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다섯 번째 과외
“ 여보세요 - ? ”
〔 우리, 이번 활동 끝났다 - 기분 좋앜 - 꺄하- 〕
이번에도 태연이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긴장 없이 기분 좋은 목소리였다.
태연이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으니, 나도 자연스럽게 기분이 좋아 지는 것 같았다.
“ 그래? 축하해- 앞으로 좀 쉴 수 있겠네? ”
〔 웅, 히히- , 그래서 나 오늘, 애들 몰래 네 집에 놀려갈려구- 헤헤. 〕
응 그래.... , 자.. 잠깐 뭐.. 뭐뭣이?!
우리 집에 놀러 온다고? 그것도 멤버들 몰래..?
“ 멤버들 몰래? 지금 옆에 멤버들 있지 않아? ”
〔 아니야, 난 뮤지컬 때문에 지금 뮤지컬 연습하러 나와있고, 애들은 방송 스케쥴 때문에 와도 새벽 쯤에 와- 〕
“ 너도 뮤지컬 때문에 늦게 끝나지 않아? ”
〔 이미 끝난 뒤라서 전화한거거든요? 지금 아홉 시니까, 아홉 시 반이면 네 집에 도착하겠네. 호호, 금방 갈-게- 〕
“ 이.. 이봐, 태.. 태연아, 난 아직 허락을 하지 안ㅎ... ”
〔 뚜우욱 . 〕
나는 말을 마저 하지 못하고, 태연이에 의해 끊긴 전화기를 한 동안 쳐다보았다.
그리고 한 동안 쳐다보면서, 한 동안 서있었다.
태연이가 늦은 밤에 혼자 내 집에 오려고 하고 있다니, 그것도 다른 멤버와 동행하는 것이 아닌 혼자서,
난 알 수 없는 곳에서 나오는 오묘하고 이상한 느낌에, 형광등이 비춰서 환한 넓다란 거실의 소파에 또 다시 쭈그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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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소녀시대 태연 아니세요? ”
이 곳은 강남구 압구정동 어딘 가에 위치한 한 조그만 편의점.
' 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에요 ' 라고 간접적으로 알리는 것 처럼 , 아르바이트생이 편의점 조끼를 입고는
과자 코너 주위를 서성거리는 화장이 진해보이는 여자에게 물었다.
그녀는 아르바이트생의 질문에 꽤나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재빠르게 과자 몇 봉지와 청록빛이 감도는 병 두 병을 집고는
고개를 숙이며, 계산대 위에다 그 물품들을 올려놓았다.
“ 얼른 계산해주세요 ;; ”
“ 소녀시대 태연 맞죠? , 싸인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
“ 네 ... ”
그녀는 마지못해 아르바이트생의 질문에 대답을 했고, 아르바이트생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아무것도 써져 있지 않은 A4 용지 하나와 네임펜 하나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자신의 특이한 싸인을 하고 난 뒤, 계산을 끝내고 재빠르게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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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 ”
태연이와 통화한 지 어언 이십 분째, 나는 지금 태연이의 의미심장한 말로 인해 아직까지도 전화기를 든 채 서 있었다.
그래서인지, 마치 아무도 없이 쥐 죽은 듯한 정적도 벌써 이십 분 째, 이 정적을 깰려면 십 분뒤 올 것으로 예상되는
태연이의 노크하는 소리 밖에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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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똑, 야! 김민식 문 열어! ”
아직 30분이 되지도 않았는 데 , 현관에서 누군가가 급하게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 드디어 길다고 하면 긴 정적의 시간을 깨고서,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나도 문을 덜컥 열었다.
문을 열고 나니, TV에 나왔던 머리와 화장 그대로의 태연이 있었다. 역시 화장은 숙소에서 지우는 건가?
“ 결국엔.... 왔구나... ”
“ 히히- ”
태연은 나의 말에 싱글벙글 웃음을 지으며, 한 손으로 들고 있는 검은 비닐 속 청빛 병 두 병을 흔들었다.
대충 저것이 뭔 지는 나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안주로 보이는 과자들이 청색 병 옆에 뒤섞여져 놓여있었다.
이사가기 전에 술을 엄청나게 마셔서, 아직도 힘든데 또 술인가요.
‘ 그래도 놀러왔으니, 돌려보낼 수는 없겠지. 내가 금남의 숙소를 침입해봤으니 .. ’
“ 들어와. ”
나는 문을 끝까지 다 연 채로, 몸을 문 쪽으로 기대 태연이 내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해주었다.
태연이가 현관에 들어서야, 난 열려 있던 문을 , 나의 긴 팔을 이용해 잡고선 큰 소리가 안나게 조용히 닫았다.
“ 와- 혼자 사는 남자 집엔 처음 와 보는데, 안은 우리 숙소랑 구조와 가구 배치가 거의 비슷 비슷하잖아- ”
태연이 우리 집에 입성하자마자 제일 먼저 꺼낸 말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엔 , 그냥 구조만 얼추 비슷할 뿐, 가구 배치는 좀.. 좀 많이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 으잇, 요것두. 저것두. 쩌어어어기- 있는 것도, 다 우리 숙소에 있는 건데. ”
태연이는 차례대로 손가락으로 TV , 전화기 , 냉장고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웃길려고 한 행동은 아니겠지? 태연아..?
“ 완전 숙소 판박이잖아, 여기 있는 모든 게 우리 숙소에 있는 거잔... ”
미끌-
“ 어? ”
태연이는 내 집 이 곳 저 곳을 둘러보며 모든 집에는 있을 법한 가구들을 하나 둘 씩 가리키며
여기가 소녀시대 제 2의 숙소가 아니냐며 뻔뻔한 표정으로 우기고 있을 때,
내가 방을 잘 닦아서 인 지, 아니면 태연이 발이 미끄러운 지, 마치 물 이나 바나나 껍질이라도 밟은 것처럼 태연이는 그대로 우리 집 거실 바닥에 넘어질 기세였다.
바닥에 넘어지면 , 이건 장판이 아니라서 아픈 정도가 보통이 아닐 텐 데.. 아무리 카펫이 있다 해도 그 밑은 대리석이라서..
텁-
난 차가운 대리석 거실 바닥과 교감을 시도하려는 태연이의 등을 급히 팔로 감쌌다.
그냥 손으로 받치면 되지만, 손으로 받치기엔 애매한 자세라서, 황급히 태연을 감쌌는데...
내가 등을 감싸자, 태연이는 어린 애처럼 놀란 표정으로 눈을 떴다, 그러고는 원래의 표정을 취하더니 서서히 얼굴이 발그레 해졌다.
‘ 등을 감싸준게 그렇게 볼이 발개질 정돈가? 아니면 태연이 순수한거야. 일단 후자는 아닐 듯 하고... ’
얼굴이 발그레진 태연의 표정을 보고 반응을 보이는 내 생각들이었다.
난 생각을 잠깐 하고는 태연을 감쌌던 팔을 스르르 풀었다. 팔을 풀고난 뒤에도, 여전히 태연의 뺨은 진홍색의 향연이었다.
난 그런 태연을 보며 뻘쭘한 표정을 취하며, 태연이가 사가지고 온 검은 봉지 안 먹을 것들과 마실 것들을 하나 둘 씩 꺼내 식탁 위로 올렸다.
다 꺼내고 나니, 포테이토 칩 한 봉지 - 새우깡 한 봉지 - 칸쵸 한 봉지- 프링글스 한 통. 그리고 최근 이효리에서 유이로 광고모델이 바뀐 처음처럼 두 병.
난 태연이를 식탁 의자로 안내하고, 주방 수납장에서 손님용 소주 잔 2개를 꺼내 식탁에다 올려두었다.
태연이는 내가 꺼내두었던 과자봉지의 가운데를 뜯어 식탁위에 펼쳐놓았고 , 처음처럼 한 병을 옆에 있는 병마개로 마개를 땄다.
쪼르르르-
일단 레이디 퍼스트랍시고, 나는 소주병을 들어 태연이 앞에 놓여진 소주잔에 맑은 빛의 소주를 조심스럽게 따랐다.
그러고는 내 잔에다가도 소주를 따르려 하는데...
“ 잠깐 !! , 이번엔 내가 네 잔에 따라야지 - ”
그녀는 내가 들고 있던 소주병을 확 낚아채고는, 나처럼 잔에다가 소주를 쪼르르 소리 내며 따랐다.
난 태연이가 술을 다 따라주자, 맑은 액체가 가득 담긴 잔을 들었다.
챙-
어느 음식점이나 두 명이상이 술이나 음료를 마시면 들려오는 건배하는 소리-
태연이와 나는 그 건배하는 소리를 식탁 위 과자를 안주 삼아 잔을 부딪혔다.
그리고는 단번에 원 샷.
“ 캬아- 취한다 취해- , 민식아 우리 진실게임 할까? ”
“ 친해진 지 이틀밖에 안됬는데, 뭔 진실게임. ”
“ 흥, 엠티에서는 다 하거든요 - ”
“ 알았어... 그래... 심각한 질문만 아니면 되니깐... ”
“ 자... 그럼..! ”
데구르르-
태연이 자신의 손으로 빈 소주병 하나를 집고는 식탁에 올려놓고 빠르게 돌렸다.
그 소주병은 빙그르르 어지럽게 돌더니 결국엔 내 앞에서 멈추고 말았다.
.... 이런 젠장.
“ 히히히- 네가 걸렸네- 잠시만 질문 좀 생각하고- ”
태연이는 내 앞으로 병의 입구 부분이 향하자, 꼬마같은 웃음을 짓고는 긴 검지를 턱에 대고,
나한테 할 질문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질문을 하려고...
“ 이건 진실게임이니까, 진실로 대답해. ”
“ 알았어, 심각한 것만 아니면 되니까, 내가 무슨 어린 애야? ”
그녀는 무언가 질문 하려는 지 , 잠시 망설이는 태도를 보였다.
그녀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입술을 떼며 말했다.
“ 너.... 나 어때? ”
" .... ! ”
태연이는 단 네 글자만 내뱉으며 내게 질문을 했다.
난 그 세 마디의 질문에 한 동안 말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멈춰있었다.
태연이는 그 질문이 사뭇 진지한 질문인 듯, 나를 그윽하게 쳐다보았다.
“ 진실게임이니깐 말하는 거지만, 널 처음 엘레베이터에서 봤을 때 부터, 지금까지 느꼈던 감정은 딱 하나야- ”
“ 그 감정이 뭔데..? ”
나도 태연이와 마찬가지로 , 잠시 입술을 닫고서 - 고개를 떨군 뒤, 태연이의 진지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동안 생각했다.
그러고는, 떨구었던 고개를 다시 든 후 날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태연이를 보며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을 이었다.
내가 잠시 말을 끊자, 기다렸다는 듯 나지막히 태연이 다시 나에게 재물음을 해왔다.
난 다음 대답을 하는 것을 망설였으나, 어차피 할 것 되도록이면 빨리 내뱉자고 생각했다.
“ 너만 보면.... 두근두근거려... ”
지금 이 한국이라는 조그만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지만 유명한 나라에서 , 그 나라에서 지금 가장 인기 많은 ,
그것도 여자 아이돌 그룹 리더를 상대로, 상대적으로 하찮은 내가 용기내어 고백을 했다.
난 서서히 내 얼굴에 열이 오르고 있음을 느꼈다. 그 열을 식히려 , 그녀가 있는 그 주방에서 나와 건너편에 위치해있는
지금 나의 얼굴의 온기와 상대적인 시원한 냉기가 존재하고 있는 테라스로 향했다.
테라스로 들어가자, 내 얼굴의 온기는 식긴 했지만- 내 심장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내 얼굴의 온기와 반비례가 되듯이, 심장은 더 쿵쾅쿵쾅 빠르게- 뜨겁게 뛰고 있었다.
텁-
테라스에서, 고백으로 인한 열기를 식히고 있는 나에게 그녀가 조그만 손을 내 어깨 위에 얹었다.
난 어깨 위에 얹은 손에 반응하며 뒤를 돌아보았고, 내가 뒤를 돌자 이윽고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 ... 고마워 , 네 마음 잘 알겠어... ”
그녀가 그렇게 말하고는 , 아담한 두 팔로 내 목을 감싸았다.
그리고 내 키에 맞추려는 지 아담한 두 발도 살짝 들어올렸다.
“ 쪽 - ”
그녀가 발을 들어올림으로 인해, 그녀와 나는 한결 가까워졌다.
그리고는 , 그녀가 나의 입술에 자기의 선홍빛 입술을 맞대었다.
주방에서 새어나온 빛과 , 사십 오도로 꺾인 채로 밤을 비추고 있는 반달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달빛을 비추었다.
나와 그녀 , 태연과 민식 , 남자와 여자 , 진지한 고백과 용기를 낸 대답...
그리고 달콤한 키스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