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8화 〉 508. (H)신수의 매료(1)
* * *
두 눈을 뜬 에린은 선실 안에 있는 침대 위였다.
“…나 잠들었었지.”
엘레노아와 함께 부상자들을 돌보는 것에 힘을 쓰던 와중, 왠지 모를 졸음이 밀려와 배정받은 선실로 들어와 잠을 청했던 것을 떠올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단순히 격렬한 전투 이후에 밀려오는 피로감이라고 생각하여 엘레노아에게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선실로 들어온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로 침대에 누워 바로 곯아떨어진 이후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가늠이 가질 않는다.
“…목말라.”
에린이 잠에서 깨어난 것도, 아주 심한 갈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침대에서 일어나 옆 선반에 배치된 물병을 손에 집었고 뚜껑을 개봉하여 곧바로 목을 축였다.
이 바다 위에서 먹을 수 있는 식수라는 것은 굉장히 귀중하다.
이 원정대 안에서 가장 귀한 신분인 왕가를 제외하고는 범선 안에서 지휘를 맡은 올리비온 공작이나 티르니스 백작에게조차 지급된 식수가 한정되어 있을 진데, 에린은 그 생수를 망설임 없이 곧바로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 고민보다 극심해진 갈증을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은 욕구가 먼저였다.
“하아…. 뭐지…? 몸이….”
몹시 더워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
마치 몸 안에 가득한 열기가 몸속 구석구석을 마구 돌아다니며 전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만 같다.
“이 기분…. 전에도 느껴 봤는데…. 아.”
달구어진 전신을 위로하듯이 자신의 몸을 만지던 에린은 자신의 오른손이 어디에 있는지를 자각하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복부 아래쪽, 아랫배를 지나 천천히 내려가는 손가락은 이윽고 가랑이 사이에 점점 가까워져 갔다.
이윽고 에린은 전신을 뜨겁게 달구며 몸 안쪽을 근질거리게 만드는 이 감각이 어떨 때 생겨나는지 떠올렸다.
“현이랑…. 하고 싶을 때….”
정확히는 은현과 섹스를 하고 싶다고 자신의 몸이 욕정 어린 신호를 보내오는 발정의 전조다.
“왜, 왜 하필 지금…. 흐으.”
에린은 몹시 당혹스러웠다.
점점 숨이 거칠어지고 뜨거운 입김을 흘리면서 고간 사이의 근질거림을 해소하기 위해 가랑이를 배배 꼬며 비볐다.
“안 되는데. 지금 이러면…. 으으….”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전신에 퍼지는 열은 오르고, 뱃속의 근질거리는 여자로서의 감각은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이전 은현과 첫 경험을 했었던 섹스에서 그의 정액 속에 담겨 있던 신력을 흡수하면서, 그 기운을 주체하지 못하여 취해버린 에린의 몸이 발정했었던 때와 비슷한 경우다.
당연히 에린은 그에 대한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
결국, 원인을 찾지 못해서 매우 답답한 것이 지금 에린의 심정이었다.
“…….”
이윽고 에린은 침대의 옆에 배치된 책상의 모서리를 응시했다.
침을 꿀꺽 삼키고는 머릿속으로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행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으로 머릿속이 딜레마에 빠졌다.
“여기 집도 아닌데….”
집에서도 매우 조심스럽고 몰래 했었던 자위를 현재 많은 사람이 있을 터인 이 범선 안에서 하는 것이 맞을까.
그러다가 혹시라도 들키기라도 한다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고민하던 차, 에린은 결정을 내렸다.
“조금만…. 조금만 해야지….”
갈수록 욕구가 쌓이는 에린의 몸은 결국 성욕을 이기지 못했다.
끈을 풀어 치마를 벗어 던진 에린의 몸은 등이 파인 전신 타이츠만을 착용한 상태.
착 달라붙은 전신 타이츠는 매끄러운 허리를 타고 엉덩이와 허벅지의 라인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후으….”
에린은 긴장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이윽고 양팔로 책상을 꽉 붙잡아 고정하고 자신의 하체를 가까이 가져다 대고는, 책상의 모퉁이 부분에 가랑이 사이의 고간 부분을 꽉 짓누르듯이 문질렀다.
“아, 흐으….”
에린의 입으로부터 달게 녹아내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고간으로부터 느껴진 자극에 허리를 살짝씩 떨면서, 쾌감이 전신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흐으…아앙….”
흘러나오는 소리는 쾌감에 비례하여 점점 강해져 갔다.
에린은 스스로 엉덩이를 천천히 앞뒤로 계속 움직였다.
“하아아…. 기분 좋아아….”
체중을 실어서 고간을 짓누르면 누를수록 강한 자극이 전해져 더욱 강한 쾌감이 에린의 몸을 지배했다.
“이런 거…. 진짜 아무한테도 들키면 안 되는데….”
자신의 이런 천박한 행위를 누군가가 본다면 진짜 수치심으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데도 엉덩이를 움직이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한 번 느끼기 시작한 쾌감은 더 강력한 쾌감을 찾는 방향으로 에린을 몰아가고, 에린의 신음은 더욱더 강해져, 허리의 움직임도 점점 대담해져 갔다.
“안 돼애…. 이거 멈출 수가…!”
에린은 스스로의 천박한 행위를 끊을 수가 없어 울먹이면서도 애가 타는 소리를 계속 흘렸다.
누구에게 하는 변명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으며, 책상의 모퉁이에 고간을 꽉 짓눌렀다.
모퉁이에 꽉 눌리고 있는 에린의 고간의 타이츠 부위가 조금씩 얼룩이 생겨 젖어가기 시작했다.
검은색 타이츠로 감춰져 있던 에린의 새하얀 속옷의 형태가 발정한 애액으로 젖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런 내 모습…. 현이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보면…. 보면 안 돼…. 이런 내 모습….”
이 자리에 없는 은현이 눈앞에서 자신의 추태를 그대로 보고 있는 상황을 상상하며, 에린은 숨을 헐떡였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어 벗어버리자, 전신 타이츠 너머로 발기한 유두가 선명하게 튀어나왔다.
책상을 붙잡아, 모퉁이에 고간을 비비어 자위하고 있던 몸을 고정하고, 한쪽 손을 들어 올려 가슴을 주물렀다.
“하, 아아…. 현아아….”
위로 살짝 들어 올려진 발꿈치가 체중을 지탱하며 위태위태하게 벌벌 떨렸다.
더 강하게 짓눌리는 만큼, 자극이 강한 것인지 에린의 허리가 거칠게 떨리고 뒤로 곱게 젖혀졌다.
“앗…. 여기…. 아까보다 기분 좋아….”
조금씩 허리와 엉덩이를 비틀어 고간 사이 곳곳을 자극하여 가장 느끼는 부위를 찾아갔다.
이윽고 뭉툭한 모서리에 조심스레 고간 사이를 비볐던 그 움직임이 점차 대담하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타이츠와 팬티의 안쪽, 보지의 균열을 따라 모퉁이 부분을 꽉 누르도록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인다.
“우으…. 딱딱한 게 계속 닿아서…. 아으!”
조금씩 팬티와 타이츠를 적셔가던 고간 사이의 애액은 어느샌가 잔뜩 비비었던 책상의 모퉁이를 적셔갔다.
“아, 안 되는데…. 이제 멈춰야 하는데….”
허리가 멋대로 움직여서 위아래로 흔드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발정이 난 에린의 몸은 도저히 성욕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쾌락을 탐하는 것을 멈추기 용납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들어올지도 모르는 선실의 안에서, 자신의 소중한 곳을 필사적으로 문지르며 위로하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수치스럽고 배덕감이 가득해서, 에린의 마음을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허리를 아래로 내리며 고간의 보지 안쪽에 체중이 실리며 비벼질 때마다, 타이츠와 팬티를 적시다 못해 책상을 적시는 추잡한 애액의 물소리가, 뜨거운 에린의 한숨이 조용한 선실 안에 울려 퍼진다.
“하아으….”
밀어닥치는 쾌락에 흐느끼는 에린은 완전히 무아지경으로 책상에 엉덩이를 비빌 뿐이었다.
지금의 에린은 그저 성욕을 해결하고 싶어 하는 암컷이다.
이윽고 점점 위아래로 흔들었던 허리의 움직임을 점점 가속했다.
“아, 아아…! 읍!”
가슴과 유두를 주무르던 한쪽 손으로 혹여나 신음이 방 밖으로 새어나갈까 입을 틀어막으면서도, 허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
끊임없이 쾌락을 추구하여 흔드는 추잡한 허리의 움직임은 마침내 에린의 전신에 쾌감의 물결을 선사했고 마침내 에린의 몸이 절정에 달했다.
“응…으으읏!”
발꿈치를 들어 올려 아슬아슬하게 서 있던 에린의 가녀린 다리가 파르르 떨리고 허리와 등이 활처럼 뒤로 젖혀졌다.
쪼르르
절정의 파도가 물결치는 에린의 다리 사이에서 조수가 흘러나왔다.
팬티와 타이츠를 적시고, 지금까지 자기 위로의 도구였던 책상의 모퉁이를 타고 아래로 떨어진 투명한 액체들이 나무 바닥에 스며들었다.
“하아, 하아, 하아.”
맥이 탁 풀린 듯 바닥에 주저앉아 절정의 여운에 잠겨 숨을 헐떡이고 있던 에린은 오히려 잠에서 깨어났을 때보다 더욱 심한 갈증에 사로잡혔다.
“흐, 으으…. 부족해….”
자위를 통해 한번 절정을 맞이했건만, 에린은 만족하지 못했다.
하면 할수록 뱃속은 점점 뜨거워져만 가고 근질거린다.
오히려 이전에 은현과 섹스하였을 때, 자신의 질 속을 사정없이 찔러댔던 은현의 굵고 커다란 자지의 감촉을 더욱 선명하게 불러일으켰다.
겨우 이런 책상 모서리나, 자신의 손가락으로는 뱃속의 자궁 안쪽을 만족시켜 줄 수 없다.
성욕을 해소시키기 위해서 시작한 자위는 오히려 더욱 섹스하고 싶다는 욕구만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낳았다.
“괜히 했다….”
에린은 깊은 후회를 남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침대에 등을 기대어 축 늘어져 스스로 고간 사이에 손가락을 문지르고 있을 때.
똑 똑
“에린. 들어갈게.”
“히익!?”
가슴 속으로만 생각했던 은현의 목소리가 현실에 들려오자 에린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들썩였다.
급하게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 침대 위에 던져두었던 치마를 낚아채 급하게 입으려고 했지만, 은현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열었다.
“자, 잠깐만! 현아!”
끼이익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급하게 제지하긴 했지만, 은현은 이미 나무문을 열고 들어와 에린과 선실의 내부 모습을 살폈다.
“…….”
축축한 나무 책상의 모서리와 그 아래에 물기가 스며든 것으로 보이는 나무 바닥을 발견하고, 에린이 방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곧바로 짐작했다.
그저 에린의 모습과 방안을 둘러 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은현의 반응에 에린은 침을 삼켰다.
당연히 혼나거나 주의를 받을 줄 알았던 것과는 달리, 조용하니까 더 무섭다.
“후우….”
“…어라?”
작게 한숨을 내쉬는 은현의 반응을 보고, 에린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선실 안에서 자위를 하고 있었던 자신을 본 은현은 화를 내지도,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오히려 ‘한발 늦었다.’라는 얼굴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윽고 은현은 품에서 분홍빛 액체가 들어있는 포션병을 꺼내고는 뚜껑을 개봉하여 내용물의 액체를 입안에 털어 넣었다.
“…현아?”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은현의 행동에 에린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지만, 은현은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에린의 앞까지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어 바닥에 앉으면서 에린과 시선을 맞추어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고정했다.
“응…? 읍!?”
갑작스레 입술을 겹치는 은현의 돌발 행동에 당황할 새도 없이, 에린의 입안에 들어온 은현의 혀가 에린의 혀를 휘감았다.
그리고는 아까 입안에 털어 넣었던 분홍빛의 액체를 에린의 입안에 흘려 넣었다.
“응…! 으….”
무슨 의도인지 알 수가 없어 에린이 순간 놀라 허둥거렸지만, 이내 은현의 목에 팔을 두르고는 그의 행동에 호응하며 자신의 혀를 움직였다.
서로의 혀가 얽히고설키며 타액을 교환하는 진한 키스를 나누던 찰나, 에린은 강한 졸음이 몰려와 다시 한번 잠에 빠졌다.
◆ ◆ ◆
곤히 잠든 에린을 품에 안은 채로 은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됐나요?”
“수면제 먹고 잠들었어.”
“…그렇군요.”
뒤늦게 은현의 뒤를 따라온 엘레노아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확실히 위험하네요.”
에린이 사용하고 있는 선실의 내부에 가득 흩뿌려진 마력은 몹시 이질적이다.
평범한 인간의 마력과는 달리 에린이 품고 있는 마력은 구미호와 같은 신수의 힘.
여우 구슬 속에 들어있던 힘 일부를 흡수했지만, 그것을 미처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던 힘 일부가 외부로 흘러나온 것이다.
그것도 에린의 기분과 감정을 그대로 주위에 흩뿌리는 최악의 형태로.
구미호의 예측과 우려는 정확히 들어맞았다.
만약 이 마력이 범선에 탑승한 이들 전원에게 노출되어버린다면, 승객들 전원이 에린의 현 상태와 동조하여 최악의 사태로 퍼졌을지도 모른다.
에린 본인은 그저 몸 안에서 폭주하는 기운에 취하여 끓어오르는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자위만을 한 것이겠지만, 본인도 자각하지 못한 사이에 이 범선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뻔했다.
“알고 한 것도 아닐 테니, 혼내기도 뭐하고…. 이 힘은 확실히 위험하네. 엘레노아.”
“네.”
은현은 수면제를 먹고 곤히 잠이 든 에린을 안아 들어 올리고는 말을 이었다.
“나는 에린을 데리고 집으로 먼저 복귀할게. 이곳에 두는 건 너무 위험할 것 같아.”
“알겠어요. 무슨 일이 있으면 통신 수정을 통해 연락 드릴게요.”
“그래.”
“에린은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
은현은 자신의 품에서 곤히 잠든 에린의 얼굴을 보며 고민했다.
“이건…. 역시 교육이 좀 필요하겠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