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화 (51/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쉰 번째 과외 .

4일 전 .

아침에 문자 한 통이 날라왔었다 .

내용은 지금처럼 소녀시대와 친해지지 않았던 2학년 학기 초, 그러니까 제대 후 두 달 째인 그 날.

뒹굴뒹굴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놀기만 하던 그런 날에 교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

‘ 2010년 전반기 강의가 끝나면 방학에 프랑스 파리대학교 영문학과 학생과 잠시 한 달동안 교환학생 식으로 

   프랑스로 해외연수를 간다고 한다. 혹시 이 연수에 참가할 의향이 있는 사람? ’

난 그 교수님의 말씀이 지나고 난 뒤 잠시 고민하다가, 해외로도 나가보고 싶고 유럽은 어떤 생활을 할까 궁금해서

손을 번쩍 들어보였다 . 물론 나만 손을 든 게 아니라 나 말고도 12명이 더 손을 들어보였다.

교수님은 나를 포함한 13명을 한 번씩 훑어보시더니 종이를 넘기시며 다시 이런 말씀을 하셨다 .

“ 이 13명 중에 전반기 강의가 끝나면 성적을 집계해서 가장 우수한 실력을 자랑하는 학생에게만 프랑스로 해외연수를 가는 특권이 주어질 것이다.

   그럼 이번 학기 때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도록. ”

그렇게, 교수님이 말씀하시고는 강의실을 나가셨고 이윽고 교실이 소란해지긴 했지만 금새 수그러들었다.

나도 이번에는 공부를 해서 프랑스에 가리라 굳게 다짐하며 친구들과의 술약속과 노는약속을 아예 만들 지 않으며 집 안에 쳐박혀 공부만 하고 있다가,

차라리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것보단 혼자 사는 게 훨씬 낫겠다 생각하여 미국에 있는 부모님을 국제전화 까지 해가며 간절히 부탁해서 우연히 소녀시대

가 사는 숙소의 옆집에 이사까지 왔고, 이사 전 날에는 여태껏 나를 돌봐주신 고모에게 감사를 드리며 나중에 뵈자고 훗날을 기약하며 고모네 집에서 빠져나왔다.

그렇게 이사온 지 세 달째, 어느 날과 다름없이 파니와 라면을 먹고 영어로 놀아준 뒤 수면상태에 빠진 지 어언 7시간 . 

나를 항상 깨우는 모닝콜과 함께 중앙대로부터 문자가 하나 날라왔다.

〈 중앙대 08학번 영문학과 2학년 재학생 김민식군 , 개강 전 오리엔테이션 때 말해주었던 프랑스 교환학생 건 있지 않았나? 자네가 선발되었다 . 

   축하하고 지금 당장 이 문자를 받는 즉시 내 집무실로 와서 파리대 교환학생 임명서와 파리대 기숙사 방 키 , 그리고 파리행 왕복 티켓을 받으러 와라 . 〉

나는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 1학년 때 뒤를 지키던 내가 2학년 때 13명 중 1등이 되어 교환학생으로 선발되다니,

지난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고 역시 소녀시대와 에프엑스의 추억도 지나갔다.

이제는 잠시 그녀들과 헤어져야하나 라는 생각에 잠시 눈물이 찔끔 나왔지만 일단 이 사실을 부모님과 고모에게 알리는 게 우선이었다 .

“ 역시 열심히 공부한다고 그렇게 애걸복걸 하더니 프랑스로 갈 줄 알았다 . 넌 역시 우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프랑스로 갔다와서 더 폭 넓은 세상과

   교류해서 훗날 글로벌시대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되어보렴. 항상 우리는 널 응원한다 아가야, 서포트는 우리가 되는 데까지 해줄테니 걱정말고 ! ”

고모와 부모님도 영상통화를 통해 이를 알리니 , 아버지는 호쾌한 웃음을 지으시며 나를 자랑스러워 하셨고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까지 나의 행적에

감동을 보이셨다 . 물론 나의 대학생활을 도와주신 고모님도 마찬가지지만. 하아, 이제 소녀시대 애들과 에프엑스 애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 되려나.

과연 그녀들과 좋게 잠시 헤어질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일단 부딪혀보고 볼 일이었다 .

.

.

.

“ 역시 민식이는 매너가 좋아, 연극영화과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알고 항상 그래서 좋아. 다음 주에도 기다려줄꺼지? ”

오늘도 평상시 수업이 겹친 날과 다름없이 자기의 수업이 끝날 때까지 강의실 앞에서 기다려준 나에게 방긋 미소를 날려주는 유리였다.

순간 ‘ 다음 주에도 기다려줄꺼지? ’ 라는 유리의 말에 울컥했지만 ‘ 그래야지. ’ 하며 대충 웃으며 떠넘기는 나였다.

“ 민식아, 오늘따라 안색이 안 좋아보이는 데 혹시 교수님한테 혼났어? ”

“ 혼날 일은 없었고 내가 오늘 상을 받긴 받았는데, 왠지 상이 슬프네. ”

“ 도대체 무슨 상이 길래? ”

“ 오늘 밤에 얘들 앞에서 보여줄게. ”

나는 이런 말을 하고 다시 웃으면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까 교수님으로부터 받은 파리대 교환학생 임명증서와 파리행 비행기 왕복 티켓을 들고 숙소의 문을 똑똑 두드렸다.

“ 누구세요 - 오 민식이다 ! ”

첫 방문과 두 번째 방문과는 달리 이번엔 나의 신원을 확인하고 바로 숙소의 문을 열어주는 태연의 목소리.

문이 열리자 나를 보며 활짝 눈 웃음을 지으며 웃는 태연을 보고 ‘ 안녕- ’이라며 나도 살갑게 인사를 하고 들어섰다.

그 만큼 문을 빨리 열어준다는 건 그녀들과 많이 친해지고 편안해진 사이가 된 거겠지 . 

“ 아, 오늘 우리한테서 보여줄게 있다며 - 유리가 그렇게 감추면서 안 보여주길래. 뭔가 중요한 거라고 생각하고 네가 에프엑스 애들이랑도 친하다고 들어서

   에프엑스 애들도 불렀어. ”

“ 오빠 안녕? ”

“ 수정이 설리 선영이 엠버 빅토리아누나도 안녕 - ”

태연이는 역시 내가 들어오기 무섭게 내가 유리에게 감춰두었던 얘기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에프엑스도 불러왔다면서 어느새

숙소의 거실은 만남의 광장으로 변하며 장터처럼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에프엑스와도 인사를 끝낸 후에 뒷짐하며 몰래 숨겨두었던 임명증서와 티켓을 그녀들 앞에 펼쳐보이기 시작했다.

“ 어? 이게 뭐야? Paris Univercity? ”

“ 응. 맞아, 파리대학교야 . 전반기 OT 때 교환학생 하는 건에 대해 한 번 신청해봤는데 다행히 전반기 성적이 좋아서 인지

   그 건에 대해 통과되서 앞으로 4일 뒤에 프랑스로 1달동안 교환학생 신분으로 공부하게 돼. 절차도 이미 밟아논 터라

   되돌릴 수도 없어서 니네들 앞에서 지금 말해주는거야 . 앞으로 한 달동안 나 없이도 버틸 수 있겠지? ”

나의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이별통보에 그녀들은 청천벽력이 내린 느낌에 잠시 멍하니 정적을 유지했다.

하긴 그토록 친하게 지내던 내가 이런 얘기를 하게되니 놀랄만도 하겠지.

나의 말이 끝난 직후 웅성거리던 소녀들은 놀란 것도 모자라 급기야 두 파로 나뉘었다 .

태연을 주축으로 유리,수정이,설리,윤아,써니로 이루어진 프랑스 유학행 반대파.

빅토리아를 주축으로 수영,효연,루나,엠버,티파니,서현으로 구성된 프랑스 유학행 찬성파.

그리고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 쪽에도 가지 않고 중립의 위치에선 제시카.

“ 안 돼. 절대 못 가. 어떻게 선처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간다고 할 수있어? ”

“ 그래서 4일 전에 미리 통보를 해준거잖아 . 나 프랑스로 한 달동안 공부하러 간다고, ”

“ 민식이 말이 맞아. 미래를 위해 가겠다는 데 우리가 그렇게 말릴 필요있나? ”

“ 나는 뭐 어찌 되든간에 상관없어. 내가 쟤 인생에 관여할 바가 아니니까. ”

나의 유학행 반대파는 모두 하나같이 선처통보 없이 일방적인 나의 의견을 건들며 반박을 했지만,

내가 이를 염려하고 떠나기 4일 전에 말하지 않느냐는 말에 반대파들의 반박을 가볍게 막아냈다.

이를 지켜본 유학행 찬성파는 우리가 민식의 미래를 막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나의 의견에 힘을 실어줬고,

중립파인 제시카양은 뭐 캐릭터대로 시크하게 말하며 다시 우리들을 둘러보았다.

결국엔 나를 포함해 열 다섯명 중 8명 , 즉 과반수 이상이 동의했기 때문에 나의 유학행은 찬성으로 통과되었고

반대파는 결국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 아아, 여자의 눈물에 약한 내가 아니던가.

난 그녀들을 하나 둘씩 달래주기 시작했다.

“ 아, 울지마.. 아? 그럼, 내가 너네들이 지키라는 거 지킬테니까 그만 울어. ”

“ 진짜지? ”

“ 으응, 그 대신 다 귓속말로 말해줘. ”

내가 귓속말에 말해달라는 말에 반대파들은 의구심을 자아냈지만 , ‘ 귓속말로 말해달라 ’ 라는 의미가 담긴

나의 눈빛에 모두 하는 수 없는 식으로 나의 귀에 자신들의 입을 갔다대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태연이 ,

“ 프랑스 가서 여자들에게 눈 가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해. ”

그리고 유리 ,

“ 가서 나만 생각해줘. ”

그리고 수정이 ,

“ 오빠 한 달동안 한눈팔기 없기? ”

그 다음 써니 ,

“ 한 눈 팔기만 해봐 . 죽어- ”

그 다음 윤아 ,

“ 오빠아아 가서 나 잊으면 안되 - ”

마지막으로 설리,

“ 오빠 한눈팔면 쫓아가서 뽀뽀해버린다. ”

제 각기 개성이 다른 말들이었지만, 그 의미에 담긴 말들은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 한 눈팔지 말고 오로지 우리들만 생각해라 ’ 였다.

나도 프랑스에 공부하러 가는 거니까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의해주었고,

다행히도 매우 큰 충돌 (?) 없이 갑작스런 잠깐의 이별통보를 알린 그 밤은 점점 저물기 시작했다 .

다시 현재.

그래서 이와 같은 일들로 시끄럽게 일주일이 지나갔고 드디어 오늘은 프랑스로 가게되는 날이었다.

모두 자신들을 잊지 않아야 된다면서 오늘만큼은 찬성파 반대파 중립파 할 것없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소지물품 들을 내게 건네주기 시작했다.

태연,효연,유리는 자신들의 소말시절 활동복으로 입고다니던 군복세트를 주며 ( 모자 , 상의 , 바지 따로따로 ) 다시 군대시절 소녀시대를 신으로

모셨던 나를 떠올리게 했고 윤아,파니,써니,서현,수영,시카는 말로는 표현 못하겠지만 자신들에게 소중한 애장품을 건네주며 자신들을 잊지말라하고

에프엑스 멤버들은 모두 하나같이 큰 브로마이드에다가 롤링페이퍼식으로 하고싶은 말을 나열해 적어 나에게 선물로 건네주었다.

다들 공항에 쫓아오겠다고 했지만, 난 그럴 필요없다며 오지 말라했고 그런 나의 모습에 모두들 볼을 부풀린 채 삐진 얼굴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드디어 난 공항에 도착했고 몇 십분 후면 타게 될 파리행의 비행기의 티켓을 보며 그녀들의 추억의 감흥에 젖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눈가에 글썽거리기 시작했고 그 눈물은 새로 산 바지 위에 뚝뚝 떨어졌다. 어차피 한달 뒤에 다시 만날 건데 왜 이러는 지 나도 도저히 모르겠다.

괜시리 눈물만 펑펑 흐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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