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부활한 불멸자-653화 (636/730)

〈 653화 〉 653. (H)신수의 그날(3)

* * *

­사랑해! 현아아!

애정이 가득한 에린의 열렬한 사랑 고백과 함께 문 너머의 방안에서 들려오는 것은 살과 살이 부딪치는 음탕한 정사의 소리.

“…….”

에이라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두 부부의 격렬한 정사의 현장 소리를 생생하게 들은 에이라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직 경험이 없는 그녀였지만, 성인인 에이라도 성 지식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귀족 가문의 여식으로서 정조 관념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지식도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저 방안에서, 은현과 에린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에이라의 머릿속에 훤하게 그려졌다.

­아, 아앗! 거기! 거기 부딪치니까 너무 좋아! 좀 더 해줘!

순수했던 친한 동생의 목소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목소리가 아니라, 쾌락에 젖어있는 음탕한 교성이 섞여 있다.

에린의 그 목소리를 들은 에이라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아예 계단을 내려와 다른 층에 있는 자신의 객실로 돌아온 에이라는 너무 놀란 나머지 화끈함에 빨개진 얼굴을 주체하지 못했다.

“내, 내가 지금 뭘….”

아직도 머릿속에는 에린의 교성이 플래시백 되듯 재생된다.

그것을 떠올린 것만으로도 가슴의 두근거림이 점점 빨라지다 못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더워….”

이상하게도 몸에는 열기가 맴돌았고 몹시 목이 탔다.

객실마다 테이블에 배치된 생수를 벌컥 들이켜며 갈증을 해소하긴 했지만, 계속해서 황홀해 하는 에린의 교성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전신의 열기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갑자기 왜 이러지…?”

에이라는 갑작스러운 자신의 상태에 당황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몸의 열기는 복부의 아래쪽을 욱신거리고 근질거리게 만든다.

원인은 에린 때문이었다.

발정기에 돌입하게 된 에린이 무의식적으로 주위의 사람을 발정하게 만드는 페로몬이 가득한 신수의 마력을 흘렸기 때문이다.

은현이 정기적으로 에린의 성욕을 해소시켜 그 발정기를 해결해주고는 있었지만, 그 과정이 한창인 와중에 에이라가 온 것은 한마디로 타이밍이 나빴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원인을 모르는 에이라는 자신의 몸에 생긴 변화가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다.

“하아….”

에이라는 다시 음란하게 흘리던 에린의 교성을 다시 떠올렸다.

“에린….”

작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표정은 복잡했다.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다.

그녀에게는 그녀를 사랑해주는 남편이 있으며, 애정을 듬뿍 교환하는 남편과 정열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단지 에린의 그런 목소리를 듣는 것이 처음이었던지라 충격적이었을 뿐이다.

에이라의 머릿속에는 학생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순수한 면모가 가득한 소녀 시절의 에린이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더는 소녀라고 할 수 없는, 여자로서의 모습이 보여주는 격차가 너무 커서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어느샌가 자신을 앞질러 간 것이 어쩐지 씁쓸했다.

검을 쥔 기사나 모험가로서 자신을 앞질러 간 지는 한참이나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골인하면서 여자로서도 듬뿍 사랑을 받으며 살고있는 모습은 어딘가 부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비록 다른 아내들이 많다고 하더라도, 정실이 아닌 첩의 위치에 있다고 하더라도 에린은 그것에 대해 불만이 없으며 오히려 지금의 상황에 행복함을 느끼고 있으니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나도 행복한 결혼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문득 만약 자신이 누군가와 결혼하게 된다면, 그 상대는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상상까지 이르게 되었다.

“…….”

가장 먼저 에이라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차한성의 얼굴이었다.

이내 그것을 자각하고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휙휙 저었다.

“미, 미쳤나 봐…!”

에이라는 적잖게 동요하며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 차한성의 얼굴을 황급히 지웠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차한성의 얼굴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혼전임신은 안 된다.

­관계를 맺는 것까지는 막지 않으마. 어차피 마음이 통한다면 분위기에 이끌려 그러한 단계를 밟는 것까지 내가 일일이 막을 수는 없겠지.

­반드시 피임은 해야 한다. 알겠지?

어째서일까.

부탁에 가까웠던 아버지, 리오드의 경고가 지금 떠오르는 것은.

“으….”

에린이 무의식적으로 흘린 신수의 마력에 노출된 에이라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가슴과 다리 사이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한성아….”

그리고 같은 직장의 선후배 사이 이상이면서, 연인은 아닌 후배의 얼굴을 떠올리며 에이라는 뜨거운 숨을 흘렸다.

◆ ◆ ◆

아침이 지나고, 점심을 맞이하기 시작하여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간.

모든 체력을 소진한 에린이 침대 위에 얼굴을 묻고 털썩 주저앉았다.

창문 안으로 들어온 햇볕이 객실 안을 밝게 비추고 체액으로 더럽혀진 에린의 나체를 더욱 선정적이게 비추었다.

“하, 아….”

베개에 얼굴을 묻은 에린이 가쁘게 숨을 내쉴 때마다, 그녀의 흉부가 들썩이고, 널브러진 가랑이 사이에서는 보지 안쪽에서 울컥 흘러나온 정액이 침대의 시트를 더럽혔다.

사실은 더럽힌다는 표현도 옳지는 않았다.

이미 침대와 베개는 그 기능을 상실했으며 두 사람의 체액으로 잔뜩 더러워진 상태.

여기서 더 정액이 흘러나와 침대 시트 위에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더러워졌다고 표현하진 않을 것이다.

객실 안은 진하고 음란함이 뒤섞인 냄새로 가득했다.

“괜찮아?”

“지쳤어…. 더는 허리 안 움직여….”

늦은 밤부터 시작된 격렬한 섹스는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점심까지 이어졌으며, 약 8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어졌다.

아무리 단련을 거듭하여 강인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인 이상 그 한계가 찾아오기는 마련이다.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던 은현은 작게 웃으며 녹초가 되어버린 에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상냥한 남편의 손길을 즐기고 있던 에린은 베개 위에 묻고 있던 얼굴만을 움직여 물끄러미 은현을 바라보았다.

“…현이는 왜 멀쩡해?”

생각해보면 에린의 의문은 당연했다.

장장 8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섹스를 하여 서로의 몸을 탐하였는데, 온몸이 무거워져 녹초가 되어버린 에린과 달리, 은현은 제법 멀쩡해 보였다.

섹스를 하면서 기승 위에 올라타 에린이 스스로 격렬하게 움직였던 적도 적잖게 있었지만, 대부분은 은현이 주도하여 허리를 흔들었던 횟수가 더 많다.

움직인 활동량도 압도적으로 은현 쪽이 많았기 때문에 더 많이 지쳤을 텐데, 자신만이 지쳐서 나가떨어진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다가 남자는 한번 사정을 하면 급격한 무기력함을 느끼면서 발기가 수그러든다고 소문으로 들었는데, 은현의 경우에는 몇 번을 사정해도 단단한 발기를 유지했다.

은현은 작게 웃으며 에린의 물음에 답해주었다.

“글쎄, 아마 반신(半?)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적어도 은현의 경우에는 조금 특별하다.

프로세르피나가 선물한 신의 무구, ‘코르누코피아’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신체의 활력을 북돋아 주는 효과가 기본 패시브로 지속되고 있는 이상, 은현의 정력이 마르는 날은 찾아오지 않는다.

그것이 아무리 일리아나나, 엘레노아, 릴리 세 사람이 동시에 은현을 상대해도, 아내들이 은현을 이기는 날이 찾아오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아내들이 원할 때까지 만족시켜줄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이기도 했지만, 지금 에린은 그것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뭔가 분해. 나만 못난 꼴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잖아.”

계속해서 절정하여 음란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것에 뒤늦게 수치심을 느끼고 있었다.

섹스에서 주도권을 빼앗기고 철저히 쾌락에 잠식당하는 음란한 암컷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을 싫어하는 건 마치 처녀를 상실하고 섹스의 맛을 알아가던 초창기의 일리아나와 비슷했다.

“못나다니. 에린이 얼마나 이쁜데.”

은현은 에린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움직였다.

정리가 되지 않고 정액과 애액이 덕지덕지 묻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그녀의 등줄기를 타고 천천히 아래로 향한다.

은현의 손길을 느낀 에린의 허리가 뻣뻣하게 굳고 어찌할 줄을 몰라하며 가랑이 사이를 비비적거렸다.

“이쁘긴…. 내 몸. 지금 엄청 더럽잖아.”

사실은 아니라고 말해주길 기대하면서 새침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굉장히 귀여웠다.

“그래도 이뻐.”

“…진짜로?”

“그럼.”

에린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은현의 감정만을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 느껴지는 상냥함은 몹시 달콤하고 마음을 근질거리게 만들어 신뢰감이 가득했다.

에린이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은 그녀가 은현을 몹시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윽고 등을 쓰다듬고 있던 은현의 손길이 에린의 허리까지 도달했고 머지않아 그녀의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응….”

천천히 엉덩이의 골 사이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에린의 보지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이미 정액이 가득 차 있는 에린의 보지는 은현의 검지와 중지를 너무도 쉽게 받아들였다.

“힛…!”

상냥하게 질벽을 문지르며 보지 안에 가득 차 있는 정액들을 긁어내어 주자, 에린의 허리가 벌벌 떨리며 위로 튀었다.

하지만 이미 녹초가 된 탓인지, 그렇게 강하게 튀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 상태로 자는 건 좀 그렇네. 씻고 자자. 에린.”

“귀찮아…. 졸려…. 그냥 이대로 자면 안 돼?”

“안돼.”

은현은 단호하게 답했다.

“치.”

조금도 봐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에린이 입술을 삐죽이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말로 지금 허리가 움직이지 않고 두 다리는 서 있을 수도 없을 정도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데, 이대로 눈을 감으면 잠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내가 씻겨줄 테니까 욕실로 가자.”

“…응. 그럼 좋아.”

에린은 은현이 직접 몸을 씻겨준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녹초가 된 에린의 몸을 번쩍 안아 들고 은현이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욕탕에 물을 받아 끓이면서 온도를 조절하는 동안, 정액과 체액으로 뒤섞여 더러워진 에린의 몸에 따로 담아둔 따뜻한 물을 끼얹었다.

휴대용으로 미리 챙겨온 샴푸와 바디워시를 이용하여 에린의 몸을 씻기고 적당한 온도로 맞춰진 욕탕 안에 에린의 몸을 집어넣었다.

“현이도 들어와.”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으려는 에린의 귀여운 앙탈에 은현도 더러워진 몸을 씻어내고 욕탕 안에 몸을 담갔다.

“히히.”

자연스레 은현의 품 안으로 들어와 그의 상반신에 등을 기대면서 웃음을 흘렸다.

“아, 행복해….”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혀 은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킁킁거리는 에린이 만족한 반응을 보였다.

마치 주인의 몸에 자신의 체취를 남겨 영역을 표시하려는 애완동물과도 같은 행동에 은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가녀린 아내의 몸을 꼭 끌어안으면서, 은현의 손이 자연스레 에린의 가슴을 주물렀다.

“응…. 현아….”

한쪽 손으로는 계속해서 가슴을 주무르고 유두를 굴리면서, 다른 한쪽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며 에린의 가랑이 사이에 도달한다.

은현의 손이 도달하기 쉽도록 에린은 이미 자신의 다리를 벌리고 있는 상태.

오히려 손가락의 침입을 환영하고 있었다.

킁킁거리며 목덜미를 핥고 있던 에린이 두 눈을 가늘게 뜨고는 은현을 흘겨보았다.

“이 변태. 그렇게나 했으면서 또 하고 싶은 거야?”

“에린은 싫어?”

“히히. 좋아. 그런데 나 이제는 힘들어서 못 움직일 것 같은데?”

“나한테 맡겨.”

은현은 웃으며 에린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던 손에 힘을 실었다.

“아앙.”

적당한 힘으로 유두를 짓누르자 에린이 기분 좋은 교성을 흘렸다.

결국, 욕탕 안에서 두 사람은 또 서로의 몸을 섞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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