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화 (34/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서른 세 번째 과외 .

“ 치이 - 민식이오빠랑 놀려고 했더니 , 유리언니랑 우리가 못 알아들을 소리만 하네 . 재미없어서 안놀래 -  ”

“ 어 .. ? 설리랑 수정이 왔네 - 유리랑 멕시코만 기름 유출에 대해 잠시 의견좀 나누고 있었는 데 너네들도 낄래 ? ”

“ 핏 - 됬거든요 ? 아 , 소녀시대 매니저 오빠가 우리 쪽 방에 오면서 내일 등산 좀 한다니까 준비 좀 하래요 . ”

“ 등산 .. ? 아, 알았어 . 그럼 내일 보자 - 잘 자렴 . ”

“ 오빠도 잘자 - , 유리언냐는 우리랑 같이 방에 가자 . ”

“ 응 .. ? 아.. 알았써 , 민식아 바이 - ”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 하마터면 들킬 뻔했으니 미련이 남아도 어쩔 수 없이 유리를 내 방에서 설리와 수정이랑 같이 내보냈다 .

나는 다시 혼자만 방에 남게되자 , 가방에서 내일 등산을 하기 위해 입을 옷가지들을 테이블 위에 꺼내놓고는 욕실로 천천히 걸어갔다 .

그래도 아쉬움이 꽤나 큰 지 , 욕실로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왠지 모르게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

// 쏴아 - //

샤워기에서 나오는 수 십개의 시원한 물줄기에 오늘의 피곤함을 녹여내리듯 씻겨내렸다 .

손에 남은 샴푸 거품으로 머리를 닭벼슬 머리로도 해보고 올빽 머리도 해보고 이 대 팔 가르마도 해보는 별 짓을 다 하고는 다시 한 번 샤워기를 틀어

머리를 감겨냈다 . 젖은 머리에선 수분기가 물줄기가 되어 쪼르르 욕실 바닥에 파편을 튀겼다 . 나는 수건걸이에 걸려있는 마른 수건을 적시며

시원한 샤워를 마쳤다 . 샤워를 끝내고 나는 편한 옷으로 몸을 감싼 채로 시원한 테라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

역시나 부산의 야경은 아름다웠고 , 이 더운 열대야를 잠시라도 떨쳐내듯 높은 곳에서 날아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나의 몸의 물기를 날리며 지나갔다 .

대여섯 가닥의 머리카락이 흩날릴만큼의 선선한 바람에 나는 두 팔을 크게 벌리며 이 시원함을 실컷 만끽했다 .

그렇게 오랫동안 열대야를 떨쳐주는 바람을 느껴가면서 나는 달콤한 잠을 취했다 .

.

.

.

“ 흐음 .. 다 모였어 ? ”

“ 아니 , 윤아 감기 기운이 조금 있는 것 같아서 천천히 나오라고 했어 . ”

“ 음 .. 그래 ? ”

나는 그녀들의 방 앞 복도에서 체크리스트를 들고서는 소녀시대 아이들이 어디 몰래 빠져나갔는 지 확인을 하기 시작했다 .

내가 인원을 체크한다는 말에 소녀들은 아직 머리를 안 감았는 지 푸석거리는 머리를 긁어대고는 완전 생얼의 상태로 복도 앞에 일제히 나열했다 .

나는 그녀들의 얼굴을 한 번씩 쳐다보면서 연필로 그녀들의 이름 옆에 빨간 동그라미를 하얀 종이 위에 그리었다 .

그렇게 확인해보니까 , 열 네명의 소녀들 중에서 유일하게 윤아만 체크가 안되어있어서 태연이에게 윤아의 유무를 물어보니 윤아는 지금 감기기운이 있어서

쉬고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 

“ 윤아에겐 듣기 싫은 소리겠지만 , 감기기운 있어도 어느정도 산 타고 내려와야돼 . 이것도 일정이라면 일정이라서 꼭 해야되거든 . ”

“ 응 , 알았어 . 윤아에게 말해볼게 . 근데 언제까지 버스 앞으로 와 ? ”

“ 으음 .. 한 시간 뒤 ? 그 쯤에 다시 버스 앞에서 인원 체크 할 테니까 나와 . 난 이미 갈 준비가 됐으니깐 지금부터 버스로 내려가서 니네들 올 때까지 기다릴테니깐 

   천천히 내려와 - ”

나는 그녀들에게 어느정도 다시 한 번 공지사항을 읊어주고는 리스트 파일을 나의 가방 안에다가 고히 놓고는 그녀들이 숙소 안으로 들어갈 때 까지 확인한다음

문을 닫아주고 엘레베이터 버튼을 꾹 눌렀다 . 버튼을 누르고 난 뒤 엘레베이터 층 수 화면을 쳐다보면서 어서 빨리 엘레베이터에 적혀있는 숫자가  

어서 빨리 내가 있는 층 수가 되기를 마음 속으로 간절히 기다렸다 .

“ 오빠 - 같이가자앙 - ”

“ 응 ? 설리구나 . 벌써 갈 준비 했어 .. ? ”

“ 우웅 - 오빠랑 둘이서 놀라고 아침 일찍부터 준비 했지롱 . 히히 - ”

“ 으이구 - 정말 우리 설리 귀엽다니깐 ? 알았어 , 버스에서 둘이서 오순도순 놀자 . ”

그렇게 층 수가 점점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던 그 순간 , 누군가가 말에 애교를 섞어가며 뒤에서 백허그를 했다 .

등에서 느껴지는 물컹물컹한 촉감에 황홀해 하며 지금 나를 뒤에서 안고 있는 그녀는 과연 누굴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10초동안 추측을 해보았다 .

어디보자 , 나를 오빠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서현이하고 윤아 , 애교쟁이 설리와 수정이 그리고 루나하고 엠번데 ..

서현이는 아직까지 나한테 애교를 부릴 정도로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고 윤아는 아픈데 이렇게 애교를 곧장 잘 부릴 수가 없을테고

루나하고 엠버도 이유는 서현이와 내용이 유사하므로 생략하고 그럼 남은 건 수정이와 설리 뿐인데 , 수정이는 이런 목소리가 아니니

남은 건 설리 뿐이구나 . 라고 생각하며 난 뒤를 돌아보니 역시 설리가 나의 등을 감싸안고는 뒤를 돌아봐 자신을 쳐다보는 나를 보곤 씨익 눈 웃음을 지었다 .

나는 귀염둥이 이자 애교쟁이인 설리의 백설기같은 하얀 볼살을 살짝 꼬집으며 말하자 설리는 자신의 팔을 내 팔 안으로 파고들고는 팔짱을 끼어대고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눈웃음을 한번 더 재차 짓고는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이동하는 나의 뒤를 꼬마처럼 졸망졸망 귀엽게 운동화 소리를 내며 뒤따라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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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 얘들 거의 다 온 것 같으니 인원 체크 한 번 해볼게 . 우선 에프엑스 부터 - ”

“ 민식아 , 우리는 다 와쒀 . ”

“ 빅토리아 누나 알았어욧 . 그럼 소녀시대 쪽은 ?  윤아는 왔어 .. ? ”

“ 윤아는 여기 내 옆에 앉아서 자고 있으니 걱정마 - 우리도 다 왔엉 - ”

“ 오키 , 파니야 고마워 . 그럼 다 있는 것 같으니 , 이제 산으로 가보자 - 기사 아저씨 출발해주세요 . ”

나의 신호에 맞춰 버스는 부르릉 소리를 내며 도시에서 산골로 움직였다 .

산골으로 깊숙히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회색 건물이 자욱했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푸르렇게 녹음이 짙은 쳥산이 우리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모두 청록의 산을 쳐다보며 탄성을 자아냈고 , 나도 어젯일로 피곤하고 그래서 등산은 가볍게 해볼까 라고 생각해봤는데 

저 모습을 보자니 어서 빨리 저 정상을 정복해 산골의 신선한 공기를 맡자라는 생각이 나의 머리를 뒤덮었다 .

“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 ”

“ 민식오빠 갑자기 청산별곡 후렴구는 왜 읊어요 ? ”

“ 그냥 , 저 산을 보자니 이 시구가 생각나서 - ”

“ 에이 - 아는 게 이것 밖에 없어서가 아니고 ? ”

서현이의 마지막 말에 난 잠시 몸을 움찔이며 뜨끔거렸다 .

내가 아는 싯구라곤 이것밖에 없는 걸 서현이는 어떻게 알았지 ? 

나는 정곡을 찌르는 그녀의 말에 대꾸대신 헛웃음을 지어내며 애를 써서 이 상황에서 다람쥐 같이 재빠르게 빠져나왔다 .

서현이 뿐만 아니라 다른 얘들과도 토크를 하며 재잘재잘 떠들어대다보니 , 눈 깜빡 할 새에 버스는 등산로 입구에 멈춰서있었고 

버스 가까이에 있는 통나무로 만들어진 안내소와 매점도 나의 한 눈에 보였다 .

나를 필두로 소녀들은 내 뒤를 뒤따라 오며 버스에서 내려왔고 ,

다른 등산객들의 눈으로는 마치 산으로 소풍 온 듯한 활기찬 새 나라의 새싹들이 등산을 하러 이 곳으로 온 것 처럼 보일 것이였다 .

난 그렇게 뚫어져다 쳐다보는 등산객들의 시선들을 애써 외면한 채 이 산의 정보에 대해 꽤 빼곡히 적혀있는 안내판을 향해 걸어가서 그 내용을 보았다 .

『 

                               만나산 ( 漫裸山 )

   

   높이 : 166 m ( 등산로 길이 : 2 . 5 km )

   소재지 : 부산광역시 동래구 (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산입니다 )

   만나산에서 볼 수 있는 만나2경 : 만나폭포 ( 漫裸瀑浦 ) , 만나사 ( 漫裸寺 ) 

   유래 : 만나산의 뜻은 질펀할 만 , 옷 벗을 나 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 예로부터 산 깊숙한 어딘가에서 은밀한 소리가 자주 들린다 하여

          여러 선조들이 토론을 통해 이름이 없는 이 무명의 산을 만나산이라고 칭하게 되었습니다 . 만나산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으며 , 마치 여자의 엉덩이의 모습같은 바위인 골반석에서 나오는 폭포수는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하고 장관인 모습이고

          여자 스님만 있다는 만나사 역시 이 만나산의 자랑입니다 .

                                                                                                                                                    』

‘ 뭐 .. 이런 산이 다 있어 .. ’

나는 다른 평범한 산들과는 색다른 안내판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당황감과 의구심을 느끼며 ,

발걸음을 다시 소녀들의 무리 쪽으로 옮기었다 . 소녀들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다들 정상을 정복하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겨있었다 .

오직 , 감기 때문에 열불나게 고생하고 있는 윤아는 빼고 말이다 .

“ 이제 등산하러 가보자 . 모두 출발 - 일단은 난 안전을 위해서 너네들 뒤를 뒤따르며 걸을게 . ”

“ 알았엉 , 응큼한 생각은 하지말도록 해 . ”

“ 으잇 , 그런 말이 지금 왜 나와 ? ”

“ 히힛 . 그냥 해본 소리였는데 걸려들었구만 . 얘들아 어서 빨리 등산하고 집에 가자 - 자 출발 .. !! ”

나는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자 발걸음을 멈춰서며 난 안전을 위해 너네들의 뒤를 뒤 따르며 걷겠다는 말을 하고 먼저 그녀들을 등산로로 올려 보냈다 .  

역시나 소녀들은 어젯밤에 좋은 호텔의 푹신한 침대에서 편안하게 쉬어서 인지 활기찬 표정을 지으며 재빠르게 계단을 깡총깡총 올라갔다 .

하지만 , 윤아는 아직 아파서 인지 몇 걸음도 안되서 힘든 숨결이 다 들릴만큼 크게 몰아쉬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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