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6화 〉 366. (H)소원(4)
* * *
“아, 아아앗!”
뱃속을 가득 채워나가는 정액을 느낀 에린이 교성을 흘렸다.
절정을 맞이하면서 잔뜩 수축하는 보지와 함께 에린은 은현의 몸을 꽉 끌어안으며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뜨…거운 게 잔뜩…! 흐앗!”
질속에서 거칠게 날뛰며 분출되는 정액에 에린의 이성이 달게 녹아내렸다.
“현아, 좋아해…. 사랑해.”
한 번쯤 날아가다 못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에린은 자신이 꽉 끌어안고 있는 은현의 이름을 계속해서 부르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절대로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듯 그녀의 팔과 다리는 은현의 상체를 강하게 옭아맸다.
“아직도…. 아직도 나와….”
더는 뱃속에 수용할 공간이 없음에도, 자지에서 분출되는 정액은 끝도 없이 에린의 뱃속으로 사정된다.
“아….”
처음 경험하는 섹스와 질내사정은 에린의 몸속도, 마음속도 충실한 만족감을 가득 채워나갔다.
하지만 그와 달리 한 번 사정을 끝낸 은현은 살짝 표정을 굳히며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에린의 얼굴을 응시했다.
“…에린.”
“하아, 하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에린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은현과 눈을 맞추었다.
꽉 끌어안고 있던 팔과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침대 위로 떨어지자, 그제야 해방된 은현이 천천히 허리를 뒤로 당겨 질내사정을 끝낸 자지를 빼냈다.
보지 속에서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질구에서 흘러내리는 백탁의 정액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침대 시트를 더럽혔다.
“괜찮아?”
“괜찮…아니, 안 괜찮은 것 같아….”
헐떡이던 숨소리와 함께 위아래로 흔들리던 가슴이 매우 야하다.
이내 고르게 쉬어지면서 안정을 찾아가던 에린은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허리가…. 안 움직여….”
아예 허리가 빠져버린 듯 에린은 아무리 용을 써보아도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전신은 땀과 타액, 조수와 정액들로 더럽혀져 있고, 후끈한 열기와 함께 끈적해진 몸은 굉장히 찝찝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몸속의 달아오르는 이 열기는 도저히 해소되지 않았다.
“샤워하러 가자. 안아줄까?”
“응…. 괜찮아. 이 캐러밴의 샤워실 굉장히 비좁으니까…. 그냥 부축만 해줘.”
“그래.”
은현은 무릎을 굽혀 상체를 낮추고는 에린의 한쪽 팔을 자신의 목 위에 두르게 한 뒤, 그녀의 허리를 붙잡아 자신의 옆구리에 단단히 고정했다.
한걸음 씩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에린의 몸이 움찔 떨렸다.
“으으…. 아직도 아랫배가 얼얼해. 그게 아직도 뱃속에 가득 차 있는 기분이야.”
보지에서 흘러내린 정액이 떨고 있는 에린의 안쪽 가랑이를 타고 바닥에 떨어졌다.
정액을 흘리면서 한 발자국씩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에린의 모습이 굉장히 야하다.
“처음이었으니까. 차차 익숙해질 거야.”
“응…. 처음에는 진짜로 아팠는데…. 조금 익숙해지고 나니까 기분 좋았어. 헤헤.”
캐러밴 내부의 샤워실은 굉장히 비좁았다.
있는 것은 화장실의 변기와 세면대, 그리고 샤워기뿐.
두 사람이 겨우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기는 했지만, 그것뿐이다.
은현은 목욕 의자에 에린을 앉히고는 자신의 가슴팍에 등을 기댈 수 있도록 그녀의 체중을 지탱했다.
“현이의 알몸. 이렇게 자세히 보게 되는 건 처음이야.”
천장에 설치된 마법등의 빛 아래, 정면에 설치된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알몸과 자신의 뒤에 있는 은현의 몸을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봤다.
그냥 보고만 있는데도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그럼 씻길게.”
“응.”
에린은 기쁜 듯이 대답을 하며, 무방비의 상태로 은현에게 등을 기대어 맡겼다.
휴대용 마석을 이용하여 물을 만들어내는 샤워기를 작동시켜 에린의 전신을 물로 씻겨냈다.
이후 바디워시를 샤워타월 위에 가득 짜내고는 타월을 비비며 거품을 만들어낸다.
거품투성이가 된 샤워타월로 에린의 등을 칠해나갔다.
“아….”
그저 몸을 씻겨주고 있을 뿐인데, 에린은 작게 숨을 토해냈다.
홍조를 상기시킨 피부에 거품투성이의 샤워타월을 문지르면, 미끄럽고 부드러운 감촉이 손을 통해 전해졌다.
그 기분 좋은 피부의 감촉을 즐기면서, 은현은 등으로부터 어깻죽지로 샤워타월을 이동시켰다.
“하…아아….”
섹스가 아닌, 샤워를 도와주고 있을 뿐인데, 마치 아까 전 보지와 가슴을 애무해주었던 것처럼 흥분과 도착이 깊어진 뜨거운 교성을 흘렸다.
그렇지 않아도 상기되어 있던 뺨이 한층 더 붉어지며, 에린의 눈동자는 요염함을 품으면서 젖어있다.
마치 한 번 더 안아달라는 듯 음란한 분위기를 전신으로 풍기고 있는 것 같다.
‘이상해…. 몸이…근질거리고 또 하고 싶어….’
에린은 스스로 오른손을 움직였다.
스스로 고간으로 손가락을 옮겨, 보지에 손가락을 비볐다.
아까까지 사정없이 자지에 찔렸던 에린의 보지에서는 아직도 정액이 흘러나왔다.
“하으으….”
“…에린?”
몸을 떨며, 자신도 모르게 자위를 하기 시작한 에린의 모습을 보고, 은현이 놀라 에린을 불렀다.
“응…? 어? 아, 앗!”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자신의 보지를 만지작거리며 자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한 에린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몸서리를 쳤다.
“이, 이건…. 그게 그러니까…!”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변명을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제대로 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은현의 손길을 느끼며, 뱃속의 근질거림을 해소하기 위한 자신의 외설적인 행위를 도대체 어떻게 포장할 수가 있을까.
두 번이나 절정을 맞이했음에도 몸속에 남아있는 성욕은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쌓여만 갔다.
하지만 그 의문은 머지않아 에린도, 은현도 아닌 다른 존재가 해소시켜 주었다.
[쯧.]
한심하다는 듯 작게 혀를 차는 구미호의 목소리에 에린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미호야?’
[이건 발산 시키는 게 낫겠군.]
‘그게 무슨…. 엇!?’
갑자기 대량의 마력이 에린의 주위에서 방출되기 시작하면서 정갈하고 깔끔한 푸른색의 기운들이 응집되어 하나의 형태를 이루어 나갔다.
“에린? 이건….”
몇 번이나 보았던 남청색의 여우귀와 풍성한 아홉 개의 은백색의 꼬리들.
느닷없이 변신하게 되어 모습을 드러낸 구미호의 모습은 은현을 당황하게 했다.
의문에 찬 표정을 짓는 은현의 시선을 받은 에린도 마찬가지로 당황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 나도 몰라! 내가 아니라, 미호가 멋대로…!”
“신수님이?”
서로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가운데, 구미호는 에린에게 말을 걸었다.
[잠깐 비켜라.]
“아, 안…쯧.”
당황하며 한사코 거부하던 에린의 태도가 돌변했다.
동글동글하고 귀여웠던 눈매는 날카롭게 변하고, 몹시 기분이 언짢은 듯 짜증이 난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은 틀림없이 에린이 아니다.
“…신수님이십니까?”
“그래.”
담담하게 긍정하는 이 상황이 굉장히 미묘했다.
에린의 몸에 빙의하기는 했다지만, 서로 알몸의 상태로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은현은 본능적으로 양손으로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가렸다.
“흥.”
그런 은현의 행동을 보고, 에린의 몸을 빌린 구미호는 코웃음을 쳤다.
알몸의 상태로도 목욕 의자에 앉아 당당하게 다리를 꼬려던 순간.
“크….”
구미호는 뒤늦게 찾아오는 아랫배의 욱신거림을 자각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현재 에린의 몸은 첫 경험을 통해서 은현의 거근을 받아들였던 위화감으로 허리와 아랫배가 얼얼한 상태.
“에린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혹시 제가 뭔가….”
“네 잘못이 아니다. 멍청한 것은 이 미숙한 것이지.”
아랫배의 아픔으로 인상을 찡그린 구미호는 자신이 빙의하고 있는 몸의 주인인 에린을 탓했다.
“갑작스레 한층 더 정갈한 상위의 기운을 대량으로 받아들이게 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 거다.”
“그 말씀은….”
“네 녀석이 사정의 순간, 허리를 빼내려던 것을, 이 미숙한 것이 억지로 끌어당겨 안에 싸게 만들었으니. 당연한 결과지.”
은현은 구미호의 설명을 들으며 질내사정으로 정액이 가득 차 있을 에린의 배를 응시했다.
“네 녀석의 정액에는, 대량의 신력이 내포되어 있다. 소량만 받아들여도 그 기운을 모두 흡수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 기운을 대량으로 뱃속에 받아들였으니, 흡수하지 못하고 잔류하고 있는 기운들이 요동치며 날뛰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
“…….”
은현은 한 가지 짐작 가는 사실이 있는 듯, 처음 릴리와 관계를 맺었던 때를 떠올렸다.
릴리 또한 처음 은현과 관계를 맺었을 때, 완전히 악마의 특성을 각성하기 이전, 대량의 질내 사정을 통해서 그 기운을 모두 흡수하지 못하고 기절했던 적이 있었다.
게다가 구미호라는 신수는 타인의 정기를 흡수하여 자신의 힘으로 변환시켜 막대한 요력을 축적하는 영험한 동물.
반인반마(半人半?)의 반쪽짜리 서큐버스와 구미호를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지만, 타인의 기운을 흡수하여 자신의 힘으로 강화해나간다는 점에서는 두 존재의 특성은 비슷하다.
뱃속에서 요동치는 상위 존재의 기운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쯧. 한심한 것. 처음 경험하는 순간에서,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냥 더 기분 좋아지기 위해 남자의 정을 요구하다니.”
구미호는 에린의 어리석음을 힐난했다.
아무리 연정을 품은 남자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품고 있는 남자가 어떤 존재인지, 자신은 어떤 존재인지를 좀 더 고려했어야 했다.
평범한 인간 남녀의 성관계라면, 그저 배 속에 아기를 밸 수도 있는 위험성만을 고려하면 되는 문제지만.
은현과 에린의 관계는 반신(半?)과 신수의 후예 사이의 관계다.
너무 안일하고, 철이 없는 행동이었다.
원인을 깨달은 은현의 표정이 굳어져 갔다.
“그럼…지금 에린의 상태를 고치기 위해선…제가 뭘 해야 하나요?”
“간단하지. 그냥 이 한심한 것을 만족시켜라.”
에린의 현재 상태는 간단하다.
정갈하고 깨끗한 기운을 모두 흡수하지 못하고, 몸속에서 요동치고 있는 상태.
그 정을 모두 흡수시키기 위해서, 구미호는 억지로 변신을 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쌓여가는 몸속의 성욕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 은현의 역할.
“그거면 됩니까?”
“…이 녀석의 발정기를 얕보지 마라.”
“…….”
성에 대한 것을 조금씩 깨우치고 집안에서 홀로 자위를 하고 있던 에린의 추태를 모두 알고 있는 구미호의 의미심장한 발언.
은현은 작게 당황했다.
“뭐, 어찌 되었건 이 한심한 녀석의 안에 사정했다는 건,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겠지?”
“…물론입니다.”
“그럼 상관없겠지.”
구미호는 거기까지만 묻고 이야기를 더 이어나가지 않았다.
“꽤 상냥해지셨네요.”
어디까지나 에린을 위해서 그녀를 염려하며 나서준 구미호의 행동은 명백히 에린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너와 나 사이에 맺은 약속. 기억하고 있겠지?”
최선을 다해 오르타스에게 엿을 먹일 수 있는 상황을 준비해드리도록 하죠.
그것은 에린의 몸을 빼앗으며 처음으로 은현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구미호와 은현 사이의 약속이다.
“예. 기억하고 있습니다.”
“네 녀석이 그 약속을 지키는지, 앞으로의 일을 지켜보기 위함이니, 쓸데없는 오해는 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은현은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핫!”
구미호가 순순히 물러나며 에린의 의식 속으로 사라지자, 화들짝 놀라며 몸의 주도권을 되찾은 에린이 슬그머니 뒤를 보며 은현의 얼굴을 살폈다.
“혀, 현아….”
새빨개진 얼굴로 잔뜩 당황한 듯 동공에 지진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
몸을 빼앗긴 상태에서 구미호와 은현 사이의 대화를 들은 것이 확실하다.
“나, 발정 같은 거 한 적 없어. 진짜야.”
“…….”
“지, 진짜로, 나 그런 여자가 아닌….”
은현은 에린의 뒤에서 그녀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아랫배는 아직도 욱신거리고 빠진 허리는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여우 수인으로 변해버리면서 한층 더 예민해진 감각은 은현의 손길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정액와 애액이 뒤섞인 보지를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한쪽 유두를 손가락으로 튕긴다.
“히읏!?”
오싹한 감각에 어깨를 들썩이며 깜짝 놀란 전신이 비명을 질렀다.
털이 곤두선 듯 쫑긋 세워진 여우 귀.
물기를 머금은 은백색의 아홉 꼬리가 살랑거리며 은현의 가슴팍을 간질였다.
“네 몸은 지금 발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
상냥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여 수치심을 부추기면, 에린의 얼굴이 새빨개지며 부정했다.
“아니…. 아니야…. 아닌데….”
“그러면 하지 말까?”
이미 정액과 애액으로 질척이고 있는 질구 속에 삽입시킨 중지의 움직임을 멈추고, 한쪽 유두를 희롱하는 손도 떼며 물었다.
“아….”
작게 이어진 에린의 탄식은 굉장히 아쉬운 감정이 묻어나온다.
마치 스위치가 켜진 듯 몸속에 쌓여가는 뜨거운 욕정에 온몸이 뜨겁고 근질거렸다.
이미 첫 경험의 섹스로 인한 후유증이었던 아랫배의 욱신거림은 가라앉고 그 위에 욕구가 쌓여만 간다.
그 근질거림에 양다리를 배배 꼬고 있던 에린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해줘….”
“뭐라고?”
“계, 계속해줘….”
“뭘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정확히 말해야지.”
수치심의 극에 달하고 있던 에린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심술쟁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구태여 자신의 입으로 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굉장히 질이 나쁘다.
“변태! 바보! 바람둥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나쁜 표현을 담은 에린의 말에도, 은현은 끄떡도 없이 웃음을 지었다.
“손으로…아까처럼 만져줘….”
“어디를?”
에린은 고개를 푹 숙이며 얼굴을 들지 못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내…젖꼭지랑…보지….”
원하는 대답을 들은 은현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에린의 귀에 속삭였다.
“아주 잘했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