 얼른 와서 앉아! 이래뵈도 내 옆자리 앉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니까 빨리 앉는 게 좋을걸?”
“풉, 주위를 보니까 왠지 허세인 것 같은데?”
“뭐라는 거야- 어서 앉아!!”
싱그러운 미소를 지니고 있는 금발의 엠마는 나를 보며 힐끗 웃어주며 자신의 옆 자리에 앉으라며 나를 재촉했다.
하지만 그 부탁을 튕길 줄 아는 남자인 나는 가볍게 웃어주며 벅찬 숨을 골라냈다.
“히잉- 앉으라니깐?”
“아..알았어. 앉아줄게- ”
난 절대로 엠마의 칭얼거림에 그녀의 옆 자리에 앉은 게 아니다.
다만, 엠마의 요청을 거절하는 느낌이 들었는 지 강의실에 있었던 프랑스 남학생들의 눈초리가 마치 철퇴를 어깨에 짊어지고 계신 흑형들이
금방이라도 그 무서운 무기를 휘두를 것 같이 매서웠기 때문에 속으로 깨갱거리고 겉으론 마지못해 앉아준다는 표정을 지어주며
조심스레 딱딱하지만 고급스러워 보이는 나무의자에 엉덩이를 얹혔다.
// 휘익- //
‘응?’
내가 엠마의 옆 자리에 앉자, 수 십명의 시선이 내 쪽으로 꽂히기 시작했다.
남학생들의 시선은 뭐 예상했다시피 부러움과 질투와 시기가 적절히 어우러진 그런 매서운 눈초리였고,
여학생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헐리우드 남성 배우를 쳐다보듯 나의 면상을 뚫어질 듯 쳐다보았다.
내가 한쿡에선 안 통하고, 유럽 쪽에서는 통하는 그런 외모였던것인가?
아, 그렇다면 내가 최초로 유럽에서 한류를 주도하는 그런 인사가 되는 것일까? 는 헛된 잡생각이었고
미모에 물이 오르는 듯한 발육이 좋은 미녀들이 나에게 관심있다는 눈빛을 보이니 점점 그 시선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엠마야.”
“왜.”
“저 아해들 왜 저렇게 나를 동물원에서 발산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냐?”
“너의 이기적인 이국적이고 동양적인 외모에 관심이 갔나보지.”
“그럼 어찌하면 좋을까?”
“교수님 올 때까지 버텨야지 뭐.”
그래, 엠마의 충고대로 중후한 차림의 노년의 신사 아놀레드 교수님이 올 때까지
망부석 정신으로 칠판만 응시해보자. 부담스러운 눈빛은 무시하고 한 곳에 집중해서 기를 모으는거야.
그럼 에너지파가 나올려나?
// 끼익 - //
‘오.오.오. 교수님 입장이다!’
드디어 나를 부담스러운 시선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줄 구원자이신 교수님이 집무실 문을 열어제끼고 교정으로 올라가셨다.
교수님이 한 손에 들고 계신 두꺼운 두께의 교재는 숨이 턱 막혀올만큼 양이 많았지만 교수님의 교재와 마찬가지로 그 두꺼운
교재는 내 책상 앞에서도 날 호흡곤란에 빠지게 만드니 패스하고, 주위의 부담스런 시선이 사라졌는 지 알아보기 위해
주변을 곁눈질해보았다.
몸은 고정된 채로 곁눈질을 해보니 상황은 교수님이 와도 본 채 만 채였고, 내 심정은 비스트의 쇼크의 가사[숨이 가빠와 가슴이 벅차-]를 읊조리고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나를 도와줄 만 한 엠마를 향해 살려달라는 눈빛을 튕겨보내자 그 눈빛을 받은 엠마는 유유히 움직이더니 손짓 하나로
모세가 파도를 갈라지게 만들듯이 요지부동하며 나만을 쳐다보고 있던 무리들을 단번에 그 인기의 시선을 교수님에게 보내버렸다.
아아, 엠마 너님 짱인듯?
나는 내가 돌리려고 해도 할 수 없었던 그 일을 단번에 해낸 엠마에게 존경의 눈빛을 표하며 교수님이 영어를 말씀하시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움직였다.
***
(인칭변경: 1 -> 3 )
“에에!? 매니저 오빠. 우리 또 프랑스 스케쥴 잡혔어요?”
“응.. 저번에 프랑스 갔을 때 반응 좋다고, 소르본대학교에서 축제 때 노래좀 불러달랜다. 그래서 사장님께 말씀드리고
휴가 겸 프랑스 파리에서 쉬는거지 뭐.”
“우와, 진짜요? 근데 소르본대학교가 어디지..?”
“소르본대학교의 다른 말이 파리대학교였지 아마..?”
지금은 바야흐로 그저 따사롭다고 할 만했던, 7월의 초가 지나가고 어느덧 무더위가 괴승을 부릴 7월 중순이 대한민국에
닥쳐왔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닥쳐왔겠지만 예년보다 훨씬 더 더운 것 같은 7월 중순이었다.
그 무더위를 직격으로 맞은 서울의 강남구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인 에프엑스가 새로 생겨버린 프랑스 스케쥴에
놀람을 표하며 매니저의 말을 솔깃하게 듣기 시작했다.
행사 겸 휴가라니, 이보다 더 달콤하고 듣기 좋은 말이 어디있을것인가.
거기다가 파리대학교 축제라는 말에 설리와 크리스탈은 더욱이나 놀란표정을 눈에 띄도록 지어냈다.
“오빠! 그럼 프랑스 언제가요?”
“아마도 이번주 토요일 아님 일요일에 갈듯 싶은데, 그래서 설리 너는 인가 MC 이번주는 못 나가. 괜찮겠어?”
“당연히 괜찮고 말고요! 프랑스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가고싶은데!! 헤헷-”
설리는 무슨 생각을 하는 지, 계속해서 해맑은 표정을 지어가며 한국 스케쥴 펑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프랑스행을 지지한다. 벌써부터 설렘이 가득한 그녀의 표정에서 누군가의 상이 묻어져나온다.
그 상은 아무래도 몇일 전 프랑스로 교환학생 신분을 떠난 민식일 듯 싶다.
물론 설리만 그런 표정이 묻어나오는 게 아니다.
크리스탈도 작년에는 데뷔한 지 얼마 안되어서 프랑스로 공연을 한다길래 왠지 모를 낯선 곳에 대한 두근거림에 가슴이 벅차올랐지만,
이번에는 설리와 같은 이유로 그런 기대감의 표정이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치엔언니,선영언니,엠버언니,수정아. 연습끝나고, 우리 프랑스로 가기 전에 미리 짐싸놓자!”
“코올~”
설리는 두 손을 모아 꽉지를 끼며 활짝 미소를 짓고는 어서 빨리 연습이 끝나고 난 뒤
숙소에서 프랑스로 가기위한 짐을 꾸리자고 제안했고, 나머지 멤버들도 밝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이를 수락했다.
***
시점변경 ( 3 > 1 )
“민식아,일어나- 하품을 그렇게 연신 해대더니 결국엔 강의가 끝날 때까지 자버리냐?”
“으음? 뭐라고?”
나는 한 손으로 머리를 긁적댄 뒤 곧바로 주머니에서 고히 모셔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어익후, 이를 어쩌나. 정말 큰 일이 나버렸네, 난 분명히 오늘 개운히 일어난 것 같았는 데 세 시간 동안 숙면을 더 취했다니.
이미 강의실은 나와 엠마 밖에 없었고 엠마의 손에는 필기를 꽤나 한 듯 벌겋게 달아올라있었다.
그리고 살짝 보이는 공책에 써져있는 철자들 또한 그것을 나타내는 듯 보였고, 나는 엠마에게 거의 졸라대듯이 노트 좀 빌려달라고 부탁했고.
착한 엠마는 쉽게 노트를 내주며 다음 강의 때 까지 꼭 챙겨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엠마에게 고맙다고 말한 뒤 기숙사로 가려는 바로 그 순간,
엠마는 나를 불러세우며 어떤 말을 했다.
“이번주 일요일에 우리 대학교 축제 공연있는 데 너도 같이갈래?”
“공연? 글쎄 시간되면 갈게.”
“그래- 그럼 이틀 뒤에 보자. 어차피 기숙사에 쳐박혀있을테니 그 전에 만날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럴지도..? 하핫. 어쨌든 다음에 보자.”
다음 강의일을 기약하며 갈라지는 나와 엠마였다.
나는 정성스레 빼곡히 필기되어있는 엠마의 노트에 입을 떡벌리고 감탄을 표하며 엄지손가락으로 공책을 조심스레 매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