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대 1 과외하기 2화
“ 잠깐만요 ~! ”
“ ... 예 ? ”
“ 오늘 런데빌런 1위해서 고기파티 좀 열었는데, 너무 많이 사갖고 다 못먹겠는데, 같이 드실래요? ”
그냥 떡 전해주러 간 것 뿐인데, 이게 왠 떡인걸까.
태연의 마지막 말에 나는 심장이 미칠 듯이 쿵쾅쿵쾅 거리는 걸 느꼈다. 으음, 이거 어떻게 해야하나. 거절해야하나?
아니야, 숙소 들어가도 별 탈 없을거야, 마음 굳게 먹고 들어가보자.
“ 매니저가 보통 일반인이 숙소에 들어가는 거 막지 않아요? ”
“ 막긴 막는데, 친한 사람이면 잘 안 막아요 ㅋㅋ , 얼른 와서 고기 좀 먹어줘요 ㅠㅠ 너무 많다니깐 ㅠㅠ ”
태연의 애원하는 부탁에 난 양해를 구하고, 드디어 금남의 구역인 소녀시대 숙소에 입성을 했다.
구조를 대충 둘러보니까, 역시나 우리 집 만큼 무지하게 넓고 구조 또한 비슷했다. 왠지 내 집 같은 느낌?
거실로 들어가보니, 삼겹살 굽는 소리와 냄새가 내 시각과 후각과 청각을 공감각적으로 자극했다.
오늘 이삿짐 정리만 하느라 아침 점심을 모두 굶은 나로써는, 매우 고마운 냄새였다.
“ 윤아야- 저 분이 아까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그 분? ”
유리가 쇠젓가락으로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는 삼겹살을 집으며 말했다.
다른 멤버들은 고기를 뒤집고, 먹고, 쌈싸먹다가 유리의 말 한마디에, 마치 짠 것처럼 순간 나를 쳐다보았다.
“ 냠냠- , 그 분? 어! 그 분이다!! 잘 오셨어요, 여기에 앉으셔서 남은 고기 좀 해치워주세요! 수영언니도 이제 슬슬 배부르기 시작해서 도움이 필요해욧! ”
윤아가 자신의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마치 인디언 밤 할 때, 등짝을 치듯이, 그 정도는 아니지만 손과 바닥이 부딪치는 소리가 아주 잘 들릴 정도로 바닥을 치며 말했다.
나는 윤아가 바닥을 치는 소리가 의외로 커, 흠칫 놀랐지만 그것도 잠시 뿐, 나의 몸은 ' 허기짐 ' 이라는 원초적인 욕구에 이끌려 어느새 윤아 옆에 자리 잡고 앉아,
윤아가 건네준 ' 각개 반점 ' 이라고 써져 있는 포장지로 감싸여진 나무젓가락을 오른 손으로 집고 본격적으로 삼겹살을 뒤집고 먹을 준비를 했다.
역시 ' 배고픔 ' 이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는 대단했다, 소녀시대 9명이서도 다 먹지 못한 삼겹살들을, 나는 사바나의 청소부인 하이에나들처럼 남은 삼겹살들을
나의 입에서 식도로, 식도에서 위로 토스해가며 삼겹살을 넘겼다. 삼겹살을 너무 많이 먹어 위가 찬다 싶으면 사이다를 마셔서 못 들어간 삼겹살 나머지를 모두
입 속으로 쳐묵쳐묵하며 먹었다. 윤아와 그 외 8인의 소녀들은 나를 무슨, 스타킹에 나오는 푸드파이터를 쳐다보는 것처럼 눈빛이 다 바뀌어있었다.
“ 우하하핫- 저 많은 걸 다 먹으시다니... 정말 어지간히 배가 고프셨긴 고프셨나보네- ”
윤아는 초딩처럼 웃고 난 뒤, 박수를 치며 나를 쳐다보았다.
윤아가 박수를 치자, 옆에 앉아서 내가 삼겹살을 먹는 정도가 아닌 마시는 정도의 속도로 먹는 걸 지켜 본 태연도 입을 떡 벌리며 박수를 쳤다.
그리고 유리마저도 들고 있던 젓가락을 기름방울로 다 젖은 신문지 위에 얹어 놓고 박수를 쳤다.
옛 말에 삼인성호라고 했던가? 세 명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곧이 믿게 된다라는 뜻을 가지던 그 사자성어.
윤아와 태연과 유리가 박수를 치자 나머지 여섯 명의 멤버들도 똑같이 박수를 쳤다. 나와 맞은 편엔 위치했었던 수영은,
감동이라도 먹었는 지, 손가락으로 눈을 비비며- 코를 훌쩍 거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감동적인 이벤트나 퍼포먼스도 아니고, 삼겹살 먹는 게 그렇게 박수 받을 일이었나?
“ 굶었는데, 덕분에 맛있게 먹은 것 같네요- 전 이만 가볼게요. ”
“ 그냥 가시게요? , 이름도 안 알려주고 나이도 안 알려주고, 삼겹살 남은 거 다 먹어놓고 그냥 가시게요? ”
요즘 말에 ' 박수칠 때 떠나라 ' 라는 말이 있어서, 딱 박수 쳐주신 김에 떠나려 했는 데, 윤아가 내가 가려는 길을 세 치의 혓놀림으로 막았다.
아..! 이름도, 나이도 안 알려줬구나. 그러고 보니 그런 것을 안 알려 준다면,
소녀시대 분들은 내가 엘레베이터에서 이삿짐을 떨구고, 윤아의 악수를 안 받아주고, 금남의 구역인 숙소에 와서 삼겹살만 먹다 간 그런 남자로 기억하겠구나.
“ 앗 , 죄송해요. 제 이름과 나이를 말을 하지 못했네요. 하핫, 제 이름은 김민식이라고 하구요, 나이는 89년생 이니까 올해로 22살이네요. 군대 왜 안 갔냐 묻지 말아요, 군대를 20살 때 가서 제대한 거니깐- ”
“ 푸하하핫- 89년생이면 우리랑 동갑이네? 말 놔~ , 그리고 우린 군대 갖고 놀리진 않아- ”
태연은 내가 89년생이란게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고는 특유의 다채스러운 말투로 넉살좋게 말했다.
난 태연의 재치에 살짝 ' 풉 - ' 거리며 웃었다, 태연이는 자신의 개그가 나에게 통하자 자기도 꺄르르 웃었다.
“ 삼겹살도 먹은 게 있고 하니까, 집에 돌아가기 전에, 설거지는 하고 갈게- ”
나는 아직도 버너 옆에 둘러 앉아, 대화를 진행해가는 소녀시대 애들 사이에서 일어나 이와 같이 말한 뒤,
주방으로 천천히 걸어가 , 주방 수도꼭지 위에 걸쳐있는 핫 핑크 색의 고무장갑을 손가락으로 집어 양 손에 모두 낀 뒤
은색 빛의 까칠까칠한 설거지용 수세미까지 마저 집고는, 기름으로 코팅되어 번들번들거리는 후라이팬과 접시를 차가운 수돗물과 함께 쓱싹 쓱싹- 닦으며
기름들을 제거해가며,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나 혼자 이 기름으로 도배된 그릇들을 씻으려니 순간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때 자원 봉사자들이 내 육체로 빙의한 것 같았다.
“ 민식오빠. 제가 설거지 나머지 하는 거 도와드릴까요? ”
“ 아니- 안 해도 돼, 나 혼자 충분히 할 수 있거든. ”
“ 아앙~ 그래두- ♥, 오빠아아아- ”
아니, 이건 그 말로만 듣고, TV에서만 보던 ' 언니이이이 ( Ver. 오빠 ) ' 드립인가..?
처음엔 윤아가 도와줄려고 할 때는 , ' 이 아이가 내가 차려 둔 밥상에 수저 하나 얹을 려고 하는건가. ' 했는 데,
도저히 이 애교를 듣고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난 당황스러움에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윤아가 설거지를 같이 하기 위해 끼어 드는 대도,
말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하던 일만 계속 했다, 멍하니 수도꼭지에 물이 쏟아지는 것처럼.
“ 야! , 임윤아, 언니 요거트 먹고 있는 데 그런 말 하지마- , 요거트가 우웩- 하면서 나올 거 같단 말야- ”
티파니가 가만히 소파에 앉아 요플레를 요플레스푼에 떠 담아 먹다가, 갑작스럽게 주방에서 들려오는 윤아의 애교에
분홍색 계통의 플라스틱 스푼을 던지고 요플레를 엎을 것 같은 표정으로 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 싫어- 언니이이이~ ”
“ 꺄아아아아아악! ”
윤아는 티파니의 야단에도 굴하지 않고, 이번엔 티파니에게 애교를 부렸다.
티파니는 윤아가 애교를 부리자, 옆에 있던 쿠션들로 귀를 막고 소리를 질렀다.
에휴- 얼마나 많이 들었으면, 저렇게 싫은 반응을 지을까. 윤아도 애교를 숙소에서 애지간히 안 부리고, 과도하게 부리는 구나.
그렇게 시끄러웠던 설거지가 끝나고, 시끄러웠던 금남의 구역 첫 번째 방문도 그렇게 끝났다.
나는 진짜, 무지하게 고단한 몸을 이끌고 내 집 거실에 마련되어 있는 베이지색 4인용 소파에 드러누워, 하룻동안 고생한 몸을 달랬다.
얼마나 피곤했었냐면, 눈 앞 작은 탁상 위에 올려진 새까만 리모콘 하나도 못 잡을 정도로 피곤했었다.
소파 위에 가만히 누워 피곤함을 달래다가, 서서히 눈꺼풀이 무거워 지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소파 위에서 잠들어 버렸다. 이불도 없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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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 뚜- 뚜- 굿모닝- 뚜 뚜 뚜- 빠빠라빠빠 빠빠라빠빠 굿모닝- ♪ ”
‘ 아, 나의 단 잠을 깨우는 이 야속한 노래. 더 자고 싶은데, 나보고 새로운 아침의 시작을 하라고 하는 이 노래. ’
나는 아침에 들으면 기분이 나뻐지는, 핸드폰에 기본적으로 들어있는 모닝콜의 대명사인 굿모닝 노래를 들으면서 깊고 달콤했던 단잠에서 깨어났다.
분명히 깊고 달콤했던 단잠이었는데, 꿈을 못 꿨다는 게 아쉬웠다. 그냥 어둠 속에서의 취면같은 느낌, 그런데도 깨기가 싫다니... 나 좀 쩌는 듯하네.
난 잠에 방금 깨, 발 걸음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곧바로 화장실로 직행했다.
잠이 깨면 아랫쪽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배출하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우선 잠이 든 상태에서 뒤척거려 뭉쳐진 이 머리카락들을, 수분을 공급해주면서 풀어주기 위해서 많고 많은 3개의 화장실 중,
세면기구가 구비되어있는 2번째 크기의 화장실로 발을 옮겼다.
“ 쪼르르르르- ”
세면대에 달려있는 수도꼭지의 손잡이를 아래로 내려 수돗물이 쪼르르 흘러나오게 한다음,
나는 그 수돗물을 두 손으로 모아서 받아, 나의 하얗고 뽀얀 얼굴에 새로운 수분을 공급해주었다.
그리고, 한 번 수분을 공급해주고 난 뒤 옆에 있는 클렌징폼을 들어 뚜껑을 연 다음 내용물을 조금 짜내,
두 손으로 비벼 하얀 거품을 낸 뒤 다시 내 얼굴에, 피부가 놀라지 않게 살살 거품을 발라주었다.
다 발라주고 난 뒤, 잠궜던 수도꼭지를 다시 풀어 물이 흐르게 나온 다음 거품을 천천히 수돗물이 묻혀진 내 두 손으로 깔끔하게 씻겨냈다.
이렇게 세수를 하고 나면, 왠지 개운한 느낌이 들어 아침이 모닝콜에 의해 깨워질 때와는 다른 기분이 들던데,
이런 일을 벌써 8년 째 반복해서 하고 있구나. 중학교에 가서야 깨닫고 말았지, 피부 관리의 중요성을.
나는 머리감기도 세수처럼 조심스럽게 하고난 뒤, 마른 수건으로 내 얼굴과 머리카락에 있는 물기를 닦아냈다.
“ 똑똑똑. ”
수건으로 머리에 있는 물기를 닦고 있었는 데, 현관문으로 부터 누군가가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가볍게 노크하나 싶었는 데, 점점 노크하는 수가 증가하면서, 나는 노크를 하는 사람이 한 명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럼 얼른 가서 열어줘야지... 근데 지금 노크를 하는 사람은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