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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불멸자-449화 (432/730)

〈 449화 〉 449. 부여 받은 시련(5)

* * *

쿵! 쿵! 쿵!

전신이 활활 불타오르는 거구의 악마가 바닥을 한 번 찰 때마다, 드래곤의 브레스와 소멸의 겁화로 황폐화가 되어버린 대지가 뒤흔들렸다.

그 재앙의 원흉인 아스타로스가 흉포한 눈으로 자신에게 큰 굴욕을 안겨준 은현을 노려보며 격렬한 분노를 토해낸다.

[인간! 인간! 인간! 인가아안!]

그 격정에 반응하듯 주위의 대기가 일그러지고, 전해지는 공기의 흐름은 거칠고 뜨겁다.

[…야. 어떡하냐? 많이 화난 것 같은데?]

“뭘 어떡해. 잡아야지.”

[하, 말 참 쉽게 하네. 이 X끼. 하기야 뭐 나도 믿는 구석이야 생겼으니, 별걱정은 안 한다만.]

실제로 브류나크도 그토록 힘들게 죽였던 아스타로스를 대면하고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신력으로 보호를 받는 창대는 더는 소멸의 겁화에 의한 패널티를 받지 않았으며, 고통도 느끼지 않았다.

[인가아아안!]

높은 점프로 거리를 단숨에 좁히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거구의 악마를 응시하며, 은현도 브류나크를 꽉 쥐고 자세를 취했다.

카아앙!

신력을 두른 브류나크와 창의 형상을 한 소멸의 겁화가 부딪치자 강력한 충격의 여파가 주위로 흩뿌려졌다.

땅이 뒤흔들리고, 공기가 떨리는 그 충격파는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압도적인 폭력 그 자체다.

실린 그 공격을 받아낸 은현이 이빨을 꽉 깨물며 브류나크를 필사적으로 지지하며 버텨낸다.

“크…으!”

신체 강화를 통해 육체의 근력과 내구력을 올릴 수 있는 최대한으로 끌어올렸음에도, 아스타로스의 공격은 묵직했다.

무시무시한 체구와 힘이 가미된 그 질량의 공격을 받아낸 브류나크가 벌벌 떨리고, 몸을 지탱하고 있는 다리는 바닥이 움푹 파일 정도의 질량을 감당하며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하지만 은현은 생각했다.

‘못 막을 정도는 아니야.’

악마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가장 껄끄러운 것은 바로 ‘악마의 능력’이다.

특히나 그저 가까이에 근접해있는 것만으로도 피부는 물론 살점과 뼈를 모조리 태워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재앙과도 같은 아스타로스의 능력은 인간으로서는 절대로 공략할 수 없는 사기적인 존재 그 자체.

하지만 신력으로 무기와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있는 지금의 은현에게는 아스타로스의 소멸의 겁화는 통하지 않는다.

그 소멸의 겁화만 먹히지 않는다면, 아스타로스는 거대한 체구와 무시무시한 근력을 가진 인간으로 비유를 해도 좋을 정도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자신이, 정말로 성장하여 최상위의 악마와도 견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순수한 기쁨을 느꼈다.

은현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지으며 그 기쁨을 표현하자, 아스타로스가 더욱 분개했다.

[건방진!]

자신의 공격을 멀쩡하게 받아내는 눈앞의 인간이 아스타로스에게 곱게 보일 리가 없다.

특히나 자신과 대적하고 있는 상태에서 여유롭게 웃음을 짓다니, 안 그래도 종족의 차이로 우월감에 젖어있던 그 격노에 더욱 기름을 부은 격이나 마찬가지.

아스타로스는 소멸의 겁화를 한 차례 회수했다.

이윽고 더욱 큰 힘을 실어 소멸의 겁화를 내려찍어 은현의 머리를 불태워버리려 했지만.

[죽어라!]

“흥.”

은현은 아스타로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코웃음을 쳤다.

아스타로스가 소멸의 겁화를 회수함과 동시에, 은현 또한 브류나크를 회수하여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똑같은 구도와 똑같은 자세 속에서, 이미 아스타로스가 아까와 같은 커다란 동작의 공격을 해오리라는 것을 예측했다.

위로 들어 올려진 창의 형상을 한 불꽃이 아래로 내리쳐지며 은현의 머리를 직격했지만, 아스타로스가 직격시킨 것은 은현의 잔상이다.

[주현성 극원류]

[이형환위]

잔상을 남기며 이동해온 은현은 또 한 번 아스타로스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브류나크 창술]

[뱀의 이빨]

일직선의 올곧은 창대가 뱀처럼 휘어져 관통한 브류나크의 창날의 끝에서 다시 한번 응집되어 있던 신력이 해방되었다.

[크아악!]

또다시 옆구리에서 몸 내부를 헤집는 신성한 기운을 느낀 아스타로스가 비명을 내지르며 발버둥을 쳤다.

이번에 은현은 아스타로스가 태세를 정비하여 반격할 틈을 주지 않았다.

위를 향해 내던진 브류나크가 하늘 높이 떠오르며 최고점을 찍은 순간, 창대가 수십 개의 분신을 만들어 허공에 맴돌았다.

이것은 브류나크에게도 직접 배운 것이 아닌, 은현이 브류나크를 활용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고안해냈다.

자신의 권능으로 브류나크의 창대를 수십, 수백 개를 만들어 내어, 하늘 위에서 떨어뜨리는 기술.

[브류나크 창술]

[유성의 비]

하늘 아래로 낙하하기 시작하는 수백 개의 창 하나하나가 은현이 만들어 낸 권능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막대한 신성을 품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콰아앙!

하늘 위에서 낙하하는 창들은 지면 아래로 충돌한 순간, 바닥을 파괴하며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어 내는 압도적인 파괴력을 자랑했다.

그 유성의 비가 떨어지는 범위의 중심에 있는 아스타로스는 당연히 은현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크아아아악!]

거구의 몸체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브류나크의 창들이 어깨에 박히고, 머리에 박히며, 바닥에 주저앉는 아스타로스의 등에 박힌다.

창들 하나하나마다 내부에 내포된 신성들이 해방되면서 아스타로스의 몸체 내부를 정화하는 것은 악마에게 있어서 어떻게라도 표현할 수 없는 격통이다.

마치 인간의 몸속에 칼을 박아넣고 내부에 직접 불을 지지는 것과 같은 격통.

[인…가아아안!]

하지만 아스타로스는 그 격통을 모두 버텨내고 만신창이가 되어가면서도 자신을 점점 궁지로 몰아넣는 백은발의 인간에 대한 분노를 여실히 드러냈다.

수십 개의 창이 전신에 관통당한 상태로,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으며 주저앉았던 몸을 다시 일으켜 움직이는 것은 최상위 악마에 걸맞은 질긴 생명력을 여실히 드러냈다.

[어우, 징글징글한 X끼 진짜.]

저 지경이 되고도 살아있는 아스타로스의 모습을 보고, 브류나크가 질린다는 반응을 보였다.

400년 전 소멸의 겁화에 의해 자신의 몸체가 불태워져 소멸하면서도, 끈질기게 버텨내었던 아스타로스의 질긴 생명력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쿵!

아스타로스가 바닥에 주저앉았던 무릎을 일으켜 바닥을 차고, 몸을 일으켰다.

다시 한번 소멸의 겁화를 휘둘러 은현을 공격했지만,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아스타로스와 은현 사이의 차이는 이미 크게 벌어졌다.

[브류나크 창술]

[나선연쇄]

몸을 옆으로 회전시켜 느리게 휘둘러지는 불꽃의 창을 피해낸 은현은 허리와 어깨의 관절을 최대한으로 이용하여 아스타로스의 몸에 총 세 번의 날카로운 찌르기를 관통했다.

왼쪽 다리, 중앙 복부, 오른쪽 어깨를 차례로 관통하여 구멍이 뚫린 아스타로스는 격통을 토해내며 외쳤다.

[어째서…! 어째서 내가 인간 따위에게…!]

어째서 눈앞의 백은발의 적안을 가진 인간에게는 자신의 소멸의 겁화가 통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은현이 신력으로 자신의 무기와 자신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 무력의 차이는 도대체 무엇일까.

아무리 신력으로 보호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권능인 소멸의 겁화가 통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최상위 악마인 자신과 인간의 무력 차이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신보다 왜소하고, 허약하기 짝이 없는, 별 볼 일 없는 종족에 불과한 인간이 자신을 압도하고 있다.

[브류나크 창술]

[나선 던지기]

[커헉!]

이형환위로 잔상을 남기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뒤로 빠지며 거리를 벌린 은현이 브류나크를 회전시키며 아스타로스의 가슴 정중앙에 꽂아 넣는다.

아스타로스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것이다.

자신과 자신을 압도하는 인간의 차이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면서도, 정교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저 날카로움.

그것은 오랜 시간을 통해 쌓고 만들어진 기술의 정수이며, 그저 자신의 권능으로 미개한 하위의 악마들이나 적들을 압살하고 다녔던 아스타로스에게는 전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아스타로스에게 있어서는 아주 좋은 기회이자, 전환점이다.

[죽여주마….]

수십 개의 창으로 꿰뚫린 아스타로스는 서서히 몸이 가루가 되어 소멸해가고 있는 와중에도, 복수심을 활활 불태우는 흉흉한 눈동자로 은현을 바라보았다.

[반드시, 반드시 다시 이 지구로 넘어와서, 네 놈을 죽여버리겠다.]

악마는 죽지 않는다.

정확히는 죽음을 맞이해도, 그 정신체는 다시 마계에서 부활한다.

마계에는 자신과 같은 악마들이 다수 존재했으며, 그중에는 은현과 마찬가지로 ‘무(?)’라는 것을 중시하며 기술을 극한으로 연마한 특별한 악마들도 존재했다.

아스타로스는 자신의 권능이 통하지 않는 변수나 마찬가지인 은현을 눈앞에 두고 현실을 직시했다.

이 인간을 죽이기 위해서는 악마의 권능만으로는 부족하다.

‘무(?)’라는 것을 쌓아 올려 연마한 기술을 부딪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것을 다름 아닌 인간과 싸움에서 깨달았다는 것이 부아가 치민다.

[그때까지…. 반드시 죽지 말고 살아있어라.]

자신에게 굴욕을 안겨준 이 백은발의 남자는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한다.

그렇기에 아스타로스는 자신이 다시 하계로 넘어오는 순간까지 자신의 복수 대상인 은현이 살아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너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를 않네.”

은현은 자신이 직접 죽여버리기 전까지 반드시 살아있으라는 아스타로스의 경고를 듣고 짧게 중얼거렸다.

과거, 아스타로스를 소멸시켰던 400년 전에도, 이 악마는 자신을 죽이는 것을 성공한 은현에게 복수를 다짐했던 전적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의 이 상황은 유피테르에 의해 재현된 과거에 상황에 불과하며, 자신이 지금 소멸시키고 있는 아스타로스 또한 자신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환상에 불과하다.

너무나도 현실 같은, 그런 환상 속에 재현된 존재에 불과한 아스타로스는 은현의 중얼거림을 이해할 수 없었다.

[…뭐라고?]

영문을 모를 소리를 늘어놓는 은현의 중얼거림에 아스타로스가 되물었지만, 은현은 악마의 의문을 해소해주지 않았다.

“이제 넌 날 이기지 못해.”

그것은 환상이나 다름없는 지금의 아스타로스에게 하는 말이며, 은현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자신은 성장했으며, 이제는 최상위의 악마들과의 싸움에서도 꿀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었다.

적어도 종족의 차이와 권능의 상성이라는 점에서만큼은, 악마들과 대등한 싸움을 이어나갈 수 있으리라.

“그만 끝내자.”

은현은 아스타로스의 가슴팍에 박혀있던 창날에 담긴 신력을 해방시켰다.

가루가 되어 으스러지던 악마의 신체가 허무하게 터져버리고, 아스타로스가 완전히 소멸하자, 은현은 자신의 파트너에게 말을 걸었다.

“앞으로도 나랑 함께 해줄 수 있겠냐?”

은현은 물었다.

앞으로도 자신이 상대해야 하는 존재들은 아스타로스와 동급이거나, 더 강한 악마들일지도 모른다.

그 존재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신창이라고 불리는 브류나크는 아주 든든한 자신의 파트너가 될 터.

[새삼스럽게 인제 와서 그딴 걸 물어보고 앉았냐.]

“예전보다 더 빡셀텐데.”

은현이 재차 브류나크에게 질문을 던진 이유는 이미 자신의 파트너가 한 번 소멸을 겪어보았기 때문이었다.

갖은 고생을 하며 한 차례 무기로서 죽음을 맞이했던 전적이 있던 자신의 파트너를 더 혹사시켜도 되는 것일까 고민했지만, 브류나크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너도 한 번 뒤졌다가 살아났다며. 적어도 우리는 같은 신세 아니냐?]

“…뭐, 그렇긴 하지.”

은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긍정했다.

한 번 죽음을 맞이했다가 부활을 했다는 점에서는 은현이나 브류나크나 마찬가지다.

[그럼 적어도 같이 가야 하지 않겠냐. 그래봤자 나는 무기야. 게다가 날 사용하는 게 너라면 나는 더 불만은 없어.]

무기란 적을 섬멸하기 위해 사용되는 물건.

그리고 강자의 손에 의해서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무기로서 매우 충실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러냐.”

[그리고 남정네한테 함께 해줄 수 있겠냐는 소리 듣기 싫다. 어우, 오글거려서 창대에 소름이 돋네.]

“시끄러워. 임마.”

은현은 부르르 떠는 브류나크의 창대를 가볍게 툭 치며 쓰게 웃었다.

이윽고 주위의 풍경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는 것을 자각하고 시련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지막이다.]

자신의 영혼 속에 직접 말을 걸어오는 유피테르의 목소리는 마지막인 세 번째 시련을 알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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