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4화 〉 614. (H)상과 벌의 차이(1)
* * *
시에테와 서로의 검술을 겨루는 시간을 마치고, 은현과 일행은 복귀했다.
리오드는 좋은 것을 볼 수 있었다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관전할 수 있게 허락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흠.”
시에테는 별일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순수히 자신의 전력을 내고 싶었을 뿐인 그녀에게는 자신이나 은현을 관전한다는 것에 별다른 생각을 품고 있지 않았었다.
오히려 리오드도 남다른 검사라는 것을 알아본 만큼 무언가 깨달음을 얻었다면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다.
그 또한 제자인 은현과 친구 사이라면 은현에게 적잖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시에테라는 여성이 다다른 검의 경지에 대해서 많은 것을 보고 깨달을 수 있었던 리오드에게는 좋은 동기부여가 되었다.
차한성과 함께 모그라프령에 파견을 나온 아르티아 기사단원들이 머물고 있는 숙소로 향하면서, 앞으로도 더욱 정진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결연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안녕히가세요오~!”
에린은 점점 멀어지는 리오드와 차한성에게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그리고 시에테도 오랜만에 진심으로 몸을 움직인 탓인지, 피곤하다며 곧바로 숙소로 들어가 버렸다.
“스승님 괜찮으신가? 마지막에 기분이 안 좋으셨던 것 같은데.”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은현에게서 등을 홱 돌렸던 시에테를 떠올리며 은현이 의문을 품었다.
[…….]
“…….”
그 중얼거림을 들은 에린과 베르단디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할 말을 잃었다.
[에휴….]
이내 에린이 허공에 떠서 한숨을 쉬는 베르단디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는 여신의 표정은 어딘가 한심하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베르단디님. 대스승님은 혹시….”
에린은 베르단디가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베르단디는 먼저 앞서 걷고 있는 은현에게서 떨어졌다.
곧바로 에린 쪽으로 다가가, 에린에게만 들릴 작은 속삭임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말하지 마라. 설명하는 것도 피곤하구나.]
“헐….”
생각해보면 이것이 당연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은현은 에린이 직접 마음을 고백하기 몇 달 전까지 에린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그때라도 눈치를 챌 수 있었던 것은 명백하게 티가 나는 에린의 행동과 표정들이나, 최근에 여유를 되찾으면서 조금씩 회복된 자존감 덕분이다.
사도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감정을 억누르며 행동을 해왔던 만큼 바닥을 기어 다니던 자존감을 회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에린을 포함한 다른 아내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그런데도 은현은 아직 시에테의 감정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가끔가다가 현이는 이런 부분에서 이상하단 말이야.’
이제는 유부남이고 아내가 여럿이나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그런 일이 벌어질 리가 없다고 생각을 하는 걸까.
아니면 본인이 애초부터 관심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명확한 성욕을 가지고는 있지만, 지금 은현과 결혼한 아내들 중에는 은현이 먼저 다가가서 맺어진 이성이 없었다.
[할 말이 없구나….]
베르단디는 미처 은현을 돌보지 못하여 저러한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것에 민망한 책임을 느꼈다.
“아뇨. 이번 경우에는 조금…어쩔 수 없었달까요?”
에린은 당황하며 애써 베르단디를 위로했다.
이번에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시에테의 경우에도 문제가 있다.
조금만 더 확실하게, 시에테가 말과 행동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했더라면 설마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텐데.
이쪽의 분야로는 둔한 은현과 솔직하지 못한 시에테의 조합은 옆에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말 한숨이 나올 정도로 답답하다.
설령 자신의 남편이 다른 이성과 특별한 관계에 엮여있다는 것일지라도, 시에테에 대한 감정은 질투나 짜증보다는 답답함이 가득했다.
“…이건 일리아나님이나 엘레노아님, 릴리 언니와 상의해봐야겠어요.”
[그러자꾸나.]
베르단디는 에린의 제안에 동의했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고 계십니까?”
멀찍이서 앞장서 걷고 있던 은현이 에린과 베르단디가 따라오지 않고 있다는 것에 의아함을 느껴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야. 아무것도!”
◆ ◆ ◆
던전 안의 집으로 복귀한 은현은 대장간의 지하 공방에서 엘레노아의 보고를 받았다.
일과 관련된 내용을 집까지 가지고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오랜만에 복귀한 은현에게 곧바로 보고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둘이서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다.
“흠….”
알테리아 상회와 아르미타스 공작령에서 있었던 작은 해프닝에 대한 일 처리에 관하여 보고를 받은 은현은 생각에 잠겼다.
점점 성장하는 공작령을 노리고 들어오는 수작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결정권자인 엘레노아를 믿었고, 그녀를 보조하는 릴리의 활약과 재빠른 일 처리로 깔끔하게 알테리아 상회를 무너뜨렸다.
“그러면 알테리아 상회의 직원들은?”
상회의 주인인 보른과 그를 보좌하던 부하직원들은 모조리 노예로 만들어 평생을 강제 노역하도록 처벌을 했지만, 그 상회에서 일하는 이들 전부가 악인인 것은 아니다.
“상회의 직원들은 모두 지스 상회에게 연결해서 실업자가 되지 않도록 조치는 취했어요.”
지스는 어쩔 수 없이 알테리아 상회의 직원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본래 그는 지금의 생활에 나름 만족을 하고 있었으며,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자신의 상회가 성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상회의 규모가 커지고, 직원들의 숫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자신이 책임져야 부담이 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은현과 엘레노아에게 따로 보고하지 않고 비트와 도지라는 마피아 출신의 상인을 받아들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설령 그것이 자신과 비슷했던 과거의 처지에 대해 생겨난 동정심에서 비롯된 자비였다고 하더라도, 엘레노아는 그것을 그냥 넘길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덕분에 아르미타스 공작령에서 수작을 벌이려는 알테리아 상회의 계획을 저지할 수 있었으니,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는 경고의 선에서 끝낸 것이 다행이었을 정도다.
“…….”
하지만 순조로웠던 일련의 일 처리들에 대해 보고를 듣고 있는 은현의 얼굴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엘레노아가 곧바로 은현에게 물었다.
“역시…. 그 두 상인은 처벌하지 않고 경고만으로 넘기지 말아야 했을까요?”
“아니. 그것 때문에 그런 게 아니야.”
은현은 엘레노아에게 괜한 생각을 들게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쓴웃음을 지어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엘레노아의 일처리 과정이나, 비트와 도지라는 두 상인에 대한 처우가 아니다.
“그 두 상인이 이제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어디서 뭘 하든 상관없어. 그 둘을 지스에게 맡겼다면 지스가 알아서 관리해야 할 문제지.”
그리 말하며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엘레노아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조금 더 네 몸을 소중히 여겨줬으면 좋겠어.”
“아….”
엘레노아는 작게 몸을 떨었다.
아무리 평범한 사람들은 저항하지 못하는 몽마의 힘을 가진 릴리가 곁에 붙어있었다지만, 자신의 아내가 둘이서만 무방비의 상태를 가장하여 그들을 맞이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편이 있는 유부녀를 노리는 추잡한 남자들의 시선이 엘레노아와 릴리에게 향했을 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이런 말을 하기는 뭐하지만…. 다른 남자가 너와 릴리를 보고 그런 생각을 품었을 걸 생각하면 기분이 별로 안 좋네.”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위험한 상황에 자신을 스스로 노출시키고 그것으로 상대를 함정에 빠뜨리는 수법은 은현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었지만, 일리아나는 이 방식을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아 하며 자주 은현을 혼내곤 했었다.
역지사지로 자신의 아내가 그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니, 은현은 생각이 복잡했다.
솔직하게 독점욕을 표현해주는 남편의 말이 엘레노아는 굉장히 기뻐 웃음을 흘렸다.
“괜찮아요. 이미 릴리가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었을 테니까.”
몽마의 힘으로 구현된 ‘진실의 방’안에서 그들은 전신의 살점을 마수에게 뜯어먹히고, 재생되고 다시 뜯어먹히는 끔찍한 고통을 수십 번이고 겪었다.
그것도 엘레노아와 릴리를 보고 품었을 추잡한 하반신을 중심적으로.
“그건 그거고…. 내 기분이 풀리는 건 별개지.”
“기뻐요.”
엘레노아는 자신을 품에 꼭 안은 은현의 허리에 양팔을 감으며 꼭 끌어안았다.
“릴리도 마찬가지지만, 일단은….”
은현이 그대로 몸을 일으키면서 품에 안고 있는 엘레노아의 몸을 들어 올렸다.
“내 마음은 생각도 안 하고 멋대로 행동한 엘레노아한테 벌을 주고 싶네.”
다른 점은 모두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했다고 하더라도 은현은 그녀의 남편으로서, 아내인 엘레노아의 행동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아….”
그리 말하고 엘레노아를 안고 있는 은현이 향한 곳은 지하 공방의 구석에 설치된 문.
은현이 아내들과 과격한 플레이를 할 때 자주 사용했던 조교실이다.
앞으로 무엇을 당할지를 상상해버린 엘레노아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짓고는 이내 기쁜 감정이 묻어나왔다.
홍조를 띄운 엘레노아의 반응을 본 은현이 웃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왜 웃어?”
“당신이 저를 괴롭혀 주신다고 했으니까요.”
엘레노아는 자신을 안고 있는 은현의 목에 팔을 두르고 그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댔다.
자신을 잔뜩 사랑해주겠다는 말로 해석한 엘레노아는 이미 한껏 은현의 조교에 기대하고 있었다.
조교실 안으로 단둘이 들어오자, 은현은 엘레노아의 입술에 키스하면서 그녀의 옷을 벗겼다.
부드러운 원단으로 제작된 드레스가 스르륵 아래로 흘러내리자, 새하얗고 매끈한 맨살의 피부가 드러났다.
허리의 라인이 적나라하게 표현된 피부와 하얀색의 속옷으로 둘러싸인 그녀의 가슴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하얀색 팬티스타킹으로 둘러싸인 허벅지를 쓰다듬으면서 그 감촉을 한껏 맛보고, 그녀의 몸을 조교 의자에 앉혔다.
처음에는 공작 가문의 여식으로서 손발을 구속당하고 일방적으로 조교 당하는 것에 저항감이 있었던 엘레노아는 이제는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서 자신을 괴롭혀 주어 저속한 쾌락을 선사해주길 눈빛으로 호소한다.
은현은 그녀의 얼굴에 안대를 씌워 시각의 자유를 빼앗았고 차례대로 그녀의 양손과 양다리를 조교 의자에 고정했다.
의자를 조작하여 움직이자, 엘레노아의 양쪽 다리가 좌우로 벌려져 고간 사이를 훤하게 드러냈다.
“흣…!?”
팬티와 스타킹 사이로 살짝 얼룩지기 시작한 고간을 손바닥으로 어루만져 살짝 쓸어올리자, 엘레노아가 흠칫 몸을 떨었다.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젖어있는 거야?”
“당신이 직접 조교를 해주시는 건 너무 오랜만이라…. 저도 모르게 몸이 달아오른 것 같아요.”
살짝 부끄러운 듯 조교 의자에 고정된 하반신을 떨면서 엘레노아는 기대의 미소를 참아내지 못했다.
완전히 암컷의 얼굴을 하고 있는 엘레노아를 보고 있자니, 그녀를 괴롭히고 싶은 가학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양다리를 벌리고 엉덩이를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있음에도, 엘레노아는 수치보다는 앞으로 당할 조교를 상상하며 벌써 보지를 적시고 있었다.
은현은 엘레노아의 스타킹과 팬티 안쪽에 기어들어 가듯 천천히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손가락 끝이 엘레노아의 축축한 습기가 가득한 보지에 닿자, 엘레노아의 허리가 움찔 떨렸다.
하지만 보지의 안에 손가락을 삽입시키지 않고, 클리토리스와 음순을 계속 문지르며 자극을 이어나갔다.
“응….”
미약한 자극에 애가 타는 듯 엘레노아는 신음을 흘리면서 조교 의자에 구속된 엉덩이를 비비적거리며 움직였다.
“하, 으….”
보지에서 흘러나온 추잡한 애액은 팬티와 스타킹에 스며들어 얼룩을 더욱 크게 번지게 했다.
결코 손가락을 삽입시키지 않고 클리토리스와 질구의 주위 음순을 집요하게 문지르며 열기를 더했다.
마찰의 열기와 보지에서 흘러나온 애액과 습기로 팬티스타킹의 안은 음란한 냄새로 가득하여 허리가 추잡하게 떨렸다.
“당신…. 어서, 어서 제 보지를 괴롭혀 주세요.”
스스로도 귀족 영애라고는 결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추잡하고 음란한 애원을 해오는 엘레노아의 목소리가 애처롭다.
“아직 안 돼. 이건 벌이라고 했잖아.”
“네?”
은현은 안대가 씌워져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엘레노아의 귓가에 가까이 접근하여 속삭였다.
“지금부터 나는 엘레노아의 보지에 총 5개의 바이브를 번갈아 가며 삽입할 거야. 그리고 이 5개의 바이브 중에는, 내 자지의 모양을 그대로 본떠 만든 바이브가 1개 섞여 있어. 엘레노아는 그걸 맞추면 돼. 쉽지?”
찌꺽!
엘레노아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얼떨떨한 반응을 보이는 동안, 은현이 기습적으로 엘레노아의 보지에 손가락을 삽입시켜 질벽을 문질렀다.
“흐읏!?”
화들짝 놀라며 엘레노아의 허리가 버둥거렸지만, 양손과 양다리를 조교 의자에 구속된 엘레노아는 도망치지 못하고 엉덩이를 벌벌 떨 뿐이었다.
“맞히면 상을 줄게. 대신 틀리면…. 당연히 벌을 줄 거야.”
안대를 씌워 두 눈을 가린 것은 이것 때문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럼 시작할게.”
엉덩이를 감싸고 있는 팬티와 스타킹을 걷어 올려지고, 엘레노아는 자신의 보지 안으로 쑤욱 삽입되는 딱딱하고 굵은 기둥의 존재를 느껴 교성을 내질렀다.
“흐아앗!?”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