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마흔 세 번째 과외 .
“ 근데 어디 갈 껀지 정하고 걷는 거야 ? ”
“ 으음 .. 영화관 아니면 그 비스무리한 데 ? ”
“ 비스무리한 데 ? ”
“ 예를 들자면 비디오방 정도 ? ”
나는 피곤한 몸뚱아리와 내 옆에 찰싹 달라붙은 유리를 끌고서 다시 아파트 밖으로 뭉그적뭉그적 대며 나왔다 .
격렬한 운동을 한 후라서 인지 잠을 부르는 하품은 멈출 줄은 몰랐고 유리는 계속 하품을 하며 걸어가는 나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 거렸지만 시간이 시간인 만큼 하품을 토해내는 이유를 어느 정도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여전히 나의 팔에
팔짱을 끼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내 팔에다가 부비부비 대면서 거리를 헤메었다 .
“ 으앗 .. 그거 농담이지 ? ”
“ 왜 .. ? 농담이긴 농담이지만 진담도 약간 섞여있는 데 .. ? ”
나는 유리의 정수리를 어설픈 입꼬리를 올림과 함께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 .
그러자 유리는 나를 쳐다보진 않았지만 텅 빈 도로를 쳐다보며 눈웃음을 짓고는 내 질문에 대답을 해주었다 .
“ 근데 민식이 너는 이 주변에 영화관 어디 있는 지 알아 ? ”
“ 여기 동네에 이사온 지 고작 2개월 째고 , 외출이라고는 거의 대학 공부 아니면 니네들과 같이 움직인 것 뿐인데
영화관이 어디있는 지 알리 있겠냐 . ”
“ 하긴 그런가 .. 그럼 우리 출출하니까 식당부터 들리자 . ”
“ 영화는 ? ”
“ 영화는 자동차극장이나 심야영화관으로 가면되니까 걱정 붙들어마셔 - ”
강남 도처로 이사온 지는 벌써 2개월이 지났지만 아는 곳이라고는 오로지 내 집과 소녀시대 숙소 , 중앙대 가는 길 밖에
모르는 나로서는 극장 찾기는 그야말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 였다 .
유리는 급하게 허기짐이 몰려왔는 지 난데없이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
새벽 1시가 지난 지금 이 시간에 열려있는 식당이라고는 분명히 호프가 대부분이었다 .
“ 어 ? 저기 , 식당이다 ! ”
“ 응 ? 저기는 식당이라기 보다는 호프인 것 같은데 . ”
“ 어쨌든 먹을 만한게 있으면 식당이라고 쳐 - 그리고 나 지금 여러모로 배고픈 상태라구 . ”
나는 배고프다고 칭얼거리는 유리의 앙탈에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호프로 옮겼다 .
호프에는 사람들로 꽉 들어차있었고 유일하게 남은 자리라고는 호프 입구에서 가장 멀리 , 가장 구석에 위치해 많이 앉아도 4명
밖에 못 앉는 자리 밖에 없었다 .
유리와 나는 그 곳을 향해 걸어가면서 많은 사람들의 몸에서 나오는 술내를 코를 찡긋거려가며 맡았다 .
그렇게 술내를 쩔게 맡아서야 겨우 그 자리에 도착할 수 있었고 나는 유리의 건너편에 앉으며 소파에 몸을 뉘었다 .
“ 넌 뭐 먹을래 ? ”
“ 나는 뭐 치킨이나 뜯어 먹어야지 . ”
“ 히히 , 그럼 치킨은 하나만 시키고 맥주는 두 잔 시키자 . ”
“ 알았어 . 뒤에 또 갈 데 있으면 조금만 시키고 갈 데 없으면 적당히 시켜 . ”
“ 헤헤 . 오케이 - ”
유리는 메뉴판을 쫘악 펼쳐들고는 나에게 무엇을 먹을거냐고 물어봤다 .
나는 호프에서 무언가를 먹을 때는 거의 치킨만 열심히 뜯었기에 당연히 치킨을 시켰고
그녀는 방실방실 웃으면서 맥주를 시켰다 .
“ 여기 주문하신 것 나왔습니다 . ”
“ 우아 - 맛있게 보이네 .. ”
몇 분 뒤 종업원이 우리의 자리 앞으로 치킨과 맥주를 서빙했다 .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바삭바삭한 치킨이 우리의 구미를 확 끌어 당겼고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맥주 또한
우리에게 술에 대한 갈증욕을 불러왔다 .
유리도 치킨과 맥주를 보며 입맛을 다셨고 이윽고 맥주잔의 손잡이를 마시며 꿀꺽꿀꺽 맥주를 목구멍에 넘기었다 .
“ 캬아아 - 역시 호프 맥주는 최고인 것 같아 . ”
“ 많이 마셔서 무리하지마 . 여기서 그렇게 먹어대면 다음 스케쥴은 저절로 캔슬된다 . ”
“ 알았어 . 알아서 컨트롤할테니 걱정마 - 근데 , 다음 스케쥴 걱정하는 것 보니까 나랑 더 있고싶은가보네 . ”
“ 막상 집에 가면 잠 밖에 안 자니까 있어주는거야 . 헛생각하지마시길 - ”
“ 치이잇 , 너를 위해서라도 거의 맨 정신으로 이 호프집을 나가주겠어 . ”
유리는 나의 도발에 조금 걸려들렸는 지 몇 모금을 왈칵 마시던 맥주잔을 내려놓고 더 이상은 건드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
나는 양이 많이 남은 저 맥주가 아까웠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서 맥주는 한 두 모금만 마시고 나 또한 더 이상 마시지 않았다 .
그 대신 접시 위에 있었던 노릇노릇한 치킨은 뼈만 남아버렸지만 .. 이럴거면 맥주는 왜 시켰는 지는 모르겠다 .
“ 계산은 .. 어떻게 하지 ? ”
“ 가위바위보 ? ”
“ 그러다가 네가 질려면 어쩔려구 .. ? ”
“ 흥 , 너한테는 안 지니까 걱정마셔 - ”
막상 치킨을 먹고 내 지갑을 확인해보니까 여가생활을 즐길 만큼의 돈은 되었다 .
고로 , 호프에서 먹은 음식값을 낼 수 있다는 말이었고 우선 유리는 어떻게 할 지 궁금한 마음에 유리한테도 계산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
돌아온 대답은 가위바위보 . 운명에 맡길 거라는 이 소리인가 .
하지만 나님은 가위바위보 최근 5 판에서 모두 승리를 따낸 가위바위보 계의 다크호스 , 유리에게 질 확률은 거의 없었다 .
“ 그럼 하자 .. 가위 바위 보 !! ”
유리는 무작정 주먹을 내밀며 입으로 가위바위보를 외쳤다 .
나는 얼떨결에 시작한 가위바위보 놀이에 당황해서 남자라면 내야할 주먹을 내버렸고 , 유리는 보자기를 내서
나에게 패자라는 오명을 안겨주고 , 치킨과 맥주값 지불은 부상으로 주었다 .
“ 얼마예요 ? ”
“ 20000원 되겠습니다 . 손님 - ”
나는 꽤 담담한 척을 하면서 지갑에서 배춧잎 두 장을 꺼내고선 카운터 종업원의 손에 쥐어주고는 호프에서 빠져나왔다 .
가위바위보 한 판에 20000원이라 , 꽤 리스크가 크다 . 앞으로는 내기에 가위바위보하는 바보같은 짓은 벌이지 말아야겠다 .
“ 이제 어디갈까 ? ”
“ 허기를 채웠으니 영화관으로 가자 - ”
“ 지금까지 하는 영화관은 없을 듯 보이는데 ? ”
“ 아까 니가 계산하고 나 화장실 갈 때 니 핸드폰으로 검색 좀 해봤어 . ”
“ 내 핸드폰 ?! ”
“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는 데 니가 안 챙기고 그냥 가더라구 . 그래서 내가 검색 좀 했지 . 자 , 여기 - ”
유리는 태연하게 나의 갤럭시 S 를 손바닥에 얹혀주고는 빵긋 웃었다 .
나는 순간 또 다시 핸드폰을 분실할 뻔한 위기를 막은 그녀가 천사로 보였다 .
유리가 호프에서 나온 뒤 다시 나의 팔에 팔짱을 끼어댔지만 모른 척하며 그녀의 팔짱을 받아주었다 .
“ 검색해보니까 어디가 아직 까지도 영화 틀어주디 ? ”
“ 요 근처에 있대 . 한 여기서 3분 걸으면 나온데 - ”
“ 그럼 저건가 .. ”
“ 으음 ... 니가 가리킨 곳이 맞는것같다 ! ”
이 근처에 영화관이 있다는 말에 나는 시신경을 곤두세우며 영화관으로 보이는 모양새의 건물을 찾기 시작했다 .
고개를 약 20도로 꺾으니 대각선 방향으로 건물 하나가 유독 눈에 띄였고 유리에게 저 곳이냐고 물어보니까
고개를 끄덕거리며 맞다고 하는 그녀였다 .
“ 어 ? 왜 이렇게 한적해 . ”
“ 심야까지 하는 영화관이고 더군다나 새벽에 영화 볼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한적할 수 밖에 없지 . ”
“ 음 , 그런가 .. 어쨌든 유리 너는 뭐 볼꺼야 ? 나는 네가 보는 거 따라서 볼게 . ”
“ 왜 ? 너도 보고싶은 거 일단 골라 . ”
“ 요즘 재밌는 영화가 뭔 지 잘 몰라서 그래 . 그냥 니가 고르는 거 볼게 - ”
유리는 나의 말에 고개를 위 아래로 휘젓고는 수긍하였다 .
그리고는 티켓은 자기가 사고 콜라와 팝콘은 나보고 사라는 말을 한 뒤 티켓판매기로 걸어가 어떤 영화를 고르더니 티켓을 뽑아
팝콘과 콜라를 양 손에 들고 있는 나를 보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
“ 커플로 샀네 ? ”
“ 어차피 나 혼자 먹는 것도 아니니까 효율을 따져서 커플세트로 산 것 뿐이니까 오해하지 마 . ”
“ 누가 오해 했대 ? 어쨌든 팝콘과 콜라로 너의 마음을 알 것 같으니까 걱정말아 .. 키키 .. ”
나는 유리가 하는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농담으로 내뱉은 말이라고 넘어가고 콧방귀 뀌 듯 가볍게 웃어주었다 .
유리는 한 손 안에 티켓 두 장을 잡고는 짤랑짤랑 흔들며 상영관으로 걸어갔고 나는 양이 야무진 콜라와 팝콘을
두 손에 들고는 미끄러지듯 걸어갔다 .
“ 와아 .. 사람 흔적이라고는 보이지도 않네 . ”
“ 왠지 우리 둘 만 이 영화를 볼 것 같은데 .. ”
“ 네 말처럼 그렇게 될 것 같다 . 어쨌든 유리야 자리에 앉자 . ”
유리가 보여준 티켓의 열에 따라 자리를 찾아 앉으니 다리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F열의 어느 한 자리에 앉게 되었다 .
예전엔 앞에 좌석이 있는 자리에 앉아서 다리도 못 펴고 불편했었는 데 이번에는 다리를 필 수 있어서 시작부터 대만족 .
아직은 영화가 나오지 않는 터라 광고만 쫘르륵 나오기만 했고 나는 갑자기 갈증을 느끼며 빨대로 콜라를 쪽쪽 빨았다 .
시원한 콜라가 식도를 타고 흐르자 나는 갈증 해소에 속으로 몸서리 치며 기뻐했다 .
“ 근데 니가 산 영화티켓의 영화가 뭐야 ? ”
“ 음 .. 보면 알 리 없을테니까 말해줄게 . 방자전이야 , 방자전 . ”
“ 방자전 .. ? 왠지 이름이 뭔가 나올 것 같은 삘인데 .. ”
“ 히히 - 뭔가 나오긴 나오지 . 나도 안 본거라서 자세히는 몰라 . 어쨌든 방자전 본 멤버 애들이 말해줬는데 재밌긴 재밌대 . ”
“ 그래 ? 그럼 봐야지 . 팝콘 먹을래 ? ”
“ 응 - ”
나는 방자전이라는 제목에 뭔가 나올 것 같은 미심쩍은 느낌이 들었지만 별거 아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상영되기 시작하는
영화의 스크린을 슬며시 쳐다보았다 . 그리고 유리에게 팝콘을 먹을꺼냐고 물어보았고 , 유리는 웃으면서 먹겠다고 대답했다 .
나는 팝콘을 입 안에다 오물오물 거리며 ‘ 방자전 ’ 이 나오는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