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부활한 불멸자-717화 (700/730)

〈 717화 〉 717. 환락의 영지(5)

* * *

길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어두운 밤 시간대에는 순식간에 한산해졌다.

“이봐. 이런 어두운 밤길에 혼자인가?”

“…….”

모험가 길드에서 들어보았던 적이 있는 목소리를 들은 릴리는 순간 발걸음을 멈칫했고 다시 빠른 걸음으로 이동을 개시했다.

모험가들은 곧바로 릴리의 뒤를 쫓았다.

“하아, 하아, 하아!”

다급히 이동하는 릴리의 숨소리가 몹시 거칠다.

그녀의 발걸음은 장을 본 짐들을 품에 가득 안고 있기 때문인지 그렇게 빠르지 못했다.

이윽고 점점 어두운 골목으로 향하던 릴리는 막다른 길에 내몰렸다.

“하하, 이제 도망은 다 친 건가?”

모험가들은 제각기 음흉하고 추잡한 눈빛과 웃음을 띄우며 각자 무기를 꺼내 들었다.

지금이라면 보는 눈도 없고 모험가들 쪽의 숫자는 총 여섯.

게다가 모험가 길드 안이라는 장소의 제한도 없는 이곳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막다른 길.

그들은 릴리를 앞에 두고 비좁은 골목길을 에워싸 퇴로를 차단했다.

“크크….”

이미 벌써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그들은 맛있는 먹이를 앞에 둔 짐승처럼 입술을 핥으며 입맛을 다셨다.

사람의 외관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이미 성욕에 의해 이성을 지배당한 짐승들이 따로 없었다.

평소라면 절대로 나서지 않았을 무모한 행동을 하는 그 원인은 모험가들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아니,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옳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들의 성욕이라는 욕망을 부추기고 부풀리며 폭주시키고 있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그 원인이 바로 눈앞의 자신들이 에워싼 단 한 명의 가녀린 여성이라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말 아름다워.”

“그러게. 꼭 품어보고 싶군.”

“창관의 여자들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아.”

릴리를 바라본 모험가들은 그 말에 동의하며 하나같이 똑같은 생각을 품었다.

저 여자를 가지고 싶다.

자신의 품 안에 끌어안고 가지고 농락하며 쾌락에 젖은 신음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 정도로 눈앞의 릴리는 매혹적이고 남성의 욕망을 부추기는 그런 여자였다.

에린에게 무참하게 당했던 낮의 복수와 화풀이를 하고, 그녀를 범할 생각에 그들은 벌써부터 몸이 근질거렸다.

이윽고 여섯 명 중 중간쯤에 있던 모험가가 앞쪽의 동료를 밀치고 앞으로 나왔다.

“더는 못 참겠어! 내가 첫 번째로 저 여자를 범할 거야!”

점점 부추겨지는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행동을 드러낸 것이다.

“…너희 따위가 나를 범해?”

“뭐?”

하지만 릴리는 그런 모험가들을 보며 조소했다.

모험가들은 순간 멈칫하며 일제히 릴리를 바라보았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고, 퇴로를 차단당하여 도망칠 수 없는 막다른 골목길에서, 릴리는 여섯 명의 모험가들을 보고 전혀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로운 태도로 그들을 비웃었다.

‘어째서?’

라는 의문이 가득히 머릿속에 피어오른다.

그것은 모험가들이 뒤늦게 자각한 위화감이었다.

뜨겁게 불타오르던 추잡하고 더러운 욕망에 찬물을 끼얹듯이 잠식해온 위화감.

긴 모험가 활동을 해오면서 나름대로 길러온 생존 본능이 무언가가 이상하다고 뒤늦게 경고를 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위화감의 정체를 파악할 수는 없어, 모험가들의 몸이 딱딱한 돌처럼 일제히 굳었다.

“…고마워.”

느닷없이 릴리가 여섯 명의 모험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순간 그 미소가 너무도 아름답고 매혹적이어서 넋을 놓음과 동시에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마치 릴리는 의도적으로 자신들에게 모습을 노출시켰고, 자신들은 보기 좋게 그녀의 의도에 낚여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한 모험가가 안색을 딱딱하게 굳히며 중얼거렸다.

“…함정? 설마!”

싸늘한 긴장이 등골을 타고 내려가 전신에 퍼지면서 주위를 홱 돌아보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혹시라도 에린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경계심을 품었지만, 그들의 경계심을 풀어준 건 아이러니하게도 릴리였다.

“에린은 없어. 나 혼자야.”

“…….”

하지만 모험가들의 귀에 릴리의 목소리가 확실히 들렸음에도, 그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윽고 완전히 안전을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릴리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하….”

모험가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릴리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정말로 무방비한 상태로 혼자서 자신들을 맞이했다는 것을 깨닫고, 어이가 없음 반, 짜증 반으로 인상을 썼다.

“설마 지금 너 혼자서 우리 전부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큭큭, 그럴 리가.”

모험가들은 비웃었다.

아무리 그들이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추잡한 인성의 소유자라고 할지라도, 그들은 모험가다.

에린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멋대로 수작을 걸다가 처참하게 깨지기는 하였지만, 적어도 릴리가 에린만큼이나 싸움에 숙달된 기술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것쯤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가 에린에 버금가는 수준의 전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렇게 막다른 골목길로 도망을 쳐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릴리가 이곳으로 도망을 치면서 보여준 보법이나 신체적 능력은 평범한 인간 여성의 능력과 별반 다를바가 없는 평범한 수준이었다.

마력을 이용하여 제대로 된 신체 강화조차도 하지 못하는 그녀가 여섯 명이나 되는 자신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아? 아니면 몸의 대화로라면 우리 여섯 명을 모두 상대할 수 있을지도?”

릴리의 풍만한 가슴을 노골적으로 바라보며 침을 흘리던 모험가가 실실 웃으며 추잡한 성희롱을 해왔다.

모험가들을 비웃고 있었던 릴리는 인상을 찡그렸다.

말투 자체에서 느껴지는 품성은 저급하기 짝이 없다.

“확실히 나는 싸움 같은 건 할 줄 몰라. 하지만 그렇다고 너희가 나에게 위협이 된다는 결론에 다다르는 건 아니야.”

릴리를 중심으로 작은 바람이 불며 그녀를 감싸기 시작했다.

바닥부터 불어오는 잔잔한 선풍은 점점 위로 올라올수록 세기가 강해지며 그 존재감을 과시했고, 점차 릴리의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

무언가가 이상함을 감지한 한 모험가가 움찔 떨며 경악했다.

“뭐, 뭐야…. 저건…!”

가장 먼저 이상함을 감지한 모험가는 파티 안에서 마력의 흐름에 민감한 지각능력을 가진 마법사였다.

“뭐가? 왜 그러는 거야?”

반면 무언가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다른 모험가들은 마법사 모험가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망쳐야 해….”

“뭐?”

사색이 된 마법사 모험가의 중얼거림을 들은 다른 모험가들은 그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다.

“도망쳐야 한다고…!”

그 말을 끝으로, 마법사 모험가는 동료들을 두고 부리나케 도망쳤다.

그는 지금 릴리를 감싸며 요동치고 있는 마력이 평범한 인간의 마력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피부로 느껴지는 따끔한 이질적인 감각은 그의 이성에 경고를 해왔고, 마음속 가득히 피어오른 성적인 욕망을 억제할 정도로 강렬한 공포가 생존을 부르짖으며 강제로 몸을 이끌었다.

줄행랑을 치는 마법사 모험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본 모험가들은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이윽고 다시 릴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어?”

잠시간 한눈을 판 사이에, 릴리의 모습이 변화했다.

가죽 갑옷과 바지를 착용하여 처음 입어보는 옷인 듯 어색한 태도를 보였던 신참 모험가의 복장이 아니라, 검은색 프릴이 달린 천으로 여성의 중요 부위만을 가린 복장.

새하얀 피부색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선정적인 모습의 가느다란 허리 뒤로 돋아난 한 쌍의 검은 날개가 모험가들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저건….”

인간이 아니다.

딱 보아도 저것은 인간이 아니다.

“아, 악마…!?”

모험가들은 악마라는 존재를 마주해본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인간의 마력이 아닌 이질적인 기운을 가득 풍기는 릴리에게서 느낀 오싹함.

그녀의 외모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 표현은 악마라는 종족이었다.

형체가 보이지 않는 안개와도 같았던 위화감이 점점 실체를 드러냈고 인간이 아닌 악마와 마주한 모험가들의 안색이 하나둘씩 사색이 되어 갔다.

릴리의 말대로, 이것은 물리적으로 누가 더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냐 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은 절대로 범접할 수 없는 차원이 다른 존재를 직면했을 때 느끼는 압박은 자연스레 모험가들의 호흡을 가쁘게 만들고 가슴의 고동을 요동치게 만든다.

“크…!”

도망을 쳐야 하는데, 모험가들은 바닥에서 발을 뗄 수가 없었다.

“왜 그래? 도망치지?”

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도망쳐도 좋다.

그런 자신감이 깃들어있는 릴리의 말에도 불구하고, 모험가들은 움직이지 못했다.

무언가가 자신의 몸속에 흘러들어와, 지배권을 강탈해간 것만 같았다.

도망쳐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릴리의 마력에 의하여 모험가들의 정신이 이미 장악당했기 때문이다.

서큐버스의 매혹 능력이 가득 담긴 마력에 노출되기 전, 성욕이 증폭되지 않고 머릿속에 피어오르던 두려움과 위화감으로 제대로 된 이성의 판단을 할 수 있을 때, 진즉에 도망을 쳤어야 했다.

릴리의 마력을 느끼고 진즉에 줄행랑을 쳤던 마법사 모험가처럼.

“너희가 이 꼴을 당하는 이유는 단 하나야.”

매혹적인 몸짓으로 전방의 모험가들을 향해 손을 흩뿌리자, 달콤한 향기가 가득한 바람이 일어나며 모험가들을 휘감았다.

“아…. 으….”

작게 신음을 내뱉는 모험가들은 그 향기를 맡자마자 가슴 속에 끓어오르는 욕망을 주체하지 못했다.

아름답다.

눈앞의 여자가 인간이건, 악마이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오직 그녀를 범하고 싶다는 욕구를 부추기고 상한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듯 끝없이 부풀어오른다.

그들의 이성이 점점 서큐버스의 마력에 현혹되어 망가지고 있었다.

너무나도 손쉽게 모험가들의 정신을 장악한 릴리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동시켰다.

“감히 우리 에린에게 손을 대려고 해?”

릴리가 일부러 스스로 미끼를 자초하며 혼자서 모험가들을 꾀어낸 이유는 그들이 자신은 물론이고 에린에게 추잡한 감정과 의도를 가지고 수작을 걸려 했기 때문이다.

은현을 비롯하여 그의 아내 중에서, 물리적으로 가장 강력한 무력을 지닌 것은 에린이었지만, 그와 반대로 가장 귀여움과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 또한 에린이었다.

그런 막내에게 추잡한 손을 뻗치려는 그들을 릴리는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릴리 고유능력]

[진실의 방]

악마의 마력으로 구현된 새로운 몽환의 세계가 정신을 잠식당한 모험가들의 의식을 빨아들였다.

새롭게 펼쳐진 지옥의 시작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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