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7화 〉 377. (H)사도의 봉사(1)
* * *
자연스레 다가와 손을 뻗어, 자신의 뺨을 만지는 구미호의 행동에 은현은 무심코 얼굴을 뒤로 빼려했다.
구미호의 유혹이 발동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은현의 정신은 아주 멀쩡했다.
여신의 가호가 뚫려버렸을 때는 그것을 두고 핑계라도 댈 수 있었지, 지금에서 이런 상황에서 구미호의 손길을 거절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가정생활이 진짜로 파탄나는 것은 확정이다.
게다가 현재 자신의 무릎을 베고 잠들어 있는 에린의 바로 앞에서 대놓고 이런 행동을 해오다니.
“미, 미호님….”
“가만히 있어라. 나에게 다 생각이 있으니까.”
에린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커다란 크기의 아홉 꼬리가 살랑거리는 가운데, 점점 가까워지는 구미호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것처럼 미소를 짓고 있다.
뺨을 어루만지는 검지는 이내 아래로 내려와 은현의 턱을 들어올렸다.
에린을 무릎에 베도록 앉아있는 은현의 고개가 자연스레 위로 들어 올려지고, 웃고 있는 구미호의 얼굴이 아래를 향했다.
“…….”
점점 가까워지는 둘 사이의 얼굴은 이전처럼 다시 입술을 마주할 뻔한 순간이었다.
“또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히익!?”
거친 노호성이 터지자마자, 에린이 어깨를 들썩이며 화들짝 일어났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은현의 무릎에서 상체를 벌떡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고는 얼굴을 굳혔다.
“…….”
얼굴이 맞 닿을 정도로 밀접한 은현과 구미호의 거리.
그리고 그것을 화가 난 듯 얼굴을 붉힌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는 베르단디의 모습.
이 상황을 본 에린은 얼떨떨한 기분을 느꼈다.
“혀, 현아…?”
“아, 에린. 일어났어?”
“어, 응. 그런데….”
에린은 은현의 말을 받고는 곧바로 시선을 옮겨 베르단디의 눈치를 살폈다.
평범한 여성의 몸인데, 전신에서 뿜어져나오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은 에린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와, 와아…. 심장 아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점점 세차게 뛰는 가슴의 두근거림이 멈추지가 않는다.
꿀꺽
연신 침을 삼키며 무거운 기류가 흐르는 한창, 에린은 아무런 대화도 섞이지 않으며 서로를 쳐다만 보고 있는 셋을 응시했다.
누군가가 말을 꺼내줘 이 침묵을 깨주었으면 좋겠는데, 에린의 바람은 이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입을 가장 먼저 연 것은 에린이다.
“저, 저어…. 베르단디님…?”
“…….”
에린이 말을 걸어왔음에도 베르단디는 에린에게 시선을 주기는커녕 미동도 하지 않으며 계속 구미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베르단디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어떻게…. 어떻게 나의 아이에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첫 번째에서는 그렇다할 이유와 동기가 존재했지만, 지금은 또 다르다.
베르단디의 냉정을 잃은 노호성을 직접 들은 구미호는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었기에, 처음으로 은현을 유혹하려 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구미호는 이내 은현에게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제 됐지?”
“…….”
확인을 묻는 구미호의 질문에 은현은 답하지 못하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신계에 있는 베르단디를 불러올 방법이라는 구미호의 수단이, 다시 한번 베르단디를 자극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태에 대한 뒷감당은 은현 자신이 해야만 한다.
“미숙한 것.”
“어…. 응?”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 수행이다.”
“아, 응! 그렇지!”
죽기보다 싫었던 구미호의 수행이었지만,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에린에게는 싸늘한 얼음 감옥 속에서 내려온 구원의 손길이다.
몸을 벌떡 일으키고는 지금까지보여주었던 그 어떤 순간보다도 열성적으로 수행에 임하는 표정을 지었다.
구미호는 그렇게 어마어마한 폭탄을 던져지고는 에린을 데리고 다시 사당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
“…….”
둘 만이 남게된 은현과 베르단디 사이에 싸늘한 침묵이 맴돌았다.
이내 은현과 베르단디 중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베르단디였다.
“아이야.”
“예….”
“날 속인 것이냐?”
“…죄송합니다.”
은현은 순순히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
“후우…. 됐다. 마냥 아이를 탓할 수만도 없으니….”
신계에서 하계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베르단디는 순전히 은현을 탓할 수만도 없었다.
혼자서 은현에게 서운한 마음을 품고 멋대로 은현의 곁을 떠난 자신의 행동도 굉장히 유치하기 짝이 없다.
“그럼 나는 이만….”
“가지 마세요.”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곧바로 자리를 피하려던 베르단디의 팔을 은현이 붙잡았다.
강하게 붙잡는 은현의 악력은 평범한 인간 여성이 저항할 수 있는 그런 힘이 아니다.
“…….”
“베르단디님. 죄송해요. 제가 너무 무신경했던 것 같아요.”
“아, 알면 됐다. 그럼 나는 이제….”
애둘러 말을 하며 자리를 뜨려 했지만 자신의 팔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은현의 행동에 베르단디는 벗어날 수 없었다.
정말로 마음을 먹으면 곧바로 실체화를 풀어버릴 수도 있었으나, 어째서인지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살짝 베르단디의 팔을 잡아당기자, 너무나도 쉽게 여신은 은현의 품속으로 들어왔다.
“아….”
“오늘은 베르단디님하고 함께 있고 싶어요. 안 될까요?”
“아, 안될 것 까진….”
평소와는 다른 직설적인 화법은 은현으로서는 매우 드문 방식의 대화다.
오히려 지금까지 은현에게 화가 나있었다는 것이 거짓말인 양, 마음 속의 화가 눈녹듯 사라졌다.
은현의 품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은현의 얼굴을 관찰했다.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으면서 가슴의 고동소리와 숨소리를 느낄수록 둘 사이에 기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응….”
분위기에 취해 베르단디가 조용히 두 눈을 감자, 자연스레 키스가 이어졌다.
짧은 애정의 교환이 끝나고, 베르단디는 얼굴을 붉히며 두 눈을 뜨고는 은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끌어안고는 내려다보고 있는 은현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가슴 속의 무언가가 차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 표정은 너무 비겁하구나.”
“비겁해요?”
“나는…아직 아이에게 화가 풀리지 않았다.”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피하며 하는 작은 저항에 은현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어째서 웃는 것이냐?”
“그냥요.”
“겨우 입맞춤 정도로 나의 화를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읍!?”
다시 한번 은현이 자신의 입으로 베르단디의 입술을 틀어 막아버리자, 베르단디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강압적이고 거친 행동에 베르단디는 은현의 가슴을 두들기며 작게 저항했지만, 강제로 은현이 여신의 입속에 혀를 집어넣자, 여신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어 그의 행동에 호응했다.
“흐으…. 츄으….”
서로의 혀가 얽히는 진한 키스를 끝내고 다시 한번 서로를 응시한 가운데, 은현은 말했다.
“베르단디님. 오늘은 제가 베르단디님의 기분을 풀어드리게 위해 최선을 다할게요.”
◆ ◆ ◆
그렇게 은현이 베르단디를 데리고 이동한 곳은 욕실이다.
자신이 원할 때만 몸을 실체화시키는 특성을 가져 목욕을 통해서 신체를 청결하게 유지해야 할 필요가 없는 베르단디를 제외해도, 기본적으로 네 명의 여성과 함께 생활하는 집인 만큼, 내부의 욕실 또한 매우 넓은 크기를 자랑했다.
“저건….”
“전에 일리아나에게 해줬던 걸 보고, 흥미를 보이셨었죠?”
“…기억하고 있었구나.”
하계에 실체화는 할 수 없고, 그저 은현과 그의 연인들의 행위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을 때.
베르단디가 흥미를 보였던 부분은 마사지였다.
인간의 육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그녀에게 있어 육체 관계와 육체적인 쾌락은 전혀 접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한번 받아보고 싶다는 마음도 품고 있었다.
자신의 반응을 그정도로 살피며 신경쓰고 그 바람을 이루어주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 괜히 기뻐, 베르단디는 작게 미소지었다.
“여기 위에 누워주세요.”
“그래.”
은현은 그 욕실의 구석에 배치되어 있는 경락 침대 위로 베르단디를 이끌었다.
위를 보며 베르단디가 가지런히 눕자, 여신의 옷자락 위로 조심스레 손을 움직였다.
“옷, 벗기겠습니다.”
“아….”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여신의 탈의는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만큼 은현의 손놀림은 신속했다.
본래 속옷 하나 착용하지 않고, 얇은 천 옷을 탈의시키자, 여신의 유방이 드러났다.
매우 커다랗고 아름다운 형태를 가지고 있는 그 가슴은 자신이 몇 번이고 탐했던 풍만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꼭 벗겨야만 했던 것이냐?”
“네.”
마치 첫경험을 치르기 전의 처녀처럼 손을 움직여 자신의 양쪽 가슴과 가랑이 사이의 보지를 가리는 베르단디의 얼굴에는 부끄러운 홍조가 떠있었다.
“부끄러우세요?”
“조, 조금 쑥스럽구나. 이곳이…신계가 아니라 하계인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떠한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몇 번이고 이어졌던, 서로 몸을 섞으면서 이어졌던 격렬한 섹스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베르단디는 쑥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생각해보니, 베르단디님과 하계에서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지.’
“타월로 덮어드릴게요.”
따뜻한 물로 적신 대형 타월 두장을 가져와 베르단디의 몸 위에 얹었다.
본래는 에린 정도의 작은 체구의 여성이라면 한 장으로도 충분하지만, 일리아나의 경우에는 가슴을 가리는 것만으로는 한 장으로는 역부족.
결국에는 세로로 상체부터 허벅지부분까지 모두를 가리지 않고, 가로로 두장을 겹쳐서 얹는 방법을 선택했다.
“고맙구나.”
전신을 덮어버리는 대형타월로 인해, 전체적인 베르단디의 몸의 굴곡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특히나 가슴 부분에서 크게 위로 부풀어 오른 거대한 산이 굉장히 야하다.
은현은 애써 내색을 하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원래 인간의 몸은 피로를 느끼기가 굉장히 쉬워요.”
피로가 모인 근육은 결리기가 쉽고, 통증을 느끼기가 쉽다.
특히나 베르단디의 경우에는 하계에서 평범한 인간 여성의 몸에 익숙하지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근육의 피로와 통증에 대한 면역이 전혀 없다.
어떻게 보면 일리아나보다 더더욱 저질적인 체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
“최근엔 베르단디님은 하계에 실체화를 매우 자주하시니까, 이런 마사지를 정기적으로 받으시면 도움이 되실 거에요.”
“그, 그렇구나.”
마사지라는 것을 처음 경험해보는 베르단디는 인간 여성의 몸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며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다.
그런 여신의 긴장을 풀어줄 겸, 타월 속에 스며들어 있는 뜨거운 열기들이 베르단디의 몸에 스며드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깨나 허리가 자주 아프지는 않으셨어요?”
“음…. 확실히….”
최근에는 자주 실체화를 하면서 오래 그 실체화를 유지하다보면, 어깨와 허리가 결리는 통증을 자주 느끼곤 했다.
짐작하는 부분이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은현도 납득 한 표정을 지었다.
저 거대한 가슴을 지탱하는 어깨와 허리가 무사할 리가 없지 않은가.
가끔가다가 자신의 아내들 중 가슴이 가장 큰 일리아나도 감탄한 표정을 지을 정도였으니.
은현은 베르단디가 하계에 실체화하게 되는 빈도가 점점 많아 질 것을 고려하여, 베르단디가 하계의 인간 여성의 육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마녀 아이에게서 이 결림을 해결하려면, 브래지어라는 것을 착용해보라는 조언도 해줬었지.”
이야기가 시작되면, 베르단디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동참하여 입을 열어주었다.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다, 베르단디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거…기분이 좋구나.”
뜨거운 물로 푹 찐 대형 타월의 열기가 베르단디의 몸속으로 스며들어 점점 여신의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슬슬 시작할까.’
타월로 가려진 베르단디의 유방 위.
우뚝 솟아오른 여신의 유두는 타월의 위로도 딱딱하게 발기된 상태가 드러날 정도로 적나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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