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9화 〉 639. 사육된 재앙(4)
* * *
산란장을 연상케 하는 굴의 내부.
“우욱…!”
그 광경을 본 델리아가 역겨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위액을 쏟아냈다.
리오드나 차한성은 델리아만큼이나 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경직된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그녀 못지않게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었다.
네 사람 중 주위를 둘러보며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은 은현뿐이다.
“아…으….”
풀린 동공과 어눌한 말투.
볼록한 복부에 비하여 전체적인 외관은 몹시 말라 있었다.
마치 신체 내부의 모든 영양분이 복부에 집중이 되어 있는 듯한 기형적인 상태에 인상이 찡그려진다.
“…….”
은현은 임산부처럼 볼록한 복부를 가지고 있는 알몸의 여성들을 계속해서 관찰했다.
근처에 알껍데기의 사이에 널브러져 있는 장비들을 발견했다.
파손된 상태가 심각한 수준의 장비들은 괴물들의 체액으로 더러워져 있었다.
은현은 그 장비들을 보고 여성들의 정체를 추측했다.
“…모험가들인가.”
그리고 모험가들뿐만이 아니다.
널브러져 있는 수십 명의 여성은 도저히 실종된 여성 모험가들의 숫자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아마도 티르니스령의 영지민이나, 인근에 있는 소규모의 마을.
또는 상인들일 가능성도 높다.
이들 중 유독 모험가의 피해만이 보고되었던 것은 운이 좋았다고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일반적으로 상인이나 소규모의 마을들이 산적이나 마수의 습격을 받아 참혹한 결말을 맞이하는 경우는 정말 드문 일.
하지만 아예 없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모두 죽인 게 아니었던 건가?”
리오드는 거대한 구덩이의 싱크홀 아래로 진입하기 전, 은현과 에린이 발견한 동위계 남성 모험가 파티의 사체들을 떠올렸다.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의 대답에 답하는 은현이 손가락으로 개미굴의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알껍데기들과 함께 더러워진 백골의 사체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리오드와 차한성은 백골들의 숫자와 사이즈, 장비들을 관찰하고 그 사체들이 모두 남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성들은 모조리 죽여 먹어치웠고 여성들만을 살려둔 이유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간단히 추측할 수 있다.
“수태를…위해서인가요.”
수태(??).
배 속에 아이를 배는 행위.
그 단어를 입에 담는 차한성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차한성은 인상을 찡그렸다.
이 광경이 너무도 혐오스럽고 구역질이 나오도록 기분을 부추긴다.
“…그렇겠지.”
은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리오드도 심각한 수준의 굴 내부를 보고 인상을 썼다.
어째서 개미굴 안에서 만났던 메뚜기들이 사람의 모습을 베이스로 하고 있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억지로 인간 여성에게 교배를 시켜 만들어진 태아가 바로 개미굴 안에서 활동하고 있던 결과물이다.
“이게…가능한 일인가요?”
차한성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은현에게 물었다.
넋이 나간듯한 알몸의 여성들은 하나 같이 제정신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생기를 잃어버린 모습은 끔찍하다.
차한성이 한 질문은 어떻게 한 달 만에 여성의 복부가 만삭이 되듯 커질 수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인간 여성이 배 속에 아이를 가지고 태아가 성장하여 출산을 통해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평균적으로 약 40주로 10개월의 기간이 걸린다.
하지만 모험가들의 실종으로 이상을 감지한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기간은 약 4주 정도의 1개월.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이 개미굴 안을 알껍데기로 가득 채울만한 괴물들을 낳았다는 것이 차한성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기를 낳은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차한성은 짧게 답하는 은현의 설명에도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처음 들어보는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차한성이 움찔 몸을 떨었다.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은현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다.
‘…화를 내고 계셔?’
차한성은 처음으로 은현이 격정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언제나 침착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떤 일이든 능숙하게 처리하는 은현은 같은 지구의 출신인 차한성에게 감탄을 터뜨릴 정도.
엘프의 숲에서 리오드와 함께 자신을 훈련시켜주었을 때도, 심지어 리오드를 돕기 위해 개미굴 깊숙한 곳으로 스스로 몸을 던져 함께 고립된 이 상황 속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왔던 그가, 처음으로 분노를 드러냈다.
은현이라는 남자를 자주 보아왔던 것도 아니고 은현과 리오드처럼, 자신이 은현과 가까운 관계는 아닐지라도, 같은 지구의 출신인 차한성은 제법 은현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언제나 여유를 가지고, 자신에게는 불가능한 것 따위는 없다고 여기며 자신감에 차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큰일이 일어나더라도 화를 내지 않으며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는 냉철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자신만의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굳어있는 은현의 얼굴에서, 그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기운들이 격정적인 감정을 대변하듯 몹시 거칠었다.
그 기운 일부를 간접적으로 접한 것만으로도 전신의 피부가 닭살이 돋을 정도로 찌릿하다.
위험하다.
차한성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머릿속에 각인했다.
‘저 사람과 진심으로 부딪치게 된다면….’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고 전신이 딱딱하게 굳었다.
[…끔찍하구나.]
은현의 곁에 있는 베르단디가 인상을 찡그리며 눈앞의 참상으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이내 여신 또한 자신의 사도가 품고 있는 격정적인 감정의 흐름을 눈치챘다.
[아이야. 진정하거라.]
“…….”
[아이야.]
‘…알고 있습니다.’
은현은 재차 자신을 부르는 베르단디의 목소리에 답했다.
머릿속으로 무수한 생각이 오가고 있었던 은현은 자신도 모르게 분노와 짜증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에 드러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못난 모습을 보였네요.’
[괜찮다. 나는….]
베르단디는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여신의 웃음은 다행과 안도, 기쁨의 웃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자신의 사도를 걱정하는 마음을 감추기 위해 얼버무리는 웃음에 가깝다.
[아이는 괜찮느냐?]
‘…괜찮습니다.’
거짓말이다.
베르단디는 그것을 곧바로 간파했다.
하지만 구태여 그것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지적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은현은 그것을 꾹 참아내려고 노력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베르단디는 은현의 상태를 걱정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슴 속에 품고 그를 지켜봤다.
“후우.”
그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라도 시키려는 듯이, 리오드가 작게 한숨을 내쉰 은현에게 물었다.
“아기를 낳은 게 아니라는 뜻이 무슨 의미지?”
“말 그대로. 평범한 인간의 아기를 낳은 게 아니라는 뜻이야. 여자들의 뱃속에 들어간 씨앗은 인간의 것이 아니야.”
“그럼….”
“인간이 아닌 괴물의 씨앗이야. 정확히는 곤충류 쪽이겠지.”
“아….”
차한성과 델리아는 작게 탄식했다.
생각해보니 출산의 과정 또한 다르다.
이 개미굴 안을 가득 채우는 알껍데기들은 인간의 출산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것들.
그렇다면 무수히 많은 개미굴 안을 돌아다니고 있는 괴물들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메뚜기나 다른 곤충들의 특성이 있는 것도 납득이 간다.
특히나 네 사람이 마주했던, 상체는 인간 여성이나 하체는 거미였던 거대한 괴물 또한 아마도 이 알 속에서 태어난 괴물일 터.
“곤충은 평범한 인간들보다 성체가 되는 기간이 아주 짧으니까. 게다가 그 숫자까지 차원이 다르지.”
이 개미굴의 정체와 목적, 그리고 다수의 모험가가 실종된 경위에 대해서는 대강 파악을 할 수 있었다.
“…미확인 던전이 문제가 아니었어.”
땅속에 굴을 판 이 개미굴이 바로 진짜 원인.
모험가들뿐만이 아니다.
아마도 이 근방의 마을들이나 지나가던 모험가나 상인들이 모두 대상이었을 것이며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인간 여성은 괴물을 낳기 위한 씨받이로 살려두고, 남성은 모조리 잡아먹으며 영양분을 공급한다.
수태한 알에서 껍질을 깨고 나온 괴물들은 점차 성장하여 외부로 나갔고 더 많은 인간을 잡아먹을 것이 틀림없다.
“그건…. 큰일이군요.”
차한성은 은현의 설명 속에서 대규모의 마수들이 범람하면서 벌어지는 스탬피드 현상을 떠올렸다.
그 재앙과 성격은 비슷하하다.
하지만 스탬피드 현상은 던전의 내부가 마수의 수용량이 한계치가 넘어가면서 외부로 방출되는 것으로 미처 던전을 공략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대재앙.
반면, 이 개미굴은 어떻게 봐도 ‘만들어졌다.’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끔찍한 생각과 발상을 통해서 만들어진 악의적이고 인위적인 공간에 가까웠따.
정말 다행인 것은 이 개미굴에서 태어난 괴물들이 성장하여 밖으로 기어 나오기 전에, 이 개미굴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은현은 굳은 얼굴로 천천히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여성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작은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위액을 모조리 게워내고 멍하니 은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던 델리아가 정신을 차리고 놀란 반응을 보였다.
“주, 죽이시려는 건가요!?”
다급히 은현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델리아가 몸을 일으키며 은현을 불렀다.
“네.”
은현의 대답은 짧고 간결했다.
얼마나 단조로웠는지 그의 목소리에는 매정함이 가득했다.
델리아는 항상 웃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은현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순간 몸을 떨었다.
“꼬, 꼭 죽일 필요는 없잖아요!”
“아뇨. 죽여야 합니다.”
하지만 은현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벙어리처럼 이성을 상실한 여성들을 보며 설명했다.
“저 알 속에서 괴물들이 껍질을 까고 나오기 전에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그런….”
델리아는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은현을 노려보았다.
같은 여성으로서 그녀들이 당한 처지에 분노를 느끼고, 무고한 피해자에 불과한 그녀들을 죽인다는 것에 기사로서의 정의감이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 저리 쉽게 죽여야 한다는 말을 내뱉을 수가 있을까.
효율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무감정하게 사람을 죽여도 되는 걸까.
델리아는 은현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고 공감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가 있나요!?”
“이미 전신의 생명력이 괴물들을 수태하기 위해서만 쓰이고 있어요. 이대로 가다간 어차피 죽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저렇게 버려지게 되겠죠.”
뼈와 살가죽만을 남겨놓고 홀쭉해진 인간 여성들의 시체는 무수히 많은 괴물의 알을 낳은 여성들 앞에 놓인 비참한 말로다.
그녀들은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게 아니다.
알을 키우는 과정에서도, 낳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는 생명력을 빨리고 소모하며 끊임없는 고통이 이어진다.
“지금 끝내드리는 게, 이분들에게도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구원입니다.”
“당신에겐…. 당신에겐 피도 눈물도….”
사람으로서, 여성으로서, 기사로서, 은현의 사고방식과 설명에 납득을 할 수 없었던 델리아가 격정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선을 넘으려 할 때.
“그만.”
델리아를 말린 것은 리오드였다.
“…나도 함께하겠다. 너에게만 그런 짐을 지우게 하지는 않아.”
리오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은현의 옆을 걸었고 허리춤에서 자신의 장검을 뽑았다.
다름 아닌 자신의 존경스러운 상관이, 은현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에 크게 놀랐고 실망했다.
“단장님…!”
“…….”
하지만 리오드는 굳은 얼굴로 델리아의 부름에 답하지 않았다.
“델리아.”
오히려 설득하기 위해서 그녀를 부른 것은 차한성이다.
“선배님…. 제발…. 저분들은 아무런 죄도 없잖아요. 이곳에서 죽어선 안 돼요. 그건…. 그건 너무 가여워요. 제발 두 분을….”
간절히 애원하고 있음에도, 차한성 또한 안타까운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두 분도 알고 계신 거야. 아마도 너와 같은 마음이시겠지.”
“그럼 어째서….”
“이 개미굴은 굉장히 넓어. 아마도 이런 방이 무수히 많을 거야. 우리는 이곳에서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까.”
만약 다른 굴에서 껍질을 깨고 부화한 괴물들이 한 마리라도 지상으로 나가 사람들을 덮친다고 한다면, 이것은 아르티아 기사단의 실책이다.
은현과 리오드라고 아무런 죄도 없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것은 해야만 하는 일이다.
차한성은 최대한 스스로의 감정을 죽이며 해야만 하는 일을 우선시하는 은현의 모습을 곧바로 알아보았다.
“…미안합니다.”
이윽고 델리아는 괴물의 알을 배속에 품고 있는 여성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었다.
여성들은 은현의 목소리를 듣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마치 혼이 나간 것처럼 멍하니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여성들에게 은현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우리가 사태를 빨리 파악했더라면…. 이 개미굴의 존재를 일찍 알아차렸더라면…. 이런 재앙은 생기지 않았겠죠. 늦게 와서…. 여러분들을 구해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한쪽 무릎을 꿇고 말을 이어가던 은현의 고개가 아래로 푹 숙여졌다.
그것은 여성들에게 보내는 사죄와 동시에, 재앙을 미리 파악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는 자책이었다.
이 개미굴의 등장이, 괴물들의 존재가, 악의로만 가득한 이 추악한 상황은 그의 탓이 아닐진대, 은현은 구하지 못하고 희생된 무고한 사람들에게 깊은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아….”
델리아는 은현의 말을 듣고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은현은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들을 죽이는 것에 무감정해진 것이 아니다.
구역질 나도록 더러운 기분을 가슴 속에 꾹꾹 눌러 담고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편히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은현은 천천히 괴물의 알을 배 속에 품은 여성들의 목에 단검을 꽂아 넣고 숨통을 끊었다.
그 행동에는 망설임이 없었고 자연스러웠다.
차한성과 델리아는 은현이 이런 일을 겪은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몇 번일까.
몇 번을 겪어야 저렇게 행동할 수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커…흐….”
목에 단검의 칼날이 꽂힌 여성의 고개가 뒤늦게 돌아가면서 은현과 시선을 마주했다.
칼이 꽂힌 성대는 이미 기능을 상실했지만, 여성의 입 모양은 확실하게 은현에게 의사를 전달했다.
‘고, 마, 워, 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확실히 들린 여성의 마음을 확인한 은현은 그녀의 목에 꽂아 넣은 단검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꽉 쥔 채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빼앗은 무고한 목숨에 고마움의 인사를 받는 이 경험은, 400년 동안 깎여나가 마모된 은현의 영혼과 마음을 또다시 헤집어 놓았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거지같고 지치게 만든다.
[아이야….]
최근 들어 조금씩 회복되어가고 있던 마음이 다시 깎여나가기 시작했음을 깨달은 베르단디가 은현을 걱정스레 쳐다보았다.
은현은 몸을 일으켜 두 번째 여성의 목에도 칼을 꽂아 넣으려 했지만, 두 번째 여성의 목에는 이미 리오드의 장검이 꽂혀있었다.
“…이런 기분이군.”
여성의 목에서 장검을 뽑은 리오드는 은현과 마찬가지로 벌레라도 씹은듯한 얼굴로 작게 중얼거렸다.
그 또한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에 은현과 마찬가지로 거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리오드. 괜찮아. 이런 일은 나 하나로….”
“아니. 말했을 텐데.”
하지만 리오드는 은현의 호의를 거절했다.
“이제는 너 혼자에게만 이런 짐을 짊어지우게 하지 않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