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5/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네 번째 과외

“ 틱- ”

난 통화를 끝내고 난 뒤 리모컨을 들어 빨간 모양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TV는 팍 소리를 내며 선명하고 다양한 색채의 영상을 내게 보여주었다.

근데, 아무리 리모컨으로 채널버튼을 누르며 채널 이곳 저곳을 돌려봐도 음악 방송을 하고 있는 데라곤 하나도 있지 않았다.

나는 ' 왜 안나올까.. ' 라며 혼자 심각한 생각에 빠져 있었는 데, 잠깐의 기억이 나의 머릴르 스쳐지나갔다.

‘ 아, 뮤직뱅크는 저녁에 나오지... ’

지금은 참새가 나뭇가지 위에나 전봇대 위에 앉아 짹짹 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침 인 것을 잠시 망각하다니,

순간 나는 아침과 저녁을 구분 못하는 바보라고 스스로 자책하며 멍하니 TV 옆 벽을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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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이 지나버렸다.

할 게 없어, 마트를 갔다 왔는 데도 고작 두 세 시간만 지나갔다.

그래서, 평소에 하지도 않던 운동을 하고 , 밥도 인스턴트가 아닌, 프린터에서 뽑은 레시피로 혼자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요리를 만들어도 시간은 ... 5시 30분이다!

그래서 난 식탁 위에 올려두었던 리모컨을 들어 거실을 향해 빨간 버튼을 엄지 손가락으로 눌러가며 발악을 했지만,

아직도 KBS2에서는 교양 프로그램만 연신 방송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밑에 뜨는 방송 안내창 , 아! 한 시간 뒤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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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아아- 오랜만의 음악방송이라서 그런 지 떨린다 떨려. ”

“ I can do it .. I can do it .. I can do it .. ”

대기실의 진풍경, 아무리 프로 가수라도 오랜만의 생방송은 떨리긴 마찬가지.

소녀시대 리더인 태연은 여리고 작은 손으로 자신의 뺨을 살짝 치며 긴장을 없애고 있었고,

자칭 보석보다 빛나는 티파니는 짧은 영어 문장을 내뱉으며, 스스로 진정을 취하고 있었다.

나머지 멤버들도 다 긴장하는 건 마찬가지, 그 중 태연은 뺨을 치고 있다가, 거울 앞에 놓여진 핸드폰을 들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 뚜루루루루- 뚜루루루루- , 딸칵- 여보세요? 〕

“ 꺄아- 받을 줄 알았어. 지금 뭐 해? ”

태연의 갑작스러운 ' 꺄아- ' 라는 소리에 멤버들은 각자 하던 일을 하다가, 거의 동시에 태연의 통화모습을 지켜보았다.

' 남친이라도 생긴건가. ' 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 태...연...이? 〕

“ 응, 맞아. 나 태연이야 히히. ”

〔 근데 니가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아, 난 너한테 번호를 알려 준 기억이 없었던 것 같은데. 〕

“ 너 설거지 할 때, 우리 숙소 거실 탁상에 니 핸드폰이 떡하니 놓여져 있길래, 잽싸게 니 핸드폰으로 내 핸드폰 번호를 눌러 걸어서 알아냈어. ”

〔 헐.. 근데 벌써부터 번호를 알려줘도 되는건가. 〕

“ 풋- , 뭐 어때? 어제 부터 친구 사이가 되었는데? 내 번호를 안 걸 영광이라고 생각하라구~ 이것드롸- ”

〔 근데, 무슨 일로 지금 전화했어? 〕

“ 친구 사이에 용건을 위해 전화를 하겠니? , 용건이 있다고 한다면 굿바이 무대를 앞둔 상태에서 긴장한 나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너에게 전화를 했다고 할까? ”

〔 그래..? 내가 화이팅이라도 할까..? 〕

“ 풉, 너 자꾸 왜 그래.. 괜찮아, 괜찮아 안 해두 돼. 푸하핫- 너 귀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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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하항, 통화 한 번 하니까 왠지 모르게 긴장이 좀 풀리는 기분이다. 잉? 다들 왜 날 그렇게 쳐다봐? ”

태연은 민식과의 통화를 마치고 난 뒤 기분 좋은 아줌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멤버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 데, 멤버들의 노려보는 표정에, 태연은 입꼬리가 당황스럽게 올라가는 표정을 지었다.

“ 언니 !!! ”

윤아가 노려보는 표정을 없애고, 좀 화난 표정으로 태연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 .. 왜? ”

태연도, 윤아의 신들린 화난 표정에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윤아는 서서히 태연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의 입을 태연의 귀 옆으로 갔다대며 말했다.

“ 언니이이이이- 나도 민식이오빠 번호 좀 알려줘어어어- ”

윤아는 태연의 귀에다가 자신의 입술을 갖다대며,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갖은 아양과 애교를 떨었다.

태연은 갑작스러운 반전에 아무 말 없이 ' 으하하하하하하- 꺄르르르르르르- ' 같은 웃음만 남발했다.

“ 알았어, 윤아야- 니가 정 그렇게 원한다면- , 너니깐 알려주는거야- ”

태연은 자신의 핸드폰 통화기록 중 민식과의 통화기록을 눌러 그 밑에 써져있는 번호를 연분홍색 매니큐어를 바른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윤아는 그 번호를 보고는 010을 제외한 나머지 여덟자리를 여러번 입모양으로 반복하고는,

반복한 그 숫자들을 자신의 핸드폰에 입력했다. 그러고는 살며시 썩소를 지어주며 입모양으로 ' 언니 고마워요 ' 라고 입을 뻐끔 거렸다.

“ 헤이! 윤아, 태연! 너네들 서로 속닥속닥 싱글벙글 웃으면서 뭐해! ”

멤버들의 무리 중에서 써니가 불쑥 튀어나와 윤아와 태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써니가 낌새를 차린건지, 윤아와 태연을 향해 계속 손가락을 뻗으며 점점 다가와 결국엔, 셋 이서 무리를 짓고 또 꺄르르 웃어댄다.

나머지 멤버들이 ' 으이구... ' 라는 표정으로 ' 단신듀오 ' 와 ' 융초딩 ' 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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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뮤직뱅크가 방송됩니다. ”

TV에서 들려오는 아나운서의 단정한 말투가 내 귓가를 맴돌았다.

드디어, 내가 그렇게 원하고 듣고 싶었던 소리 ' 뮤직뱅크 ' 가 들려왔다.

내 친구들 말로는, 뮤직뱅크가 결방한 지 4-5주 만에야 드디어 방영한다고 메세지를 보내며 발광을 떨던데,

나로서는 몇 년 만에 보는 거니까, 소녀시대가 나온 다는 것 말고는 별 감흥이 없었다.

뮤직뱅크는 생방송이라서 그런 지 광고 없이 시작되었고,

처음 보는 얼굴의 가수들이 몇 그룹 씩 나오고 지나갔다. 너무 TV를 안봐서 그럴까.

그나마 얼굴을 아는 가수들인 비와 이효리가 뮤뱅 대기실 습격에 나와, 다행히 지루하진 않았다.

그리고 다시 몇 분 더, 시간이 흘러서야. 비의 컴백무대가 시작되었고,

나는 비의 조각같은 몸매의 연신 부러움의 탄성을 지어냈다, 나도 얼른 저렇게 몸을 만들어야 할텐데.

헬스 과외라도 받아야 되나, 이건 비율좋은 써니한테 받을까?

' NEXT 소녀시대 '

비의 컴백 무대가 널 붙잡을 노래에서 HIP SONG으로 넘어가고 무대 중간 쯤에 짧은 안내 8글자가 나의 시각을 자극했다.

드디어 몇 시간 만에 기다리는 소녀시대가 나오는 건가. 어제 봤는 데도, 오늘 이것만 기다려서 그런 지 계속 심장이 두근거리네.

비의 컴백 무대가 끝나고, 왠지 80년대 때면 들어볼 듯한 복고적인 비트에, 치어리더복 같은 것을 입은 소녀시대가 나왔다.

「 전에 알던 내가 아냐 Brand New Sound

   새로워진 나와 함께 One More Round

   Dance Dance Dance Dance till we run this town

   오빠 오빠 I' ll be I' ll be down down down down 」

역시, 소녀시대였다. 2010년 초에 항상 친구들이랑 거리로 놀러 나갈 때 마다 듣던 노래, Oh.

내 기억으로는 이것 다음에, 서현이 나와서 개인 파트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 오빠 잠깐만 - 잠깐만 들어봐 - ”

하지만 나의 예상과 달리, 소녀시대는 두 갈래로 나뉘었고 거기서 제시카가 센터로 나와 2절을 하고 있었다.

잉? 왜 서현이 안 부르고 제시카가 2절을 부르지? 아, 좀 아쉽다.

「 자꾸 딴 얘기는 말고-

   동생으로만- 생각하진 말아- 

   1년 뒤면 후회할 걸-

   몰라 몰라- 내 맘을 전혀 몰라- 

   눈치 없게 장난만 치는걸요- 

   어떻게 하나- 이 철없는 사람아-

   들어봐 정말-

   Oh! Oh! Oh! 오빠를 사랑해 

   Ah! Ah! Ah! Ah! 많이 많이 해 

   

   수줍으니 제발 웃지마요-

   진심이니 놀리지도 말아요-

   또 그러면 나 울지도 몰라 Oh~ 」

 제시카가 파트를 부르고 난 뒤 써니가 나와서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파트를 부르고

 이윽고, 수영과 효연이 부르고 , 그녀들이 부르고 나니 티파니도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Oh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나오는데 ... 어익후, 팬들의 응원이 장난이 아니었다.

 완전 팬이 노래부르고 소녀시대가 피쳐링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 Oh Oh Oh Oh- Ah Ah Ah Ah -

   

   Oh Oh Oh Oh Oh Oh Oh Oh 빠를 사랑해

   Ah Ah Ah Ah Ah Ah Ah Ah 많이 많이 해

   Oh Oh Oh Oh Oh Oh Oh Oh 빠를 사랑해

   Ah Ah Ah Ah Ah Ah Ah Ah 많이 많이 Oh- 」

어? 왜, 제시카의 파트는 어디로 날라가고, 소몰이 춤은 어디로 간 거냐!

아, 몇 시간 동안 기다린 게 다 허망이 되는 구나. 소몰이 춤을 기대했었는 데,

아쉬웠던 Oh가 끝나고, 색다른 음악이 시작되었는 데, 분위기가 윤아가 건네줬던 앨범이랑 비슷했다.

그 때는 검은 색을 입었었는데, 이번엔 흰색을 입은건가. 

소녀시대의 두 번째 곡까지 다 보고 난 뒤 , 이효리가 나왔지만 내 목적은 소시를 보는 거 였기 때문에,

이효리가 나오는 데도 망설임 없이 TV를 끄고 , 붉게 노을이 진 테라스를 바라보며 커피메이커에 남아 있는 커피를 커피잔에 따라 

점잖게 스포츠 신문을 들고는 테이블 위에서 커피를 마셨다. 원래 영자신문을 보고 마셔야 하는데, 도저히 영어는 읽지 못할 것 같아서.

마트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스포츠 신문을 발견하는 바람에, 그걸 들고 와 버렸다- , 나 이래 뵈도 돈 좀 있는 사람인데.

역시 독립하면 ...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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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쏴아아아아아.. 툭- ”

커피를 다 마시고 난 뒤, 난 이윽고 욕실에 들어서 가벼운 샤워를 하고, 나의 별 볼일 없는 몸을 잠깐 쳐다보았다.

아직 근육을 제대로 안 키워서 그런 것일 뿐이야. 라며 자기 위로를 하고 있는 나였다.

“ 지이이이이잉- ”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와, 긴 머리를 수건으로 물기를 털어내며 닦고 있는 순간,

테이블 위에 얹혀져 있었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며 소리를 냈다, 유리 테이블이라서 그런 지 진동은 더욱 심했다.

나는 물기를 닦은 오른 팔을 뻗어 핸드폰을 내 귀에 갔다대었다.

“ 여보세요 - ? ”

〔 우리, 이번 활동 끝났다 - 기분 좋앜 - 꺄하- 〕

이번에도 태연이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긴장 없이 기분 좋은 목소리였다.

태연이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으니, 나도 자연스럽게 기분이 좋아 지는 것 같았다.

“ 그래? 축하해- 앞으로 좀 쉴 수 있겠네? ”

〔 웅, 히히- , 그래서 나 오늘, 애들 몰래 네 집애 놀려갈려구- 헤헤. 〕

응 그래.... , 자.. 잠깐 뭐.. 뭐뭣이?! 

우리 집에 놀러 온다고? 그것도 멤버들 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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