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서른 한 번째 과외
“ Oh Oh Oh Oh - 빠를 사랑해 - ”
“ 우어어어어 - !!! ”
이것은 소리 있는 아우성 . 유치환의 ‘ 깃발 ’ 이라는 시 속에 존재하는 역설법 따윈 통하지 않는 이 곳은 ,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항구도시 , 대한민국 야구수도 , 갈매기와 사람들이 우글우글 거리는 이 곳은 부산이었다 .
내가 서울에는 없고 , 부산에 있는 이유는 일 때문에 온 것이고 여기서 소녀시대 노래가 들리는 이유는 이 곳에서 소녀시대 행사가 있기 때문이었고 ,
결국에 내가 부산에 있는 이유는 소녀시대 보조 매니저 아르바이트를 위해 여기 있는 것이다 .
역시 돈을 많이 벌고 있는 회사라서 그런지 아르바이트 비도 두둑하게 준다고 소문이 자자한 에스엠인 가 싶었다 .
소녀시대 애들도 내가 아르바이트를 뛰겠다고 하자 , 마치 준비라도 했다는 듯 이 행사의 보조매니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주었다 .
오늘부터 사흘동안에는 매니저 한 명이 휴가서를 내서 휴가를 하러갔기 때문에 자리가 잠시 비워있었고 , 그 자리를 내가 사흘동안을 채워준게 된 것이었다 .
나는 소녀시대 애들이 무대 위에서 열심히 노래를 끝마칠 때 까지 임시로 마련된 대기실을 가장한 천막 안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가만히 룰루랄라 손가락으로 손톱을 후벼파는 중이었다 .
// 휘릭 - //
누군가 천막의 문을 건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바람이 그저 지나가면서 천막을 때렸다곤 할 수 없는 소리였다 .
나는 손톱에 있는 손때를 없애다 말고 천막을 치는 듯한 소리의 근원이 있을만한 천막 입구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었다 .
“ 민식 오빠 안녀엉 - 헤헷 , 오랜만이야 - ”
“ 오빠 - 아안녕 .. ? ”
그 곳에는 설리와 크리스탈이 햇살보다 더 눈부시고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다 .
나도 풋풋한 냄새를 풍기는 두 명의 요조숙녀를 보고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
“ 설리하고 크리스탈 오랜만이네 ? , 왠일이야 - ? ”
“ 히힛 . 소시언냐들이랑 같이 지방행사 뛰거든 - ”
“ 그래 .. ? 잘 됐네 ? ”
“ 헤헷 - 그래서 엄청 조아 . ”
“ 왜 ? ”
“ 민식오빠랑 놀 수 있자나 - ”
“ 풋 , 요 귀여운 녀석 - ”
나는 앉아있던 의자에서 박차고 일어나며 그녀들을 보며 말을 건넸다 .
설리는 애교섞인 사랑스러운 눈웃음을 날리며 지방행사를 같이 뛰게 됐다고 말하며 내 팔에 달라붙으며 머리를 부비적 비벼댔다 .
난 그런 설리의 귀여운 모습에 샴푸향이 은은하게 흩날리는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
“ 크리스탈은 뭐해 ? 왜 이렇게 멀찌감치 떨어져서 그러고 있어 - ”
“ 아..아직은 오빠랑 별로 안 친한 것 같아서 .. ”
“ 뭐야 - 난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 너도 와서 설리처럼 팔짱껴 . 오빠가 같이 나가서 놀아줄게 . 스케줄 없지 ? ”
“ 마자 - 수정아 , 와서 나랑 같이 민식 오빠 팔에 팔짱 끼면서 움직이쟝 - 어서 - ”
“ 그 .. 그럴까 ? ”
크리스탈은 설리의 애교와 나의 요청에 잠시 망설이는 듯 하였으나 , 점점 내 오른 팔로 다가오더니 조심스럽게 자신의 왼팔을
나의 팔 사이로 집어넣었다 . 좌 설리 우 수정이라 내 몸이 하늘로 날라갈 듯 했다 .
이 풋풋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싱그러운 소녀들에게 내가 뭔들 못하리 . 나는 그녀들과 함께 찜통같은 천막에서 빠져 나왔다 .
지금이 시간이 4시 30분이고 , 소녀시대 애들이 노래하는 것은 30분정도 걸리니까 30분 동안은 소녀시대로부터는 자유로구만 .
“ 뭐하며 놀아줄까 - ? ”
“ 날씨가 푹 찌니깐 , 우리들을 위해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좀 사주라 - 수정아 너도 아이스크림 원하지 ? ”
“ 히힛 , 웅 - ”
놀아주려는 마음으로 그녀들과 해변가 주위를 맴도는 데 ,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
놀아주려다가 내 지갑에 있는 퇴계 이황 선생께서 내 곁을 떠나는 소리를 하다니 .
나는 두 소녀의 아이스크림을 사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황 선생 2 분을 내 손에서 놔드리기로 하고 ,
이것도 놀이의 일환이라며 나 혼자 자기최면을 걸어대었다 .
// 햘짝 - 햘짝 - //
혀를 낼름낼름 거리며 콘 위로 바벨탑같이 쌓인 아이스크림을 햝아먹는 두 여인을 보자니 입가엔 어느새 침이 고여간다 .
마음속으로 ‘ 아 .. 나도 먹을 걸 그랬나 .. ’ 했지만 , 이미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곳과는 거리가 이미 1분동안 뛰어도 못 갈 만큼 멀어져있었다 .
나는 뜨끈하다 못해 달구어진 모래사장에 덜썩 앉으며 엉덩이를 익혀댔다 .
나는 내 엉덩이를 노릇노릇 익혀가는 대신 어떻게든 덜 뜨겁게 두 소녀를 앉을 수 있게 하도록 주변에 깔 거라도 있나 둘러보았다 .
// 번뜩 - //
모래사장 구석구석을 샅샅이 고개를 돌려가며 둘러보는 그 순간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물체가 있었다 .
그것은 가볍다는 걸 몸소 바람에 흩날리며 웨이브 치는 것으로 보여주었고 , 강렬한 햇빛에 반사된 반사광이 내 쪽으로 세차게 비쳐져왔다 .
저것은 필시 슈퍼에서 3000~5000원에 파는 은색돗자리일지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정확히 바위 틈에 걸려 소리없는 아우성을 내던 돗자리를 손으로 집어들곤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햝아먹고 있는 소녀들의 곁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
“ 그렇게 서 있으면서 다리 아프다 하지 말고 , 방금 돗자리 깔았으니 앉아서 먹어 . ”
“ 오올 - 민식 오빠 매너 좋은데 ? ”
“ 고마워 - 오빠아 - ”
까칠까칠하고 만지면 손 데일듯한 모래사장 위에 임시방편 식으로 은광이 흩날리는 돗자리를 깔았다 .
설리와 크리스탈은 나의 매너있는 모습에 감탄하며 돗자리 위로 사뿐히 앉고는 잔잔하게 부서지는 파도를 감상하며 여전히 아이스크림을 혀로 햘짝거리며 먹고 있었다 .
근데 , 크리스탈은 내가 먹을 것을 사주었다고 이렇게 빨리 친해줄 수가 있나 . 수정이에게 이런 면모가 있었다니 .. 흠 . 기억해두겠어 .
“ 아이스크림은 맛있어 ? ”
“ 웅 무지무지 맛있엉 - ”
나는 설리와 크리스탈이 양 옆으로 앉자 자연스레 중앙에 앉았다 .
나는 앉자마자 곧바로 그녀들에게 아이스크림의 맛은 어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
설리가 입 안에서 아이스크림을 웅얼거리며 싱그러운 눈웃음과 살인적인 애교가 섞인 대답을 해주었다 .
나는 그녀들이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갈매기가 끼룩끼룩 거리는 부산의 아름다운 앞바다를 말 없이 쳐다보았다 .
“ 아 .. 맞다 ! 민식오빠 , 오빠는 왜 내가 건 전화 안받아 ? ”
“ 설리 네가 전화 언제 걸었어 .. ? ”
“ 나 , 어제 스케쥴 끝나고 오빠한테 전화했는 데 오빠는 끝까지 안 받더라 - 히잉 .. ”
“ 하핫 - 오빠가 미안해 . 몇 일전에 오빠 휴대폰이 불구상태가 되버렸거든 - 그래서 핸드폰을 사야되는 데 돈이 없어서 알바 뛰는 중이야 . ”
“ 그렇구나 - 그럼 나중에 핸드폰 사러갈 때 우리가 같이 가주까 ? 히힛 - ”
설리는 시원하고 아삭한 아이스크림을 콘까지 다 해치워 먹고난 뒤에 나에게 말을 걸었다 .
왜 자신의 전화를 안 받았냐며 나에게 약간의 불만을 터트리는 그녀 . 하지만 난 전화를 못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명확히 있는 터라
눈가를 찡그리며 실망의 눈빛을 보내고 있는 설리에게 못 받은 이유를 논리정연하게는 아니지만 깔끔하게 설명했다 .
그녀는 내가 이유를 대자 실망의 눈빛에서 다 이해한다는 너그러운 표정으로 바뀌며 나중에 핸드폰 사러 갈 때 같이 가자며 애교를 부려댔다 .
나는 설리같은 귀요미가 옆에서 눈웃음을 날리며 애교를 부려준다면 지루할 틈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는 흔쾌히 수락했다 .
“ 민식오빠 - ”
“ 수정아 , 왜 - ? ”
“ 나두 데리고 가줘 - ”
“ 당연히 부탁하면 설리랑 같이 데리고 다니지 - 근데 수정이 너도 애교 부리는 거 귀엽다 ?? ”
“ 오빠도 참 - 힛 . 몰랑 - ”
난 수정이의 어리광 섞인 애교를 들어가며 다시 한 번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그리고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팔을 들어 손목 시계를 한 번 힐끔 쳐다보았다 . 전자시계라서 그런 지 시간이 명확히 한 눈에 보였고 ,
디지털 숫자는 정확히 5 : 00 을 띄우며 깜빡거렸다 .
.. 응 ? 다섯시 ? 그럼 소시 무대 끝날 시간이잖아 .. ! 지금부터 뛰지 않으면 소녀시대 아이들에게 폭풍같은 잔소릴 들을게 뻔하니 어서 가야겠다 .
“ 수정아 , 설리야 . ”
“ 응 .. ? ”
“ 이제 , 대기실로 돌아가자 . 지금 안 돌아가서 농땡이 부린거 알면 나는 알바비 못 받을 것 같아 . ”
“ 알았엉 - 그럼 우리 먼저 갈게 . 푸훕 - 어서 뒤따라와 . 수정아 가쟈 - ”
// 쌔앵 - //
발에 날개라도 달린 듯이 나를 버리고 간 채 맹렬히 전력질주 하는 그녀들 .
아 , 나는 그녀들에게 낚시 당한 것인가 . 오천원짜리 돗자리고 뭐고 일단은 내 돈을 굳혀야되니까 여태까지 런닝머신에서 달린 솜씨좀 보여줘 볼까 ,
누구보다 빠르게 -
남들과는 다르게 -
나는 모래사장 위의 나그네 - 처럼 난 모래사장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바람처럼 달리었다 .
머리카락 끝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도록 뛰고나니 어느새 나의 눈 앞에는 아까 앉아서 손톱을 파는 곳이였던 대기실이 눈 앞에 훤히 드러났다 .
‘ 허어 .. 역시 나이를 먹으니까 , 몸이 예전같지는 않아 . 는 개뿔 , 어 ?! 설리하고 수정이는 어디있지 ? ’
숨이 가빠지며 대기실 앞에 들어서니 이제서야 나는 설리와 수정이보다 먼저 갈 꺼라는 바보같은 목표를 설정한 채 ,
그녀들을 가뿐히 제쳤지만 덕분에 그녀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 지 아웃 오브 안중인 나였다 .
아 , 내가 잊고있었구나 . 나는 소녀시대 보조매니저 뿐만 아니라 에프엑스 보조매니저 역할도 해야 된 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네 .
이건 마치 신봉선을 피하려다 박지선한테 걸린 듯한 기분이다 . 나는 어디선가 아르바이트 비 돈 봉투에서 세종대왕님 몇 분이 사라지는 소리가 들려온것 같았다 .
세종대왕님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 다시 설리와 수정이에게 달려가여 하는 걸까 . 라고 할 고민할 필요도 없이 나는 땀을 뻘뻘 흘림에 따라 ,
찐득찐득한 땀들이 면티에 적셔들어가며 기분이 으잌이 되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배춧잎 세이빙을 그녀들에게 광적인 속도로 스스로 거친숨과 효과음을 몰아가며
달려가는 돈에 미친 한 마리의 진돗개처럼 달려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