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5화 〉 585. (H)숲에서의 하룻밤(1)
* * *
붙잡히면 안 된다는 것을 직감한 에린의 행동은 빨랐다.
황급히 뒷걸음질을 치며 은현에게서 거리를 벌렸지만, 빠르게 움직인 에린의 행동보다도 은현이 에린을 향해 손을 뻗는 것이 더 빨랐다.
“앗…!”
순식간에 손목을 붙잡힌 에린의 몸이 끌어 당겨져 은현의 품 안으로 쏙 들어갔다.
한 손으로는 손목을 붙들리고 반대쪽 손으로는 허리를 감아 지탱하고 있는 은현의 손길이 느껴졌다.
자신 또한 매우 민첩한 신체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진데, 순식간에 휘어 잡힌 것에 분했던 것도 잠시.
위로 시선을 올려다본 에린과 은현의 두 눈이 마주쳤다.
“혀, 현아.”
“나를 빼두고 그런 걸 만들어두었었구나.”
“히익…!?”
작게 미소를 짓는 은현의 얼굴이 어딘가 무서웠던 에린이 오싹 소름이 돋는다.
‘크, 큰일이야! 이거 일리아나님이 현이한테는 들키지 말라고 했었는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실비아를 거절하려는 것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아서 홧김에 저질러버린 결과가 은현을 화나게 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자, 잘못했어…!”
황급히 손을 싹싹 빌며 용서를 구하는 에린의 모습을 보고, 은현은 뭔가 힘이 빠진 듯 한숨을 내쉬었다.
“화난 거 아니야. 그냥 조금…. 서운했을 뿐이야.”
일리아나나 다른 아내들은 어째서 자신을 제외하고 아내들끼리 비상 연락망 같은 것을 만들어둘 생각을 했을까.
“그거야…. 현이가 걱정됐으니까 그랬지….”
“내 걱정?”
“그게…. 현이 요즘 마음이 심란했잖아. 그…. 다른 일리아나님…? 아무튼 그 문제 때문에.”
“…….”
은현은 몸을 굳히며 침묵했다.
설마 에린의 입에서 다른 평행 세계 차원의 일리아나가 화제로 나올 줄 생각지도 못했다.
에린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일리아나가 아내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아 이 이야기를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혹시라도 현이가 심란해지거나 피곤해하면 바로 우리끼리 연락을 해서 상의할 수 있도록 만들어두자고 베르단디님도 말씀하셨어.”
“베르단디님까지….”
아무래도 이번 비상 연락망의 이야기에는 자신의 여신까지도 끼어있었던 듯 보였다.
그 정도로 자신이 위태위태하게 보였다는 것일까.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자신의 마음 상태를 일리아나에게 다 들키고 있었다는 것에 쓴웃음이 나왔다.
역시나 자신을 가장 깊게 생각하고 있는 일리아나답다고 해야 할까.
“그, 그러니까! 이건 어쩔 수 없었어! 정당방위야! 정당방위!”
에린이 급하게 양손으로 은현의 가슴을 밀어내며 억지로 거리를 벌리려 하고 있다.
“하하.”
은현은 순간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정당방위라는 말은 자기 또는 남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하여 가해자에게 어쩔 수 없이 취하는 가해 행위를 말한다.
은현 몰래 아내들끼리 비상 연락망을 만들어두었다는 것을 정당한 행위였다는 것을 주장하는 자기변호를 할 생각이었겠지만.
사용하고자 하는 용어의 뜻과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아마도 에린은 정당방위라는 말의 뜻조차도 제대로 모를 것이다.
“왜 웃어!”
순간 어째서 웃음을 터뜨리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에린이 은현의 가슴을 밀어냈던 양손에 주먹을 쥐고 그의 가슴을 두들겼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에린이 너무 좋아서 그래.”
은현이 허리를 감고 있는 양손에 힘을 실어 더욱 끌어안기자, 은현의 가슴을 두들기며 저항하고 있던 에린이 다시 은현의 품속으로 쏙 들어왔다.
“…정말?”
“응.”
에린은 멈칫하며 다시 한번 물어보았지만, 재차 긍정해주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그래도 그렇게 화가 많이 나지는 않았나 봐.’
곧바로 화를 풀어주었다는 것에 마음의 안도를 하고 에린도 은현을 꼭 끌어안았다.
“그럼…나 용서해주는 거야?”
“그렇게 화가 났던 건 아니야. 아까도 말했지만, 그냥 조금 서운했을 뿐이지.”
“다행…. 응?”
이내 에린은 자신의 복부에 닿는 무언가의 감촉을 느끼고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시선을 아래로 내려 복부 쪽을 확인해보니, 밀착해 있는 은현의 바지 속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세차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에린도 얼굴을 붉혔다.
“이, 이건….”
현재 에린은 얇디얇은 민소매 셔츠와 돌핀 팬츠만을 입어 건강하면서도 색기가 넘치는 새하얀 맨살의 피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상태.
게다가 목욕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참이다.
바디워시와 샴푸의 향기가 은현의 코끝을 간질이며 자극한다.
바지 속에서 괴로운 듯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그것의 존재를 확인하고, 에린이 침을 꿀꺽 삼켰다.
“현아.”
에린은 천천히 고개를 위로 다시 올려다보며 은현과 시선을 마주했다.
“응?”
“지금…. 하고 싶어?”
직설적으로 물어보는 에린의 질문에 은현은 피식 웃으며 망설임 없이 답했다.
“…하고 싶네. 에린한테서 굉장히 좋은 냄새가 나.”
“그럼 침대로 가자!”
자신과 살을 겹치고 싶다는 남편의 욕구에 기쁨을 느낀 에린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은현도 에린의 말에 피식 웃으며 공주님을 안아 들 듯 어린 아내인 에린의 몸을 번쩍 들어 올렸다.
곧바로 방안의 침대 위에 에린을 눕혔다.
“흐, 아아….”
청결한 하얀색 시트로 뒤덮인 침대 위에 누운 에린의 숨이 벌써부터 긴장으로 난폭하다.
벌써 몇 번이나 경험해본 섹스로 침대 위에서 무슨 짓을 당할지를 머릿속으로 상상했기 때문이다.
은현은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작게 숨을 토해내는 에린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응…. 츄으…. 후으….”
에린의 입술이 은현의 입술과 겹치면서 그의 입안에 난폭한 숨을 흘려보냈다.
첫 키스에서 느꼈던 부끄러운 감정은 전혀 보이지 않고, 사랑하는 남자의 애정을 탐하는 여자로서의 은현의 혀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몹시 인상적이다.
“후으으….”
하지만 난폭한 호흡으로 인해 곧바로 괴로워져 버리는지, 에린이 키스를 멈추고 입을 뗐다.
젖어 있는 입술의 틈새로부터 뜨거운 한숨을 흘린 에린이 웃으며 은현을 응시했다.
“헤헤.”
한번 숨을 고르게 쉬고 짧은 휴식을 취한 뒤, 이번엔 에린 쪽에서 은현의 목에 양팔을 감으며 끌어당겼고 다시 한번 애정의 키스를 시작했다.
은현은 부드러운 입술이 겹쳐오는 감촉을 시작으로 자신의 입안에 비집고 들어오는 에린의 혀를 느꼈다.
자신이 했던 것을 그대로 돌려주기라도 하듯이 기특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애정을 교환했다.
두 사람의 혀가 서로의 혀를 꽉 짓누르고 서로 쓸어내듯이 움직인다.
자연스레 타액이 뒤섞이며 흐르고, 그 타액을 서로의 혀에 칠하듯이 움직였다.
그러면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한숨이 서로의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 숨결에 섞여 있는 냄새를 느끼면서 서로의 몸을 끌어안은 두 사람은 서로의 입술과 혀를 잔뜩 맛보았다.
키스할 때마다, 타액과 혀가 얽혀 음란한 물소리가 흘러나온다.
“응…흣!?”
이윽고 은현의 손이 에린의 검은색 민소매 셔츠 안으로 들어와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에린의 신체가 일순간 굳어졌지만, 가슴을 주무르고 있는 은현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대단히 부드럽고 좋은 냄새가 가득한 가슴의 감촉은 손을 멈추지 못하게 하고 만지고 싶은 욕구를 더욱 부추긴다.
키스를 멈추고 얼굴을 뗀 은현이 작게 웃으며 에린에게 물었다.
“어쩐지…. 가슴 더 커진 것 같은데?”
은현은 손가락에 잡히는 탄력과 볼륨을 겸비한 부드러움에 감탄했다.
“그야…. 현이가 틈만 날 때마다 만져주고 있으니까….”
“관계있어. 그거?”
“좋아하는 사람이 계속 주물러주면 가슴도 계속 커진 데.”
밝게 웃으며 하는 에린의 말에 은현도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디서 그런 근거 없는 이야기를 듣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에린은 그 이야기를 꽤 신용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럼 일리아나는?”
“응? 어, 글쎄? 현이가 맨날 만지고 있는 거 아니었어?”
“그럴 리가.”
여신인 베르단디를 제외하고, 아내들 중에서 가장 큰 가슴을 가지고 있는 일리아나는 원래부터 가슴이 컸다.
20년 전에 팀으로 활동했을 당시에도 뭔가를 챙겨 먹는 걸 귀찮아하고 운동도 싫어했던 그녀는 굉장히 가느다란 체구를 가지고 있었으면서 엄청난 거유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이치에 맞지 않았는지 아니에스가 ‘더럽게 불공평하네!’라고 불같이 화를 냈을 정도다.
“현이는 가슴 엄청나게 좋아하니까 매일 일리아나님의 가슴 만져서 크신 줄 알았어.”
“…뭐 좋아하는 건 부정하지는 않지만.”
은현은 이미 아내들 사이에서 자신의 성적 취향이 어떠한 것인지 다 까발려져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마음껏 주무르고 있는 에린의 가슴 끝, 유두가 딱딱하게 발기하여 부풀어 오른 것을 느꼈다.
“젖꼭지 벌써 딱딱해졌네.”
“흐…으.”
유두를 손가락으로 굴리며 만지작거리면, 에린의 허리와 상체가 벌벌 떨린다.
한쪽 유두에 계속해서 가벼운 자극을 주면서, 유륜과 가슴을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이윽고 가슴과 유두를 애무하는 것을 멈춘 은현이 에린의 양팔을 붙잡아 한 손안에 포갰다.
레이피어를 들고 단련하는 에린의 손목은 겉보기에는 검사에 걸맞지 않게 굉장히 가녀리고 얇다.
얼마나 작은지 은현의 손안에 두 손목이 다 붙잡혀 꼼짝도 못 할 정도.
그렇게 에린의 양 손목을 봉쇄하여 침대 머리맡으로 올렸다.
양팔이 위로 들어 올리자, 민소매 셔츠 밖에 입고 있지 않은 에린의 겨드랑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셔츠로 미처 다 가리지 못한 가슴의 볼륨과 가슴부터 어깨, 팔까지 이어진 맨살의 새하얀 피부에서 눈길을 뗄 수가 없다.
털 하나 나 있지 않은 몹시 깨끗한 겨드랑이가 아주 아름다워서 은현은 무심코 에린의 겨드랑이 안에 얼굴을 묻었다.
“흣!?”
자신의 겨드랑이 쪽에서 느껴진 은현의 숨결에 에린이 흠칫하는 반응을 보인다.
“가, 간지러워…!”
에린이 곧바로 팔을 움직여 저항하려 했지만, 이미 자신의 양 손목은 은현의 한쪽 손에 붙잡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
이윽고 은현은 혀를 내밀어 행동을 개시했다.
검은색 민소매 셔츠 위로 미처 다 가리지 못한 에린의 가슴 옆쪽을 핥는 것을 시작으로, 마치 새하얀 도화지 위에 붓을 칠하듯 혀를 움직였다.
가슴 옆쪽의 새하얀 피부를 핥던 은현의 혀는 천천히 에린의 어깨 위로 올라왔고, 쇄골을 타고 옆으로 이동하여 종착점으로 깨끗하면서도 에린의 냄새가 가득한 그녀의 겨드랑이를 핥는다.
“히익!?”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간지러우면서도 오싹한 감각에 흠칫거리며 몸을 떨던 에린은 은현의 희롱에 저항하지 못하고 몸을 벌벌 떨 수밖에 없다.
‘이상해…. 몸이….’
그저 가슴을 만져지고, 쇄골과 어깨, 겨드랑이를 핥고 있을 뿐인데 전신이 뜨거워졌다.
배 속은 근질거리기 시작하고 그나마 자유로운 양쪽 다리는 이 근질거림을 해소하지 못하여 애가 타는 듯 자신의 가랑이를 비비었다.
“흐으….”
주체하지 못하고 뜨거운 숨을 흘리던 에린이 허리를 비틀면서 다리를 배배 꼬고 있을 때.
에린은 자신의 팬티 속 고간 안으로 침범해오는 은현의 손가락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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