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화 (27/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스물 여섯 번째 과외 .

“ 잠깐 .. ! 내가 왜 너한테 팔목 잡히면서 까지 쟤 방에 가야 돼 ? ”

유리는 태연이 자신의 팔목을 꽉 잡고 민식의 방을 향해가자 손목을 위로 올려 태연의 손아귀에서 가볍게 벗어났다 .

가뜩이나 기분 안 좋은 상태인 유리가 태연마저도 이렇게 행동하는 걸 보니 점점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듯 했다 .

하지만 태연도 유리의 여태껏 성격을 보아 그녀가 민식한테 뭐라 심한 말을 했다고 예상해서 인지 그녀의 얼굴도 점점 화가 올라오는 듯

평소에 새하얗던 그녀의 얼굴색이 희붉은 낯빛으로 점점 변해가고 있었다 .

일단 태연은 유리와의 말싸움에서 한 발 물러서고 자기 혼자 민식의 방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

막상 그의 방에 들어가보니 보이는 거라곤 적나라하게 두 동강 난 기타와 그것을 멍하니 넋이라도 잃은 사람처럼 쳐다보는 민식만이 보였다 .

그렇게 굳어있는 모습을 본 태연은 마침내 참아왔던 화가 결국 폭발했는 지 거실로 달려가 유리에게 따지듯 말했다 .

“ 네가 민식이 기타 부셨잖아 . 그러니까 민식이한테 가서 사과해 . ”

“ 계속 사과했는 데 사람 무시하듯이 안 받아주잖아 . 그런 속 좁은 얘한테 뭐하러 사과해 . 그리고 너 민식이 애인이라도 됬다는 양으로 말한다 ?  ”

“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 그리고 .. ! 하아 .. 지금은 너랑 말이 안통한다 . 나중에 얘기하자 . ”

태연은 지금의 화난 상태를 유지한 채 그녀에게 단호한 말투로 말했지만 , 오히려 자신에게 더 화를 내고 민식을 비아냥거리자 

그녀는 지금은 대화가 좋게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걸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알아차리고 할 수 없이 별 소득없는 상태로 

민식의 집에서 나가 자신의 숙소로 향했다 . 그리고 태연이가 유리와 잠깐 동안의 말 다툼으로 나가자 , 이윽고 나머지 멤버도 그녀를 따라 나갔고

유리도 똑같이 따라나갔다 .

.

.

.

몇일 후 .

“ 아아 .. 덥다 . 6월 밖에 안되었는 데 밖은 이렇게 후끈후끈하다니 . 지구 멸망의 조짐이려나 . ”

난 유독 더위에만 약하다 . 그래서 여름이 싫은데 , 6월이 시작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한 층 더 따가워진 햇살이 

내 이마를 강렬히 때리곤 유유히 지나간다 . 더군다나 별 효과 없이 팔운동만 되는 손 부채질을 함에 따라 땀은 더욱 더 삐질삐질 내 살결을 타고 흘러내리며

그 흔적을 남기었다 . 그리고 도로를 덥히고 올라가는 강력한 열기에 난 활기찬 도심 속에서 후끈함을 직접 피부로 와닿으며 느껴갔다 .

그리고 오늘 부로 모든 학과들의 기말 시험이 끝남에 따라 본격적인 기나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

벌써 세 번째로 맞이하는 대학생으로서의 방학 . 2년전의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은 뭐 한 것도 없이 허무하게 보내서 , 이번에는 다양한 경험을 해볼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지만 매섭게 내 뺨을 스치는 여름의 따뜻한 바람에 잠시 그 생각은 내 머릿 속 어딘가에 묻어뒀다 .

// 뚜벅 - //

오늘은 지구 사랑과 에너지 절약이라는 흔하디 흔한 신념을 가진 채로 몸이 편해지는 엘레베이터를 타는 대신 

힘들면서도 건강을 위해 계단을 한 걸음 씩 내딛으며 올라갔다 .

한 층 한 층 올라갈 때 마다 내 다리에는 피곤이 배로 축적되었다 .

나의 표정은 누가 봐도 ' 이 녀석 보통 힘든 게 아니구나 . ' 라고 할 정도로 무척이나 일그러진 표정으로 아직 목적지까지 두 개의 층이

남은 계단 마흔 개를 부지런히 뚜벅뚜벅 걸어 올라가야했다 .

-

-

-

유리 .

“ 애들도 다 스케줄 뛰러가서 남는 건 시간 뿐이네 . 하암 - 심심해 . 바깥 구경이나 해야겠다 . ”

재밌는 그림상자라 불리는 TV 안의 있는 프로그램도 벌써 4시간 째 시청중이다 .

하도 많이 봐서 이젠 이골이 날 지경이고 몸은 점점 어둠에 있어서 그런 지 따스한 햇빛을 바란 다는 듯 닭살이 해가 있는 동쪽을 향해 돋았다 .

하아 .. 어쩔 수 없이 잠시 따가운 햇빛이라도 쐴까 . 라는 생각을 잠시 하며 숙소를 나가는 현관문의 손잡이를 내 쪽으로 바짝 당겼다 .

// 덜컥 - //

“ 엇 ? ”

“ ... ?! ”

지루함을 떨치려고 밖에 나왔더니만 , 이게 웬 걸 . 얼마전에 나랑 육체적 갈등을 일으키진 않았지만 침묵적 언쟁을 벌이신 김민식 께서

직접 우리 집 현관 앞으로 납시었다 . 뭐 , 자기 집도 건너편이니 제 집에 들어가려 할 때 마주친 것도 있겠지만 지금 민식이가 취한 자세는 

잠시동안 망설이고 우리 숙소의 초인종을 누르려다가 내가 문을 여니 당황해서인지 짧게 소리를 내뱉었다 .

“ 애꿎은 우리 숙소 초인종은 왜 누를려고 .. ? ”

“ 저 .. 그게 . ”

나는 더 이상 그의 말을 듣기 싫어서 매몰차게 열린 문을 굳게 닫았다 .

한 동안 내 귀가 따가울 만큼 문 두드리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렸지만 , 몇 분 뒤엔 잠잠해졌다 .

그리고 다시 몇 초 뒤에 나의 모든 것을 흠칫하게 하는 그의 한 마디에 난 잠시 망설였다 .

-

-

-

민식 .

// 끼익 - 콰앙 ! //

그녀는 나의 말을 끝까지 안 듣고 힘을 꽉 준듯 매몰차게 문을 닫았다 .

난 사람을 무시하는 그녀의 거지같은 태도에 대해 살짝 화가 나는 것이 있었지만 , 아침에 받은 태연이의 ' 유리 혼자 스케쥴 비니까 ,

 오늘은 서로 화해해 . ' 라는 화해를 부추기는 내용의 문자를 보고난 뒤론 애써 참았다 .

// 똑똑똑 - //

“ 유리야 ! 문 좀 열어봐 할 말이 있어 ! ”

“ ... ”

난 화해를 하기 위해 안에는 유리 밖에 있지 않은 철옹성 같은 문을 꽤나 오랫동안 열심히 두드려대었다 .

그렇다고 쉽사리 열리기는 커녕 , 오히려 또 다른 잠금장치를 가동시키는 소리가 내 귓가를 때렸다 .

아 . 몇 일이 자나도 여자의 마음을 푸는 것은 역시나 열쇠로 자물쇠를 여는 것 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몇 분 더 문을 치는 주먹이 아려오며 달아오를 때 까지 두드렸다 . 

하지만 그녀가 있는 문은 결국 열리지 않았다 .

“ 권유리 ! 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 소시 애들이랑 같이 어디 놀러 갈 때도 너만 무시하며 행동하고 , 네가 하는 모든 행동 다 받아 주지 않을거야 .

   그러니까 일단 이 문좀 열어봐 . 그래야 너한테 못되게 말하고 행동한거 사과할 수 있을 거 아냐 !! ”

“ ... ”

  

아무리 두드려도 절대로 열리지 않는 문에다가 노크는 포기하고 , 할 수 없이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그녀에게 마지막 기회를 줄 만한 발언을 내뱉었다 .

그러나 내가 그런 식으로 단호하고 용서를 구하는 말을 해도 대화가 단절된 듯한 그 문은 끝내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

// 철컥 - 끼익 .. //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미련한 착각이였을까 ..  아까까지만 해도 철옹성처럼 굳게 닫혀 열릴 생각도 하지 않던 문이 나의 단호한 말 한마디에

마치 성이 함락된 듯이 그렇게 쉽게 열리는 문이라니 .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끈기있게 노크하지 말고 , 몇 번 노크 하다가 저렇게 말 한 번 꺼낼걸 ..

“ 일단 들어갈게 . 들어가서 정식으로 사과할게 . ”

“ ... ”

나는 그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흩날리는 검은 머릿결의 간단한 무 ( 舞 ) 를 보고는 잠시 탄성을 자아냈지만 , 

이윽고 정신과 매무새를 가다듬곤 그녀가 팔짱을 끼고 무표정을 지으며 대쪽같이 곧게 서 있는 현관의 바로 앞인 신발장에서

발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 

“ 진심으로 사과할게 . 내가 무례하게 군 거 용서해줘 . ”

“ ... ”

속에서 나의 진심을 끌어올리며 도도한 자세로 끝까지 나를 있는 척도 안하는 무시의 태도로 대하는 그녀의

한기어린 눈망울을 쳐다보며 말했다 . 하지만 나의 진지한 태도로 말하는 모습과는 달리 그녀는 몸소 나에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 마이동풍 ( 馬耳東風 ) ’ 의 태도를 보이는 바람에 , 애써 정리된 나의 감정은 짖궃은 장난기를 가진 아이가 어지럽히 만들어 놓은 퍼즐 조각처럼 어긋났다 . 

나는 그 혼란스러움에 잠시 어찌할 바를 몰랐고 곧 이 혼란은 나의 머릿 속 감정의 공간에서 진붉은 빛을 지닌 ' 화 ( 火 ) ' 로 급히 전환되었다 .

“ 사람이 진지하게 용서를 구했으면 대답좀 해줘 . 그렇게 벙어리처럼 침묵을 유지하면 난 뭐가 되니 ? 네가 계속 그런 식으로 군다면 ,

   난 너한테 무시당하고 희롱당하는거야 ! 결국엔 너의 그 마이동풍 같은 태도 때문에 나는 그냥 말해봤자 아무 쓸모없는 무생물 , 잉여인간 , 병신이 되는거야 .

   그러니까 사람 뻘쭘하게 하지 말고 대답좀 해달라고 !!! ”

난 그녀의 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내뿜으며 기나긴 문장을 뱉어냈다 .

처음엔 진지하게 말하려 했으나 , 점점 그 혼란은 가증되가고 분노로 전환되는 바람에 결국엔 거의 끝 부분에는

분노어린 말투로 그녀에게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 

점점 그 분노는 나 스스로를 ' 무생물 , 잉여인간 , 병신 ' 이라고 칭하면서까지 나를 자학시키게 하였고 ,

끄끝내 22년 동안의 삶 중 최고의 분노를 ' 유리 ' 라는 여인에게 발산했다 .

// 뚝 - 뚝 - //

나의 폭풍같은 분노의 말이 지나간 후 , 그녀는 고개를 숙이더니 한 떨기의 슬픈 애수의 눈물을 한 방울 바닥으로 천천히 떨어트렸다 .

눈물은 눈 ( 雪 )이 소복히 쌓일 만한 미 ( 美 ) 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기다란 눈꺼풀을 벗어나 허공으로 추락하며 충돌음을 내는 그녀의 반응에

나는 깜짝 놀라며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선 바보같이 멍하니 그녀의 슬픈 모습을 지켜보았다 .

그리고 나의 진한 분노는 그녀의 갑작스런 눈물로 인해 수면위의 물결파처럼 잔잔히 여운을 남기며 사그라졌다 .     

// 쓰윽 - //

“ 흐윽 .. 민식아 .. ”

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나지막히 나를 불렀다 .

나는 잔잔히 사라지고 있는 분노감을 스스로 억제하며 그녀의 매혹스러운 입술에 시선을 주목했다 .

“ 흐윽 .. 화내지마 .. 네가 화내니까 나 무서워 .. 그리고 미안해 .. ”

“ 왜 미안해 . 미안해야 할 건 난데 . ”

“ 흐흑 - 네가 좋아서 일부러 더 못되게 굴었어 .. 진짜 미안해 .. ”

“ 뭐 .. 뭐라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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