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부활한 불멸자-532화 (515/730)

〈 532화 〉 532. 실종 소대 수색(1)

* * *

“…….”

갑작스레 에린의 양손을 덥석 붙잡고 간곡히 부탁을 해오던 차한성의 태도는 몹시 다급해 보였다.

“야! 야 인마! 진정 좀 하라고!”

어찌나 급한 일인지, 곧바로 에린을 데리고 어디론가 출발을 하려는 그를 뜯어말렸던 것은 동료들인 아르티아의 기사들이다.

“이, 이것 참…. 미안하게 됐어. 아가씨.”

곤란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에린에게 사과하는 아르티아의 단원들은 같은 후배 단원인 차한성을 에린에게서 떼어놓고 사과했다.

“아, 아뇨….”

에린은 조금 당혹스럽기는 했지만, 손을 내저으며 괜찮다는 몸짓을 취했다.

다급하게 자신에게 저질렀던 무례보다 조급해하는 차한성의 태도가 더욱 신경이 쓰였다.

­선배를…. 선배를 도와주세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에린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에이라의 얼굴이다.

싸늘한 상상과 함께 자신의 마음을 채우는 이 불길함이 현실이 아니기를 바라며 아르티아 기사단원들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에이라 언니한테 무슨 일이 있나요…?”

“…….”

곧바로 정곡을 찔러오는 에린의 질문에 차한성을 말리고 있던 아르티아 기사단원들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아꼈다.

흘끗 이 신전 내부의 사람들의 이목이 자신들에게 지목되어 있는 것을 의식하고 다시 신전의 출구를 가리켰다.

에린은 기사단원들의 눈짓이 이곳이 아니라, 인적이 드문 곳에서 조용히 이야기하고 싶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자신과 동행한 아니에스를 바라보며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다.

“나는 이곳에 남아있을 거야. 얘기가 끝나면 찾으러 와.”

아니에스는 여기서 에린과 헤어져 신전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

흘끗 시선을 옮겨 신전 내부의 병실을 본 결과, 중환자들을 돌보는 것을 최우선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듣고 어떤 판단과 계획을 세울지는 전적으로 에린에게 맡기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아니에스는 자신의 본분인 사제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것은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팀으로 활동했을 적 리더였던 은현의 제자인 에린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네. 알겠습니다.”

에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신전의 사제들에게 아니에스의 신분을 직접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곳에 남는 것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마치면 곧바로 다시 올게요.”

“그래.”

아니에스의 동의도 떨어졌겠다, 에린은 다시 차한성을 포함한 아르티아 기사단원들에게 고개를 돌려 밖으로 나가자고 눈짓을 했다.

굳은 얼굴로 주위의 눈치를 살피던 차한성과 기사단원들은 곧바로 에린의 뒤를 따라 신전을 나왔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아르티아 기사단원들이 배정받은 숙소의 건물이었다.

“마셔.”

“아, 감사합니다.”

거실의 테이블에 앉아 단원 한 명에게 커피를 대접받은 에린은 작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쓰디쓴 맛이 따뜻함을 담아 입안으로 흘러들어오자, 긴장했던 몸을 느슨하게 만들어 긴장감을 풀게 만드는 효과를 주었지만, 본래의 목적을 잊지는 않았다.

곧바로 거실의 주위를 흘끗 살펴본 에린은 숙소 안에 에이라가 없다는 것을 곧바로 파악했다.

기사단 내부에서 자신과 가장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에이라가 자신이 방문하였음에도 반갑게 얼굴을 비추지 않는 데는 어떠한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품게 했으며, 그 사연은 절대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 또한 들었다.

“…에이라 언니는요?”

“그게….”

마침내 에린의 질문에 답해야 할 순간이 왔지만, 숙소에 있는 기사단원들 중 누구도 선뜻 입을 열지 못하고 머뭇거릴 때 선뜻 답한 것은 차한성이다.

“선배와 1개 소대가…. 지금 조난된 상태로 행방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현재 모그라프 변경으로 파견을 온 아르티아 기사단원들은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기사들 다수와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선임기사들 소수로 이루어진 중대 규모의 구성.

변경의 지원 요청은 그들로서는 매우 위협적인 일이기도 했지만, 새로 충원된 신입 단원들을 훈련하고 마수들과의 교전을 통해 경험을 쌓아 기사로서 육성할 기회이기도 했다.

이 파견에 편성된 에이라의 역할은 소대 규모의 신입기사들을 통솔하는 소대장으로서 신입기사들을 관리 감독하는 중간 책임자였다.

“총 네 개의 소대를 꾸려서 로테이션으로 변경 외곽의 전선에서 마수들과 언데드의 토벌로 경험을 쌓게 하는 게 이번 파견의 목적이야.”

차한성의 말을 받아 선임 쪽에 해당하는 기사가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모그라프 변경에 병력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새로 입단한 신입기사들이 경험을 쌓게 하여 한 단계 성장시키기 위한 이번 파견은 나름대로 순조로웠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신입 기사들이기는 하지만, 이들 모두 엄격하기로 소문난 아르티아의 입단 시험을 통과하고 견습의 기간을 넘어 정식으로 아르티아의 일원이 된 자들.

베스타 신전 사제들의 지원도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활약으로 또 한 번 위기를 맞이했던 모그라프 변경은 조금씩 불안감을 씻어내리고 안정을 되찾아 나갔다.

“순조롭던 와중에, 이번에 출정한 에이라의 소대가 예정되어있던 복귀 날짜를 한참이나 넘겨버린 게 지금의 상황이지.”

본래라면 아무리 늦어도 사흘 전에 진즉에 복귀 해야 했지만, 에이라를 포함한 그녀의 소대는 단 한 명의 기사도 모그라프 변경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었다.

순조로운 파견이 이어지던 와중에, 처음으로 삐걱거리기 시작한 변수였다.

“그래서 지금 아르티아의 단원들 내부에서도 의견이 많이 갈리는 중이야.”

무슨 일이 생기기 시작한 에이라의 소대를 수색하기 위한 인원을 편성해서 당장이라도 수색해야 한다는 쪽과 사태를 지켜보고 더 기다려보자는 쪽의 의견으로.

“이러고 있을 틈이 없다고요!”

초조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차한성은 당연히 당장이라도 수색대 안에 편성되어 에이라를 찾으러 가고 싶다는 것을 거리낌 없이 표현했다.

“그러니까 진정하라고.”

다시 한번 차한성을 제지한 것은 거실로 나온 한 남자의 목소리다.

“부, 부단장님…!”

아르티아 기사단의 단장인 리오드의 바로 아래.

부단장의 직위를 가지고 있는 카인은 현재 리오드를 대신하여 이 파견에 편성된 아르티아 기사단원들 전원의 지휘권을 가진 총 책임자다.

20대의 후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부단장의 직위에 오른 그는 기사단 내부에서 리오드에게 실력을 인정받은 몇 안 되는 기사 중에 하나다.

‘와아….’

에린은 속으로 감탄했다.

평소 아르티아 기사단 본부에서 보여주던 가벼운 태도가 아닌, 마치 날카로운 칼날과도 같은 예리한 위압감으로 무장하여 카리스마로 숙소 내부를 압도했다.

“우리라고 에이라와 단원들을 구하러 가고 싶지 않은 게 아니야.”

타인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에린은 카인의 속뜻을 헤아릴 필요도 없이, 그가 진짜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부단장님! 하지만….”

“만약 새로운 수색대를 무리하게 편성하여 출정한다고 해도, 또다시 그 수색대마저도 모두 소식이 끊긴 채로 행방불명이 된다면, 그 이후에는 또 남아있는 단원들을 쥐어 짜내어 수색대를 편성할 생각이냐?”

“…….”

차한성은 카인의 지적에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분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꾹 다물었다.

“에이라는…. 그리고 이제 막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 단원들 또한 아르티아 기사단의 일원이자, 우리의 동료다. 무작정 버리겠다는 게 아니야.”

굳이 입에 담지는 않았지만, 카인을 비롯한 아르티아의 단원들 모두는 ‘리오드 올리비온’이라는 왕국 최강의 기사를 동경하고 그를 따르고 싶어서 입단하였고, 이들 모두 리오드가 뽑은 기사들이다.

또한, 에이라가 그렇게 존경해마지 않는 아버지를 따라, 아버지의 기사단에 입단한 딸이라는 것도 단원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부모의 후광이라며, 부정을 통해 아르티아에 입단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왕국 최강의 기사를 동경하여 그처럼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여기사의 모습을 싫어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에이라가 행방불명이 된 채로 페르닌에 복귀를 하게 된다면, 도대체 무슨 낯으로 리오드를 봐야 할까.

하지만 그런데도 에이라의 소대를 수색하기 위한 부대를 편성하기를 주저하는 것은, 그저 목숨이 아까워서 이 사태를 관망하는 것이 아니다.

“이 파견의 목적이 모그라프 변경의 지원이라는 걸 잊지 마라.”

아무리 많은 부상자가 속출하고 희생이 잇따르는 위험한 일일지라도, 맡은 바의 임무를 속행하는 것이 왕가에 충성을 맹세한 기사들의 소명.

딸의 실종 소식을 들은 아버지로서의 리오드는 어떨지 몰라도, 이 상황에서 기사단장으로서 리오드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카인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당사자인 에이라 또한 마찬가지 일터.

아르티아 기사단의 부단장으로서, 개인의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고 기사단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러면 선배는….”

차한성은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자신의 상관인 카인의 명령은 기사로서, 왕국을 수호하는 기사단으로서는 옳다고 차한성의 이성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감성은 상관의 명령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 선배와 선배의 소대에 편성된 신입기사들은…. 모두 포기하는 겁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차한성의 질문에 카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어.”

단지 제대로 된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수색조를 편성하여 보냈다가, 또다시 새로 편성된 수색대마저도 행방불명이 되어버린다면, 아르티아 기사단 자체에 끼치는 피해는 물론, 간신히 회복되기 시작한 모그라프령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지도 모른다.

‘한 명이라도 복귀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해주었다면….’

카인도 적어도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았으리라.

소대의 구성 자체는 신입기사들로 편성이 되어 있었다지만, 그들을 통솔하는 소대장인 에이라는 단원들 사이에서도 상위에 있는 실력자다.

사리 분별도 뛰어나고 판단도 망설임이 없어 몹시 빠른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소대의 앞에 닥친 위험이 어떠한 정도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뛰어난 안목을 가지고 있는 만큼 대처 불가능한 사태가 갑작스레 들이닥쳤을 때, 에이라라면 소대원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설정하고 모그라프령과 아르티아 기사단에 이 위험에 대한 정보를 전하기 위한 정석적인 조치를 취했을 것이 틀림없다.

카인은 지금 그렇게 에이라가 대피시킨 소대원들이 모그라프령으로 복귀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자꾸만 불안한 상상이 드는 것은 차한성뿐만이 아니라 카인 또한 마찬가지.

에이라와 신입기사들 전원이 죽어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빠르게 수색대를 보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섣불리 판단을 내려 더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신중함을 기하고 있는 카인은 지금 말 그대로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다시 한번 수색대를 편성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 속에서 무겁게 가라앉은 침묵을 깨는 누군가의 손이 위로 들어 올려졌다.

“저어….”

조용히 현재의 사정을 듣고 있던 에린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 수색 제가 하면 안 될까요?”

“…아가씨가?”

“네. 아, 그런데 다른 기사님들의 도움은 괜찮아요.”

태연하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에린을 보며 카인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건 안 돼.”

“저는 아르티아 기사단도 아닌데요?”

“…….”

카인의 말을 반박하는 에린의 태도는 몹시 당당하고 태연했다.

하지만 에린의 반박은 몹시 타당했다.

아르티아 기사단의 소속도 아닌 에린이 개인적으로 움직여 에이라와 그녀의 소대를 찾겠다는데 그것을 제지할 명분은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실제로 에린은 아르티아 기사단에 그 어떠한 도움도 바라고 있지 않으니, 카인이 리스크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아무리 아가씨가 그 양반의 제자라고 하더라도, 아가씨를 혼자 보내는 건 안 돼.”

카인도 에린이 웬만한 기사들을 압도하는 실력을 갖췄으며, 신수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외의 힘을 다루는 것 또한 알고는 있는 사실이었지만.

아무리 금위계의 모험가라도 기사단의 1개 소대가 행방불명이 될 정도로 알 수 없는 위험이 존재하는 곳에 혼자서 들어가겠다니, 카인으로서는 그냥 목숨을 버리는 것에 가까운 어리석은 객기처럼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그게 말이죠. 사실은 저 혼자 온 게 아니거든요.”

“…뭐?”

“진~짜로 저보다 엄~청 강하신 분이 동행하실 예정이니까, 카인님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러니…. 에이라 언니와 신입 기사님들의 수색. 저한테 맡겨주시면 안 될까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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