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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불멸자-595화 (578/730)

〈 595화 〉 595. 설녀(雪?)(3)

* * *

에린은 눈보라의 중심 허공에 떠 있는 설녀를 노려보며 달렸다.

있는 힘껏 달려 도약하였지만 설녀가 있는 곳까지 에린의 검은 닿지 않았다.

이렇게 눈밭으로 다리가 쑥쑥 빠지는 지형에서는 마음껏 달리며 도약하기란 불가능.

에린의 가장 큰 장점인 다리의 각력과 스피드가 이곳에서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여 불리하다.

하지만 그것은 물리적인 법칙의 제약을 받는 다른 모험가들 또한 마찬가지.

설녀는 그 우위성을 철저히 이용하여 모험가들을 농락해왔다.

도저히 공격이 닿는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설녀의 악질적인 행동에 에린이 짜증을 부렸다.

“아오! 당장 안 내려와!?”

[어떤 멍청이가 스스로 내려가.]

설녀는 어떻게든 자신에게 공격을 먹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여 점프를 하는 에린을 비웃었다.

어떤 바보가 싸움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점을 버린단 말인가.

[후우.]

설녀가 다시 입김을 불어 에린을 향해 눈보라를 일으켰다.

“아…!”

피부와 입, 코를 타고 들어오는 싸늘한 냉기를 느낀 에린은 이미 위험을 감지했다.

거대한 돌풍이 자신을 덮쳐오는 것은 느낀 에린이 다급히 몸을 움직여 돌풍의 사선으로부터 벗어났다.

설녀의 입으로부터 시작된 돌풍의 속도는 몹시 빨랐지만, 그것을 피해낸 에린을 보고 설녀의 두 눈이 꿈틀거렸다.

[…피해?]

분명히 두 눈으로 인식할 수 없을 진데, 에린은 명확히 설녀의 입김이 불어오는 위치를 확인하고 피했다.

설녀가 농락했던 모험가들은 모두 자신의 이 입김을 맞고 전신이 꽁꽁 얼어붙어 동사(?死했다.

설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

‘역시 이것들은 뭔가 달라.’

눈앞의 이 여자나, 그녀의 남편이라는 남자나.

하나같이 자신의 예상을 벗어나는 변수의 덩어리들 그 자체다.

‘위험했다아….’

하지만 안도하며 어떻게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하는 것은 에린 또한 마찬가지.

설녀의 입김은 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마력의 흐름과 기후의 변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 등 감각적인 본능으로 그 위치와 방향을 특정할 수 있었다.

그것은 에린이 신수로서 인간보다 몇 배는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에린은 설녀의 입김을 그저 본능과 감각만으로 피해내고 있었다.

안전한 위치까지 빠르게 몸을 던져, 피신시키고는 곧바로 반격에 들어갔다.

[호족 요술(?? ??)]

[여우불]

조급해진 에린이 다시 여우불을 만들어내어 설녀에게 던졌지만, 역시나 있는 힘껏 던졌음에도 거리가 거리인지라 설녀는 그 여우불을 피해냈다.

[젠장…!]

하지만 피해낸 것도 굉장히 아슬아슬한 차이로 피해낼 수 있었던지라, 하마터면 또다시 여우불에 의해 자신의 영체 일부가 불타버릴 뻔했다.

“아…! 아까워!”

거의 근소한 차이로 설녀의 영체에 여우불이 닿지 않자, 에린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큰일이야…. 어떻게 잡지?’

에린은 고민했다.

설녀는 에린이 던졌던 여우불에 닿은 순간 자신의 영체가 타들어 가는듯한 격렬한 고통을 아직도 잊지 않았다.

그것을 정통으로 맞아버린다면 그녀조차도 무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쩌면 자신의 영체 자체가 그대로 소멸해버릴지도 모른다.

설녀는 자신의 주제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입김으로 주위의 냉기를 끌어모아 한곳에 분사시키는 것뿐.

하지만 그 유일한 공격이 에린에게 맞지 않는 이상 설녀 쪽에서 에린을 곧바로 쓰러뜨릴 수 있는 수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에린이 허공에 떠 있는 설녀를 쓰러뜨리기 위해 수단을 고민하고 있듯이, 설녀 또한 에린을 처리하기 위해 그 수단을 강구하면서 여우불과 입김이 몇 번이고 허공을 교차하여 상대방을 향해 날아간다.

[후훗.]

서로에게 서로의 공격이 통하지 않아 소모전이 지속되고 있는 이 싸움에서 먼저 상대를 쓰러뜨릴 방법을 생각해내어 결론에 도달한 것은 설녀 쪽이었다.

[생각해보니 굳이 내가 널 바로 끝장낼 필요도 없네?]

설녀는 허공에서 양손을 들어 올려 우월한 태도를 취했다.

거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이 설산은 자신의 홈그라운드나 마찬가지.

반면 에린은 계속해서 이 눈보라와 기후에 체력과 체온을 빼앗기고 있었다.

지금은 그녀가 가진 여우불로 전신을 덮어 따뜻한 체온을 유지하고는 있다지만, 그녀의 마력과 체력이 동나게 되면, 그녀가 패배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게다가 저 여우불을 더 자주 쓰면 쓸수록 그녀의 힘이 고갈되는 것은 더욱 빨라지리라.

굳이 공격을 하며 자신의 힘을 소모하지 않아도, 시간만 끈다면 자신이 이기는 결말에 도달하는 아주 간단한 해답.

[이 쉬운 걸 왜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을까.]

설녀는 그냥 에린이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감히 소중한 자신의 몸 일부를 불태워버리고, 주제도 모르고 자신을 없애버리겠다고 길길이 날뛰는 저 핏덩이 같은 여자가 짜증이 났다.

[그냥 네가 조금씩 지쳐서 쓰러져가는 걸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설녀의 비웃음이 담긴 말을 들은 에린은 피식 웃었다.

어떻게든 여우불을 맞춰보려고 안간힘을 썼던 에린도 설녀가 굳이 애써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지금껏 없었던 여유를 보이기 시작했다.

“넌 어차피 내가 아니어도 곧 있으면 사라져.”

[…뭐?]

설녀는 에린이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눈썹을 찌푸렸다.

“곧 있으면 현이가 와줄 테니까. 그렇게 되면 넌 끝나.”

[하, 그 남자가? 불가능해.]

은현은 현재 에린을 설녀에게 맡겨두고 혼자서 설인(雪人)을 상대하고 있다.

우워어어어!

설인의 우렁찬 사자후와도 같은 울음소리가 눈보라의 폭풍을 찢고 이곳까지 들려왔다.

그 소리가 닿은 것만으로도 대기가 떨리고 난동을 부리면서 생기는 여파의 진동이 여기까지 울려 퍼진다.

[저걸 혼자서 잡고 여기로 온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

[너는 저 눈의 거인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인간을 먹어 치웠는지 모르는구나?]

이 산에 올라온 인간들 시체의 9할은 거의 저 설인의 뱃속에 들어갔다.

때로는 오리하르콘의 채광을 고정적인 수입으로 이 산맥을 자주 올라오는 일고여덟 명의 베테랑 모험가 파티조차도, 설인의 살가죽을 뚫지 못하고 무참하게 팔다리를 뜯겨 고깃덩이로 전락했다.

일고여덟 명의 모험가들이 진형을 갖추고 잘 짜인 전략과 협공을 이용하여 대항을 해보았음에도, 설인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지금 아랫마을에 퍼지고 있는 ‘쿠르델 산맥의 악마’에 대한 소문은 설인과 설녀의 합작으로 이루어진 괴기한 소문이었지만, 정말로 위험한 것은 자신보다 압도적인 물리적 전투력을 가진 설인 쪽이었다.

[그런데 니 남편이라는 자가 혼자서 저걸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것이 나섰을 진데, 겨우 인간 남성 혼자서 그 거인을 쓰러뜨릴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설녀는 확신했다.

하지만 에린의 반응은 설녀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몰라. 관심도 없고.”

[…뭐?]

“그 거인이 얼마나 강하든, 이 기후에, 이 장소가 얼마나 우리에게 불리하든 간에, 현이가 알아서 한다고 했으면 그걸로 된 거야.”

은현은 절대로 지지 않는다.

설령 자신이 설녀를 없애지 못하더라도, 설인을 끝낸 은현이 자신 쪽으로 와서 설녀를 없애줄 것이라고, 에린은 확신하고 있었다.

[…….]

싱긋 웃으며 여유를 보이는 에린의 얼굴이 설녀는 그냥 짜증이 났다.

저것은 허세 같은 것이 아니다.

애초에 설녀가 본 눈앞의 에린이라는 여자는 생각을 그리 깊게 하지 않고 단순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멍청한 여자.

에린의 두 눈에 깃들어있는 것은 자신이 한 말인 ‘곧 있으면 은현이 설인을 처리하고 이곳으로 온다.’가 반드시 현실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신뢰와 확신이었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자신감은 신뢰가 아니라 맹신이지. 그걸 믿었으면 왜 지금까지 날 없애려고 기를 쓰고 그렇게 애를 썼어?]

“니가 내 남편한테 수작 부리려고 했잖아.”

에린은 다시 레반테인을 들어 허공의 설녀를 향해 겨눴다.

비록 그것에 넘어갈 뻔했던 은현의 행동이 감정이 들어있지 않은 연기라고 하였을지라도.

에린의 기분은 이미 충분히 상할 대로 상해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에린은 은현이 오기 전에 설녀를 자신의 손으로 없애고 싶었다.

“그리고 현이는 나한테 맡긴다고도 했었고.”

정 안 된다면 은현이 처리하겠지만, 지금은 자신을 믿고 의지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느껴졌기 때문에 매우 기뻤다.

설녀에 대해 기분이 나빴던 것과 동시에, 은현에게 기대를 받을 수 있어서 기뻤던 에린은 다시 한번 자세를 잡았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는 너를 현이가 처리하게 내버려둘 생각이 없어. 내 손으로 끝낼 거야.”

[하, 지금까지 네 공격은 통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수로?]

설녀는 지금까지 자신이 있는 이 먼 거리의 허공까지 에린의 공격이 닿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에린을 비웃었다.

하지만 에린은 그런 설녀의 비웃음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한쪽 손을 뻗어 허공 위의 설녀를 향했다.

그리고 반대쪽 팔을 살짝 뒤로 끌어당겨 레반테인의 검날 끝을 설녀에게로 ‘조준’했다.

에린의 자세는 마치 활 위에 화살을 올리고 시위를 당기는 자세와도 같다.

평소 폭발적인 각력으로부터 나오는 힘과 마력을 모두 실어 대상의 한점을 꿰뚫는 기술로 극한의 관통력을 자랑하는 ‘질풍사’의 자세.

[무슨 잔재주를….]

에린의 그 기괴한 자세는 검은 물론 무술(??)에 대해 문외한인 설녀에게는 몹시 기괴하게만 보일 뿐이었다.

‘이렇게 했던 것 같은데….’

에린은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기술을 회상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강대한 마력을 검에 응축시키고 응축시킨 끝에 형성된 검기(??)를 대상을 향해 휘둘렀던 기사의 모습.

흡혈귀의 소탕 작전에서 고대 마수였던 거대 흡혈박쥐, 노스페라드를 일격에 찢어발겼던 리오드의 모습이다.

검에서 발현된 검기는 대기를 진동시키고 먼 거리의 하늘에 있는 대상을 사정없이 찢어버리며 바닥으로 추락시켰던 그 압도적인 위용은 에린의 머릿속에 정확히 각인되어 있었다.

만약 자신도 리오드처럼 만들어낸 ‘검기(??)’를 날릴 수 있게 된다면, 설녀를 제압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리오드님처럼 그런 대량의 마력을 검에 담을 수는 없어.’

그것을 이룰 만한 경험이나 역량은 아직 에린에게 갖춰지지 않았다.

하지만 하늘을 넓은 범위로 갈랐던 커다란 참격이 아니라, 아주 작은 한 점을 노리는 것이라면.

끝을 모르듯이 집어삼키고 있던 에린의 마력이 레반테인의 검날 끝에 응축되어 갔다.

그 마력의 양은 지금껏 사용했던 여우불의 10배가 넘는 양.

에린은 응축시킨 푸른색의 마력을 해방함과 동시에, 허리를 비틀어 설녀를 향해 레반테인을 찌르듯 전방으로 휘둘렀다.

[에린 고유검술]

[청사(?)]

[하…! 지금 뭐하는 거야! 거기에서 검을 휘둘러봤자 나한테는 안닿…!]

퍼어엉!

에린의 레이피어 끝에서 빛을 발한 푸른색의 섬광이 눈깜짝한 순간 설녀의 영체를 관통했다.

[꺄아아악!]

검격(??)이되, 사격(??)에 가까운 그 공격은 인식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

관통당한 설녀의 영체, 어깨 부근이 여우불로 불타오르면서 격렬한 고통을 느끼기 시작한 설녀가 비명을 지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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