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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불멸자-688화 (671/730)

〈 688화 〉 688. 재앙 진압(2)

* * *

공기를 찢고 맹렬히 뻗어 나가는 한줄기의 섬광은 어두운 밤하늘의 아래였기 때문인지 더욱 그 존재감을 과시했다.

콰아앙!

마침내 자이언트 스켈레톤의 팔과 충돌하면서 생긴 거대한 폭음이 도시의 대지를 뒤흔들고 주위의 공기를 떨리게 만든다.

그 이변은 필사적으로 언데드들에게 대적하고 있던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했다.

“뭐가…?”

자이언트 스켈레톤을 보고 대적할 수 없음을 깨달은 모험가들이 공기를 찢어발기는 강렬한 충격파를 느끼고 멈칫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샌가 한쪽 팔이 아예 날아가 버린 자이언트 스켈레톤을 발견하고 경악한 표정을 짓는다.

누가, 어떻게 저 거대한 팔을 산산조각을 내버렸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얼떨떨했다.

그리고 뒤늦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은색의 깃털을 자각했다.

“이건….”

“상처가…?”

가벼운 상처는 물론, 치명상에 가까웠던 상처와 언데드에게 공격당한 여파로 점점 괴사하는 피부 조직들이 말끔한 상태로 회복됐다.

깃털에 닿은 것만으로도 최악으로 치달았던 몸의 컨디션이 최상의 상태로 회복되는 것을 직접 체감하고,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기적이다….”

“여신의 기적….”

“여신께서 우리에게 기적을 내리셨다!”

그리고 이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지금까지 인간들을 농락하고 학살을 즐기고 있었던 마리우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

마리우스는 기가 차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기적이라고?”

절망과 공포로 가득 차 있던 사람들의 눈빛 속에서 조금씩 희망의 빛이 되살아나는 것을 보고 마리우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금까지 자기 살겠다고 동료고 뭐고 도망치던 추잡한 것들이….”

저 모습들은 마리우스가 가장 혐오하는 족속의 인간들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관계없는 타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는 족속들.

저런 족속들에게 자신이 소중히 여겼던 마을과 보육원 사람들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희생당했다.

저런 것들이 세상에 가득하기 때문에, 이 세상은 더럽다.

더러운 바퀴벌레들이 가득한 기분에 구역질이 치밀어 오른다.

마리우스는 저런 구역질이 나는 인간들을 모조리 없애기 위하여 여신의 명을 받드는 사령술사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발현되는 신성력의 기적이 더더욱 마리우스의 짜증을 부추긴다.

저 기적은 자신이 바라왔으나 결코 자신에게는 내려오지 않았던 기적.

정말로 가증스럽고 원망스러운 힘이다.

“쯧.”

마리우스는 작게 혀를 차고는 재빠르게 현재 상황을 파악했다.

‘두 눈으로 인식할 수 없는 거리에서 날아온 초장거리의 공격.’

무엇이 날아온 것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정말로 무서운 것은 그 공격이 가지고 있는 파괴력이다.

‘내가 소환한 자이언트 스켈레톤의 팔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부쉈다.’

아무리 자신이 소환한 상위 언데드가 불완전한 상태라고는 하지만, 그 상위 언데드가 가지고 있는 방어력 자체를 그대로 깨부숴버릴 수준의 공격력이라는 건 확실히 미처 예상치 못했던 상황.

‘아무래도 계획을 앞당겨야겠군.’

갑작스레 출현한 변수를 앞에 두고 마리우스는 계획을 변경하기로 마음먹었다.

“딴 생각할 여유가 있어?”

계획의 변경을 고민하며 생각을 하던 짧은 찰나였지만, 그 순간은 너무도 치명적인 빈틈이다.

신체에 누적된 데미지와 피로를 모조리 회복한 에린은 어느샌가 다시 전신에 백은빛으로 빛나는 정화의 불꽃을 두르며 도약했다.

한쪽 팔은 이미 파괴되었고, 다른 한쪽 팔은 마리우스를 들고 있느라 자이언트 스켈레톤은 사실상 공격을 할 수 없는 지금이 절호의 찬스다.

두 눈을 빛낸 에린은 은현이 만들어준 이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자이언트 스켈레톤의 상반신을 타고 올라와 질주하며, 순식간에 자이언트 스켈레톤의 손바닥 위에 있는 마리우스의 코앞까지 당도한 에린은 있는 힘껏 레반테인을 찔러넣었다.

고민하고 있던 마리우스는 이번엔 뒤늦게라도 에린의 공격을 인식하지 못했다.

미처 대응하지 못한 마리우스의 왼쪽 어깨를 에린의 칼날이 관통한다.

‘됐다!’

이번에는 살을 관통했다는 감각이 칼날을 타고 손잡이를 쥐고 있는 에린의 손에 확실히 전달되었다.

‘바로 끝내야 해!’

아까처럼 마리우스가 신체 일부를 안개화시켜 공격을 피하기 전에 끝내야만 한다.

이 기세를 몰아 그대로 칼날에 두르고 있던 백은의 불꽃을 해방한 채로, 마리우스의 몸통을 사선으로 내려그었다.

살점을 베고 뼈와 근육을 끊어내는 감각은 자신의 공격이 확실히 먹혀들었음을 확신하게 만든다.

마침내 에린의 칼날이 왼쪽 어깨를 시작으로 내리그어지며 오른쪽 허리 부근을 베고 나와 마리우스의 신체를 두 동강을 냈다.

하지만 그런데도 마리우스를 쓰러뜨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뭐지?’

에린은 자이언트 스켈레톤의 손바닥 위로 떨어진 마리우스의 상반신을 응시하며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갖은 수를 써봐도 죽일 수 없었던 사령술사가 너무도 쉽게 죽음을 맞이했다.

얄밉게 자신의 공격을 피해냈던 아까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마치 그냥 내 공격을 맞아준 것 같아. …진짜 기분 나쁘네.’

끝까지 농락을 당한 기분이라 괜히 짜증이 밀려왔다.

게다가 에린의 기분이 굉장히 찝찝했던 것은 소환자인 마리우스를 쓰러뜨렸는데도, 그가 사령술로 소환한 거대한 스켈레톤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령술사가 죽어도, 사령술로 만들어진 언데드는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아직…안죽었다고?”

에린은 미심쩍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자신의 검으로 반 토막이 나버린 마리우스의 상반신을 바라보았다.

이내 마리우스의 몸을 검은색 안개가 뒤덮기 시작하자, 에린이 깜짝 놀라며 거리를 벌렸다.

“읏!?”

상반신을 뒤덮고 있던 검은색 안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고, 바닥에 널브러진 상체의 시신을 확인한 에린은 두눈을 크게 뜨며 당황했다.

“…사령술사가 아니야?”

안개가 사라지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상반신은 에린이 아까까지 상대하고 있었던 사령술사의 시체가 아니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남성 시체가 보이자 에린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어 혼란스러웠다.

“대체 어떻게 된…. 아니. 아니지.”

지금은 그 의문을 해소하기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이윽고 자신의 감각 안으로 들어오는 빠르고 강렬한 무언가를 느끼고 에린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직감했다.

[브류나크 창술]

[껍질 꿰뚫기]

무시무시한 관통력과 파괴력을 자랑하는 은현의 두 번째 투창이 이쪽을 향해 날아 들어오고 있었다.

감각에 들어온 순간부터 투창이 이곳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3초.

평범한 사람에게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지만, 에린에게는 피하고도 남을 정도로 충분한 시간이다.

에린은 곧바로 자이언트 스켈레톤의 손바닥에서 몸을 던져 뛰어내렸고 바닥에 착지했다.

콰아앙!

타이밍 좋게 도달한 은현의 투창이 이번에는 무방비하게 서 있는 자이언트 스켈레톤의 커다란 두개골을 명중시켰다.

머리를 관통당하여 폭발한 스켈레톤의 몸통은 그 충격을 무시하지 못하고 고꾸라져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쿠웅!

지면과 거대한 해골이 충돌하여 거친 먼지 바람이 일기 시작하여 에린은 곧바로 팔을 들어 코와 입을 막았다.

몇 초 뒤에 거센 먼지 바람이 잠잠해지자, 자이언트 스켈레톤의 두개골에 박혀있는 창 한 자루가 에린의 시야에 들어왔다.

“…브류나크.”

[뭐야. 너 여기 있었냐?]

“뭐. 왜. 불만이야?”

살짝 시비조로 말을 걸어오는 브류나크의 말투를 듣고 있자니, 안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더 짜증이 났다.

[아니. 불만이랄 것까지야.]

브류나크는 심드렁한 말투였다.

[그냥 겨우 이 정도도 처리 못 해서 어쩌냐. 불만보다 걱정이다. 임마.]

“…….”

[이래서 니 낭군님이 널 믿고 너한테 일을 맡기겠냐고. 에휴. 이 몸이 진짜 너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그 도발을 들은 에린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레반테인을 쥐고 있는 주먹에 자연스레 힘이 실렸다.

안그래도 엘레노아가 발동시킨 세라핌의 날개 효과로 컨디션이 최고조였던 반면, 급격하게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가 없어서 답답했던 차.

에린은 곧바로 브류나크를 향해 달려갔다.

“니가 아직 나한테 덜 맞았지!? 당장 이리 와!”

레반테인으로 당장이라도 브류나크의 창대를 후려치려고 달려들었으나, 에린의 바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이언트 스켈레톤의 두개골에 꽂혀있던 브류나크의 창대가 신력을 방출하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어이쿠.]

아슬아슬한 차이로 에린의 검격을 피해낸 브류나크는 익살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낄낄댔다.

브류나크는 스스로 자신의 몸인 창대를 움직이지 못한다.

주인인 은현이 다시 브류나크를 불러들이고 있는 과정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에린의 검격을 피해내기까지 했으니 타이밍도 참 얄궂었다.

[아무래도 날 찾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내가 계속 필요한가 보네. 뭐, 어쩔 수 없나. 너와는 다르게 이 몸은 신! 창! 이니까. 어쩔 수 없지.]

“이, 이이…! 이이이이!”

에린이 분한 표정을 지으며 씩씩거렸다.

안 그래도 이상한 미친 사령술사가 대뜸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고백을 해오지를 않나, 쓰러뜨렸음에도 제대로 쓰러뜨린 것 같지 않은 찝찝한 기분에 스트레스가 점점 쌓여있는 상태에서 걸어오는 브류나크의 시비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킥킥. 그럼 난 간다!]

“…에잇!”

이내 본래 은현의 곁으로 복귀하는 브류나크를 보며 에린은 있는 힘껏 근처에 있는 커다란 돌멩이를 걷어찼다.

마력을 실은 에린의 발차기로 인해 허공으로 떠오른 커다란 돌멩이는 포물선을 그리며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브류나크의 창대를 정확히 명중시켰다.

[크헉!]

“헤헤! 맞췄다!”

이내 돌맹이가 날아온 방향에서 에린이 속이 후련하다는 듯 실실 웃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브류나크가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흥이다! 빨리 현이한테나 가버려!”

혀를 쏙 내밀고 메롱을 하는 에린을 본 브류나크는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저 계집애가 진짜…!]

신창인 자신이 겨우 돌팔매질을 얻어맞았다고 해서 큰 데미지를 입은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에린에게 얻어맞았다는 사실이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다.

[너! 이번 일 끝나면 진짜로 각오해라!]

“뭐! 창 주제에 니가 뭐 어쩔 건데! 싸울 거면 덤벼! 내가 이기니까!”

[너 성격 더러우면서 이렇게 니 남편이나 다른 아내들한테는 내숭 떠는 거, 니 남편은 알고 있냐?]

“뭐래. 현이는 너보다 날 더 좋아해. 현이가 네 편을 들어줄 것 같아?”

[야. 걔는 내 파트너야. 어딜 덤벼. 가소롭네. 진짜?]

“현이는 내 남편이야! 너 진짜로 일리아나님한테 나 무시했다고 다 이른다!?”

[비겁한 계집애….]

무기와 신수는 창대를 울리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라는 듯 으르렁거렸다.

유치한 말싸움을 이어나가는 두 존재는 다른 건 다 몰라도, 서로에게만큼은 절대로 지고 싶지 않아 하는 자존심의 대결 그 자체.

특정의 분야에서만큼은 자존심 강한 두 존재의 대결은 도저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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