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4화 (55/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시즌 2 프롤로그 ( 50.5화 )

“남자가 왜 이렇게 칠칠맞게 울어?”

“응?”

곧 공항에서 프랑스를 향해 출발할 비행기를 기다리기 위해 대기석 앞자리에 앉았을 때,

낯익은 목소리가 내 뒤 편에서 살갑게 들려왔다.

난 그 목소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뒤를 돌아보니 태연이와 파니가 내 뒤에서 모자를 쓰고 쌩얼인 채로 나를 쳐다보며 살짝 웃었다.

분명히 자기네들은 스케쥴이 다 차있다고, 그래서 정작 당일날에는 배웅을 못해준다고 그렇게 말했었는데..

“스케쥴 있다며?”

“치잇, 스케쥴 있다고 다 스케쥴 있어?”

의구심이 지녀진 나의 질문에 태연은 곧바로 토라지며 주먹을 쥐어 내 어깨를 툭 쳤다.

파니도 그런 태연을 따라하며 반대쪽 어깨를 똑같이 따라서 쳤다.

어엇.. 아프다..

“야,아파.”

“그럼 아프라고 때리지 안 아프라고 때려?”

태연이의 말이 옳았다.

사람들이 사람을 칠 때 아프라고 치지, 안 아프라고 치겠는가.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난 그녀의 말을 어쩔 수 없이 수긍하기로 했다.

“히히,민식아-”

“응?”

“우리가 처음으로 만난 게 엊그제 같았는 데 벌써 두 달이 지나고 벌써 이별이네. 그치?”

“그렇지..”

“어우.. 파니야, 좋게 보내주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숙연하게 만들어..”

아아.. 우울해졌다.

태연이의 말 그대로 좋게 ‘웃으며 안녕’하곤 한국을 떠나려했지만, 파니가 그 생각을 보기좋게 짓밟아주었다.

하지만 파니를 미워하지 않는다. 그것도 파니의 별난 행동 중 하나이니까.

“근데 어차피 프랑스 가도 전화 하면 계속 어색하게 지내진 않잖아?”

“아아,그렇긴 그런데. 참고로 내 폰은 이미 고모님이 압수했어.”

“왜?”

“공부하러 가는데, 핸드폰이 뭔 필요있냐고 하셔서. 나도 그렇구나라고 생각하며 별 생각 없이 넘겨드렸지.”

“뭐? 이씨-”

// 퍽 - //

태연의 분노 어린 진홍빛의 주먹이 내 팔에 정확히 꽂혔다.

나는 아프긴 했지만 좋게 떠나려고 무한도전에 나오는 노홍철처럼 그저 아파도 웃기만 했다.

이렇게 그녀들과 마지막 대화를 하고 파니의 폰을 빌려 못 온 아이들과 살짝 전화를 하려했으나 역으로 영상통화를 걸어와서

하는 수 없이 비행기가 도착했는 데도 불구하고 10분이나 지연되며 통화를 했다.

“하아..이제 통화가 끝났네.”

“그럼 지금 이후로 진짜 한 달 동안 못보는거야?”

“한 달인데 뭐 어때. 뭐 나쁜 일이 생기기라도 하겠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한 달후엔 더 발전된 모습으로 오겠지.”

“그래. 민식아, 한 달뒤에는 파리지앵의 모습으로 돌아와. 너의 헛웃음만 나오는 그 망할 패션감각도 고치고.”

태연의 장난 어린 시비에 난 금방이라도 주먹을 그녀의 얼굴에 꽂아버리고 싶었지만,

태연이의 팬 10만명이 무서워 패스, 그리고 난 남자고 얘는 여자잖아 . 그래서 패스-

나는 태연과 파니를 진심으로 뼈가 으스러지도록 강하게 안아준 뒤 출국장으로 걸어갔다.

“태연아,파니야. 한 달 뒤에 웃는 얼굴로 보자!!”

“알았어!! 너도 잘 지내!!”

“흐윽..안 울려고 했는데..결국엔 울어버렸네.. 김민식!!”

“응?”

“너 한눈팔면 우리가 찾아간다!!”

“찾아와- 오면 대환영해줄게! ”

드디어 나는 내가 바라고 바라던 ‘웃으며 안녕’을 맞이했다.

출국장으로 점점 다가오면 다가갈수록 그녀들의 목소리는 점차 소리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진짜로 헤어져야 할 때를 맞딱뜨렸을 때, 파니는 웃으며 마지막 배웅을 해주었지만..

태연이는 차오르는 눈물을 겨우겨우 막아내며 주먹을 꽉 쥐고 날 때리겠다는 자세를 취하며 귀여운 경고를 내뱉었다.

난 그녀의 말이 농담인 줄 알고 웃으며 대응해주고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 때는 몰랐다. 그 말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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