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8화 〉 598. (H)꾸고 싶지 않은 꿈(1)
* * *
정신을 차려보니 에린은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공간에 덩그러니 놓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냄새를 느끼기는커녕 숨을 쉬고 있다는 자각도 없다.
이윽고 에린을 둘러싼 주위의 배경이 뒤바뀌었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저녁을 먹고 있는 은현과 다른 아내들의 모습을 발견한다.
사이좋게 식탁 위에 앉아 있는 가족들을 보고 에린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
기쁜 마음으로 은현의 이름을 외치며 저 식탁의 저녁 식사에 합류하려 했지만, 에린의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어…?’
심지어 말조차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려 했지만, 에린은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일진대, 자신의 의사로 제어를 할 수가 없다.
에린은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붕 뜬 느낌을 받았다.
즐겁게 저녁을 먹고 있는 저 가족의 사이로 들어갈 수가 없다.
‘나도…. 나도 끼고 싶은데….’
그것이 불가능하니 갑작스레 소외감이 밀려들어 왔다.
이내 웃으며 화기애애한 저녁 식사가 끝나고 은현과 아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에린과 그들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마치 액자 안에 끼워져 있는 한 폭의 그림이 점점 자신의 앞에서 멀어지듯, 떠나가자 에린이 조급함을 느꼈다.
‘아, 안 돼…! 가지 마…!’
자신을 두고 은현과 다른 아내들이 떠나가는 것만 같아 다급히 손을 뻗으려 했지만, 역시나 에린의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멀어져가는 은현과 아내들의 얼굴은 몹시 행복해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의 존재는 필요치 않다는 듯, 에린의 빈자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그곳으로 향하기 위해 손을 뻗으려 하였음에도 에린의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나만 두고 가지 마! 현아!’
마음속으로 아무리 외치고 애원해봐도, 그녀의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아.’
그저 점점 더 멀어져가는 은현과 아내들의 모습을 멀찍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에린이 뒤늦게 깨닫는다.
‘이거 꿈이구나.’
◆ ◆ ◆
전신이 얼어붙어 동상에 걸려있던 에린을 데리고 은현은 곧바로 근처에 인접한 동굴로 향해왔다.
인벤토리에서 야영용 장비들을 꺼내어 빠르게 텐트를 설치하고, 화목 난로를 꺼내어 텐트 안에 집어넣어 내부의 온도를 높였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에린의 몸을 1초라도 빨리 녹이기 위해서였다.
꽁꽁 얼어붙어 있는 에린의 장비와 의복들, 속옷을 벗기고 은현 또한 상의를 탈의하고 숨조차 쉬지 않고 있는 에린의 몸을 꼭 껴안으며 마사지를 시작했다.
그녀의 맨살이 얼음장처럼 몹시 차갑다.
은현은 아내가 죽을 위기에 처해 있었음에도 전혀 동요하거나 이성을 잃지 않았다.
에린이 죽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심장이 뛰지 않고 호흡이 멈춘 상황에서 이미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인간들과는 달리 ‘반신(半?)’으로서 에린의 혼이 아직 그녀의 육체에 정착해있는 상태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보았다.
이내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에린이 조금씩 체온을 회복하고 조금씩 심장의 고동이 느껴졌다.
“…다행이다.”
에린의 상태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은현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흘리며 에린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에린이 죽지는 않았다고는 하더라도,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녀에게 설녀를 맡긴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판단.
그 결과 에린을 잃을 뻔했다는 것은 은현의 가슴을 짓눌렀다.
은현은 애써 미안해하는 이 얼굴을 숨겼다.
에린이라면 분명 자신의 이 씁쓸한 얼굴을 보고 마음을 쓸 것이 분명하다.
마음속의 동요를 감추고, 에린의 몸이 1초라도 더 빨리 회복되도록 그녀의 몸을 마사지하고 꼭 끌어안으며 체온을 전했다.
이내 에린의 몸이 점차 빠르게 회복되었다.
“흣!?”
의식을 각성시킨 에린은 화들짝 놀라 어깨를 들썩였다.
그녀가 눈을 뜨자마자 갑작스레 발작을 일으켰다.
“안돼! 현아!”
격렬하게 날뛰려는 에린의 행동을 곧바로 제지한 것은 은현이었다.
“에린!”
“현…어?”
에린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은현의 목소리에 아직 몽롱했던 이성이 확실히 깨어났다.
딱딱하면서 따뜻한 맨살의 감촉과 향기를 느끼고, 에린이 상황을 파악했다.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자 눈에 보이는 것은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동굴의 내부.
그리고 자신의 앞에서 활활 불타오르고 화목 난로였다.
은현은 그 화목 난로 앞에서 전신에 담요를 덮고 에린의 몸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지금 에린은 속옷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상태이며, 은현 또한 상체를 입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
‘…따뜻해. 그리고 냄새 좋다.’
은현에게서 느껴지는 맨살의 체온에 빠르게 맥박을 치던 심장의 고동이 안정을 되찾았다.
“괜찮아? 안 좋은 꿈이라도 꾼 거야?”
은현은 에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정시키고 물었다.
“흑…. 현아. 현아아….”
에린이 무언가 북받쳐 오르는 듯 주체하지 못하고 감정을 표현했다.
자신의 상체를 꼭 끌어안고 있는 은현의 양팔을 꼭 움켜쥐며 은현의 가슴팍에 머리를 비볐다.
마치 주인의 몸에 자신의 체취를 묻히며 흔적을 남기려는 애완견처럼 구는 것이 어딘가 애처롭다.
도대체 무슨 꿈을 꾸었길래, 눈물을 글썽이며 이러는 것일까.
“…아주 싫은 꿈.”
에린은 인상을 찡그리며 자신이 꾸었던 꿈에 대해서 은현에게 설명했다.
은현과 일리아나, 엘레노아, 릴리가 즐겁게 저녁을 먹으면서 행복한 일상을 맞이하는 광경.
그리고 그 안에 자신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광경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마치 자신의 자리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고 한다.
은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에린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려 위로했다.
“…그런 일이 생길 리가 없잖아.”
“알아…. 나도….”
그것은 에린도 알고 있었다.
에린은 자신이 그런 꿈을 꾸게 된 원인을 알고 있었다.
멋대로 자신의 안에 들어와 육체를 강탈하려 했던 설녀가 자신의 귀에 바람을 불어넣어 속삭인 것이 원인.
에린의 육체를 빼앗기 위해서 그녀의 멘탈을 흔들려 했던 수작에 에린은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무서웠는걸.”
하지만 그 말이 에린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자신의 곁에 은현이 없다.
일리아나와 엘레노아, 릴리가 없다.
어쩌면 자신의 오빠마저 사라졌을 때, 혼자만이 남았던 때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런 일이 절대로 생기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그런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끔찍하다.
“괜찮아. 앞으로도 같이 있어 줄게.”
“…응.”
뒤에서 상냥하게 끌의 안아주는 은현의 허그에 에린은 마음속에 쌓여있던 불안을 풀어내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아.”
“응.”
“나 하고 싶어.”
에린이 무엇을 하고 싶다는 것인지 이해를 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 여기서?”
“응.”
알몸의 맨살을 비비적거리며 에린은 은현의 팔을 이끌었다.
그대로 에린의 의도를 거부하지 않고 그녀의 맨가슴을 만지는 은현의 손길이 느껴졌다.
“지금 하고 싶어. 현이는…싫어?”
“싫지는 않지. 그냥 에린의 몸 상태가 걱정돼서 그래.”
이제 막 동상에서 몸을 풀리며 몸의 상태가 정상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에린과 살을 겹치며 사랑을 나누는 것은 좋지만, 언제든 할 수 있는데 지금, 이 텐트 안에서 하면서 무리를 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치, 바보.”
에린은 툴툴대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몸을 주무르는 은현의 손길을 고스란히 즐겼다.
가슴을 주무르고는 있지만, 굉장히 야한 손놀림이 아니라, 마사지를 해주는 성실한 손놀림이었다.
“난 괜찮아. 오히려…. 섹스를 하는 게 체온을 높이는 데는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애정이 가득한 섹스를 하면서 살을 겹칠 때의 열기를 설득 재료로 어필을 해오는 에린을 보며 은현은 웃었다.
“알았어. 대신 무리하는 것 같으면 그만둘 거야?”
“응.”
에린이 기쁜 듯 고개를 끄덕여 승낙하자, 은현은 곧바로 손을 움직였다.
아까와도 같은 마사지의 성실함이 깃든 손놀림이 아니라, 아내의 몸을 애무하는 야한 손놀림으로 변화했다.
“응….”
에린의 유두는 이미 딱딱하게 발기되어 있었다.
아직 몸의 추위가 덜 풀린 탓인지, 아니면 애무로 느끼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두 쪽 다일 수도 있었겠지만, 교성을 흘리는 에린의 반응을 보아하니 느끼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은현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내민 에린의 입가에 자신의 입술을 겹쳐 키스했다.
“흐, 아아….”
꼭 껴안으며 애무를 하면서 자연스레 키스를 해주었던 것은, 언제가 관계를 맺을 때면 그것을 원해왔기 때문이다.
“하아, 현이의 입술 따뜻하다.”
담요의 너머로 전해지는 주위의 공기는 몹시 차가웠지만, 서로 접한 피부와 입술이 어딘가 촉촉해지면서도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정말 부드럽고 예뻐.”
은현은 자신의 품에서 꼭 끌어안고 있는 에린의 매끈한 피부를 어루만지며 칭찬했다.
자신의 교육을 믿고 따라와 준 끝에 만들어진 훌륭한 몸이지만, 역시나 여성의 몸이기 때문인지 또 무척이나 부드럽고 탄탄하다.
“히히. 그렇게 말해주면 기뻐.”
에린은 웃으며 솔직하게 그 마음을 표현했다.
평소에도 애교가 많으며 사랑스러움을 잔뜩 갈구하는 어린 신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자로서 성장한 성적 매력과 아름다움을 마음껏 흘리며 남편을 유혹하고 있다.
은현은 다시 한번 에린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저 혀를 얽히게 하고 입술을 겹치는 것이 아니라, 에린의 입술을 들이마시고 맛보는듯한 격렬한 키스.
“하아, 현아….”
그 격렬함에도, 에린은 분명하게 응하여 혀를 움직였다.
오히려 자신의 몸을 원해주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지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은현의 입술을 핥고 맛보았다.
기분이 좋은 듯 에린은 마치 주인에게 애정을 공세하듯 혀의 움직임을 요염하게 놀렸다.
“좋아해. 좋아해. 흐으, 정말로 좋아해….”
솔직한 마음을 계속해서 표현하며 속옷 하나 걸치지 않은 자신의 알몸을 은현의 상체에 밀착시켰다.
은현은 자신의 가슴팍에 닿는 에린의 부드러운 등의 감촉을 느끼며 양손을 움직였다.
조금만 힘을 주어도 부서져 버릴 것만 같은 가녀린 에린의 알몸을 소중하게 어루만졌다.
키스를 계속 이어나가며 에린의 입을 계속해서 몰아붙이면서, 한쪽 손으로는 풍만한 가슴을 주무른다.
그리고 남은 한쪽 손은 천천히 아래로 움직여 에린의 아래쪽을 향했다.
가슴에서 부드러운 흉부 아래를 지나 가느다란 허리의 라인을 어루만지고 탄탄한 복부의 피부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에린의 소중한 곳이 있는 고간 사이에 손가락을 뻗었다.
“하, 아….”
마침내 도달한 은현의 손가락을 느낀 에린이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은현과 계속해서 입술을 겹치며 키스를 하고 있던 에린은 천천히 다리를 벌려 은현의 손가락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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