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화 (35/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서른 네 번째 과외 .

“ 윤아야 , 많이 힘들어 ? ”

“ 하아 .. 평소엔 안 힘들었는데 , 어제 피로회복제를 안 먹는 바람에 피로도 못 풀고 나와서 엄청 힘든 것 같아 - ”

윤아의 힘들어 하는 듯 보이는 표정과 여과없이 내뱉어지는 그녀의 거친 숨결 때문에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걸어가다가 점점 그녀와 나란히 걸으며 산 중턱 쯤에 있는 정자에 엉덩이를 뉘이고는 

그녀에게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을 했다 . 그녀는 땀을 삐질삐질 흘려대며 나에게 힘들어하는 이유를 말해주었다 .

안 그래도 피곤했고 다른 멤버들은 다 피로회복제를 먹었는 데 자신은 깜빡해서 안 먹고 자는 바람에 피로가 계속 누적되버려

감기가 걸린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

“ 윤아 , 너는 진짜 아픈 것 같다 . 먼저 버스로 내려가서 쉬자 . 등산은 나중에 하고 .. ”

“ 응 , 알았어 . ”

나는 윤아의 축 처진 어깨를 몇 번 손바닥으로 두드리곤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

윤아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고 , 난 그녀의 말을 들은 뒤 그녀가 있는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

“ 오빠 , 지금 뭐해 ? ”

“ 너 아픈데 점점 떨어지면서 걸으면 안되잖아 . 그리고 길도 잃을 수 있으니깐 내 손 잡아 . ”

“ 치이 - 내가 무슨 어린 애도 아니고 .. ”

“ 안 잡아 .. ? ”

“ 히힛 , 잡아줄게 . ”

난 윤아의 보드랍고 뽀송뽀송한 손을 꽉 잡으면서 천천히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

일단은 , 다른 멤버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줘야 했기에 한 손은 윤아의 손을 잡고 한 손으론 윤아의 핸드폰을 빌려 태연의 핸드폰 번호를 꾹꾹 눌러댔다 .

// 뚜우 - 뚜우 - //

〔 흐앗 .. 여보세요 ? 〕

역시 , 통화연결음이 들린 지 얼마 안되서 들려오는 태연의 숨찬 목소리 .

전화 받는 건 끝내주게 잘 받는 그녀였다 .

“ 태연아 , 나 민식인데 . 윤아가 지금 아픈 것 같아서 먼저 하산해야 될 것 같아 . ”

〔 윤아 많이 아파 ? 〕

“ 응 , 조금 ? 정상까지 아직 삼 분의 일 남았는 데 엄청나게 숨차해서 , 나하고 윤아는 먼저 하산해야 할 것 같아 .

   너네들은 매니저형이랑 정상까지 올라갔다 온 다음에 하산해 , 알았지 ? ”

〔 훗 , 걱정 붙들어 매셔 - 이래뵈도 우리 행사 하루에 네 번해도 지치지 않는 강철체력이야 - 〕

“ 풉 - 알았어 . 걱정은 안해도 되겠네 - 그럼 버스에서 보자 . ”

〔 우웅 . 알았엉 쟈기 ∼ ♥ 〕

“ 뭐라..ㄱ..ㅗ ? ”

// 뚜욱 - 뚜욱 - //

태연이는 나에게 새끈한 애교드립을 날리고는 무작정 전화를 끊어버렸다 .

나는 평소의 행동처럼 바로 당황해버렸고 , 윤아는 그런 나의 모습에 입을 손으로 가리고 실실 쪼개었다 .

나는 윤아가 비웃는 모습을 보자 " 내가 웃기냐 ? 웃겨 ? " 라고 뻘짓을 하고싶었지만 , 일단 그녀는 환자이니까 애써 참았다 .

그리고 애들에게 먼저 하산한다고 미리 말해두었으니 그녀들이 우리를 걱정할 필요도 없기에 등산로를 따라 매끄럽게 내려갔다 .

.

.

.

“ 어엇 ? 여기 아까 우리가 올라가던 길 아닌데 .. ? ”

“ 오빠 .. 우리 제대로 내려가고 있는 거 맞아 ? 이 길이 그 길이 아닌 것 같은데 . ”

무작정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다보니 , 정상을 향해 올라갈 때는 보이지 않았던 미지의 세계가 나와 그녀의 눈 앞에서 사르륵 펼쳐지었다 .

그러니까 한 마디로 우린 길을 잃은 것이었다 . 나는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잠시 당황을 해버렸다 .

윤아도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대충 짐작했는 지 나의 옆구리를 자신의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대며 말했다 .

“ 오빠 - 날씨가 점점 어둑해져 - 우리 이러다가 조난당하면 어떡해 .. ? ”

윤아는 손가락으로 먹빛으로 물들어진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

내가 길을 잃어버려 망설이고 있을 때 하늘은 분명 진한 주황 빛으로 가득히 물들어져있었는 데 ,

어느새 까맣게 어둑어둑해지며 하늘은 밤에만 밝게 보인다는 별도 한 가득 보여주고 있었다 .

아 참 .. 지금 하늘 감상할 상황이 아닌데 ..

“ 날씨가 어두워졌구만 . 더 이상 길 찾으려다고 하다간 진짜 166m 밖에 안되는 이 산에서 조난당할 것 같다 . ”

“ 오빠 , 그럼 어떡해 ? 나 지금 점점 무서워져 . 흐흑 ..  ”

“ 휴우 - 주변에 쉴 곳이라도 있나 찾아봐야겠지 . ”

그녀는 눈물을 글썽거리고 몸을 부르르 떨며 내 쪽으로 좀 더 밀착해왔다 .

나도 연신 한 숨을 내뱉고는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주변에 쉼터라도 있나 찾아보았다 .

밤이 되면 어두워져 내 눈은 안경을 쓰지 않는 이상 잉여장식이 되는데 , 안경도 안 가져와버렸으니 .. 참으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

“ 민식오빠 , 저기 - 원두막같은거 있는 것 같아 . ”

“ 으음 .. ? 어 , 저기 진짜 있네 . 난 왜 저게 안 보였지 ? ”

윤아도 내가 쉼터 비스무리한 곳을 찾으러 고개를 두리번 거리자 자신도 할 게 없었는 지 몇 번 고개를 두리번 거리고는

뭔가를 찾았는 지 나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 난 그녀의 말과 손이 가리킨 곳을 보았고 , 그 곳엔 

사냥꾼들의 쉼터로 보이는 원두막 하나가 떡 하니 놓여있었다 . 으잇 , 난 왜 저걸 못봤지 ?

“ 윤아야 , 일단 저기가서 쉬고 있어 . 난 얘들한테 전화해볼게 . 핸드폰 좀 빌려줘 . ”

“ 응 .. ”

나는 꽤 오랫동안 잡았던 윤아의 보드라운 손을 놓아주며 말했다 .

그리고 윤아의 핸드폰을 다시 한 번 빌리고 통화를 하려는 그 순간 ..

〔 서비스 지역 이탈 . 〕

나를 좌절의 쓰나미로 몰고 가버리는 잔인한 일곱 글자와 아무것도 달린게 없이 적나라하게 나타난 통신지역이탈의 픽토그램 .

나는 이 그림을 보고는 이 곳 저 곳 소심하게 움직여다니며 서비스 지역이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었다 .

하지만 , 이 곳 어디를 돌아다녀도 핸드폰은 잔인하게도 계속해서 ‘ 서비스 지역 이탈 ’ 이라는 메세지를 보내었다 .

‘ 충전이 필요합니다 . ’

더군다나 서비스 지역 이탈인 것도 모자라 , 한 칸 밖에 없었던 그녀의 핸드폰 배터리가 지금 이 순간 팟 - 하곤 검은 화면으로

리턴하면서 나에게 ‘ 우린 지금 조난당했구나 ’ 라는 생각을 확실히 심어주었다 .

“ 오빠 , 멤버들이랑 통화햇어 ? ”

“ 아니 .. 서비스 지역이 안 되고 거기다가 네 배터리도 다 소비되는 바람에 못했어 . 미안해 - ”

“ 그.. 그럼 우린 어떡해 ? ”

“ 할 수 없이 날이 밝아질 때 까지 기다린 다음에 이동하는 수 밖에 없겠지 . ”

윤아는 설상가상의 심정이 담긴 나의 말에 겁을 지레 먹은 듯이 나에게 다시 말을 했다 .

난 다시 한 번 한 숨을 쉬며 날이 밝아져야 이동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

주변에 먹을 것도 없고 .. 아 , 오늘 정말 최악이다 .

.

.

.

“ 흐으 .. 춥다 - ”

조난 1시간 째 , 해가 뉘엿뉘엿 지던 저녘은 어느새 야심하고도 깜깜한 밤이 되어버렸다 .

안 들리던 야생 부엉이 소리가 어디서 부엉부엉하면서 들리기 시작했고 , 귀뚜라미가 어딘가에서 귀뚤귀뚤 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

하지만 , 나는 그런 자연의 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 그 대신 나의 귀에 울려퍼진 소리는 윤아가 추운 지 떨면서 말하는 한 마디 .

아무리 초여름이라고 해도 날씨는 봄과 다를 바 없으니 쌀쌀하게 느낀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

// 푸욱 - //

“ 이거라도 덮고 있어 . ”

“ 아니야 - 오빠도 춥잖아 . 오빠가 그냥 입고 있어 . ”

“ 난 괜찮아 . ”

“ 난 불편하니까 , 그냥 오빠가 입고 있어 . ”

“ 알았어 .. ”

나는 쌀쌀한 날씨 때문에 몸을 부르르 떠는 그녀의 가련한 어깨 위에 내가 걸치던 츄리닝 자켓을 살며시 덮어주었다 .

그녀는 검은 나시만 입은 나를 바라보고는 자신의 어깨 위에 덮여있는 자켓을 집어서 나에게 다시 돌려주고는 괜찮다고 말을 했다 .

나는 괜찮다고 말했는 데 , 그녀가 표정을 찡그리며 말을 하자 어쩔 수 없이 벗어놨던 자켓을 다시 걸치었다 .

// 포옥 - //

“ 꺄악 - , 변태야 ? 지금 뭐해 ? ”

“ 옷이라도 안 덮고 있으면 체온 떨어져서 안 돼 , 일단은 이렇게 있자 . ”

“ 싫어 . 어서 이 팔 놔 - ”

“ 난 죽어도 못 놔 . 네 보조 매니저라서 너의 건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 . ”

“ 노라니까..ㄴ .. 아니다 . 알았어 , 잠시 뿐이야 .. ? ”

그녀가 나의 호의를 거절하자 , 난 마음을 굳건히 먹고 그녀의 뒤에서 말 없이 그녀를 포옥 감싸 안았다 .

윤아는 내가 막무가내 식으로 자신을 껴안자 당황해하며 내가 포옹을 하는 것을 저항해왔다 .

하지만 나는 지금 그녀의 내려가는 체온을 지켜야하는 방법이 허그밖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저항을 애써 견뎌내며 더욱 더 그녀를 포근히 감싸 안았다 .

윤아도 자신의 힘겨운 저항이 소용 없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아차리고는 잠깐뿐이라며 저항을 멈춰댔다 .

“ 치이 - 오빠가 안아줘도 , 추운건 여전히 그대로야 .. 어떻게 할거야 ? ”

“ 그 .. 그래 ? ”

그녀를 뒤에서 안고 있는 지 어언 몇 분째 ,

포옹을 해보아도 그녀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기는 커녕 오히려 몸을 더 부들부들 떨어대었다 .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자 디시인사이드에서 본 것 같았던 나의 뉴런을 자극했던 문구가 하나 떠올랐다 .

〔 코갤잉여새끼들아 그거 아냐 ? 섹스가 존내 좆빠지게 힘든 운동이라서 한 번 하면 체온 존나게 오름 ㅇㅇ 〕

난 그 당시에 이 글을 봤을 땐 아무리 코갤이라도 그렇지 이렇게 잉여스러운 말을 지껄이냐며 욕질을 퍼부어댔지만 ,

포옹을 해도 나아질 기미가 없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선 지금 이 문구는 그녀의 유일한 희망일 것 같은 느낌에

한 번 그녀에게 제안을 해봐야겠다며 속으로 웅얼거렸다 .

“ 유. 윤아야 . 세..ㄱ.. 스가 체온 오르게 해준 다던데 , 해볼래 ? ”

“ 응 , 뭐라고 오빠 ?  ”  

나는 섹드립을 내뱉자마자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쪽팔림과 잉여스러움을 스스로 느껴가며 드립을 내뱉은 뒤 

그녀의 시선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 허나 , 그녀는 망설이는 나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는 지  ..

일부러 못들은척 한건지 .. 유키스처럼 뭐라고만 계속 내게 말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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