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9화 〉 509. (H)신수의 매료(2)
* * *
에린은 정신을 차리고 몸을 뒤척였다.
“응….”
딱딱하고 그다지 편하지 못했던 침대의 선실과는 달리, 몹시 포근하고 따뜻한 쿠션과 냄새는 에린에게 있어 아주 익숙한 감각이다.
의식을 각성하고 두 눈을 뜬 에린은 살짝 졸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두리번거렸다.
“어…?”
눈을 떴지만, 안대로 가려져 시야를 제한당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에린은 적잖게 당황했다.
게다가 피부에 느껴지는 감촉이 몹시 적나라하여 자신이 지금 속옷은 물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상태라는 것을 자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에린은 당황하였을 뿐 마음이 조급해지지는 않았다.
시각을 봉인 당했기 때문인지, 어쩔 수 없이 코를 킁킁거리고 침대에 몸을 비비는 감촉을 통해 이곳이 어디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집?”
눈을 떠보니 집에 와있고, 심지어 자신의 침대 위에 알몸의 상태로 결박된 상황이라니.
이제 막 정신을 차린 에린으로선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난 분명 선실에서…아.”
갑작스레 몸 안을 가득 채우는 성욕을 이기지 못하여 자위를 했었고, 하마터면 은현에게 들킬 뻔했던 상황을 떠올리고 얼굴을 붉혔다.
은현의 기습 키스를 맛보고 졸음이 쏟아져 잠이 들었던 것을 지금의 상황과 연결 지어 생각해보았지만, 해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벌써 복귀했나? 아니면…. 나랑 현이만 온 건가?”
자신이 잠든 이후로 변환 상황에 이성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은 어째서 양손을 결박당해 있는 것일까.
왜 알몸인 상태일까.
정황상 자신을 침대 위에 묶어둔 것으로 추정되는 이는 은현밖에 없다.
“…왜?”
정황은 추측은 할 수 있었지만, 그 동기를 추측할 수가 없어 더욱 당혹스럽다.
끼이익
에린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방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익숙한 냄새와 상대적으로 큰 보폭의 발걸음은 굳이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에린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이의 기척이었다.
“…현아?”
에린은 방문을 열고 들어온 은현에게 말을 걸었다.
“일어났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
은현은 에린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천천히 침대 위로 올라와 에린의 몸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읏…?”
그의 손길을 느낀 에린이 허리를 움찔 떨었다.
허벅지로부터 시작하여 골반, 허리를 지나 겨드랑이까지 어루만지는 은현의 손길이 너무나도 야해서, 에린의 가슴 속에 또다시 몽글몽글한 기분을 피어오르게 만든다.
“혀, 현아…?”
하지만 역시나 은현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점점 위로 올라오는 손길의 주인인 은현은 이내 에린이 누워있는 침대 위로 올라왔고, 양손을 등 뒤로 결박한 에린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현아…? 왜 아무 말도 안 해?”
묵묵히 침대 위로 올라오는 은현의 행동에 에린이 불안한 마음을 품었다.
타인의 감정을 읽어 들일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발현시킨 에린에게도 감정을 읽어 들일 수 없는 특별한 예외가 존재한다.
자신보다 더 강한 신수인 구미호와 여신의 가호로 보호를 받는 은현이 그러하다.
두 눈도 안대로 가려져 은현의 표정을 확인할 수가 없으니 더 불안했다.
에린의 상체를 일으켜 세운 은현은 그녀의 뒤를 점거하여 그녀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그리곤 에린의 귓가에 입을 가까이 가져다 바람을 불었다.
“후우.”
“히익!?”
귓가에 맴도는 숨결을 느낀 에린이 움찔 몸을 떨며 작게 펄떡거렸다.
상체를 비틀며 은현의 품에서 저항하여 도망쳐보려 했지만, 꽉 끌어안은 은현의 양팔이 에린의 저항을 봉쇄했다.
소름이 돋은 전신은 도망을 칠 수 없게 되자, 이내 딱딱하게 경직되어 갔다.
“에린.”
마침내 침묵을 지키고 있던 은현이 입을 열어 에린을 불렀다.
“응…?”
“나는 오늘 에린한테 실망했어.”
“아….”
작게 냉담함이 실려있는 그 목소리에 에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기분을 느꼈다.
그동안 동경과 연심을 품고 있었던 그에게 사랑받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던 자신을 항상 칭찬해주고 보듬어주었던 만큼 은현의 실망은 에린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것 중 하나다.
“미, 미안해….”
에린은 다급히 사과했다.
“왜 사과하는 거야?”
“응?”
“뭘 잘못했는데?”
“…….”
은현의 질문에 에린은 말문이 막혀 대답하지 못했다.
실제로 짐작이 가는 것이 곧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이제 막 정신을 차리고 침대 위에 결박당해 있는 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던 와중이 한창이었다.
에린이 바로 입을 열지 못하자, 은현은 재차 물었다.
“정말 모르는 거야?”
“그, 그게….”
어쩔 줄을 몰라하며 허둥지둥하고 있는 에린의 기분이 온몸으로 드러나 등 뒤에 딱 밀착해있는 은현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은현은 에린의 몸을 꽉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오른쪽 가슴을 움켜쥐고는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선실 안에서 혼자서 자위하고 있었잖아.”
“……!”
‘들키지 않은 줄 알았는데, 어떻게 알았지?!’라는 생각을 온몸으로 표현하듯이 에린의 허리가 움찔 떨렸다.
“자위를 했던 걸 가지고 뭐라 하는 게 아니야. 장소와 타이밍의 문제였지.”
집에서 외로움에 빠져 스스로를 달래는 것을 뭐라 할 이는 아무도 없다.
같은 여성인 일리아나나 엘레노아, 릴리도 집안에서 외로울 때마다 몰래 혼자서 자위행위를 하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으면서도 귀엽게 보며 눈감아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범선의 선실 안에서는 상황과 경우가 전혀 다르다.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방에 들어왔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에린은 자위행위에 빠져 성욕을 해소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자각하지 못했었지만, 선실의 내부를 꽉 채우다 못해 밖으로 흘러나오려 했던 그녀의 마력은 굉장히 위험한 상태였다.
욕정의 감정이 담겨 흩뿌려져 있는 신수의 마력은 그저 가까이서 그것을 체험한 것만으로도 사람의 이성을 건드려 홀린다.
여신의 가호로 정신 지배에 대한 내성이 있는 은현과 신성력으로 작게나마 저항할 수 있었던 엘레노아가 사전에 차단했기에 다행이지, 은현도 에린의 마력을 느끼고 안색을 굳혔을 정도.
다른 누군가가 그 마력을 접하고 에린과 마찬가지로 욕정에 빠져버렸다면 에린이 어떻게 되었을지, 은현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에린의 알몸을 보는 거. 나는 싫어. 에린은 좋아?”
“다, 당연히 싫지!”
자신의 몸을 은현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음흉한 시선으로 보다니, 절대로 싫다.
특히나 신수의 힘을 받기 이전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의 도를 넘는 욕정 어린 시선을 받으며 커왔던 만큼, 에린은 타인의 시선에 몹시 민감했다.
“그런데 왜 그랬어?”
“그, 그건….”
에린도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째서 자신은 그때 발정하여 그렇게 자위를 하고 싶다는 욕구에 빠져 있었을까.
몸 안에 가득 차오르는 성욕은 이성을 무뎌지게 만들고 자신을 그저 쾌락을 탐하는 암컷으로 만들 뿐이었다.
사실 여우 구슬이 깨지면서 사방으로 퍼진 신수의 힘을 모두 흡수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 부작용이긴 했지만, 에린은 이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 방문을 열고, 무방비 상태에 가까웠던 네 옷을 벗기고 가슴을 주무른다고 생각하면, 나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은현은 등 뒤로 양손을 결박당해 있는 에린의 알몸을 다른 한 손으로 천천히 어루만졌다.
어깨와 목덜미, 매끄러운 등과 허리의 곡선도, 운동으로 다져진 에린의 맨살은 탄탄한 건강미를 뽐내면서도 몹시 요염하다.
그리고 흉부에 달린 훌륭한 발육의 결정체인 두 가슴은 탐스럽게 열린 과실처럼 보는 이의 침샘을 자극하는 무기나 다름이 없다.
은현은 한 손으로는 계속 에린의 맨살을 어루만지며 자극하면서 다른 한 손으론 가슴을 주무르며 지속적인 자극을 보냈다.
전혀 다른 두 종류의 자극을 느끼던 에린이 상체를 뒤척이면서 몸을 떨었다.
“나는 에린을 그렇게 아무 데서나 자위하는 정조가 없는 여자로 키운 적이 없었는데.”
사실 은현도 일리아나나 엘레노아, 릴리를 데리고 누군가가 볼지도 모르는 야외에서, 아니면 누군가의 시선을 즐기면서 섹스를 했었던 적이 있었지만, 은현의 취향은 이렇게 서로만의 시간을 즐기는 쪽이다.
게다가 자신과 함께 야외 플레이를 하는 쪽과 자신이 없는 곳에서 혼자 야외 자위를 하는 것는 명백히 틀리다.
“으으…. 미안해…. 현아…. 그때는…. 그때는 진짜 내가 어떻게 되었었나 봐.”
에린은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한 몸의 쑤심을 얼버무리기 위해 가랑이를 비비고는 은현에게 애원했다.
“괜찮아. 에린. 오늘은 내가 교육해줄 테니까.”
은현은 방에 들어오면서 함께 가져온 아로마 로션을 양손에 듬뿍 칠하고, 곧바로 에린의 양쪽 가슴을 움켜쥐었다.
“읏…!?”
가슴 전체에 로션을 칠하듯이 손가락을 움직여 에린의 가슴을 맛보았다.
가슴끼리 서로 비비어지고 로션으로 추잡한 광택이 칠해져 간다.
굳이 보이지 않아도 자신의 가슴이 얼마나 추잡하게 농락당하고 있는지가 느껴져 자연스레 에린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 안 돼…! 현아아…! 흐읏!”
손을 움직여 움켜쥔 가슴을 위로 쓸어올릴 때마다 흥분으로 딱딱해진 유두가 손가락에 쓸렸다.
은현은 딱딱해진 양쪽 유두를 엄지와 검지로 살짝 짓누르며 문질렀다.
“하! 으으…!”
상체가 위아래로 펄쩍 뛰며 격렬한 저항을 내보였지만, 양손을 등 뒤로 결박당해 은현의 품에 꼭 안겨있는 에린의 저항은 너무나도 무력하다.
“젖꼭지가 딱딱해졌어. 에린. 이 상황에서도 느끼고 있는 거야?”
“이, 이건 현이가…!”
“그저 가슴을 만졌을 뿐인데?”
“으, 우우….”
에린은 반박하지 못해 분한 기분을 이기지 못하고 신음했다.
가슴의 유두를 짓누르며 자극할 때마다 신체가 움찔움찔 경련하는 것을 열심히 감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은현에게는 그저 귀여운 얼버무림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로션으로 인해 매끄러운 피부의 광택이 굉장히 음란함하고 요염하다.
“하아, 하아, 하아….”
가슴과 유두를 희롱하여 충분히 괴롭히고 손을 떼자, 에린이 숨을 헐떡이며 상체가 축 늘어졌다.
기대어오는 에린의 상체를 받아준 은현은 천천히 가슴을 움켜쥐었던 손을 에린의 몸 아래쪽으로 내렸다.
가슴에서 아래로 흘러내린 로션들을 천천히 복부에 칠하듯 손가락을 움직인다.
“으….”
매끄럽게 복부를 문지르는 은현의 양손은 원을 그리듯 움직여 손과 복부에서 발생한 마찰열이 에린의 전신으로 퍼져나가듯이 공을 들여 그녀의 몸을 개발해나간다.
안 그래도 열이 오르고 있던 에린이 배 안쪽으로부터 근질거리는 감각을 느끼며 조금씩 허리를 뒤척였다.
차근차근 달아오르는 자궁 안쪽이 가려워서 자신의 가랑이를 비비며 숨을 헐떡였다.
“하아, 현아아…. 미안해…. 용서해줘….”
은현은 매몰차게 에린의 애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말했잖아. 이건 교육이야.”
두 번 다시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그녀를 철저히 교육할 생각으로 그녀의 몸을 희롱했다.
그리고 교육과 동시에, 불가항력이었다지만 멋대로 공적인 장소에서 자위행위를 해버렸던 것에 대한 벌이기도 했다.
‘꼭 애완견을 훈련시키는 것 같네.’
그런 기분을 차마 지울 수가 없어 꺼림칙했지만, 은현은 계속해서 손을 움직였다.
“읏, 하아…. 현아. 나 뱃속이…. 너무 근질거려….”
이어서 복부의 자극도 한계에 달한 에린이 은현의 상체에 기대어 머리를 비비면서 애원했다.
가랑이를 비비며 고간을 앞뒤로 움직이면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어필을 해오고 있다.
가슴과 복부가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부위를 만져달라는 천박한 어필.
은현은 복부를 만지고 있던 한쪽 손을 에린의 턱을 붙잡아 자신에게로 향하도록 고개를 돌리게 했고, 안대가 씌워진 그녀의 입을 맞추었다.
“응…. 츄으….”
입안으로 들어오는 은현의 혀와 타액을 맛보면서 키스를 나누는 동안, 은현의 다른 한쪽 손은 천천히 복부 아래쪽으로 내려가 고간 사이에 도달한다.
“흐읏!?”
보지와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는 은현의 손가락을 느낀 에린이 놀라 상체를 들썩였지만, 고개를 고정 당하여 키스를 나누는 에린은 저항하지 못했다.
찌꺽 찌꺽
‘숨을…쉴 수가….’
입을 틀어막고 자신의 입안을 거칠게 농락하는 은현의 혀를 느끼며 호흡이 제한된 에린의 이성이 혼미해졌다.
파르르 떨며 절정을 맞이하려 할 때, 은현은 키스를 나누던 입을 떼고는 보지를 희롱하던 손놀림도 멈추었다.
“후아아…! 으으…!”
입이 자유로워지자 곧바로 숨을 몰아쉬며 산소를 공급하던 에린은 이내 침대 시트에 자신의 가랑이를 비비며 보지의 근지러움을 어떻게든 해소하려 애를 썼다.
자신의 손이 자유로웠다면 스스로 보지를 만지며 이 욕구를 어떻게든 해소했겠지만, 등 뒤로 결박당한 자신의 상태로는 그것조차도 불가능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갈 수 있었는데….’
아마도 심술궂게도 의도적으로 그 순간을 노리고 손을 뗀 것이 틀림없다고 에린은 생각했다.
“계속…. 계속 만져줘….”
“약속 하나만 해주면.”
“약속…?”
“앞으로 두 번 다시 밖에서 혼자 자위 같은 거 하지 마. 차라리 밖에서 하고 싶을 때면 나를 불러. 그러면….”
은현은 검지와 중지를 질구 안쪽에 살짝 삽입시킨 채로 에린의 반응을 살폈다.
“응…읏!”
마치 은현의 손가락을 집어삼키고 싶어 안달이 난 에린이 하체를 비틀며 답했다.
“할게…! 약속할게…! 앞으로 두 번 다시 밖에서 혼자 자위하지 않을게…! 그러니까 내 보지 만져줘…!”
점점 달아오른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애원하는 에린의 약속을 들은 은현은 그녀의 얼굴에 씌워져 두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를 벗겨냈다.
“알았어.”
은현의 손가락이 마침내 에린의 보지 속에 삽입되어 내부를 휘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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