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2/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열 한 번째 과외

“ 별 일 아니긴 ! 니 표정이 그렇게 안 말해 ! , 도대체 무슨일이야 !! (핸드폰을 본다) 으이구 - !! 이 바보야 ! 리포트 안 쓴거야?! ”

“ 그게 ... 나도 살짝 잊고 있었어 ... 괜찮아 -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니깐 - ”

“ 혼자 해결할 수 있긴!! 으이구 - 내가 못 살아 - ”

// 쫘악 - //

‘ 아야 ... ’

그녀는 나의 핸드폰을 보고는 즉시 ' 으이구 , 이 놈의 멍청이 ' 라는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나의 등짝을 시원하게 그녀의 손바닥으로 갈기었다.

나는 그녀가 주는 따가움의 선물에 , 밖으로는 소리 지르지 못하고 마음 속으로만 소리를 질러 댈 뿐이었다.

사실 ... 나도 그 리포트에 대해 걱정이다 ... 진짜 어떡하지 .. ?

“ 원장 쌤 - 저희는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얼른 가볼께요 - , 가자 민식아 . ”

그녀는 나의 넓찍한 등을 살포시 두드리며 말했다.

그녀의 행동에 난 원장님에게 꾸벅 인사를 한 다음 , 학원 문을 열고선 빠져나갔다.

.

.

.

“ 태연아 . 걱정마 - 괜찮을거야. ”

“ 하아... 너 때문에 내가 못 살아 - , 어쨌든 혼자서 잘해봐 . ”

“ 힛 - 알았어. 잘 가 - ”

난 내 문제를 걱정해주는 그녀를 보고선 , 참 고마운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서 끌어 올라왔다.

하지만 . 언제나 그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는 법 .

아쉽게 그녀를 보내곤 , 난 거실에 배치된 작은 책상 위에서 미니멀한 노트북을 켠 뒤 한글 프로그램까지 켰다.

난 핸드폰을 다시 켜 지 지난주 문자로 왔었던 이번 리포트의 주제를 살펴보았다.

젠장 - , 그녀들의 도움을 안 받으려 했는 데 -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잖아.

하필 주제가 왜 " 연예인 " 이냐고 ... 어쩔 수 없지 .. 나의 학점을 위해서라도 그녀들에게 인터뷰를 하는 수 밖에.

// 뚜우 - 뚜우 - 뚜우 //

“ 여보세요 - ”

“ 태연아... 미안한데 , 나 또 니네 숙소좀 들려야 할 것 같아 . ”

“ 왜 ? 뭔 일 있어? ”

“ 리포트 쓰려 하는 데 하필이면 주제가 연예인이라서 ... ”

“ 으잉? 뭐라고 연예인 ?! , 운도 좋네 - 히힛 . 그럼 잠시 기다려 애들한테 말해볼게. ”

“ 응 .. 그럼 고맙고 - ”

그러고선 전화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뚝 - 하고 끊겨져 버렸다.

어서 글을 써달라는 커서의 깜빡임만이 지금 나의 초조함을 대신 말해주고 있다.

테이블 앞에 앉아서 멍하니 노트북과 핸드폰을 번갈아 쳐다보는 나 .

분명히 영문과인데 , 나의 본질은 영문과도 국문과도 아닌 그냥 문과 하위권인 것 같다.

교양 과목만 아니었으면 대학 학점도 수비수 ( D E F ) 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지 . 그나마 교양과목이 ( B ) 인게 다행인거겠지?

“ 네가 아니면 안돼 - 너 없이 난 안돼 - ”

멍하니 바보처럼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커서를 보고 있던 나는 ,

책상 위에서 진동을 내며 예성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터치폰의 통화버튼을 가볍게 터치하고는 가볍게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그 터치폰을 내 귀에 살포시 갔다 대었다.

“ 민식아 - 다행히도 얘들이 허락했어 - 오 분만 기다렸다가 들어오렴 , 우리도 일단 프라이버시가 있으니깐 . 호호- ”

“ 진짜?! 일단 들어갈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무척이나 좋은 것 같은데 . 오 분쯤이야 뭐 그냥 기다려 줄 수 있지 . 근데 뭔 프라이버시 ? ”

“ 호호 . 그건 비밀 , 일단 끊는다 . 5분 뒤에 와 - 무조건 5분 뒤 ! ”

“ 5분 뒤는 금방이라니..ㄲ.. ”

// 뚝 - //

“ 여보세요? ”

아 - 또 그녀가 먼저 통화종료버튼을 눌렀나보다 . 빨간 전화기 그림의 그 버튼 ...

이번엔 내가 먼저 끌려고 했는 데 , 이런 거에 목숨 걸어봤자 뭐하겠어?

일단 , 인터뷰 차 소녀시대 숙소를 입성하는 거니깐 어느정도 매너있게 차려입고는 가야겠지 .

// 끼이익- //

오랜만에 옷장 한 번 열어봤는 데 , 마치 옷장을 수 백년동안 안 열어봐서 골동품이 된 듯한 문 여는 소리가 난다.

분명히 오늘 아침에도 옷장 문을 연 것 같았는 데 ... 이 소리는 언제나 변함 없이 이런 소리가 나고있다.

나는 입고 있던 박스 반팔 티를 가볍게 벗고는 , 공적 일정이 있을 때 입는 와이셔츠가 아닌 어디 여가생활 즐길 때 입는 와이셔츠 ( 남방 ) 을

내 얇디 얇은 몸뚱아리에 두르듯이 입은 다음 , 바지도 좀 조여서 다리 라인이 돋보이는 스키니진을 용기내어 슬그머니 입어보았다. 

흠 ... 나름대로 괜찮군 - 옷 입느라 시간도 오 분넘게 지체 되었으니 이제 가볼까.

// 철컥 - 탕 - //

// 뚜벅 뚜벅 - //

// 똑똑 - //

“ 민식오빠 잠깐만 기달려 !! , 아직 준비가 안 됬거든 헤헤 - ”

문이 완전히 굳게 잠긴 금남 구역인 소녀시대 숙소 안에서 간간하게 윤아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 태연아 , 5 분이면 충분하다믄서 .. 왜 거짓말 쳤니 . 알겠어 - 이해할게 . 근데 밤이라서 그런지 많이 쌀쌀하다 태연아 . ’

난 속으로 그녀를 가볍게 원망했다 . 왜냐하면 그녀가 오 분이면 충분하다고 했기 때문에 ...

하지만 지금 안에서 밖으로 투과되어 들리는 그녀들의 음성을 듣자면 , 족히 십 오분은 걸릴 것 같다.

근데 . 어느샌가 미치도록 쌀쌀한 달빛의 은은한 기운이 내 몸을 감싸쥐어간다. 

따뜻한 햇빛이 아닌 차가운 달빛이 말이다. 원래 시에선 , 달빛은 주로 차가운 이미지를 함축하고 있지... 

아니 ,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날씨가 추워서 내가 스스로 줄을 놓기라도 한 건가. 갑자기 왜 유익하지도 않은 국어 강의를 하고 앉아 있는 건지 원 -

.

.

.

// 덜컥 - //

“ 헤헤. 미안해 - 오래 기다렸지? ”

“ 괜찮아 . 좀 기다린 거니깐 . ”

드디어 철옹성 같던 그녀들의 숙소가 열리었다.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이라도 하듯 , 태연이가 고개를 ‘ 쑥 ’ 내밀고 미안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은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나는 대인배라서 그런 기다림 같은 건 쿨하게 이해해준다 . 앗 - 자꾸 내가 뭐라는 거야 .

“ 좀 오래 기다리게 했는 데 미안 - . 사실은 깨끗이 청소된 방은 파니 방밖에 없어 - 미안하지만 일단 파니 방에 들어가 있어 . 금방 청소하고 나서 거실로 부를 테니깐 . 파니랑 수다좀 떨고 있으렴 - ”

그녀가 나를 꽤 큐트한 핑크색이 주를 이룬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거기엔 ‘ 여긴 티파니 방입니다 ’라고 외치는 것 같은 , 티파니의 브로마이드가 이곳 저곳 코르크판 압정에 의지하며 벽에 딱 붙어있고 ,

아기자기한 화장용품들과 미니멀하면서 앤티크한 분홍 빛 화장대가 문 바로 옆에 위치해있었다.

내가 그 곳에서 입성하자마자 거실에서 키가 작아 보이는 한 숙녀가 이 쪽으로 급하게 뛰어오더니 급하게 말을 했다.

“ 어?! 거기 들어가면 안 돼엣 !!! - ”

아직 입성하지도 않았는 데 , 급하게 뛰어 와서 그런 지 그 작은 키와 대비되는 길쭉한 팔을 뻗어 자신의 방을 , 그녀는 귀엽게 나의 입성을 막았다.

숙소에 하룻동안 계속 있어서 그런 지 그녀는 나 처럼 차려입지 않고 가볍고 수수한 쉬폰룩 계통의 옷을 입고 있었다 . 그리고 그녀의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정리해주는 귀여운 토끼 머리핀까지 내 눈에 보인다.

“ 파니야 . 들어가면 안 되는 거였어 ? , 태연이가 청소하고 있으니까 청소가 이미 된 줄 알았는 데 .. ”

“ 청소가 된 건 다 된 것이 마자 !! 근데 , 아직 정리할 게 남아있어 . ”

“ 정리할 거 ? 없어 보이는 데 ... ”

난 그렇게 말하면서 티파니가 막고 있는 그녀만의 방을 살짝 눈으로 흘기며 둘러보았다.

‘ 청소할 게 뭐 있다고 ... 청소할 거라곤 침대 위에 널부러진 빨간 브래지어 밖에 없네 ..... 뭐시라? 브래지어 ?! ’

그 귀여운 핑크색 침구세트에 자극적이고 색(色)한 적색 브래지어가 있을 줄이야.

난 코에서 분비되는 적색 덩어리의 물줄기가 금방이라도 바깥세상을 구경하려는 기세를 가까스로 얼굴이 빨개지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내 얼굴이 빨개지자 , 파니도 자신이 감추려고 했던 것을 들켰는 지 그녀도 얼굴을 붉히면서 속옷을 집어 화장실로 향했다.

참 ... 오랜만에 만남이 참으로 부끄럽게 임팩트 있는 만남이네 그려 ...

난 속으로 부끄러운 느낌이 들어 , 이유없는 헛기침을 계속 내뱉었다 .

“ 아직도 청소 안끝났어 ? ”

“ 눈으로 안보여?! 아직 많이 남았으니깐 기달려 !! ”

이 매몰차게 몰려오는 부끄럼을 없애기 위해 재촉이 섞인 짧은 질문을 던졌으나 ,

돌아오는 건 금빛 머릿결을 가진 제시카의 대꾸뿐이었다 . 그것도 영하 10도의 정색 대꾸 -

차가운 대꾸인데도 불구하고 모순적으로 그녀의 대꾸에 내 얼굴은 더욱 더 열기가 가득 차고 있는 듯 했다.

“ 이제 ... 들어와도 괜차나 ..! 너무 서 있기만 하면 다리 아프니까 . 좀 여기 안자있어 - ”

“ 아깐 미안 . ”

“ 히힛 , 아냐 - 내 책임인걸 뭐 - ”

티파니는 내가 계속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좀 그랬는 지 , 다시 내 앞에 나타나서 먼저 방에 들어선 뒤 .

나를 잇따라 방에 들어오도록 허락했다 . 난 그래도 미안함에 사과를 했고 , 그녀는 가볍게 귀염 구십 구 퍼센트의 귀염미소를 짓고는 내게 다시 말했다.

아 , 그녀의 귀여움에 말려들면 안되는 데 . . 내겐 아직 태연이가 있는 데 - 난 이럼 안되는 데 -

“ 근데 , 어쩌다가 태연이랑 그렇게 친해질 수 이써? 어느새 보니까 전화까지 하는 사이더라? ”

“ ( 뜨끔 ) ... 뭐 , 빨리 친해질 수도 있지 . 사람마다 각각 다른거야 . 너랑 나도 친하잖아 . ”

“ 그래도 . 그냥 친한 정도가 아니던데? 태연이 .. 남자한테는 애교 잘 안 부리는 앤데 ... 방송 빼고는 .. ”

그녀는 어눌한 말투로 꽤 날카롭게 나에게 질문의 화살을 내리 꽂았다 . 

나에게는 정말 아이러니하고 모순적인 상황이지만 , 그렇다고 파니가 바보같다는 성격은 아니고 ...

정말 그녀의 질문에 난 의외로 당황을 미처 감추지 못하고 , 손을 뒤로 깍지를 끼며 기지개를 펴듯이 대답을 했다. 대충 둘러대긴 했지만 . 진짜 빈 틈이 많은 대답을 한 것 같아 .

“ 근데 너 분홍색이 네가 좋아하는 색이야 ? 죄다 분홍색으로 도배했네 . ”

“ 응 ! 내가 분홍색을 쫌 마니 쪼아하는 편이야 - 헤헷 . ”

그녀는 나의 화제를 돌리려는 목적을 가진 질문에 걸려들며 대답을 했다.

근데 대답할 때 , 혀부자인지 짧은 소리를 내면서 마지막에 살인애교가 섞인 눈 웃음과 혀 내밀기를 나에게 시전했다.

오랜만에 , 태연이 이후로 나의 심장이 " 쿵쾅 쿵쾅 " 뛰는 것을 느꼈다 .

태연이가 바로 옆 방에서 청소하고 있는 데 , 난 파니에게 이런 감정을 가지다니 ...

그리고 상황을 보아하니 , 태연이는 아직 나랑 사귀고 있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소녀시대 애들이 나에게 그런 말을 안 꺼내는 걸로 봐서는 .

난 계속 태연이만 생각 하려는 데 , 적색 빛의 속옷과 그녀의 살인적인 애교가 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

어느새 내 머리는 내 눈 앞에 있는 파니가 반을 먹고 들어 앉아있었다.

진짜 이럼 안되는 데 . . . 김민식 , 너 진짜 파니한테 왜 이런 감정 느끼는 거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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