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부활한 불멸자-534화 (517/730)

〈 534화 〉 534. 실종 소대 수색(3)

* * *

해가 지고 시야가 어두워진 숲속을 밝히는 것은 레토나의 앞에 설치된 두 개의 마법등 뿐이다.

처음에는 거의 완벽히 지구의 문명을 재현해내어 휘발유나 등유가 아닌 마력을 이용한 새로운 방식으로 실용성까지 갖춘 이 기술력에 감탄했다.

하지만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온 이 시간에 이르러서는 어두워진 시야로 이 숲속을 탐색하기 쉽지가 않아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전방으로 빛을 뿜어내는 두 줄기의 헤드라이트 마법등에 의존하여 주행을 계속하면서 지금은 수색 부분은 에린에게 맡기는 것이 최선이었다.

조수석에 앉아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에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응?”

“왜 그러십니까?”

한창 운전에 집중하여 울창한 수풀을 지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던 차한성은 옆좌석에서 갑작스레 에린의 어떠한 반응을 보이자 무엇을 느낀 것인지 물었다.

“저쪽에 뭔가가…. 이건…. 사람?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많은 사람의….”

손가락으로 창문의 너머를 가리킨 에린은 현재 이 숲 일대에 퍼진 냄새 중 사람의 냄새를 후각으로 감별해내는 중이었다.

끼이익!

전방을 향해 질주하던 레토나를 감속시키고 곧바로 핸들을 틀어 에린이 가리킨 방향으로 전환한다.

전혀 정비되지 않은 도로 위를 달리며 덜컹거리는 흔들림이 꽤 거칠었지만, 그래도 마차보다는 나은 탑승감에 세 사람 중 누구도 불만을 쏟아내지 않았다.

오히려 에린의 감각에 걸린 사람의 냄새라는 것에 더욱 신경이 쏠렸다.

타인보다 민감한 감각을 지닌 에린은 거기에 더불어 전방위로 마력을 흩뿌려 감지를 발동시켰다.

“으….”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막대한 정보량에 두통을 느꼈지만, 그런데도 감지를 통해 전방의 숲속을 구석구석 파악하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은현처럼 가속된 사고를 통해 정보의 처리 속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에린이 펼칠 수 있는 감지 범위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었지만, 신수의 힘을 받으면서 성장시킨 뛰어난 감각을 활용하여 그것을 커버했다.

‘현이는 어떻게 이걸….’

여신의 권능으로 보조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자신보다 더 넓은 범위를 장시간으로 유지하여 지형지물과 움직이는 야생의 동물들까지도 모조리 파악해내는 은현의 능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감지를 유지하고 있을 때, 에린의 감지 범위에 다수의 사람이 들어왔다.

“점점 가까워져요!”

마침내 차한성의 시야에도 사람의 모습이 보이자, 더욱 엑셀을 강하게 밟아 속도를 높였다.

우거진 수풀을 거칠게 해치고 맹렬한 엔진 소리를 뿜어내며 질주하는 레토나의 존재는 멀리서도 눈치챌 수 있을 정도.

“뭐, 뭔가가 옵니다!”

날짐승이나 마수도 아닌, 굉음과도 같은 엔진소리를 울리며 수풀을 헤치고 점점 가까워지는 미확인 물체에 대해 경계심을 최대로 끌어올린 사람들은 각자가 자신의 무기들을 거머쥐며 식은땀을 흘렸다.

마침내 풀숲을 헤치고 등장한 물체는 두 줄기의 마법등 빛을 뿜어내며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고.

“으아악!”

레토나의 정면이 숲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몇몇 단원들이 펄쩍 놀라 뒷걸음질을 치며 비명을 질렀다.

거친 엔진음부터 철로 만들어진 레토나의 모습은 아직 다른 이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며, 전혀 접해본 적이 없는 이것에 대해서 경계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차한성 또한 이것에 대해 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쓴웃음을 지었고 곧바로 레토나에서 내려 사람들에게로 달려갔다.

자신과 같은 아르티아의 갑옷 무장들을 착용한 익숙한 얼굴들은 최근 들어 정식 입단 시험을 통해 아르티아 기사단의 신입 단원들이다.

차한성은 그들이 아직까지 복귀하지 못했던 에이라의 소대원들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자신들과 같은 무장을 착용하고 있는 차한성을 알아본 것은 소대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차, 차한성…?”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너무나도 뜻밖의 인물을 만나게 된 것에 아르티아 신입 단원들은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의아함을 품었다.

에이라의 소대 중에서 소대장인 에이라의 아래인 부소대장의 직위를 받았던, 차한성과 동기인 단원이 차한성이 타고 나타난 레토나에게로 시선을 옮기고 물었다.

“그런데 저건 도대체…?”

“그런 게 있어.”

차한성은 자기 자신이 저것을 운전하여 이곳까지 오기는 했지만, 어째서 지구와 비슷한 물건이 이곳에 있는 건지까지 설명할 자신이 없어 대충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단원들의 얼굴들을 한 번씩 훑어보며 현 상황을 파악했다.

모두 초췌해진 얼굴들을 하는 것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고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가슴 속에 조금씩 생겨났던 불안한 감각의 위화감이 조금씩 실체화되기 시작했다.

“…에이라 선배님은?”

“소대장님은….”

에이라의 이름이 언급되자, 신입 단원들의 얼굴이 일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뒤늦게 레토나에서 내린 에린이 그들의 표정을 보고, 그들의 마음속에 숨겨두고 있는 감정들을 읽어 들였다.

‘죄책감과…그리고 공포…?’

그들은 도대체 무슨 경험을 했기에, 공포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몸을 떨고 있는 걸까.

그리고 어째서 에이라는 보이지 않는 걸까.

에린은 곧바로 신입 단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차한성에게로 다가갔다.

“차한성님.”

“예?”

“이곳에서 이분들의 통솔을 맡아주세요. 저와 아니에스님은 에이라 언니를 찾으러 더 안쪽으로 들어갈게요.”

“예? 하지만….”

에린은 반론은 듣지 않겠다는 듯 손가락으로 자신들이 타고 왔던 레토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거 빌려드릴게요. 이분들을 여기서 계속 이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요.”

현재 소대장인 에이라가 부재중인 지금, 부소대장인 단원 혼자서 스무 명이 넘는 신입 단원들을 모두 통솔하는 것은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

에이라를 찾으러 가야 하는 이 상황에서 에린과 아니에스, 차한성 중 누군가가 남아야 한다면 이들과 같은 소속의 기사단원인 차한성이 남는 것이 합리적이다.

레토나는 운전자와 무장한 무장들의 무게까지 고려한다면 네다섯 명이 한계겠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지체하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터이다.

“…알겠습니다.”

차한성도 그것을 알고 있으므로 에이라를 찾으러 가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에린의 말은 더할 나위 없이 합리적이다.

게다가 자신과 에린, 아니에스 세 사람 중 가장 약한 것은 아마도 자신일 터.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이 이곳에 남아 신입 단원들을 통솔하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이성으로는 알고 있어도, 그의 감정은 이 상황에 대해 몹시 솔직했다.

‘분하다.’

여기까지 이렇게 따라와서 자신을 가르치고 이끌어주었던 에이라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일까.

입장이나 지위를 떠나서, 순전히 약하기 때문에 느끼는 이 무력감은 차한성의 내면에 강해지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그럼 저희는 곧바로 출발할게요.”

“잠깐…. 잠깐만요.”

레토나에서 내린 아니에스와 함께 숲속의 더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에린의 발목을 붙잡은 것은 부소대장의 목소리였다.

“네?”

“저희…. 저희는…. 오우거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엉? 오우거?”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에스였다.

하지만 부소대장은 죄책감으로 가득해 흐려진 낯빛으로 계속해서 정보를 전했다.

“에이라 소대장님은…. 저희를 모두 피신시키기 위해 전방에서 오우거의 주의를 끌다가 이렇게 나누어지게 돼서….”

어떻게 에이라와 소대원들이 나누어지게 되었는지,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설명이었지만, 혼자만 남겨진 에이라의 생사가 불분명한 지금 부소대장은 이 숲속 깊숙한 곳에서 자신들이 무엇과 만났는지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부디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 ◆ ◆

“…아.”

거칠기 짝이 없던 돌바닥의 딱딱함에서 느껴지던 싸늘한 바람이 에이라의 전신에 타고 들어 와 잠을 깨웠다.

“윽!”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복부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신음을 내뱉었다.

이를 꽉 깨물며 통증을 참아내고 자신의 검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켰다.

“후우우….”

숨을 고르게 쉬며 통증에 익숙해지길 노력하고, 정신을 잃기 전의 기억을 더듬어 상기시켰다.

“나는 분명….”

소대 임무로 정기 정찰과 마수의 토벌을 수행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오우거라는 거대한 몸집의 마수를 만난 것이 계획을 뒤틀어버린 원인이다.

이것은 순전히 에이라의 판단 착오로 인한 실수다.

조금이라도 신입 단원들에게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어서 딱 일정에 맞추어 아슬아슬한 복귀의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 화근.

사람의 네다섯 배나 되는 우락부락한 덩치에 무시무시한 근력과 칼이 들어가지 않는 질긴 가죽의 방어력.

상위 마수 중에서도 상급에 위치해 있는 오우거는 에이라는 물론 신입 단원들에게는 너무나도 버거운 상대였다.

에이라의 목표는 아르티아에 입단한 신입 단원들에게 경험을 쌓게 해주고 성장시키는 것.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낼 수 없었던 에이라는 재빨리 후퇴를 결심했다.

하지만 그렇게 결심했다고 해서, 일이 그렇게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는 법.

오우거는 먹음직스러운 식량들을 발견한 포식자의 눈으로 거칠게 포효하며 끈질기게 에이라의 소대를 쫓아왔다.

결국, 에이라는 단원들이 모두 도망칠 수 있도록 남아서 오우거와 일대일의 전투를 벌였다.

무시무시한 근력을 기반으로 휘둘러지는 배틀 엑스를 요리조리 피해내고 반격하면서 거리를 유지하고, 단원들이 도망칠 동안 시간을 끌면서 전투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전원의 도주를 확인함과 동시에 데미지가 누적된 몸을 이끌고 이 동굴에 몸을 숨기자마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으…윽….”

전투가 끝나자마자 혹사한 몸 여기저기가 삐걱거리며 곡소리를 내었다.

격렬한 싸움 끝에 손상된 근육과 관절들을 무리하게 움직이려 해보았지만, 생각만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검을 지팡이 삼아 일으켰던 몸은 얼마 가지 못하고 고꾸라져 다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멍한 표정으로 동굴의 천장을 응시했다.

어두운 하늘이 내리 앉은 동굴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함이 가득하다.

팔 하나 움직일 수 없는 몸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에이라는 헛웃음을 지었다.

“나는…어떻게 되는 걸까…?”

자조하며 스스로에게 물어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가족의 얼굴이다.

부모님이신 리오드와 테레지아, 아직 어린 남동생인 엘리온까지.

그리고 아직 테레지아의 배 속에서 태어나지 않은 자신의 늦둥이 막내 동생의 존재까지.

“아직 이름도 모르는데….”

이어서 아르티아 단원들과 차한성의 얼굴이다.

그리고 어쩐지 자신을 아주 잘 따랐던 여동생 같은 실실거리는 에린의 웃음이 떠올라, 에이라의 마음속에 미련을 갖게 했다.

“그래…. 아직 포기하면 안 되지….”

에이라는 다시 한번 몸을 일으켰다.

검을 지팡이로 삼아 휘청휘청 걸으면서 어두운 숲길을 천천히 걸어가던 도중.

쿵!

육중한 거구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땅이 뒤흔들리며 그 존재감을 과시한다.

“…….”

에이라는 이것이 무엇 때문에 발생하는 진동인지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쿵! 쿵! 쿵!

게다가 정확히 자신을 향해 가까워지는 섬뜩한 발소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설마….”

핏기가 가시는 머릿속의 끔찍한 상상은 이내 현실이 되었고, 달빛을 등지고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덩치의 마수는 하나가 아닌 셋이었다.

크르륵

흉흉하게 웃고 있는 세 마리의 오우거는 인간의 냄새를 쫓아온 포식자로써 이 상황을 아주 기쁜 듯 이빨을 드러냈다.

“크…윽!”

에이라는 곧바로 검을 뽑아 전투의 태세에 들어갔지만, 순식간에 자기 죽음을 각오했다.

최상의 몸 상태로 한 마리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이길까 말까인데, 그것이 세 마리나 나타났으며, 심지어 자신의 몸 상태는 최악에 가깝다.

이 상황은 몹시 부조리하고, 불합리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상황을 헤아려주지 않는 현실이 몹시 원망스럽다.

하다못해 쉽게 당하지는 않으리라 필사의 저항을 스스로 다짐하여 에이라가 최악에 가까운 몸을 이끌고 검을 휘두르려 한 순간.

“언니이이이이이!”

바람을 가르며 질주해오는 구원이 마침내 에이라의 앞에 도착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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