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3화 〉 573. 이차원(???)의 마녀(4)
* * *
“크…윽!”
탐색을 끝내자마자, 일리아나는 휘청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머릿속에 가득 밀려오는 두통과 압박은 지금까지 느껴보았던 그 어떤 고통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
머리가 깨질 것만 같은 극심한 두통이 연달아 이어졌음에도, 일리아나는 이차원(???)의 탐색을 멈추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자신이 그토록 그리워하고, 잊지 못하여 찾아 헤맸던 남자의 모습이 단편적으로 자신의 머릿속에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현…아….”
찾았다.
드디어 찾았다.
조금만 더 하면 그를 만나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하고 기쁨이 차올랐다.
하지만 그러기를 잠시.
“어…?”
일리아나는 은현의 곁에 있는 자기 자신의 존재를 눈치챘다.
무척이나 아름답고 화사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
그리고 그런 자신과 손을 맞잡고 행복한 미소를 교환하고 있는 은현.
결혼식을 올리는 두 사람의 모습은 그동안 꿈꿔왔으나 이룰 수 없었던 이상과도 같다.
“어…째서?”
일리아나는 생각했다.
어째서 자신의 곁에는 은현이 없는 걸까.
행복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그와 함께 앞을 걸어가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다른 평행 세계의 또 다른 자신.
어째서 그 기회가 자리가, 자신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던 걸까.
“거기는…내 자리야.”
그녀의 가슴 속에 도저히 억제할 수 없는 질투와 분노의 감정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일리아나는 결심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없다면, 그것을 빼앗고 차지해서 빈 것을 차지하면 된다.
설령 그것이 자기 자신과 충돌하게 되는 것일지라도, 은현을 차지할 수만 있다면 그런 것쯤은 충분히 감수할 생각이었다.
그리고는 이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은정이라는 여자를 생각하며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네 정체가 뭔지, 뭐가 목적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어. 하지만…지금은 네가 유도한 대로 넘어가 줄게.”
자신의 앞에 나타났던 은정이라는 여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었던 것은 심히 거슬렸지만, 덕분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찾은 일리아나는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는 다른 평행 세계의 차원으로 넘어가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이차원(???)의 존재를 눈치챘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간섭하여 다른 차원으로 건너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문’을 만드는 것이었다.
20년 전,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마계와 하계를 잇는 통로와 문을 만들어 악마들을 소환하려 했던 미르바빌라 제국 황제의 악행.
재앙이나 다름없었던 그 사건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고 결국엔 은현이 죽어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그 재앙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아이러니함에 일리아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상관없어.”
은현이 없는 이곳 따위, 자신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미련 없이 버릴 수가 있다.
순간 머릿속에 함께 팀을 이뤘었던 옛 동료들의 얼굴이 하나둘씩 떠올랐지만, 이미 결심을 굳힌 일리아나의 마음을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지금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것은 하루라도 빨리 은현이 있는 평행 세계로 가고 싶다는 열망과 그의 옆에 있는 또 다른 자기 자신에 대한 질투심뿐이다.
그 자리는 다름 아닌 자신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강한 욕심이, 이미 마음이 망가져 가고 있던 차에 불을 지폈다.
일리아나는 또다시 이차원의 신비로운 내용이 담긴 마법 서적을 탐독해나갔다.
그리곤 또 하나의 신비로운 개념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신격?”
의미를 풀어보자면 ‘신의 자격’ 같은 것을 뜻하지 않을까.
이 신격이라는 것을 획득하게 된다면, 다른 평행 세계의 이차원(???)에 간섭할 힘을 얻게 될 터.
신격을 획득하게 되는 방법들은 생각보다 다양했지만, 일리아나로서는 시도조차 불가능한 것들이 가득했다.
다른 신들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거나, 체내에 신력을 품고 그 기운을 점점 정갈하게 갈무리해나가야 한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방법들.
애초에 ‘신의 개념’조차 모호했던 일리아나에게는 실행할 수 없는 것들이다.
무수하지만 시도조차 쉽지 않았던 방법 중에서 일리아나가 유일하게 시도를 해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간의 영혼들을 수집하는 것이었다.
“영혼을 흡수하여, 내 영혼의 격을 끌어올리고 육체에 속박된 인간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초월자’가 된다라….”
그것은 많은 인간을 학살하여 그 시체와 에너지들을 이용하여 다른 평행 세계로 넘어가기 위한 문을 만드는 것과도 공통점이 존재하는 방법이었다.
즉 문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 대량의 인간들을 학살함과 동시에 그 영혼들을 흡수한다면, 신격이라는 것을 획득하여 초월자가 될 수 있다.
한 가지의 일로 두 가지 이득을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며, 은현이 살아있는 평행 세계의 이차원(???)으로 넘어갔을 때, 또 다른 자신을 치워버리고 은현을 차지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게 되니 나쁘지 않다.
“해보자.”
고민과 결심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으며, 그 기회 또한 의도치 않게 바로 찾아왔다.
갑작스레 나타난 구미호라는 신수가 어떤 소녀의 몸에 빙의하여 페르닌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도와줄까?”
“넌…. 뭐지?”
소녀의 몸에 빙의한 아홉 꼬리가 달린 신수, 구미호는 증오로 가득한 표정으로 페르닌 전체를 푸른색의 불꽃으로 불태우던 차, 느닷없이 나타나 협력을 제안하는 일리아나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는 서로 상부상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리아나는 구미호의 불꽃에 불태워 죽어버린 대량의 제물과 영혼이 필요했고, 구미호는 페르니아스 왕국의 멸망을 원했다.
구미호는 일리아나의 감정을 읽어 들였다.
특정의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강렬한 열망.
그리고 그 끝에 존재하는 한 남자에 대한 집착.
다른 모든 것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무관심.
숨길 것이 하나도 없어 하나같이 직설적인 그 감정들은 자신을 배신할 여지조차 없다.
그저 자신처럼 이곳에 사는 많은 이들의 죽음을 바라고 있다는 점은 자신과 똑같았다.
구미호는 고개를 홱 돌려 그녀의 제안에 답했다.
“좋을 대로.”
그것은 거절은 아니었지만, 승낙도 아닌 모호한 대답.
하지만 일리아나는 그것이 긍정적인 대답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서로의 이해가 일치한 두 존재는 빠르게 동맹을 맺으며 페르닌의 사람들을 대거 학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비명으로 가득한 페르닌 전체를 붕괴시키고 많은 영혼을 흡수했던 일리아나는 빠르게 발을 뺐다.
“난 여기서 빠지겠어.”
곧 있으면 왕국의 기사단과 궁정마법사단이 움직일 것이다.
옛 동료이자 현재 최고의 기사로 칭송받고 있는 리오드와 자신보다 격이 떨어지긴 하지만 왕국 최고의 마법사로 대우를 받는 사이먼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일리아나로서도 부담스러웠다.
“좋을 대로.”
구미호는 처음부터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는 양 일리아나에게 시선 한번조차 내어주지 않았다.
“같이 가겠어?”
“아니.”
구미호는 뜻밖의 권유였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부터 이 페르닌을 모조리 불바다로 만들고 자신 또한 죽을 생각이었다.
“…그래.”
[여덟 자릿수 고위 마법]
[텔레포트]
일리아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왕국의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움직이기 전에, 빠르게 자리를 뺐다.
다시 혼자가 된 구미호는 소녀의 몸 안에 남아있는 모든 힘을 쥐어짜 내어 푸른색의 여우불을 만들어냈고 계속해서 두 눈에 보이는 페르닌의 사람들을 학살했다.
“그만둬…!”
그러던 차,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아선 검은색 머리카락의 인간 남성을 두고, 구미호는 작게 비웃었다.
손과 다리는 떨리고 얼굴에는 미처 떨쳐버리지 못한 두려움이 짙게 남아있었지만, 그것을 지우려 노력하는 신출내기의 모험가.
마치 이 재앙 속에서 자신을 막아내고 영웅으로 등극하려는, 나약한 주인공의 시작점과도 같다.
“어째서…. 어째서 이런 짓을 벌이는 거야!”
“너에게 알려줄 의무는 없지.”
페르니아스 왕국이라는 나라는 초대 국왕인 오르타스가 구미호인 자신을 배신하고 건국한 나라다.
그리고 그 유해를 땅속에 묻고 나무를 심어 자신의 유해마저도 능욕하는 처참한 짓을 저지른 것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지만, 그 이유를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끝인가.’
구미호는 자신이 빙의한 어린 소녀의 생명이 곧 한계에 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은 곧 죽는다.
드디어 죽을 수가 있게 된 것에 오히려 후련하기까지 했다.
오르타스를 직접 찢어 죽일 수는 없었다는 게 유일한 아쉬움이었지만, 적어도 그의 나라인 이 페르니아스는 당분간 큰 혼란에 휩싸일 터.
이로 인해 나라 전체가 뒤흔들리고 망하길 비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름이 뭐지?”
“뭐?”
“날 죽인 남자의 이름 정도는 듣고 싶어서 물었다.”
“…차한성.”
‘그런가….’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구미호는 자신이 빙의했던 소녀의 몸과 함께 차한성의 검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 ◆ ◆
“그렇게 나는 차례차례로 내 차원에 있는 인간들을 모조리 죽이면서 너를 만났지.”
또 다른 평행 세계의 일리아나, 마녀는 레이넌을 만나면서 대륙을 더욱 빠르게 멸망시켰다고 한다.
레이넌의 목적 또한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까.
그는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의 멸망을 바라고 있었고, 일리아나와 이해가 일치하여 협력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그 차원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을 모조리 멸하고 나서, 레이넌은 마녀에게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건네주었다고 한다.
목적을 이루었으니,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장인댁을 불합리하게 죽여버린 운명이 강제된 밉고도 미웠던 세상을 지워버렸으니, 이제는 쉬고 싶다고 하면서.
“또 다른 나라….”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무척이나 생소했다.
그리고 바랬던 목표를 이뤄내고 원하는 대로 끝을 맺었다는 것은 조금이나마 기쁘기도 했다.
레이넌은 계속해서 마녀에게 물었다.
“모든 인간을 멸했다는 건, 그 녀석들도 죽였다는 뜻이겠지?”
“…맞아. 모두 죽였어.”
페르니아스 왕국은 물론 대륙 최고의 기사라고 칭송받았던 리오드도.
에레니아 신성국의 국교인 베스타 신전이 아니에스도.
결국엔 재앙을 또 한 번 불러일으키면서 다시 충돌했던 제라드도.
엘프의 숲에서 남편과 딸과 함께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었던 앨리스도.
모두 일리아나와 레이넌이 죽였다.
결과적으로,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건넸던 레이넌의 영혼까지 포함하면, 마녀는 한 차원의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의 영혼과 자신을 제외한 다섯 명의 모든 영웅의 영혼을 모두 흡수했다.
“레이넌 님! 이 여자의…!”
“조용히 해.”
레이넌을 추종하는 서큐버스가 적개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레이넌을 설득하려한 순간.
[아홉 자릿수 최고위 마법]
[블랙홀]
“말을 믿으…꺄아악!”
전조도, 과정도 생략된 채로, 갑작스레 서큐버스의 왼쪽 허리 부근에 출현한 검은색의 구멍이 그녀의 전신을 끌어당긴다.
검은색 구멍이 회전하며 서큐버스의 살점을 파먹고 뼈를 짓무르며 닿아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마치 바다 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소용돌이처럼, 자신의 육체를 좀먹고 빨아당기고 있는 검은색 구멍은 서큐버스를 패닉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레이넌님…! 살…!”
자신이 총애하여 마지않는 레이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전에.
콰직!
으스러진 뼈와 살점들, 그리고 피까지 모조리 집어삼키고나자 검은색 구멍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
“중요한 악마였어?”
“아니.”
레이넌은 단칼에 대답했다.
자신이 보여준 힘에 매료되어 충성과 총애를 맹세했던 악마였지만, 단지 그뿐이었을 뿐.
레이넌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게 ‘신격’을 획득한 나야.”
마녀 일리아나는 그렇게 자신의 힘 일부를 선보였다.
자신을 제외한 다섯 명의 영웅들의 영혼을 비롯하여 차원 전체의 모든 영혼을 흡수한 그녀는 그 대학살을 통해서 위업을 쌓았고 ‘신격’을 획득하여 초월자가 되었다.
그것은 그 어떤 마법사도 올라가지 못했던 경지.
마녀는 지금 자신이 이룩한 경지를 ‘아홉 자릿수’라고 칭했다.
“나는 이 신격이란 걸 통해서 차원과 차원을 잇는 통로와 문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만들어냈고, 그걸 이쪽의 한 인간 여성의 영혼에 간섭하여 이 문을 개설시키도록 강제했지.”
그 결과 만들어진 문을 타고 마녀는 넘어왔다.
“나는…현이만 가질 수 있으면 돼. 레이넌.”
“…….”
“그것만 도와준다면 나도 널 도와서 이 대륙 전체의 모든 인간을 멸망시켜줄게.”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레이넌은 얼굴을 굳히고 마녀에게 물었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아주 작은 기대와 비슷한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면…. 나는 그곳으로 갈 수 있나?”
“뭐?”
“네 세계에는 은현이 없었고, 이 세계에는 은현이 있었던 것처럼. 어쩌면…. 내 아내와 아이들이 죽지 않고 살아있는 세계로…. 나를 보내주는 건….”
“…그건 불가능해.”
마녀는 아쉽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른 평행 세계의 차원은 모두 멸망했어. 유일하게 현이가 살아있는 이 세계가 마지막 차원이야.”
“…그렇군.”
레이넌은 확언하는 마녀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작은 희망을 품고 물었던 것이지만, 역시 이 세상은 너무나도 불공평하다.
다시금 흔들렸던 마음을 바로잡고, 레이넌이 망해버린 왕국의 왕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좋아. 널 돕도록 하지.”
재앙과 또 다른 재앙이 합쳐져 더욱 더 큰 재앙으로 변모한다.
◆ ◆ ◆
“…아마도 목적은 너일 거야.”
“…….”
일리아나는 추측했다.
다른 평행 세계에서 넘어온 자신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자기 자신의 행동을 추측하는 것이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일리아나. 나는….”
“괜찮아. 너한테 그 역할을 맡기지는 않을 거야.”
은현에게 또 다른 ‘자신’을 죽일 수 있냐고 묻기는 했지만, 일리아나는 그 역할을 은현에게 맡길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
그것을 은현에게 맡기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
이것은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는 자신의 역할이다.
“그러니까…. 날 믿어줘.”
굳건한 의사가 담겨있는 일리아나의 눈빛을 확인하고, 은현은 도저히 그럴 수 없다고 할 수 없었다.
“…알았어.”
“으응…. 현아아…. 일리아나님이랑 무슨 얘기해?”
이윽고 잠에서 깼는지 에린이 침실에서 나와 은현과 일리아나를 찾았다.
“아니. 아무것도. 다시 자자.”
“응….”
은현이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비몽사몽 한 에린을 재우기 위해 다시 침실로 들어갔다.
다시 자신을 부축하러 은현이 오기 전까지, 일리아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밀크티를 물끄러미 응시하며 짧게 중얼거렸다.
“지금쯤이면 ‘너’도 내가 눈치챘다는 걸 알았겠지.”
지금쯤이면 ‘나’도 내가 이 차원에 와서 현이를 차지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겠지.
서로를 본적도, 대화를 나누어본 적도 없었지만, 둘은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았다.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다.
“이 자리는 절대로 뺏기지 않을 거야.”
그 자리를 반드시 내 걸로 만들 거야.
그토록 간절히 원해왔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둘은 서로의 존재를 명확하게 적으로 인식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