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4/333)

9 대 1 과외하기 3화

“ 똑똑똑. ”

수건으로 머리에 있는 물기를 닦고 있었는 데, 현관문으로 부터 누군가가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가볍게 노크하나 싶었는 데, 점점 노크하는 수가 증가하면서, 나는 노크를 하는 사람이 한 명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럼 얼른 가서 열어줘야지...  근데 지금 노크를 하는 사람은 누구지?

“ 누구세요? ”

난 수건을 젖은 머리 위에 두른 채, 한 손으로 현관의 손잡이를 잡고선 말했다.

미처 닦지 못한 물기가 머리카락으로부터 떨어지며 파편을 튀겨, 내 맨 발에 잠깐의 차가움을 선사해주었다.

“ 오빠! 윤아예요~! 어제 같이 설거지 했던 임윤아! ”

현관문 건너로 신난 톤의 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태까진 들을 수 없었는 그런 신난 톤의 목소리-

난 윤아의 목소리에 바로 반응하는 것처럼 , 한 손으로 잡고 있었던 현관의 손잡이를 오른 쪽으로 돌려 문이 바깥 쪽으로 열리도록 했다.

내가 문을 서서히 열면 열 수록, 윤아의 모습도 서서히 보였다. 문이 끝까지 열리자, 윤아의 전체적인 모습이 드러났다.

그녀는 뭐가 그리 좋은 지 싱글벙글 웃으면서 내 앞에 서 있었다.

“ 어? , 윤아구나~ 기분 좋아보이네? 왠일이야? ”

나는 손잡이를 잡은 채로 문을 앞 뒤로 움직여가면서, 기분 좋은 아우라를 내는 윤아에게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의 말에, 윤아는 자신이 메고 있던 귀여운 크로스백의 지퍼를 열어 뒤적거리더니, 이윽고 검은 광택의 앨범 하나를 꺼내 나에게 건네 주었다.

“ 어.? 왠 앨범이야? 이걸 나한테 왜 줘? ”

“ 힝- 그건 알 만한 사람이면 다 알아서, 갖고 싶어 하는 소시 앨범이라구욧! ”

“ 그럼 귀한 거 잖아... ”

“ 하지만 시중에서 만 사천원이면 구할 수 있어요, 하지만!! ”

“ 하지만...? ”

윤아가 갑작스럽게 나에게 검은 광택의 앨범을 주고난 뒤, 어쩔 수 없이 난 오른손으로 검은 빛이 흐르는 앨범을 쥐고서

그녀와의 짧은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다. 클래식 앨범 같은 거나 유명 팝송 모음집 앨범 같은 거는 사 봤어도, 이런 건

처음 받아보는건데... 그런데 윤아가 왜 나한테 자기 그룹 앨범을 주는 거지? , 혹시.... 홍보...?

“ 하지만! 이건 어제 저녁에 민식오빠가 가고난 뒤, 멤버들이 오빠 생각하면서 메시지를 쓴 앨범이라구요! , 어쨋든... 전 할 말 다 했으니까 스케쥴 갈게요. ”

“ ... 어이, 잠깐! ” 

그녀는 자기가 할 말만 다 하고 난 뒤, 휙 돌아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난 후, 문이 닫히면서 서서히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아직 할 말이 남아있는데... , 뭐. 마음 속에다가 그 말을 고이 묻어놓어둬야겠네.

‘ 흠, 나를 위한 메세지라고..? , 그럼 어디 한 번 읽어볼까. ’

그녀가 가고 난 뒤, 난 열어 두었던 문을 닫아서 잠구고 소파 위에 편하게 누운 자세를 취하며,

팔을 위로 뻗어 윤아가 건네주었던 ' 나 ' 에 대한 말들이 담긴 앨범을 펼쳐보았다.

앨범을 펼치자, 그 속에 대충 쑤셔 넣어 둔 건 지, 소녀시대 단체사진 하나가 내 배 위로 떨어졌다.

떨어진 사진을 뒤집으니 소녀시대 멤버들 각각의 싸인들이 하나 둘 씩, 나열 되어있었다.

설마 생각하며 쓴 메세지가 인쇄소에서 대량 인쇄한 이 메세지는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앨범 화보를 뒤적뒤적 거렸는데, 개인 사진마다 눈에 띄게 포스트 잇들이 붙여져 있었다.

포스트 잇에는 여자의 글씨체로 보이는 문장들이 다닥다닥 빼곡히 적혀있었다.

그럼 맨 처음 부터 읽어볼까..? 

「 안녕하세요, 민식오빠. 사진 보니 누구신지 아시겠죠~? ( 설마 모를리가... )

   어제 낮에, 윤아 언니한테 오빠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땐, 그냥 재밌는 사람

   인 줄 알았는데, 오늘 ( 읽고있을 땐 어제가 되겠죠. ) 보고 나니까, 잘 생기

   고 착하고 재밌는 사람 같아요! , 앞으로 자주 보게 될 텐데 이제부터 많이 친

   해 졌으면 좋겠어요. 오빠! 다음에 또 뵈요. 그럼 이만, 

                                                       - 소시 막내 서현이 -

                                                                              」

맨 처음 메세지는 평소에 차분했고 조용했던 서현이의 메세지였다.

다른 언니들은 적극적인데에 비해, 유독 서현이만 소극적인 것 같았는데,

여지없이 나에게 쓴 메세지도 그녀의 성격이 드러나게 쓰여 있었다, 특히 문장 뒤에 달려있는 소심한 괄호들.

그래도, 나를 위해 무려 ' 다섯 줄 ' 이나 써줬으니, 나로서는 만족이다.

나는 서현이의 차분하고 점잖게 쓰여진 다섯 줄의 문장을 읽고 다음 장으로 종이를 넘겼다.

「 오빠아아아~ 안녕하세요 오빠랑 엘레베이터에서도 같이 있었고, 설거지도 같이 한 윤아에요~

   아 오글거려 ㅋㅋ , 어제 처음 봤었는 데 처음 본 남자치곤 오빠 외모가 월등하네요 ^^

   어머, 내가 지금 무슨 소리하는거야 ㅋㅋ 어쨋든 친한 오빠 동생사이로 잘 지내봐요 ^^    」

역시나 다음 페이지로 넘겨보니 서현이와는 대비되는 활기찬 세 줄의 문장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윤아는 맨 처음 문장이 어색한 지, 그 문장 뒤에 바로 자신의 느낌을 ' ㅋㅋ ' 와 함께 썼나보다.

나도, 처음 멘트가 오글스러우면 저런 느낌 드는데, 원래 글로 하는 게 다 그런거야.

나는 윤아가 쓴 메세지를 보고 난 뒤, 왼쪽에 보이는 도도하고 성숙한 느낌의 화보 속 윤아를 보고 난 뒤,

곧장 다음 장으로 자켓 화보를 넘겼다. 

다음 장으로 넘기니 , 제시카와 유리의 평범한 메세지 , 리더 태연의 재치있는 메세지 , 써니의 애교있는 메세지 , 수영 - 효연 의 합동메세지 

마지막엔 티파니의 폭풍 영어가 담긴 메세지까지. 

근데 티파니의 폭풍 영어 메세지는 최근의 미국 10대 들이 쓰는 통신어? 같은 것이 같이 적혀있어서,

영문과 인 나도 해석이 좀 힘들었다. 근데, 나는 공부를 잘해서 영문과 수석으로 들어가지 않고 수능 때 뽀록이 터져서, 아슬아슬하게 영문과에 컷 한 것일뿐,

거기에다가 1학년 때도 학점들이 하나같이 C를 넘겨본 적이 없었다. 그 상태에서 군대 까지 갔다왔으니,

영문과 재학 중인 나의 뇌에는 영어에 대한 지식은 휑할만큼 없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근데 티파니는 평소에도, 앨범에도 말하고 쓰는 것을 보니 영어로 많이 말하는 것 같았다.

이 참에 티파니한테 영어 과외나 받아볼까? , 아니야 아직 친해지지 않았잖아. 좀 더 시간을 두고 말해보자.

나는 앨범에 달려있는 메세지와 자켓사진을 다 읽고는 다시 한번 훑어본 뒤, 앨범을 들고 가 침실에 위치해있는 앨범꽃이 맨 윗 공간에

검은 광택의 빛이 나도는 소녀시대의 앨범의 모서리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꽂았다.

“ 니가 아니면 안 돼- 너 없이 난 안 돼 - ♪ ”

최근 드라마 중 즐겨보는 ' 신데렐라언니 ' 의 OST인 예성의 니가 아니면 안 돼가 감미로운 사운드를 내뿜으며 거실을 뒤덮었다.

난 그 감미롭고 부드러운 음원을 향해 걸어간 뒤, 핸드폰에 뜬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010 - XXXX - XXXX ? 이거 처음보는 번호인데.

“ 여보세요? ” 

〔 꺄아- 받을 줄 알았어. 지금 뭐 해? 〕

핸드폰의 통화버튼을 누르고 난 후에 핸드폰을 귀에 갔다대니, 태연의 목소리가 귀 안을 감싸돌았다. 

근데, 얘가 내 번호를 어떻게 알지?

“ 태...연...이? ”

〔 응, 맞아. 나 태연이야 히히.〕

“ 근데 니가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아, 난 너한테 번호를 알려 준 기억이 없었던 것 같은데. ”

〔 너 설거지 할 때, 우리 숙소 거실 탁상에 니 핸드폰이 떡하니 놓여져 있길래, 잽싸게 니 핸드폰으로 내 핸드폰 번호를 눌러 걸어서 알아냈어. 〕

“ 헐.. 근데 벌써부터 번호를 알려줘도 되는건가. ”

〔 풋- , 뭐 어때? 어제 부터 친구 사이가 되었는데? 내 번호를 안 걸 영광이라고 생각하라구~ 이것드롸- 〕

하기야, 이 세상의 소녀시대 태연의 전화번호를 알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 일반인 ' 인 나로서는 ' 연예인 ' 의 전화번호를 아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 일까?

근데, 일반인 친구들에게는 이런 자랑거리를 자랑해서는 안되겠다, 분명히 어떻게 해서든 알아내려고 할테니까,

“ 근데, 무슨 일로 지금 전화했어? ”

〔 친구 사이에 용건을 위해 전화를 하겠니? , 용건이 있다고 한다면 굿바이 무대를 앞둔 상태에서 긴장한 나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너에게 전화를 했다고 할까? 〕

“ 그래..? 내가 화이팅이라도 할까..? ”

〔 풉, 너 자꾸 왜 그래.. 괜찮아, 괜찮아 안 해두 돼. 푸하핫- 너 귀엽다? 〕

나보고 귀엽다니, 여자한테 전화 온 게 거의 없고, 군대까지 갔다 왔으니 아는 여자 애도 별로 없고, 거기다가 아는 여자 애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돌 그룹의 리더가 전화 한건데, 나로서는 지금 이 말투가 아직까지의 어색함을 깨트리고 용기내서 말하는 어투인데,

그걸 귀엽다라고 표현하다니.........                  기분이 좋다.

나는 태연이와의 핸드폰을 통한 대화를 계속 하고 난 뒤 태연이 있는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태연은 활기차게 싱글벙글 웃음소리를 내며 통화를 끊었다.

그리고 통화를 끊기 전에, 나에게 한 마디를 더하고 끊었다.  ' 뮤직뱅크 꼭 본방 사수해 ' 라고...

난 대중가요가 나오는 음악 방송은 잘 안 보는데, 이왕 태연이가 모니터 해달라고 부탁한 김에,

몇 년 전 마지막으로 본 대중 가요 방송을 볼까?

“ 틱- ”

난 통화를 끝내고 난 뒤 리모컨을 들어 빨간 모양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TV는 팍 소리를 내며 선명하고 다양한 색채의 영상을 내게 보여주었다.

근데, 아무리 리모컨으로 채널버튼을 누르며 채널 이곳 저곳을 돌려봐도 음악 방송을 하고 있는 데라곤 하나도 있지 않았다.

나는 ' 왜 안나올까.. ' 라며 혼자 심각한 생각에 빠져 있었는 데, 잠깐의 기억이 나의 머릴르 스쳐지나갔다.

‘ 아, 뮤직뱅크는 저녁에 나오지... ’

지금은 참새가 나뭇가지 위에나 전봇대 위에 앉아 짹짹 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침 인 것을 잠시 망각하다니,

순간 나는 아침과 저녁을 구분 못하는 바보라고 스스로 자책하며 멍하니 TV 옆 벽을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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