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화 (40/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서른 아홉 번째 과외 .

- 2010년 6월 26일 .

“ 두 . 두 . 두 . 두 . 두 ”

“ 아 , 이건 무슨소리야 . ”

“ 대 - 한 - 민 - 국 !!!!!!!! ”

“ 으앜 !! 어제 올나잇으로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놀다왔는 데 이건 무슨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소리야 !! ”

나의 달콤한 잠을 방해하는 이 달콤한 소리 .

그리스전에서도 , 아르헨티나전에서도 , 나이지리아전에서도 나의 스위트 홈에서의 편안한 안식을 방해하더니

우루과이전에도 여지없이 수마의 유혹에서 깨어나게 해주는 아프리카 민속음악과 한국의 고전음악의 하모니에 나는

자다가 일어난 머리를 다시 한 번 헝클어뜨리며 밖에 들리는 소음에 대해 강력한 불만을 표시했다 .

안 그래도 어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나의 기억의 필름에서 사라졌다는 6차까지 가며 부산까지 가서 번 돈을 탈탈 털어버려서

기분이 잡치는 데 짜증나는 소음이라니 , 하지만 다행히도 술이 나에게 유혹의 손짓을 부리기 전에 핸드폰을 구입했던 터라

최악의 상황까지는 빠지지 않아서 정말 다행 . 

그리고 주사로 내가 소녀시대와 친하다 와 몸을 뒤섞었다 라는 개드립을 안 친것도 정말 다행 . 

어쨌든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하나 된 모습의 소리가 점점 잦아든 것 같으니 다시 잠에 빠져볼까 .

  

// 전화 왔다 - 메세진데 속았지 ? //

‘ 으아 .. 울고싶다 . 신은 나를 도와줄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구만 . ’

다시 잠에 빠져들기 위해 앉은 자세로 있던 나의 몸을 일 자로 쭉 뻗으려고 하는 그 순간

테이블 위에 있는 등잔 밑이 밝아지면서 핸드폰은 고전적인 수법을 사용하며 나를 속이려 들었다 .

난 나의 달콤한 낮잠을 방해하려는 이 거지같은 수신자에게 전화로 말빨 배틀을 신청하기 위해 액정 화면을 엄지 손가락으로 꾸욱 눌렀다 .

〔 애교덩어리 순규 ♥ 〕

애 .. 애교덩어리라니 .. 난 이렇게 설정해놓은적이 없는데 , 혹시 전화번호를 다시 알려달라고 애들한테 차근차근 나의

위엄있는 갤럭시 S 를 건네주었을 때 이런 개드립을 친건가 ?! 그렇게 실실 쪼개면서 자판을 눌러 댄 이유가 그거였어 ?!

풋 , 차라리 자외선 순규가 더 어울리겠다 . 아 , 나님 잠수좀요 .

어쨌든 , 이쯤에서 나의 망할 개드립은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우리 애교덩어리 순규님께서 나에게 어떤 문자메세지를 보내왔는지

한 번 구경좀 해볼까나 .

// 티익 - //

《 우리 쟈기 뭐행 - 나만 스케쥴 없어서 심심해염 . 나랑 놀아듀랑 - ♥ 》

// 쑤웅 - 탁 - //

나는 그녀의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내가 그토록 애지중지하고 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상 갤럭시 S 를 그대로 땅바닥에 떨구었다 .

나는 떨구자마자 정신줄을 다시 잡으며 액정이 깨지지 않았나 이 곳 저 곳을 돌려보곤 흠집이 없는 걸 확인한 뒤 안도의 한 숨을

땅바닥 푹 꺼질 듯이 몰아쉬었다 . 설마 깨졌겠어 ? 하며 불안한 심정으로 살펴본터라 흠집이 없는 걸 확인하자 약 2L의 용량에 달하는

한 숨 ( ? ) 을 쉰 나였다 .

어쨌든 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애교덩어리 + 자외선 순규씨가 나에게 하트를 뿅.뿅. 날리고 자기를 붙이면서 , 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 ( ? )

까지 사용하면서 나에게 이런 개드립을 날린 이유는 무엇일까 . 라며 턱을 괴고 잠시 0 . 001 초동안 생각을 해보았다 .

 * 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 : 세종 당시의 한자음을 중국 원음에 가깝도록 표현하려는 실제 발음이 아닌 이상음. 

                            받침 없는 말엔 ‘ㅇ’이나 ‘ㅱ’을 붙임 . ( 개드립임 , 무시 요망 . )

// 다다닥 - //

〈 나야 뭐 . 어제까지 무리하며 술 먹어서 뻗어있다가 깬 상태지 뭐 ㅇ.ㅇ 〉

나는 0 . 001초 동안의 고뇌를 통해서 아무것도 얻지못하자 될 때로 되라는 식으로 어제 있는 사실을 그대로

그녀에게 적나라하게 , 아주 낱낱이 밝혀버린 뒤 나의 핸드폰을 머리맡에 올려두어놓고 순규가 다음엔 어떤

드립을 칠 지 궁금해하며 어서 빨리 갤럭시 S 가 자신의 고전적인 훼이크 ( Fake ) 기술을 뽐내기를 기다렸다 .

// 전화왔다 - 메세진데 .. 속았지 ? //

《 무리하지 말징 ㅠ.ㅠ 근데 어쨌든 지금은 깨어있단 상태네 . 나 심심하니까 쟈기 집에 놀러갈껭 ♥ 》

‘ 아니 .. 잠깐 .. !! ’

처음엔 걱정해주는 척 평험한 문자를 보내더니 다시 끝말 쯤에 말도 안되는 드립을 쳐주시는 순규님 .

역시 당신은 날 실망시켜주지 않아염 ... 이럴 때가 아니고 , 써니여신느님께서 나의 누추한 집에

입성하신다고 ?! 이건 예상 밖의 경우다 . 그냥 문자만 보내면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 데 ,

섣부른 나의 판단이였어 ..  내가 졌다 . 암 루저 ( I am looser , 키는 루저아님 망할 이도경냔 . ) ,

키 작지만 귀염을 존내 뽐내시는 순규 너님은 위너 ( Winner ) 요 . 

// 쿵 ! 쾅 ! 쿵 ! 쾅 ! //

내가 잠과 술에서 완전히 깬 채 누추한 나의 스윗홈을 열심히 정리하고 있을 때 쯤 ,

현관문에서 말로는 표현못하고 귀는 즐거울 입체적인 3D 서라운드 노크음이 들려왔다 .

소리의 속도로 봐선 밖에서 문을 와장창 두드리는 저 님은 순규가 분명하다 .

만약 , 순규가 초인종까지 누르고 노크음의 볼륨이 좀 더 커진다면 이웃들의 편안한 안식이 방해될 수 있기 때문에

아마 .. 나님은 쫒겨날거야 .. 근데 벌써부터 경비실에서 인터폰으로 소음 발생 자제해달라고 연락이 왔잖아 ?

나는 쫒겨날거야 .. 아마 .. 

// 덜컥 - //

“ 순..순규야 왔어 ? ”

“ 순규 .. 심심한데 순규랑 놀아주떼염 - ”

“ 그래서 우리 집 깨끗하게 청소해놨어 . 어서 들어와 - ”

“ 웅웅 , 시러시러 . 월드컵 , 월드컵 - 오늘은 밖에서 놀고 싶단 말이야 . ”

내가 나의 안위를 위해서 굳게 닫혀 있던 현관을 격하게 열어놓자 밖에서 대기를 타고 계신 순규는

여자 꼬마 아이같은 눈망울을 내게 선보이며 애교 종합 선물 세트를 내게 한 번에 선물을 해주었다 .

그리고는 내가 귀찮은 방 청소를 한 성의를 고개를 도리도리해가며 깔끔히 무시하곤 상암경기장으로 같이 가길 바라는 순규님의 위엄에

나는 ‘ 우리 집에서 풀 HD 로 봐도 될텐데 굳이 거기까지 가서 보겠다는 건가 . ’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고민했지만

더 이상 지체했다간 또 다른 순규의 주부애를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 나의 주먹을 아끼기 위해 그녀의 말대로

상암경기장을 향해 내 무거운 몸뚱아리를 설렁설렁 옮기었다 .

.

.

.

“ 너 연예인인데 , 이런 복장으로 안심되겠냐 . ”

“ 히히 . 뭐 어때 , 어차피 거의 끝자리라서 사람들 못알아볼꺼고 쳐다도 보지 않을꺼야 ”

어쩌다보니 나는 순규를 따라갔을 뿐인데 어느새 나의 몸뚱아리는 상암경기장 내부의 좌석을 찾으러 헤매며 다니고 있었다 .

그리고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사랑스럽게 꾸민 ‘ 이것봐요 . 나 써니에요 . ’ 라는 듯한 모양새의 순규의 복장에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 그녀는 뭐 상관없다는 듯 차가운 도시의 여자의 면모를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

아 , 다른 건 몰라도 순규의 쿨한 모습 하나는 정말 본받을점인듯 보였다 .

“ 어엇 ?! 나는 좌석표를 2개 샀는 데 왜 남은 자리는 하나란 말인가 . ”

마침내 표의 좌석에 적힌 좌석번호 [ E - 19 - R - 1 , E - 19 - R - 2 ] 대로 앉기 위해 그 자리를

수 분간에 걸쳐 찾아냈는 데 , 순규가 앉아야 할 2번 자리는 머리고 수염이고 모조리 하얗게 바랜 백발의 폭풍간지 할아버지 께서

그 자리를 잡수셨고 남은 자리라고는 내가 앉을 E - 19 - R - 1 자리 밖에 없었다 . 어쩌지 , 나 혼자라도 살기 라는 방식대로

앉아야 되나 .

“ 순규야 어떻게 하지 ? 할아버지께 예의를 다해 비켜달라고 말씀드려야 하나 ? ”

“ 그러면 할아버지께 실례가 되니까 그냥 내 자리는 냅두고 내가 네 자리에 앉으면 되지 뭐 . 히힛 . ”

“ 으잇 , 그건 내가 거절염 . 나 오늘은 다리 후달림 . ”

“ 그럼 나같이 연약하고 귀여운 소녀를 서서 경기를 보라고 하겠단 말이야 ? 어떻게 그렇게 심한 짓을 .. 흐윽 .. ”

나는 순규의 자리를 잡수고 계신 백발의 할아버지께 동방예의지국 ( 東方禮儀之國 ) 의 면모를 보여주며 자리를 비켜달라고

부탁해볼까 생각을 해봤지만 , 나보다 더 동방예의지국의 정신이 가득한 순규께서 나의 말을 싹뚝 자르고 무시하며 내 자리에

자신이 앉으면 된 다는 내가 용납 못할 말을 꺼내었다 . 난 그런 순규의 말을 가볍게 거절하며 핑계 같지도 않은 핑계를 대며

어떻게든 그녀에게 여긴 내가 앉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지만 곧바로 펼쳐보이는 그녀의 아스트랄하고 버라이어티한 발연기에

두 손이 오그라들고 시공간이 오그라들고 있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 .

그래서 , 다시 자리다툼은 원점으로 돌아와버리고 .. 그러면 이 사태를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 순규 너님 나에게 갈팡질팡

하게 될 것만 떠안겨주지말고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해보라고 큰 소리를 쳐보고 싶지만 아직 나에겐 그런 용기가 발휘되진 않았고

어쨌든 나는 또 다시 실업계를 가야할 지 인문계를 가야할 지 심도깊게 고민하던 중3 시절 이맘 때 쯤의 내 모습으로 돌아와

볍씨같은 면모를 완벽하게 실현시키며 어찌 할 바를 몰라하며 순규의 얼굴과 백발의 할아버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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