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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불멸자-393화 (730/730)

〈 393화 〉 393. 차원의 문(2)

* * *

적색의 폭염이 들이닥치는 와중, 은현은 곧바로 반응하여 레지나의 앞에 섰다.

[신의 무구]

[아이기스]

콰아앙!

폭염의 열기가 들이닥치면서, 묵직한 압력과 충격이 거대한 방패에 들이닥치고, 은현은 필사적으로 이를 꽉 물며 하체에 힘을 실어 조금씩 뒤로 밀려나는 몸을 지탱했다.

그러면서 반인반룡(半人半?)의 브레스를 막아낸 은현은 곧바로 뒤에 있는 레지나에게 명령을 내렸다.

“레지나! 준비해!”

“네, 네!”

곧바로 각궁을 들어 올려 전방에 있을 레나트를 의식하고 활시위를 당겼다.

[엘븐 가드 정령술]

[바람 요정의 화살]

브레스가 걷히고 시야에 반인반룡(半人半?)의 모습이 포착된다면 곧바로 화살을 쏠 수 있도록, 레지나는 숨을 삼키며 전방을 주시했다.

쿠우우

뒤흔들리는 끝에 균열이 생긴 천장이 우수수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곳곳에 설치되어 있던 촛불이 사라지자 무너지는 동굴의 내부는 완전히 깜깜한 어둠이 잠식된 상황.

브레스가 굳혔음에도, 무너지는 천장의 돌무더기로부터 아이기스의 장벽을 거둬들이지 않고 유지했다.

그리고는 감지를 통해 어두워진 시야 속에서 계속 움직이는 레나트의 모습을 찾았다.

“왼쪽.”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귀와 피부로부터 미묘한 공기의 흐름을 읽어낸 레지나 또한 레나트의 존재를 감지해내고 각궁을 움직였으며.

무너지는 천장의 돌무더기와 어두운 시야로부터 모습을 드러낸 레나트가 용화(?化)로 인해 적색의 비늘로 뒤덮인 주먹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까아앙!

평범한 여성이 아닌, 반인반룡(半人半?)으로 변이한 여성의 주먹은 어마어마한 근력을 기반으로 한 충격을 선사했다.

하지만 은현이 펼친 아이기스는 레나트의 물리 공격을 버텨냈다.

“…쯧.”

자신의 공격을 버텨낸 반투명한 장막의 방패가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아 레나트가 혀를 찼다.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휘두른 공격이 아이기스에 막힌 아주 짧은 순간.

레지나는 레나트를 향해 겨누고 있던 각궁의 활시위를 놓았다.

“흥!”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아이기스를 해제시키자마자 정령술로 만들어진 마력의 화살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레나트는 코웃음을 쳤다.

등의 양쪽 날개뼈에서 솟아난 용의 날개 한쪽이 접히며 레나트의 상반신을 보호하듯 감싼다.

레지나의 정령 화살과 용의 날개가 충돌하기 시작했지만, 화살은 날개를 관통하지 못했다.

오히려 감싸고 있던 날개를 다시 펼쳐버리자, 정령 화살은 무력하게 튕겨 나가 응집되어 있던 마력이 흩어져버려 소멸했다.

“…크.”

레지나는 그것에 굴욕적인 표정을 지으며 침음했다.

“더 강한 게 필요해. 인간이라고 해도, 드래곤의 마력과 피를 자기의 몸에 주입한 미친 여자야.”

“…네. 하지만…이렇게 간단하게 막혀버리니…. 조금 분하네요.”

상대가 용이라고는 해도, 자신의 정령술로 만들어낸 일격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여왕으로서, 오랜 시간을 갈고 닦아온 정령술과 궁술을 부정당한 기분이었다.

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은현은 실시간으로 무너지고 있는 동굴의 위를 응시하며 계속 말을 이었다.

“밖으로 나가자.”

“네!”

은현과 레지나의 육체는 마력으로 신체 강화를 했다고는 하지만, 용화(?化)를 한 레나트처럼 무너지는 천장의 돌무더기들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하지 못하다.

아이기스는 레나트의 브레스를 막을 정도로 훌륭한 방패인 것은 사실이지만 막대한 신력을 소모하는 만큼, 오랜 시간을 유지하여 자주 사용하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못했다.

저 돌무더기들을 일일이 신경을 쓰며 싸우는 현재 상황은 은현과 레지나에게는 유리해질 수가 없는 상황.

은현은 우선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먼저라는 결론을 내렸다.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레지나는 정령술로 구현한 날개를 이용하여 하늘을 날았고, 은현은 나래로 떨어지는 돌무더기를 밟으며 위로 올라갔다.

은현과 레지나가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동굴이 존재했던 산 전체가 무너져버린 상황.

“레지나.”

“네?”

무너져 가는 산을 멀찍이서 바라보던 은현은 감지의 범위를 최대한으로 넓히며 레나트의 위치름 탐색했다.

그러면서 레지나를 부르며 자신의 권능을 발동시켰다.

[역사를 재현하는 신의 열쇠]

[소환, 칼라드볼그]

“받아.”

“아, 네!”

허공에 떠 있던 레지나는 그 말 한마디를 끝으로, 아래쪽에서 자신을 향해 던지는 검을 급하게 받아들었다.

“이건…?”

레지나는 은현이 건네준 검을 자세히 살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레지나는 기초적인 단검술을 익히기는 했지만, 이러한 장검을 다루는 기술은 배우지 못했다.

게다가 전체적인 형태는 검의 모양을 띠고 있지만, 그 형태는 매우 기이했다.

손잡이 위로 장착된 검신은 끝이 뾰족하고 나선의 형태로 배배 꼬여있는 형태로 무언가를 베는 것에 특화된 것이 아니라, 강력한 찌르기로 관통을 하기 위해 최적화가 되어 있는 형태.

이것은 검이지만, ‘화살’의 형태로 사용되기 위해서 제작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틈은 내가 만들게. 너는 그 무기에 정령술을 합쳐서 위력을 극대화시켜. 신호는 내가 보내줄 테니까. 망설임 없이 쏴.”

“…네.”

반드시 명중시켜야 한다는 추가적인 충고는 하지 않았다.

그것은 오랜 시간을 단련시켜온 자신의 제자로서, 엘프의 여왕으로서 레지나라는 엘프를 깊이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은현은 곧바로 시선을 옮겨 레지나의 위에 떠 있는 바람의 정령을 응시했다.

그의 시선을 느낀 바람의 정령, 실비아가 자신의 영체를 움찔 떨었다.

“실비아.”

[어, 응?]

이제는 자신 쪽이 나이가 더 많아졌기 때문인지, 은현은 300년 만에 정령이라는 형태로 만나게 된 실비아를 누나라고 부르지 않았다.

이어서 입에 담긴 말은 매우 짧은 한마디.

“잘 부탁드릴게요.”

[…응.]

미소짓는 은현의 그 짧은 한마디에는 매우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중에는 레지나에게 보여주었던 강한 신뢰도 당연히 포함되어있었다.

은현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었던 실비아는 자신이 죽기 전, 300년과 다름이 없는 미소와 태도를 보여주는 것에 기쁜 마음이 스며들었다.

은현은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돌려 다시 레나트의 위치를 찾았다.

[역사를 재현하는 신의 열쇠]

[소환, 브류나크]

다시 한번 신창을 소환했다.

[…뭐야. 이번엔? 저건…? 용? 아니, 인간…?]

정체를 제대로 형용할 수 없는 기이한 모습에 브류나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람의 몸에 용의 인자를 심어 넣은 거야.”

그것도 다름 아닌 자신의 의지로.

[…실화냐?]

자신의 몸속에 타 종족의 인자를 심어 넣어 합성하였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그 원리는 과거 마리우스가 사령술로 만들어낸 망자들의 시체에 마수들의 소체를 합성하였던 것과 비슷한 원리.

하지만 그것과 현재의 레나트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시체에 타 종족의 소체를 합성시키는 것과는 달리, 살아있는 몸에 소체를 합성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레나트가 망자들의 시체에 마수의 소체를 합성시켰던 이유는 시체는 붕괴하는 육체의 리스크를 고려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마치 물속에 기름을 억지로 섞으려는 것과 같은 이치.

즉 생자의 몸에 타 종족의 소체를 합성시킨다는 것은 그에 대한 리스크를 고스란히 생자가 떠안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X년이네. 저거? 도대체 드래곤의 소체는 어디서 구한 거야?]

심지어 드래곤은 마수의 카테고리에 포함된 존재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오랜 시간을 들여서 막대한 마력을 모은 신수와 같은 영험한 존재.

오래전엔 신수와 인류가 협력의 관계를 맺었던 것처럼 인간에게 호의를 품었던 것은 아니지만,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상급 악마들조차도 긴장하게 할 정도로 강대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런 존재의 소체를 살아있는 자신의 몸과 합성을 시키다니.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짓거리가 아니다.

아무리 용의 일부를 재현하여 강인한 육체를 손에 넣었다고 하더라도, 용의 마력과 생체 조직을 인간의 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결국에는 그 리스크에 스스로 자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콰아앙!

무너진 동굴 속에서 하늘 위로 높게 튀어 오른 작은 용인(?人)이 아래의 은현의 모습을 발견하고 수직에 가까운 낙하를 개시했다.

오른팔을 앞으로 내뻗는 레나트의 오른손으로부터 날카로운 용의 발톱이 빛을 내며 은현의 목을 관통하기 위해 쇄도해 들어오는 상황.

은현은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노리는 것은 레나트와 자신 사이의 거리가 팔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초속을 돌파하고 음속에 가까운 속도를 내며 마침내 은현의 목을 꿰뚫으려는 순간.

[브류나크 창술]

[뱀의 이빨]

고개를 옆으로 틀어 용인의 발톱을 피해내자, 용인의 발톱이 간발의 차로 은현의 왼쪽 목덜미를 스쳐 지나갔다.

그저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피부의 살갗이 찢어지며 벗겨지고, 피가 분수처럼 허공으로 솟구쳤지만, 은현은 미동도 하지 않고 정면의 적색 용인을 응시했다.

이윽고 자신의 목을 스쳤던 용의 발톱이 연결된 팔을 휘감고, 레나트의 오른쪽 얼굴을 쇄도해오는 브류나크의 창날.

올곧은 일직선의 창이지만, 고무처럼 휘어지는 것만 같은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창의 움직임은 마치 먹잇감을 향해 입을 벌리는 뱀과도 같았다.

“아.”

작게 탄식이 새어 나올 정도로 두 눈으로 보고도, 미처 대응할 수 없는 빠른 움직임.

아무리 단단한 육체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생명체든 시각 정보를 수집하는 두 눈은 아무리 노력해도 단련할 수 없는 약점이나 마찬가지다.

레지나와 엘프들이 키클롭스의 공략에서 거인의 눈을 노렸던 것과 비슷한 전술이다.

푸욱

“꺄아악!”

브류나크의 창날이 레나트의 눈을 관통하자, 여성 특유의 높은 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창이 찔린 머리가 부르르 떨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아주 짧은 순간 생긴 빈틈을 레지나는 놓치지 않았다.

콰아앙!

맹렬한 속도로 바람을 찢고 날아오는 것은 레지나가 쏜 나선 모양의 검이자, 화살이다.

은현의 권능으로 창조해낸 검이자, 극한의 관통력을 강화한 화살로서 레지나에게 건네준 칼라드볼그는 정령 화살로도 관통하지 못했던 용의 비늘을 간단하게 찢어발기고 레나트의 왼쪽 가슴 부위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극한의 파괴력을 선보였다.

쩌적! 쩌저적!

용의 마력과 소체를 합성시킨 부작용으로, 위태위태하던 몸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레나트의 육체는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결국 그 부하를 이기지 못하고 육체가 붕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 하하…. 하하하하하!”

팔 한쪽과 어깨, 가슴까지 모조리 날아가 버린 레나트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녀의 두 눈은 이미 죽음에 대한 공포로 얼룩진 표정이 아니었다.

[이거 진짜 미X거 아니야?]

그 모습에 브류나크마저도 어이가 없다는 말을 토로할 정도다.

은현은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뭐가 웃기지?”

“드디어 나의 임무를 마쳤으니까.”

“…뭐?”

“내가 그저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 동굴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해?”

“…….”

두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미소짓고 있는 레나트를 바라보며 은현은 이를 갈았다.

무슨 속셈인지, 또 무엇을 꾸미고 있는 것인지, 그녀의 속내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쪽 눈을 관통당하고, 상체의 절반이 날아 가버린 레나트는 이미 몇 분도 채 남지 않은 시한부나 마찬가지.

그런데 뭘까, 저 후련한 표정은.

스스로가 맞이하고 있는 이 죽음조차도 그녀의 계획 일부이며 준비해둔 결말이라면, 레나트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걸까.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마계로 연결된 통로를 개설하여 고대 마수를 소환시킨 것도.

굳이 자신의 몸에 용의 인자를 합성하여 은현과 전투를 벌였던 것도.

무리한 합성의 부작용으로 스스로 자멸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도.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라는 해답이 나오지 않는 답답함.

드디어 죽을 수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스스로의 역할을 마쳤다는 뿌듯한 레나트의 얼굴은 은현의 머릿속에 깊은 위화감을 심어주었다.

“불쌍한 놈.”

으스러져 가는 팔과 다리들을 시작으로 몸통이, 끝에는 한쪽 눈을 창으로 관통당한 그녀의 머리가 붕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남은 레나트의 한쪽 눈은 똑바로 은현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진심으로 불쌍한 존재를 쳐다보는 듯한 그 시선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은현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소멸하여가는 레나트의 얼굴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눈은 말하고 있었다.

‘싸움에서는 졌지만, 이 앞날에서는 내가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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