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부활한 불멸자-536화 (519/730)

〈 536화 〉 536. 실종 소대 수색(5)

* * *

우워어어어어!

오우거들의 목에서 발산되는 하울링은 자신들을 기준으로 범위 내에 있는 숲 전체를 진동시킨다.

그 포효 소리는 자신들의 위용을 사냥감인 적들에게 과시하여 대상들을 순간적으로 위축시키고 경직의 상태를 만들어내는 위협의 표시.

“읏….”

오우거의 하울링을 정면으로 받아낸 에이라는 몸을 떨며 작게 신음했다.

피로가 데미지가 쌓여 외부에 대한 저항력이 몹시 깎여나간 지금,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마수가 내지르는 포효의 소리에도 적잖은 스트레스와 데미지가 쌓여간다.

그런 에이라를 보호하듯 앞에 나선 것은 거대한 황금의 사자를 몸에 두르고 있는 아니에스다.

쿵!

한쪽 다리를 앞으로 내밀어 거칠게 땅을 박차자, 바닥의 균열이 생기며 바위 한쪽이 위로 튀어 올랐다.

위로 튀어 오른 바위를 타고 다시 한번 점프하여 오우거들을 향해 몸을 내던지며 다시 한번 주먹을 꽉 쥐어 황금 사자의 팔을 조작했다.

크, 크륵!

그녀의 행동을 따라 똑같이 주먹을 쥐는 황금사자의 공격이 자기 동족의 머리를 단숨에 터트렸던 그 공격이라는 것을, 오우거들은 금새 알아차렸다.

하늘 위에 체공하여 아래로 낙하하고 있는 아니에스는 높은 위치에서 낙하했던 아까 전보다는 훨씬 느린 속도.

오우거 하나가 허공에서 낙하하는 아니에스의 옆구리를 향해 손에 쥐고 있는 배틀 액스를 휘둘렀다.

“아니에스님!”

하늘 위에서 체공하고 있는 동안, 위치를 자유롭게 변환할 수 없는 아니에스의 옆구리에 배틀 액스가 곧바로 직격하려 하자 에이라가 경악하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의 시점에서는 이미 아니에스의 허리가 반으로 찍혀나가며 거칠게 양단되는 장면이 연출되었으나, 현실은 다르게 흘러갔다.

“흥.”

코웃음을 친 아니에스는 반대쪽 손을 조작하여 황금 사자의 커다란 반대 팔로 자신의 허리 부분 전반을 가드했다.

까아앙!

오우거의 근력은 그래도 오랜 경험과 실력을 쌓은 모험가들의 강화된 신체조차도 간단하게 찢어발길 수 있을 정도로 흉악한 수준.

그 힘이 고스란히 실린 배틀 액스와 충돌하였음에도, 아니에스를 단단히 지키고 있는 황금 사자의 갑옷은 생채기는커녕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신성을 바치면서 베스타가 내려준 신의 은총을 통해 구현된 신성력의 집합체는 그 무엇도 관통할 수 없는 극강의 방어력을 이미 갖춘 상태.

크륵!

오히려 황금 사자의 갑옷과 격돌하면서 생긴 충격이 배틀 액스의 손잡이를 타고 오우거의 전신으로 흘러들어와 경직의 상태에 이르게 만들 정도다.

그렇게 생긴 아주 짧은 빈틈을 다 겪은 아니에스는 눈을 빛내며 놓치지 않았다.

“어금니 꽉 깨물라고 했잖아.”

마침내 아니에스가 오우거와 눈높이가 같아진 위치에 있게 된 순간, 가드했던 황금 사자의 팔을 옆으로 휘둘러 배틀 액스를 튕겨냈다.

무기를 잃고 그와 동시에 몸의 균형을 잃어 주춤하는 사이 무방비가 된 오우거의 면상에 황금 사자의 주먹이 꽂혔다.

퍼억!

낙하하면서 가속도가 붙어 순식간에 오우거 한 마리의 머리를 터뜨렸던 공격보다는 위력이 덜했지만.

얼굴을 정확히 가격당한 다른 오우거의 고개가 옆으로 홱 돌아가며 입안에서 예닐곱 개나 되는 다수의 이빨이 깨부숴진 채로 바닥에 튀었다.

머리에 가격당한 타격이 너무나도 강력했던 탓인지, 순간 정신을 잃어 휘청거리는 오우거에게 아니에스는 멈추지 않고 추가타를 가격했다.

퍽! 퍼억!

머리뿐 만이 아니라, 가슴, 복부를 연속으로 강타하면서 오우거의 몸이 타격을 버티지 못하고 계속 뒤로 밀려났다.

우어어어어어!

오우거의 몸통 하나를 걸레짝으로 만들어놓기를 마무리 짓고 있을 때, 마지막 남은 오우거 한 마리가 에이라 쪽으로 다가와 그녀의 머리를 내려찍기 위해 배틀 액스를 들어 올렸다.

서걱

허공에서 에이라의 머리를 내려찍으려는 배틀 액스의 손잡이가 허공에서 절단되어 허무하게 바닥으로 추락했다.

에이라와 오우거의 사이에 난입한 에린이 어느샌가 레이피어를 뽑아 들어 오우거의 무기를 깔끔하게 베어 넘긴 것이다.

에린은 곧바로 오른 다리를 축으로 전신을 회전시켜 레이피어에 힘을 실었고, 날카로운 예기로 오우거의 목을 파고들어 살점을 갈랐다.

크륵!

“엇?”

하지만 에린의 레이피어는 오우거의 목을 완벽히 베어내지 못했다.

목 부위에 약 삼 분의 일까지 베어낸 레이피어의 칼날을 오우거가 맨손으로 붙잡아 목이 완전히 잘려나가는 것을 막아낸다.

목뼈를 완전히 잘라내지 못하여 악착같이 버티고 있는 오우거의 입가가 호선으로 그어졌다.

‘…웃어?’

자신의 검격을 막아냈다는 다른 한 손으로 에린의 얼굴을 가격하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다.

에린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아무리 힘을 실어도 목을 가르지 못하고 칼날이 박혀 있는 레이피어를 포기하고 몸을 뒤로 뺐다.

“읏…!”

바람을 가르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자신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오우거의 주먹은 조금만이라도 판단을 늦게 했다면 그대로 얼굴을 강타했을 거라는 살벌한 상상에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크륵

에린이 몸을 뒤로 빼며 거리를 벌리자, 오우거는 에린을 보며 흉흉한 미소를 지으며 목덜미에 박혀 있는 칼날을 뽑아냈다.

칼날을 빼내자 목덜미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지만, 자칫 잘못하면 치명상에 가까운 데미지를 입었음에도 무시무시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마수는 오히려 개의치 않는 듯 에린을 보며 웃고 있다.

신체 강화를 사용하였음에도 자신을 끝장내지 못했다는 것에서 물리적인 힘의 차이를 깨닫고 자신이 유리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에린…!”

에린은 큰 소리로 다급히 부르는 에이라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지만, 에이라 쪽을 주시하지 않았다.

‘한눈팔면 안 돼.’

목덜미에 레이피어의 칼날을 박아넣은 에린을 흉흉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오우거에게서 한순간이라도 한눈을 팔았다가는 곧바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이 전신을 지배했다.

그리고 에이라가 자신을 불렀던 이유 또한 곧바로 이해했다.

에이라 쪽에서 바람을 가르고 자신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는 날카로운 무언가를 다른 인간보다 감각이 예민한 에린이 눈치를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굳이 감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에린은 자신을 향해 에이라가 던진 그녀의 장검을 능숙하게 낚아채고 자세를 취했다.

“후우….”

일반적인 장검은 써본 적도 없었기에 에이라의 장검은 무게감도 그립감도, 낯설기만 하다.

비슷한 무기로는 은현과 훈련하면서 목검을 쓸 때밖에 없었지만, 이쪽 업계에서 모험가로 활동하면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체감한 에린은 이런 것으로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단단해. 힘도 세고.’

아주 짧은 순간 겨뤄본 결과 무기를 포기한 에린은 생전 처음 만나보는 상위 마수 오우거에 대한 평가를 빠르게 마쳤다.

질긴 살가죽과 더불어 칼날이 잘 들이 않았던 살점들.

그리고 맨손으로 레이피어의 칼날을 붙잡았을 때 느꼈던 무시무시한 근력.

단단하기 짝이 없는 방어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우락부락한 덩치의 오우거가 가지고 있는 근력은 마력으로 강화한 자신의 신체 스펙조차도 상회할 수준이다.

하지만 에린은 그 스펙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혀 기죽지 않았다.

‘괜찮아. 할 수 있어.’

공격력도, 방어력도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이 스펙의 차이는 다양한 위험을 겪어보았던 에린에게는 아무런 두려움도 주지 못했다.

­‘상대보다 약하다.’라고 해서, 그게 곧바로 ‘이길 수 없다.’라는 결과로 직결되는 건 아니지.

자신보다 강한 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과 동시에, 상대방의 약점을 파악하고 파고들어 승기를 잡을 수 있도록 방법을 생각하고 갈구하도록, 습관을 길들인 것은 은현의 가르침이다.

자신에게는 아니에스의 강신처럼 오우거의 공격은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반격을 가하여 몰아붙일 수 있는 압도적인 방어력이나 공격력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내가 오우거보다 더 우위에 설 수 있는 거. 그건….’

훈련을 통해서 갖춰진 민첩성과 신수의 힘이라는 특별한 마력이다.

생각을 마친 에린은 두 눈을 빛내며 신수의 힘을 끌어냈다.

정갈한 푸른색의 마력은 이내 형체를 갖추며 질량을 가진 실체로 변화한다.

허리 부근에 나타난 은백색의 아홉 꼬리는 하나하나가 농밀한 마력으로 구성된 기운의 덩어리들.

꼬리와 동시에 머리 위에 여우귀가 생겨나 구미호의 모습으로 변했다.

우어어어어!

에린의 변화에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오우거였다.

자신보다 허약해 보이는 가녀린 인간 여성인 그녀가 기묘한 힘을 끌어내어 전신을 두르더니 갑작스레 분위기 자체가 돌변했다.

그 내력이 무엇인지 오우거는 알지 못했지만, 순간 오싹하게 할 정도로 강력한 무언가라고, 마수의 본능이 경고한다.

이미 손잡이가 절단되어 무기로서 효용 가치를 잃어버린 배틀 액스의 손잡이를 바닥에 던져버리고, 맨손이 된 오우거는 거칠게 에린에게 달려들어 돌진했다.

쿵!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육중한 거구의 체중이 그대로 바닥에 전해져 땅이 울리며 진동한다.

[호족요술(????)]

[여우불]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푸른색의 정갈한 마력이 이내 에린이 쥐고 있는 에이라의 장검 속으로 스며들어 일렁이기 시작한다.

그 열기는 몹시 뜨거워 주위를 달구기 시작했지만, 여우불의 주인인 에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오우거를 응시했다.

머릿속의 본능이 경고하는 위험 신호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얼버무리며 공격을 감행한 오우거의 주먹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다는 것을 에린은 직시했다.

‘그냥 단순한 공격.’

시간도, 노력과 기술도 전혀 가미되어 있지 않은 그저 육중한 거구의 힘을 휘두르기만 하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그저 본능에 충실한 마수의 공격은 다른 것들과 비교하면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레이넌이라는, 과거에는 은현의 동료였지만 이제는 적이 되어버렸던 남자의 주먹이 날아들어 왔을 때 비하면,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에린은 아슬아슬한 간격을 남겨두고 몸을 옆으로 비틀어 오우거의 주먹을 피해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가운데, 오직 자신의 몸만이 움직이는 것처럼.

에린의 회피 동작은 굉장히 유려하고 깔끔하다.

그리고 자연스레 허술하기 짝이 없는 큰 동작의 빈틈을 파고들어 오우거의 안쪽 품으로 진입했다.

‘노려야 할 곳은 한 군데.’

에린은 자신의 레이피어 칼날이 박혀 크게 상처를 입었던 오우거의 목덜미를 뚫어지라 응시했다.

자신의 근력의 부족으로 미처 베어내지 못하고 막혀 오우거의 무시무시한 생명력을 단숨에 끊어버리지는 못했지만, 데미지를 아예 주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결정적인 타격을 준다면 바로 그 목덜미.

다리를 구부리고, 허리를 숙이며 단숨에 오우거의 안쪽으로 진입한 에린은 단숨에 다리와 허리를 펴며 몸을 일으켰고 다시 한번 목덜미를 베어냈다.

이미 베어져 있던 살점을 파고들고 마침내 장검이 목뼈에 근접하려던 순간.

크륵!

뒤늦게 반응한 오우거가 황급히 반대쪽 손으로 칼날을 잡아챘다.

똑같은 공격을 두 번씩이나 반복하여 행한 멍청한 인간을 보며 오우거가 조소를 보였지만, 승리를 확신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에린이었다.

‘딱히 막혀도 상관없었는데.’

이 공격은 처음 선보였던 자신의 공격과는 확연히 달랐으니까.

목뼈를 베어 오우거의 숨통을 끊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신체 강화하였다 하더라도 자신의 근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이미 확인했다.

그래서 에린은 에이라가 넘겨준 장검에 여우불을 두른 것이다.

에이라의 장검에 둘러져 있는 불꽃은 신수의 힘으로 발현된 푸른색의 여우불.

그 여우불이 이미 삼 분의 일 때쯤 들어간 오우거의 체내로 스며들기 시작하여, 이내 마수의 전신이 푸른 화염으로 휩싸였다.

우, 워어어어어!

뜨거운 화상의 고통을 느끼며 뒷걸음질을 치던 오우거가 거칠게 몸부림을 치며 고통으로 젖은 포효를 내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상체를 좌우로 흔들고 발로 땅바닥을 거칠게 동동 구르며 이 푸른 불꽃을 꺼보려고 애를 썼지만, 에린의 여우불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화염이 아닌, 마력으로 만들어진 영원히 꺼지지 않는 신수의 불꽃이다.

두껍고 단단하기 짝이 없던 살가죽과 내부의 살점을 모조리 태워버리고, 혈액을 모조리 증발시켜 전신을 바싹 익혀버리는 여우불은 오우거에게 있어 끝나지 않는 지옥 그 자체였다.

크, 륵!

마침내 전신을 불태워져 죽은 오우거가 에이라의 장검이 목덜미에 꽂힌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오우거의 사망을 확인한 에린은 곧바로 몸을 돌려 에이라에게로 뛰어갔다.

“언니! 괜찮으세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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