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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불멸자-432화 (415/730)

〈 432화 〉 432. 소탕 작전의 마무리(2)

* * *

린데발트령에서의 노스페라드 시체 정화 작업은 차질없이 순조롭게 이어졌다.

메이거스의 궁정 마법사단은 사이먼이.

아르티아 기사단은 리오드가.

함께 지원을 나온 베스타의 사제들은 엘레노아의 통제를 받아, 사람들은 큰 무리 없이 자신들의 역할들을 수행했다.

정화 작업은 엘레노아가 직접 나선 것이 아니라, 그녀의 지휘를 받은 사제들이 나섰다.

남은 흡혈귀들의 잔당 소탕은 기사들과 마법사들, 사제들이 비율에 맞게 편성되어 정기적으로 소탕을 나갔고, 편성에 포함되지 않은 인원들은 병력이 집결된 베이스캠프의 경계 근무, 노스페라드 시체의 동결 상태 유지, 정화 작업 등 다양한 작업이 동시에 벌어졌다.

흡혈귀 잔당의 소탕 작전 임무는 사제들이 노스페라드의 시체에 존재했던 역병의 기운을 모두 정화한 것으로 작전의 최고 지휘 권한을 가졌던 리오드가 종결을 선언한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상으로 이번 흡혈귀 소탕 작전에 대한 보고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근 1개월 동안 린데발트령에서 이루어졌던 흡혈귀 소탕 작전에 대한 일련의 보고를 들은 페르니아스 왕국의 궁정 회의장 내부 분위기는 어두웠다.

여왕을 포함한 모든 궁정 귀족들이 말을 꺼내지 못하고 생각에 잠기거나, 주위의 다른 귀족들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뱀파이어….”

수인의 경우에는 대륙의 땅 위에서 활동하여 인간들 틈 사이에 섞여서 활동하고 있다.

극히 드문 경우이지만, 인간들보다 선천적으로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갖추고 있는 수인들의 힘은 모험가 활동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 갖추고 있기 때문인지, 그럭저럭 강자의 축에 속하는 은위계의 모험가중에는 수인들도 다수 존재했다.

드워프라는 종족은 폐쇄성이 강하여 자신들만의 터전에서 절대로 외부로 나오지 않으려는 특성이 존재했지만, 그 종족이 제작한 무기는 굉장히 좋은 품질을 지니고 있었기에 인간들과 어느 정도의 교류를 이어나가고 있다.

엘프는 정말로 숲속에 틀어박혀 결계에 보호받으며 인간들과 단절된 교류로 인해 전설 속에나 등장할 법한 신비로운 종족으로 자리 잡았다.

수인들은 이 두 종족에 비하면 흔한 편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궁정 귀족들의 의식 속에서 뱀파이어라는 종족을 굳이 비교를 해보자면, 엘프와 비슷했다.

철저히 정체를 숨기며 음지에서 인간들을 사냥하여 힘을 축적해온 종족들.

그들의 사고방식, 행동, 능력들이 너무나도 소름이 끼쳤고, 무엇보다 흡혈귀의 기원이나 다름없는 노스페라드라는 고대 마수에 대한 것이었다.

“질병을 전역으로 확산시킨다니….”

순식간에 몸 안에 기생하여 전신을 좀먹기 시작하는 질병과 도대체 어떤 식으로 싸워야 이길 수 있는 걸까.

귀족들로서는 도저히 그 상황을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해야 할지에 대해 떠오르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고 가정을 해본다면.

무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장기가 망가지며 피를 토하고 끝에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으리라.

그렇기에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내지 않고, 이번 소탕 임무를 완료시켜 페르닌으로 복귀한 리오드의 업적은 감히 그 누구도 트집을 잡을 수 없는 영역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훌륭하십니다! 올리비온 후작!”

한 젊은 궁정 귀족이 리오드를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의 노고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왕국 안에서 리오드라는 인물과 아르티아 기사단의 위용을 자신의 집안이 이뤄낸 업적처럼 자랑스럽게 여기는 리오드의 신봉자 같은 인물 중 하나다.

리오드의 출세와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와 아르티아 기사단을 견제했던 이전의 궁정 귀족들은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가 권력과 이익에 눈이 멀어 나라를 이끄는 중진으로서 걸맞지 않은 비리와 모략을 기획하다, 은현이 터뜨린 폭탄으로 인해 모두가 숙청을 당했다.

은현이 던진 불씨는 현재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나쁜 생각을 품고 있던 귀족들에게도 훌륭한 억제제가 되고 있었다.

“…아닙니다.”

하지만 리오드는 이 공식 석상의 자리에서 담담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 젊은 궁정 귀족의 찬사를 받지 않았다.

“저와 기사단원들만의 힘으로 해결한 것이 아닙니다.”

사이먼을 비롯한 궁정 마법사단의 협력이 존재했으며, 무엇보다 엘레노아의 강신인 치천사의 날개가 없었다면 노스페라드라는 고대 마수는 잡지 못했을 것이다.

“엘레노아 아르미타스의 신성력이 없었다면…. 저희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전멸했을 겁니다.”

잡기는커녕, 린데발트령의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질병에 노출되어 모조리 몰살을 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퍼지기 시작한 치사성이 높은 역병이 점점 확산되어 페르닌을 포함한 왕국 전역에 퍼졌을 것을 상상한다면 인상을 찡그리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 그렇군요….”

자신의 찬사를 곧바로 부정을 당했기 때문인지, 젊은 궁정 귀족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몇몇 다른 궁정 귀족들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

현재 디아네 왕비를 비롯한 몇몇 귀족들에게는 ‘아르미타스 공작 가문’은 매우 불편한 단어였다.

지금의 현재 상황은 파벌싸움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우스울 정도로 그 세력의 힘이 약해진 상태.

이들 대부분이 모두 디아네 왕비의 파벌에 속하여 1왕자인 데미안을 왕세자로 옹립시키기 위해 아르미타스 공작 가문을 견제했던 인물들이다.

날이 갈수록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도 모자라 누구도 달성시키지 못할 공훈을 쌓으면서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아르미타스 공작 가문을 섣불리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그 역풍을 맞는 것까지 각오해야만 한다.

이미 많은 것을 잃어버린 그들은 더는 공작 가문을 물어뜯어 견제하기보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리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만약 지금, 공작 가문이 과거에 자신들이 했던 만행을 보복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남아있는 디아네 왕비 쪽 파벌들의 귀족들은 그 공격을 제대로 막아낼 수 있을지조차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파벌 귀족들의 불편한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굳이 이 자리에서 엘레노아의 이름을 언급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쌓은 공훈에 맞는 보상과 대우를.’

리오드는 중립의 입장을 지키면서도, 왕국 내부에 정치나 귀족들 간의 세력 싸움 따위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타입이었다.

그래서 이번 임무에서 자신보다 더욱 중요한 역할을 했던 엘레노아에게 제대로 된 보상과 대우가 돌아가기를 원했다.

“…….”

디아네 왕비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리오드의 시선과 마주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가 노리고 있는 의도를 간파했다.

‘그 남자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거겠지.’

아르미타스 공작 가문의 뒤에 있는 남자.

정확히는 엘레노아의 남편이며, 대륙의 여섯 영웅인 리오드와 일리아나와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인 은현을 의미한다는 것을 디아네 왕비는 알고 있었다.

리오드는 엘레노아를 포함한 아르미타스 공작 가문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정확히는 그 뒤에 있는 은현의 영향력을 더욱 키워주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디아네 왕비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제는 이 왕국 내부에서 아르미타스 공작 가문을, 더군다나 은현을 얕보는 인물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면, 어쩌면 이 나라에서 왕가보다 더욱 영향력이 강한 인물이 되지 않을까.

“…좋아요.”

디아네 왕비는 어쩔 수 없이 승낙의 의사를 보였다.

이제 와서 그를 억압하고 견제한다고 한들, 역풍을 맞고 더욱 궁지로 몰리는 것은 자신 쪽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은현은 자신의 말을 거스르지만 않는다면 크게 위협을 해오지도 않는다.

그가 내리는 판단은 정말 합리적이고 냉정하며 어디까지나 왕국의 위기를 넘기는 데 필요한 조치들뿐이었다.

여기서 리오드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선택이다.

“2주 뒤. 이번 임무에 참여했던 인원들 전원의 공훈을 표창하는 연회를 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여 왕비에게 정중한 인사를 하는 것으로, 궁정 회의는 마무리가 되었다.

◆ ◆ ◆

“으악!”

창문 너머에서 들려온 차한성의 한심한 비명을 들은 테레지아는 눈웃음을 지었다.

바깥의 연무장에서 에린과 에이라, 차한성이 번갈아 가면서 모의 대련을 하는 광경은 굉장히 신선했다.

“에이라가 집에 남자를 데려오다니, 처음 있는 일이에요.”

“그렇군요?”

어머니인 테레지아는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딸의 행동이 자못 우스우면서도 어딘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테레지아를 따라 엘레노아도 고개를 돌려 창가 너머의 세 사람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테레지아님께서는 에이라가 저 사람과 특별한 관계가 되어도 전혀 개의치 않으신 것 같네요.”

“무언가 문제가 될 게 있나요?”

“…그렇진 않죠.”

엘레노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생각해보면 주위의 시선에서는 자신 또한 별반 다를 바가 없었을 것이다.

마녀의 연인이었다지만, 아무런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왕국의 국민도 아닌 외국인 신분이었던 은현과 엘레노아의 결혼은 많은 페르니아스의 귀족 중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그저 자신이 만족하고 은현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 그것이면 족하다.

자신의 노력이 은현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뿌듯하고 기뻤다.

가족들 또한 자신을 축복해주고 있었으며, 엘레노아는 지금의 생활이 굉장히 충실하고 행복했다.

작게 쓴웃음을 짓는 엘레노아의 표정을 본 테레지아는 웃으며 말했다.

“저는 그저 에이라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족해요. 중요한 건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냐가 아닐까요?”

적어도 테레지아는 그렇게 리오드와 결혼했다.

작은 작위의 약소 귀족 집안이었던 리오드와 백작 가문의 여식이었던 테레지아의 결혼은 백작 가문에 아무런 이득도 가져주지 않는 일방적인 손해를 볼 뿐인 데릴사위의 결혼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훌륭하게 후작 가문으로 승작되어 왕국 최고의 기사라고 칭송을 받는 남자로 성장했다.

그의 성장을 지지하고 날개를 달아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테레지아는 지금도 남편인 리오드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후후.”

테레지아는 그 사랑의 결실로 생겨난 자신의 뱃속을 상냥하게 어루만졌다.

곧 마흔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늦둥이를 가지게 되다니, 테레지아에게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선물이었다.

“흐응. 몇 개월이야?”

“이제 7개월 정도 됐을 거예요.”

“…부럽네.”

엘프의 숲에서 고대 마수를 처리하고 그 복구 작업을 마친 뒤 복귀하게 된 일리아나는 오랜만에 은현과 함께 리오드의 후작 저택을 방문했다.

은현에게 상담하고 싶은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엘레노아에게서 전해 들었기에 엘레노아와 에린과 함께 저택을 방문하는 예정에 동행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임산부가 된 테레지아의 모습에 흥미가 있던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언니도 아이를 가지고 싶어서 많이 노력하고 계시지 않나요?”

“나야 그렇긴 한데, 현이 말로는 마녀는 선천적으로 아이를 가지기가 어렵다나 봐.”

아쉬운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인 일리아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홍차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이윽고 컵을 들어 올려 홍차를 마시려 했지만, 일리아나는 그러지 못했다.

“우욱!?”

갑작스레 코를 타고 들어오는 홍차의 향기가 역하다고 느껴졌다.

일리아나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이 역한 냄새에 놀라 거칠게 컵을 내려놓았다.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이 역한 감각에 당황한 일리아나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할 말을 잃었다.

“뭐,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속이 메스껍지…?”

“…어머?”

하지만 할 말을 잃으며 멍한 표정을 짓던 일리아나보다, 더 놀란 표정을 짓는 것은 테레지아와 엘레노아 쪽이었다.

특히나 테레지아는 일리아나가 임신 초기 때의 자신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에 어떠한 가능성을 생각했다.

“설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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