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부활한 불멸자-553화 (536/730)

〈 553화 〉 553. 부활과 재회(3)

* * *

‘그분?’

에린이 했던 말 중 가장 신경 쓰였던 것은 그녀에게 조언을 해주었던 누군가의 존재였다.

게다가 창과 권갑에서 느껴진 묵직한 타격과 환호하는듯한 음성.

이전과 달리, 에린이 소환한 현재의 백귀들은 명확한 실체가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아무리 백귀들을 다스리는 신수 구미호라고 하더라도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신이 도와주지 않고서야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

‘설마…. 베르단디님이?’

하지만 은현은 갑작스레 바뀐 에린의 상황을 신경 쓸 틈이 존재하지 않았다.

일제히 달려든 백귀들의 공격은 몹시 매섭고 빠르다.

서로의 공격을 보조하고 정확히 빈틈을 찔러오는 노련한 연계의 연속을 대처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의 사고가 가득해 다른 생각을 품을 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은현 고유능력]

[사고 가속]

[은현 고유능력]

[시간 가속]

제일 시급한 것은 이 대련을 먼저 마무리 짓는 것.

누가 에린에게 바람을 불어넣었는지 그 의문을 해소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은현은 곧바로 여신의 힘으로 자신의 사고와 신체 능력을 가속했고, 감지를 펼쳐 자신의 주위 전방위를 뒤덮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은 흐름 속에서 감지를 통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정보들을 모조리 정리하고 자신을 위협하는 공격들을 빠르게 파악했다.

가장 앞장서서 자신을 향해 주먹을 내뻗고 있는 권투사 백귀 트리스탄의 매서운 일격.

정면으로 맞는다면 뼈도 못 추릴 것 같은 위협적인 공격인 것은 맞지만, 그보다 더욱 경계해야 하는 것은 트리스탄의 몸에 가려져 뒤에서 매서운 찌르기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창술사 백귀 가웨인의 공격이다.

‘먼저 저 건틀렛의 권격부터.’

은현이 그것에 대처할 방안을 갈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0.1초도 걸리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휘두른 3연격의 권격을 창대를 이리저리 휘둘러 튕겨냈다.

캉! 카앙! 카아앙!

[아오! X발! X나 아프잖아!]

경쾌한 금속의 충돌음과 함께 비명을 지르며 하소연하는 목소리는 은현의 파트너인 브류나크였다.

하지만 그런 하소연에 답해줄 틈도 없이, 정면의 트리스탄의 뒤에서 몸을 감추고 있던 가웨인이 위로 점프했다.

허리를 비틀어 뒤로 당긴 창을 있는 힘껏 앞으로 내질렀다.

트리스탄의 공격을 튕겨내며 대처하고 있던 은현은 뒤로 점프하며 거리를 벌리고 가웨인을 향해 브류나크를 내질렀다.

[가웨인 창술]

[거스트 스팅어(Gust Stinger)]

[브류나크 창술]

[나선 연쇄]

카아앙!

은현과 가웨인의 창끝이 충돌하여 창날의 끝 한점에 모여있던 마력이 폭발한다.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돌풍을 일으키며 주위에 흩뿌려졌다.

[크…윽!]

강력한 충격의 여파와 함께 생긴 반발력으로 가웨인과 은현이 동시에 뒤로 튕겨 나갔다.

“이걸 막다니!”

가웨인은 자신의 기술을 멋지게 상쇄시킨 은현을 보며 기쁜 듯 중얼거렸다.

앞쪽에서 단단하고 무거운 타격의 연속으로 상대를 몰아붙이고 그 와중에 생긴 빈틈을 정확히 찌르는 가웨인과 트리스탄의 연계는 수많은 싸움터에서 많은 강자를 쓰러뜨리면서 경험을 쌓고 숙련되어온 공격이다.

오랫동안 연마한 자신들의 기술과 연계가 통하지 않았음에도, 트리스탄과 가웨인은 분노하거나 짜증을 내기는커녕 멋진 창술을 보여준 은현에 대한 경외심으로 가득했다.

뒤로 밀려남과 동시에 하체에 힘을 실어 자세가 무너지지 않도록 단단히 자신의 몸을 고정한 은현은 자신의 파트너를 꽉 쥐며 전방을 주시했다.

이 공격은 시작에 불과했을 뿐,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백귀들의 연계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순식간에 자신의 좌우와 뒤를 점거한 다른 세 백귀들이 반발력으로부터 밀려난 몸을 쓰러지지 않도록 하체에 힘을 집중하고 있는 은현을 향해 일제히 각자의 무기를 휘둘렀다.

전방에서는 아까 전 공격을 모두 막아냈었던 트리스탄이 저돌적으로 다시 돌진해오며 사실상 전후좌우의 전방위를 백귀들에게 둘러싸인 상태.

은현은 왼쪽 다리를 바닥에 있는 힘껏 차고 단단한 축을 만들어 전신을 회전시켰다.

[브류나크 창술]

[회차륜]

방출한 마력을 전신에 두르고 제자리에서 고속으로 회전하는 것으로 형성된 거센 마력의 돌풍과 맹렬히 회전하는 창날은 전방위에서 가해지는 다수의 공격을 모조리 차단하고 튕겨내는 단단한 철옹성을 만들어냈다.

“큭…!”

세검과 대검, 양날 도끼와 권갑 등 다양한 무기로 행해지는 공격들이 은현이 만들어낸 마력의 돌풍에 가로막혀 튕겨 나가자, 백귀들은 태세를 정비하기 위해 은현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은현은 회전을 멈추고 제자리에 그대로 선 상태로, 자신을 둘러싼 백귀들을 한 번씩 훑어보며 자세를 잡았고 경계의 태세를 취했다.

‘좋아. 한번 끊었군.’

백귀들의 무서운 점은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싸워온 동료들과 마력으로 이어진 소통을 기반으로 쌓아온 경험과 동료들 간에 만들어지고 정립된 치밀한 연계의 연속이다.

공격에 한 번 잘못 대처하기 시작하면 폭풍처럼 연계 공격을 몰아붙여 상대방을 점점 구석으로 내몬다.

공격이 연속되면 될수록, 그 패턴은 다양해지고 생겨나는 빈틈의 숫자는 비약적으로 많아지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정확히 찔러오는 매서운 연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위력이 거세진다.

이 연격의 흐름을 끊고 한 템포 쉬게 만드는 타이밍을 백귀들에게 강제한 이 상황은 은현에게 있어 유리하다.

무서운 공격의 연속을 대처하고 숨통이 트이게 되자, 곧바로 브류나크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그 힘 안 두를 거냐!?]

백귀들의 무시무시한 충격을 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던 브류나크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은현에게 소리 질렀다.

신계에서 신격을 갖추기 위해 시련을 진행하였을 당시, 두 번째 시련에서 재현되었었던 아스타로스의 ‘소멸의 겁화’를 버티는데 사용되었던 강대한 신력을 이번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은현의 신력은 한차례 소멸하였던 브류나크의 몸을 지켜줄 수 있을 정도로 극강의 물리력을 선사해주는 상위의 사기적인 힘.

“야. 그냥 대련이야. 뭘 진지하게 하고 있냐.”

하지만 그것은 브류나크의 힘을 배로 증폭시켜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여, 에린과 백귀들을 상처입힐 수도 있었기에 섣불리 쓸 수는 없었다.

서로의 목숨을 깎아내는 치열한 혈투라면 신력만큼 든든한 힘이 따로 없지만, 서로의 무(?)와 기술의 수준을 겨루는 대련에서 이 힘은 사용하기엔 너무 강하다.

“그리고 상대는 내 아내야. 죽이려고 작정했어?”

자칫 잘못하면 에린을 상처입힐 수도 있는 이 위험한 힘을 고작 대련에서 사용할 리가 없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에린의 남편인 은현의 입장.

파트너이자 무기인 브류나크의 사정은 달랐다.

[지랄하네! 너 지금 저쪽이 죽기 살기로 너한테 덤벼들고 있는 거 모르냐!? 아주 전력으로 들이대고 있는데 봐주고 자시고가 어딨어!]

“나는 할만한데?”

[아오! 나는 X나 아프다고!]

창대에 마력을 둘러 공격력과 방어력을 강화하기는 했다지만, 평범한 마력이 아니라 강대한 힘을 품고 있는 신수의 마력을 상대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에린이 품은 신수의 마력과 은현의 마력이 가진 강함의 비율을 따져보자면, 7대 3 정도로 은현 쪽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

하지만 숫자도 힘의 크기도 열세인 이 상황에서도 여신의 권능으로 신체와 사고를 가속한 은현은 에린의 백귀들을 상대로 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단지 공격을 쳐내고, 튕겨내며 파훼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브류나크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을 뿐.

겉보기에는 이 상황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것이 몹시 이상하다.

“나 신력 안 쓸 거야. 그리고 너도 악마도 아닌데 겨우 이 정도에서 엄살 부릴 거면 신창(??)이라는 칭호 반납할 준비나 해라.”

[하, 이 새끼가? 말 또 엿같이 하네.]

신창(??)이라는 자신의 칭호에 대해 큰 자부심이 있는 브류나크는 자존심을 긁어대는 파트너의 도발에 단순히 넘어갔다.

생각해보면 은현의 말도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다.

자신은 악마들을 대적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설의 무기.

비록 구미호라는 인외의 존재로 강대한 힘을 품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디 이 정도의 공격도 버텨내지 못해서야 어떻게 악마들을 물리칠 수가 있을까.

게다가 감히 신창(??)인 자신을 흠씬 두들겨 패주겠다고 선언한 에린의 말도 몹시 괘씸했다.

그녀와 부하들의 공격을 모조리 받아내 주고 ‘겨우 이 정도냐?’라고 코웃음을 쳐주지 않고서는 도저히 직성이 풀리지 않았다.

[좋아! 해보자고! 감히 이 몸을 무시해!?]

단순하게도 도발에 넘어간 파트너의 결심을 들은 은현은 속으로 터져 나오려 했던 웃음을 꾹 참으며 다시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창이 말을 해?”

“신기하네.”

백귀들이 미처 다시 은현을 공격하지 못했던 이유는 아까부터 고통을 호소하던 무기와 주인의 만담에 적잖게 당황했기 때문이다.

생전에도, 구미호에게 예속되어 오랜 시간을 싸움터에서 존재해왔던 지금까지도, 고유의 자유의사를 가진 무기라는 것은 듣도 보도 못했다.

하지만 그 당황도 잠시, 곧바로 전투태세를 다시 갖춘 은현을 보며, 백귀들도 곧바로 각자의 무기를 쥐고 다시 은현에게 달려들었다.

콰앙!

제일 먼저 도달한 공격은 백귀들 중 가장 커다란 몸집을 가지고 있는 퍼시벌의 대검이다.

위에서 자신을 향해 내려찍는 육중한 대검을 자세를 낮추고 몸을 회전시켜 옆으로 피해내자마자, 사방에서 날아 들어오는 공격들을 모조리 대처해내고 있을 때.

‘좋은 공격이야.’

은현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매서운 일격을 감지해내고 미소지었다.

더 빨라졌고 움직임의 정밀함이 더욱 정교해졌다.

감지가 아니었다면 백귀들에게 둘러싸인 자신이 미처 파악하지 못했을 곳의 위치 선정과 완벽한 자세로 만들어진 기술은 미세한 실의 한 구멍을 정확히 관통하듯 정밀한 공격.

언제나 그렇듯 아내이기 이전에, 자신이 키워낸 제자의 성장을 체감하는 것은 즐겁다.

에린은 질주했다.

미리 타이밍을 조정하거나 의사를 확인할 틈이나 여유 따위는 전혀 없었을 터.

하지만 백귀들은 알아서 에린이 공격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와 타이밍을 만들어주었고, 에린의 질주가 마침내 최고 속도에 달하여 은현과 거리가 가까워진 순간, 거리를 벌려 직선상으로 은현에게 달려오는 활주로를 만들어주었다.

다른 이들이었다면 미처 에린의 공격을 눈치채지도 못하고 그대로 목을 꿰뚫렸을 터이다.

자칫 잘못하면 은현을 상처입힐 수도 있는 위력이 담긴 공격이지만, 에린은 이 공격에 망설임을 담지 않았다.

‘현이는 굉장한 내 스승이니까!’

분명히 자신의 공격도 막아낼 것이 틀림없다.

망설임이 아니라 그러한 확고한 믿음을 담아, 에린은 자신의 성장을 은현에게 모조리 보여줄 생각이었다.

[브류나크 창술]

[회차륜]

다시 한번 전신을 회전시켜 마력의 돌풍이 휘몰아치는 창날로 자신을 둘러싼 백귀들을 모조리 튕겨낸 은현은 순식간에 거리가 벌어진 백귀들의 중심에서 탁 트인 시야로 에린의 모습을 주시했다.

최고점의 가속도로 질주해오고 있는 그녀의 레이피어가 바람을 가르고 정확히 상대방의 목을 꿰뚫기 위한 기술의 극한을 선보이기 위해 온 힘을 응축시켜 끌어모으고 있다.

[갤러해드 세검술]

[질풍사(?風?)]

[브류나크 창술]

[나선 연쇄]

카아아앙!

두 무기의 날 끝이 정확하게 충돌하여 무차별한 충격의 여파가 지하 훈련장을 가득 채우고, 벽면을 금이 가게 만든다.

힘의 밀도와 크기에 관해서는 에린이 압도적으로 위였지만, 은현은 곧바로 뒤로 밀려나 튕겨 나가는 브류나크를 손에서 풀었다.

“꺄악!”

허무하게 벽면에 꽂히는 브류나크를 담담히 포기한 은현이 곧바로 뒤로 밀려나 미처 자세를 잡지 못하고 날아가는 에린의 몸을 꼭 끌어안으며 바닥에 낙법을 취했다.

완벽한 자세와 속도, 타이밍을 맞춘 지금까지 사용했던 그 어떤 기술보다도 완벽했건만, 그것을 간단하게 파훼하는 은현을 보며 에린은 웃었다.

“잘했어. 정말로 잘 컸네. 이제는 가르칠 게 없을 정도야.”

“헤헤.”

일생일대의 완벽한 완성도를 자랑했던 자신의 기술이 막혔음에도, 에린은 그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자신의 성장을 칭찬해주는 은현의 말에 헤실헤실 웃어 보였다.

“이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 상을 줘야 할 것 같은데….”

“상?”

도대체 무엇일까.

에린은 호기심을 가득하여 반짝 빛나는 눈동자로 자신을 안고 있는 은현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저거. 하루만 빌려줄까?”

“응…?”

에린은 은현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가락 끝이 향해있는 것은 지금까지 은현이 사용했던 파트너인 창, 브류나크다.

[뭐…? 야!]

느닷없이 지목당한 브류나크가 기겁하며 다급히 은현을 불렀지만, 은현은 웃으며 에린만을 보고 있었다.

“…정말?”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을 확인한 에린이 기쁨에 겨워 웃음꽃이 활짝 피면서 은현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정말 고마워! 사랑해!”

“그래. 그래.”

진한 애정을 한 차례 표현하고, 에린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벽면에 꽂혀있는 브류나크에게로 다가갔다.

“히히.”

[우, 웃지 마! 가까이 다가오지 마!]

브류나크는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리 완전 딴판이 되어 성장해 있는 에린을 보며 경기를 일으켰다.

무기로서의 본능이 경종을 일으키고 있는 브류나크는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됐던 상대는 일리아나라는 무서운 마녀가 아니라, 해맑은 웃음을 보이는 저 여우였다.

바닥에 꽂혀있는 창대를 어떻게든 움직이려 해보았지만, 그저 무기에 불과한 자신은 움직일 수 없다.

[야, 야! 나 좀…!]

“아~. 오랜만에 힘 좀 썼더니 피곤하네. 목욕이나 좀 해볼까.”

자신을 팔아넘기고 유유자적하게 떠나는 파트너의 뒷모습을 보며 브류나크는 배신감에 창대를 떨었다.

[이 배신자 새끼야아아아!]

“현이 욕하지 마!”

까앙!

에린이 있는 힘껏 신수의 힘을 두른 레이피어를 휘둘러 브류나크의 창대를 내리쳤다.

칼날이 아닌 칼등으로 쳤지만, 그럼에도 가해지는 충격은 어마무시하다.

[크허어…!]

“어때? 내 공격 좀 아파?”

[저, 전혀…! 겨우 이 정도냐!?]

신창(??)으로서의 자존심을 최대한 세우며 말도 안 되는 허세를 부려보았지만, 에린은 씨익 미소지으며 그 말도 안 되는 허세를 간파했다.

“너 오늘 내가 죽었다고 했지? 백귀님들! 다들 이리로 좀 모여보세요! 얘 혼 좀 내주게 도와주세요!”

“…….”

겨우 무기 하나를 상대로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던 백귀들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허탈한 표정을 지었지만, 주인의 명령은 아무리 유치하더라도 그들에게 거부권 따위는 없다.

일제히 각자의 무기를 휘둘러 브류나크의 창대에 충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까아앙!

[커헉…!]

브류나크는 장장 열 명의 일방적인 구타를 맞으면서 목숨을 구걸했지만, 에린은 처음의 선언대로 아무리 애걸복걸해도 구타를 멈추지 않았다.

[이 개자식…! 절대로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속으로 자신을 버려두고, 혼자만 쏙 빠져나간 은현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이 굴욕의 시간이 조금이라도 빨리 지나가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사, 살려…!]

하지만 시간은 너무나도 느리게 흘러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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