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부활한 불멸자-645화 (628/730)

〈 645화 〉 645. 영웅의 성장(1)

* * *

콰아앙!

거칠게 폭발하는 굉음은 투창을 내던지면서 생기는 충격의 여파.

브류나크가 개미굴의 천장과 충돌하고 담겨있는 신력이 해방되면서 생기는 맹렬한 폭발력이 개미굴 내부를 거칠게 뒤흔들었다.

그 공격은 이 개미굴 내부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는 위험을 초래하는 강렬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은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개미굴이 붕괴하여 곳곳으로 퍼져있는 탐색 원정대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었으나, 지금 당장 저 촉수 괴물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목숨 하나쯤은 제대로 간수 할 수 있는 실력자들이라고 믿어야만 했다.

그 판단하에 내던진 브류나크의 투창은 천장을 뚫고 목표물을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나선으로 회전하는 브류나크는 수십 겹으로 되어 있는 천장을 간단히 찢어발기고도 그 궤도와 속도는 전혀 틀어지지도, 떨어지지도 않고 터무니없는 공격력을 유지했다.

신창(??)이라고 불리는 브류나크의 훈수와 교육으로 다져진 완성된 투창은 이미 그것만으로도 막대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콰아앙!

몇 초가 지나지 않아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렬한 굉음과 함께 투창으로 생긴 거대한 구덩이로부터 강렬한 돌풍이 불어왔다.

은현이 던진 브류나크의 투창이 마침내 목표물인 괴물에 직격한 것이다.

은현은 다시 소환한 적월과 청월을 쥐고 투창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구덩이 속으로 몸을 던졌다.

신체를 강화함으로써 구덩이 속을 타고 괴물이 있는 장소까지 도달하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은현은 전방으로부터 오는 거대한 기척을 감지했다.

‘무언가가 와.’

어두워진 시야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구덩이 내부를 가득 채우는듯한 거대한 무언가가 접근해오는 감각은 은현의 기감에 확실히 느껴졌다.

먼 거리에서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공격을 당한 고대 마수가 그 원인으로 추정되는 은현을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제거하기 위해 보낸 것.

쿠구구!

빠른 속도로 접근해오는 그것은 거대한 촉수였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촉수의 끝 머리 부분에 웜처럼 커다란 입이 달려있다는 점이다.

키아악!

거친 포효를 내지르며, 촉수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의 인간을 씹어먹기 위해 거대한 입을 벌리며 은현에게 돌진했다.

브류나크를 이용하여 다시 한번 투창으로 거대한 촉수를 공격해야 할까 고민했지만, 저 촉수는 고대 마수의 본체와 이어져 있는 신체의 일부나 다름이 없다.

머릿속으로 어떤 생각을 떠올린 은현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 괴물의 입속으로 뛰어들었다.

[아이야!]

막무가내식으로 무작정 뛰어드는 은현의 행동에 베르단디가 그를 만류하려 했지만, 은현은 여신의 제지를 듣지 않았다.

몸을 사리고 천천히 고대 마수를 공략하여 없앨 만한 여유가 지금의 은현에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조금이라도 빨리 고대 마수를 없애려 하지 않았다면 이 개미굴 내부의 지반에 큰 영향을 주는 브류나크의 투창을 사용하지도 않았으리라.

치이익

고대 마수의 촉수 안으로 들어온 은현은 자신의 옷가지가 연기를 내며 타기 시작하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집어삼킨 먹잇감을 소화하기 위해서, 포함된 강력한 산성이 은현의 옷을 녹이기 시작하고 살을 태운다.

하지만 은현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이 괴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에 관한 생각뿐.

은현은 매서운 눈빛을 뽐내며 자신의 영혼 일부나 다름이 없는 두 자루의 칼을 휘둘렀다.

[시에테 검성술]

[이매난도(???)]

상하좌우, 전후의 전방위로 휘둘러지는 적월과 청월의 연격이 촉수의 내부를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막을 수도, 저항할 수도 없는 노도의 연격을 내부에 퍼붓고 있은 은현도 아무런 데미지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격의 여파로 튀는 소화액과 체액은 인간의 몸에는 치명적인 유해물질이나 다름이 없다.

[아이야! 위험하다! 어서! 어서 나가야 한다!]

경악하는 베르단디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은현은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촉수의 내부에 데미지를 주면서 앞으로 전진했다.

이 내부를 따라가며 계속 움직이다 보면, 자연스레 고대 마수의 본체까지 도달할 것이 틀림없다.

고대 마수의 본체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직선의 길이 만들어진 셈.

그 대가는 집어삼킨 먹잇감을 녹여버리는 강력한 소화액을 뒤집어쓴 것으로 본인의 목숨을 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은현에게는 이 리스크를 커버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했다.

두 자루의 검에서 연속으로 발현된 무수한 참격은 점점 압박해오는 촉수의 내부를 가르며 전방으로 전진하던 차, 갑작스레 촉수의 몸통이 끊어지면서 후퇴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내상으로 데미지가 축적된 고대 마수가 결국 은현의 검격을 버텨내지 못하고 스스로 자신의 신체 일부를 끊어버리면서 은현에게서 도망을 친 것이다.

“…큭!”

은현은 다리를 끊어버리고 도망치는 고대 마수의 촉수를 쫓으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순간 휘청이며 바닥에 주저앉은 은현은 곧바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다리를 헛디디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은현이 할 리가 없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의 상태는 심각했다.

옷의 대부분은 이미 소화액으로 녹아 없어져 위아래라고 할 것 없이 맨살을 가득 드러낸 상태였고, 다리 일부분은 이미 살점이 녹아내리다 못해 뼈까지 손상된 상태였다.

촉수의 내부에 있었던 것은 약 15분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을 진데, 소화액으로 데미지가 누적된 다리의 상태는 말이 아니다.

은현은 미리 생각해두었던 대로 곧바로 여신의 권능을 발동시켰다.

[은현 고유능력]

[시간 역행]

손상되었던 살점과 뼈를 비롯하여 전신의 상태가 원래대로 복구되어가고, 누적되어 갔던 데미지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초기화되었다.

녹아내린 코트와 의복들까지 완벽하게 복구된 것을 확인하고 은현은 다시 고대 마수가 도망친 구덩이 쪽으로 빠르게 진입했다.

‘그렇게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어.’

아직 감지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촉수의 위치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돌진해올 때는 제법 빠른 속도였지만, 도망치듯 뒤로 빠지는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전속력으로 달린다면 못 따라잡을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달렸다.

[…안 좋구나.]

베르단디는 자신의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은 은현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보면서 생각했다.

지금의 은현은 1분 1초라도 빨리 저 마수를 처리하고 싶은 생각에 여유를 잃은 상태였다.

그 이유는 다른 평행 세계의 일리아나가 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점이나, 고대 마수가 에린에게 품고 있는 비정상적인 욕정의 감정이 그를 조급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

은현이 조급해하는 이유는 베르단디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본인의 몸을 망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절대로 바라는 일이 아니다.

아무리 자신이 부여한 ‘시간 역행’을 통해서 상처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위험성 자체는 사라지지 않으며, 까딱 잘못했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리고 누적된 데미지와 고통은 그의 마음과 정신을 계속해서 갉아먹는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베르단디는 걱정했다.

그렇게 베르단디가 은현을 걱정하고 있을 때, 은현은 마침내 촉수를 쫓아 고대 마수가 있는 장소에 도달했다.

지금까지 있던 그 어떤 굴과 비교도 되지 않는 거대한 개미굴 안에 존재하고 있던 고대 마수는 마치 해저에서 생활하는 문어의 모습을 닮았다.

생김새 자체는 전설상으로만 전해져 오는 바다 괴물을 연상시키는 모습.

두족류라는 비슷한 공통점이 있기는 했지만, 이곳은 해저도 아닌 흙과 습기가 가득 찬 지하.

게다가 이 마수는 수십 개의 거대한 다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수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명백히 은현도 처음 보는 마수다.

키아아악!

자신의 보금자리에 단신으로 들어온 침입자를 보며 고대 마수가 날카로운 괴성을 내질렀다.

시야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인간 하나가 자신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자각한 고대 마수는 곧바로 그에게 촉수를 휘둘렀다.

하나가 아닌 수십 개의 촉수가 동시에 자신을 덮쳐오는 것을 본 은현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신의 무구]

[아이기스]

쿠우웅!

거대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촉수들이 투명한 장벽에 가로막혀 공격은 성립되지 않았다.

그저 숫자가 많고 평범한 물리력으로는 강력한 방어력을 가진 여신의 방패를 뚫어내긴 불가능.

촉수들의 공격을 막아낸 은현은 곧바로 아이기스를 해제하고 촉구들의 무리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쿠웅!

뒤늦게 지면과 충돌한 촉수들을 밟고선 타고 올라가 고대 마수의 본체와 거리를 좁혔다.

속전속결로 끝내기 위해서 은현은 그 본체의 핵을 향해 달렸다.

키익!

자신의 촉수를 발판삼아 올라오는 인간을 떨쳐내기 위해 촉수를 뒤흔들고 다른 촉수들을 이용하여 공격을 퍼부었지만, 이 자그마한 백은발의 인간은 신이 들린듯한 움직임으로 공격해오는 촉수들을 베어내고 피해내면서 본체를 향해 다가오는 속도를 늦추지도 않았다.

마침내 고대 마수의 핵이 위치하고 있는 머리 부분에 은현이 도달하였을 때, 고대 마수는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는 커다란 공포를 느꼈다.

“죽어.”

은현은 절제된 움직임과 격정적이기 짝이 없는 싸늘한 감정을 담아 짧게 말했다.

재앙의 원흉이자 자신의 아내를 보고 추잡한 욕정을 품은 고대 마수의 머리에, 두 자루의 칼날이 박혀 핵을 관통했다.

◆ ◆ ◆

에린과 백귀들, 그리고 카인과 에이라 쪽은 촉수 괴물들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광활한 굴 안에 존재하는 수십 수백 개의 구덩이에서 나타난 촉수 괴물들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그렇게 강한 편에 속하지는 않았다.

강력한 신수의 마력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여우불은 레반테인의 칼날에 닿은 촉수의 몸체를 모조리 불태워버렸고, 에린의 부하들인 백귀들 또한 하나하나가 생전에 강력한 무력으로 제법 이름을 날렸던 전사들.

그리 간단히 당할 전력이 아니다.

또한 아르티아의 모든 기사를 이끄는 카인은 기사단 안에서 리오드 다음으로 가는 실력자 중 한 사람이며, 에이라는 영웅의 피를 이어받은 기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촉수들이 성가시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끝이 없어.’

구덩이에서 튀어나온 촉수들은 아무리 베고 또 베어내도 계속해서 재생하여 에린과 사람들을 공격해왔다.

아무리 인간이 아니라 막대한 생명력을 가진 괴물이라고 할지라도, 생명체인 이상 그 끝은 명확히 존재할 터.

하지만 무수히 재생을 반복하는 촉수들은 그 생명력의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끊임없이 자신을 두고 추잡한 욕정을 품는 괴물의 감정이 굉장히 에린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계속해서 재생하는 촉수들과의 접점에서 점점 형세가 불리해져 가는 것은 탐색 원정대 쪽이었다.

에린은 고민했다.

‘어쩌지?’

상대방은 아무리 베고 또 베어도 무한히 재생하고 있지만, 그와 달리 계속해서 극심한 소모를 이어가고 있는 이쪽은 점점 한계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신수의 마력은 아직 여유가 있어 백귀들의 전력도 계속 유지할 수는 있었지만, 이것도 시간문제다.

가장 급한 것은 카인과 에이라 쪽이었다.

땀과 긴장으로 가득한 둘의 얼굴에는 어느샌가 피로의 기색이 가득했다.

두 사람의 스태미나가 동나고, 자신의 마력도 고갈되어버린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기 마련.

[시에테 검성술]

[매화(?花)의 바람]

다행히도 시에테의 활약이 그 최악의 상황이 다가오는 것을 막아주고 있기에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에린은 그런 생각을 품으면서 눈앞의 촉수를 또 하나 베었다.

하지만 잘려나간 촉수의 단면이 마치 뭉게구름이 순식간에 증식하듯 본래의 형태를 되찾아 재생하는 것을 보고, 에린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악! 진짜 짜증 나!”

끝도 없이 재생하는 촉수들을 상대하는 것은 마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길을 끊임없이 걷고 있는 것처럼 답답하다.

그렇게 에린이 답답함에 짜증을 표출하고 있을 때, 갑작스레 지면이 거칠게 진동하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엇?”

거기에 호응하듯 구덩이에서 나타난 촉수들이 일제히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다.

이변을 뒤늦게 알아챈 에린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 촉수들과 본체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을 읽어 들였다.

정말로 죽어도 싫을 정도였지만,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어…? 뭐야. 이거…?”

에린은 괴물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읽어 들이고 적잖게 당황했다.

자신을 가지고 범하며 유린하고 싶다는 추잡한 감정으로 가득했던 방금까지와는 달리, 지금 괴물의 이성을 가득 채운 것은 고통과 두려움, 분노, 공포 등의 감정들이다.

그리고 그 감정들이 오직 단 한 명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에린은 두 눈을 빛냈다.

이 이변이 어떻게 된 일인지 사태를 파악한 것이다.

‘현이가 움직였구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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