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부활한 불멸자-347화 (347/730)

〈 347화 〉 347. 철호단(4)

* * *

짙은 회색의 안개로 가득한 건물 내부.

“콜록! 콜록!”

“X바아알!”

코와 입을 통해서 흡입한 연막들이 철호단의 길드원들의 기도를 괴롭게 만들며 건물 내부는 혼란으로 가득해졌다.

연기로 인해 따가워진 기도를 타고 올라오는 기침을 토하거나, 욕지기를 내뱉는 혼란한 상황.

연기를 흡입하지 않도록 재빨리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가려, 마스크를 만든 에린은 행동을 개시했다.

시야를 방해하는 연기를 해치고 튀어나오자마자, 인상을 쓰며 기침을 토하고 있던 한 철호단원의 종아리를 있는 힘껏 걷어찬다.

퍼억!

“크악!”

무방비나 다름없는 상태로 깔끔하게 들어간 에린의 로우킥.

공격을 받은 철호단원이 비명을 지르며 한쪽 다리가 무릎이 꿇린 동시에, 낮아진 상체에 팔꿈치 엘보를 먹이면서 추가타를 가했다.

왼쪽 뺨을 강타하는 팔꿈치의 공격에 둔탁한 타격이 들어가면서 그의 얼굴이 옆으로 꺾인다.

단 두 방의 공격으로 쓰러져버리는 철호단원을 뒤로하고, 에린은 엘빈과 함께 계속해서 연막탄으로 혼란해진 다른 철호단원들을 하나하나 쓰러뜨려 나갔다.

철호단원들 또한 에린의 일반적인 공격에 대응을 아예 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기 속에서 신출귀몰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역습을 가하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등의 전법을 구사하고 있는 에린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 거냐고!”

그렇게 언성을 높이며 짜증을 내는 행동 자체도,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는 허술한 행동에 불과하다.

짜증을 내던 철호단원의 등 뒤, 모습을 드러낸 에린이 그의 뒤 허리 부분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고 마력을 집중시켰다.

[주현성 극원류]

[호접발경(????)]

응축된 마력이 터져나가면서 생긴 강력한 충격이 손바닥으로부터 짜증을 냈던 철호단원의 허리 뒤를 강타했다.

“크아아!”

허공으로 튕겨 올라간 그의 몸이 벽과 부딪치면서 비명을 내지른다.

‘할 수 있어.’

처음에는 반신반의로 도박에 가까운 수를 던져 시도해본 방식이지만.

상황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마스크로 코와 입을 보호했다고는 해도, 연기로 시야를 방해받는다는 패널티는 에린 또한 동일.

하지만 에린에게는 이 패널티를 커버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했다.

‘왼쪽에서 하나, 오른쪽에서 둘.’

남들보다 예민한 감각 중 귀를 통해서 상대의 위치를 특정하고, 감지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달려드는 상대들의 행동을 모조리 파악한다.

에린은 왼쪽에서 달려드는 주먹을 피하고는 그의 팔을 낚아채어 역으로 비틀어버렸다.

곧장 자신 쪽으로 끌어당겨 그의 몸을 앞세워 방패로 이용했다.

퍼억!

“크헉!”

오른쪽에서 달려든 두 남성의 주먹이 방패로 이용된 남자의 안면을 정통으로 강타했다.

“뭐, 뭐야!”

“니가 왜 튀어나와!?”

졸지에 같은 편인 동료를 공격하게 된 상황에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은 직접 동료의 주먹을 후려친 두 남성도 마찬가지였다.

“이 X이 내 팔을 붙잡고 방패막이로 썼다고!”

셋이 서로 실랑이를 벌이는 틈을 타, 방패막이로 썼던 철호단원의 등을 발로 뻗듯이 찼다.

“으악!”

에린은 앞으로 밀려 나오면서 두 남성의 자세가 주춤하며 무너지자, 에린은 곧장 두 남성의 왼쪽 측면을 파고들어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크…!”

우득

갈비뼈에 금이 가고, 뒤틀리는 소리와 감각이 타격을 꽂아 넣은 주먹에까지 느껴진 것을 확인했다.

에린은 그대로 밀려나 쓰러지는 세 사람에게서 시선을 옮겨 엘빈의 모습을 찾았다.

“끄아아!”

“X발, 뭐 이리 단단해!”

멀찍이서 전투를 펼치고 있는 엘빈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그에게는 연막으로 인해 시야가 제한당한다는 패널티도 아무런 의미도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신체 기관을 본떠 만들었기는 했지만, 그의 기도는 연막에 의해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으며.

어떤 모험가도 엘빈의 그림자 갑옷을 뚫지는 못했다.

설사 마력으로도 신체를 강화한 몸이라고 해도, 맨주먹으로 엘빈의 그림자를 뚫는 것은 등급이 낮은 모험가들에게는 별개의 일이다.

일리아나의 마법조차도 막아낸 전적이 존재하며, 무기를 이용해도 쉽게 뚫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단단한 그림자 갑옷을 앞세워, 엘빈은 연기 속에서 주먹을 휘둘렀다.

“…저게 뭐야?”

그저 자신에게 휘두르는 공격을 모조리 받아내면서 무작정 철호단원의 얼굴에 주먹을 후려갈기는 모습은 야생에서 날뛰는 야수다.

상대가 얼마나 매섭게 허를 찌르고 급소를 노려온다고 하더라도, 그림자 갑옷에 가로막힌 맨주먹이 도리어 애처로울 정도.

안개 속에서 적나라하게 큰 동작으로 주먹을 휘두르고, 발로 차면서 무작정 철호단원들을 패고 다니는 모습은 살벌하기 짝이 없었지만, 에린은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

“…사기야.”

에린은 인상을 찌푸리며 이 불합리한 광경에 불만을 품었다.

자신은 두통의 한계를 가늠하면서 사고를 멈추지 않고 전신을 바쁘게 움직이는 데 반해, 엘빈은 상대방의 공격들을 모조리 무시하며 일방적인 싸움의 연출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자신의 오빠가 사용하는 조영술의 성능이 대단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새삼 그 위용을 보니, 그 성능에 괜히 질투가 날 수밖에 없었다.

[우습구나.]

“응?”

[네 오라비의 힘의 근원이 일반적인 정령의 태생이 아니라고는 하나, 그 시작점은 미개한 흑마법. 감히 신수인 나의 힘과 비교를 하다니, 모욕이나 다름없다.]

“…미안해. 그런 의미가 아니었어.”

에린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사과했다.

[흥, 그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의 힘을 품고 있으면서, 다른 능력을 부러워한다니. 스스로가 얼마나 복에 겨운지를 알아두거라.]

엘빈의 능력을 질투하기는 했지만, 그 능력을 구미호의 힘과 비교를 하지는 않았다.

구미호 또한 에린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기에 작은 충고 수준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더 수양을 쌓고 게을리 시간을 보내지 마라.]

“…응.”

에린은 다시 복잡한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적들을 응시했다.

“X발! 환기를 시켜! 창문들을 모조리 열어버리라고!”

뒤늦게 상황을 어떻게든 호전시키려 내린 말이었지만, 혼란으로 인해 그 방법이 받아들여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연막탄이 터지고, 싸움이 시작되면서 걸린 시간은 약 5분 남짓.

환기를 통해서 회색의 연막들이 빠져나간 끝에 드러난 철호단 길드 건물 내부의 상황은 참담했다.

“이게 무슨….”

뒤늦게 보고를 받고 황급히 1층으로 내려온 가름은 눈앞의 참상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엘빈과 에린의 두 명을 에워싸고 많은 길드원이 그들을 노려보며 대치하고 있는 상태.

게다가 절반 이상이 바닥에 널브러져 피떡이 된 얼굴이나 자신의 팔을 부여잡으며 신음하고 있는 광경을 보자마자 가름은 자신의 머리를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기분을 느꼈다.

‘설마, 저 둘이서…?’

이렇게 많은 수의 길드원들을 맨손으로 제압했다는 뜻이란 말인가.

에린의 힘은 소문으로만 들어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데도 예상 밖이 상황이다.

‘그리고 저자는….’

가름은 에린과 함께 서 있는 칠흑의 기사의 모습을 뒤늦게 자각하고 숨을 삼켰다.

모험가 길드의 인정을 받아, 에린보다도 빠른 속도로 신참의 딱지를 떼고 은위계로 승급한 모험가.

많은 모험가 사이에서 ‘흑기사’라는 명칭으로 불리면서 유명한 인물이다.

가름은 둘의 모습을 보고, 빠르게 현재 상황을 판단했다.

자신에게 보고했던 길드원의 말은 어떤 남녀가 길드를 찾아와 항의했다는 것뿐.

일단은 심히 언짢은 태도를 유지하며 에린에게 물었다.

“다짜고짜 길드를 찾아와서 무슨 소란이지?”

“아, 그게….”

에린은 마땅히 생각해둔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말을 머뭇거렸다.

이내 머릿속으로 떠오른 생각을 솔직하게 입을 담았다.

“항의하러 왔는데요.”

“…무슨 항의?”

“요즘 아르미타스령 내부에서 이 길드의 길드원들이 신참 모험가인 뉴비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다니는 것 같더라고요.”

“…….”

그것을 처음 발견한 것은 에린이라는 보고는 이미 가름도 받았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저 몸만 온 것으로 보이는 에린의 행동에 안도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우리는 정당하게 모험가들에게 선의로 상등품의 무기를 싼값에 팔았어. 그런데 그 무기를 구매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내구를 크게 손상시킬 정도로 험하게 사용해왔으면서, 하자가 있는 싸구려 무기라고 주장해오는 뉴비의 억지를 곧이곧대로 믿는 건가?”

“…….”

뻔뻔하게 거짓말로 포장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가름의 발언에 에린은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인상을 찌푸리는 에린의 반응을 보고, 딱히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 가름이 더욱 어깨를 으쓱이며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였다.

“우리 쪽의 얘기도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우리 길드는 당당해. 게다가 일방적으로 이렇게 밀고 들어오는 건, 그쪽의 스승이나 공작 가문의 의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봐도 되는 거겠지?”

에린의 스승이 이 영지의 주인인 아르미타스 공작의 딸, 엘레노아의 남편이라는 연결 관계를 언급했다.

잘만 한다면 에린의 이 막무가내식 행동을 엮어서 아르미타스 공작에 정식으로 항의하여 더욱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밑 작업의 일환.

“뻔뻔하게 잘도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네.”

“우리 길드가 사기를 쳤다는 확실한 증거라도 있는 건가? 일방적으로 사기를 당했다는 그 뉴비들의 증언 말고, 우리가 사기를 쳤다는 증거 말이야.”

“…….”

에린이 가지고 있는 증거들은 피해자의 진술을 제외하면, 모두 정황 증거뿐이다.

다시 에린이 침묵을 지키자 긴장하고 있던 가름의 기분이 조금씩 풀어졌다.

상황이 나쁘다 못해, 자신 쪽으로 호전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 어린 아가씨가 그저 강하다는 힘만 가지고 날뛸 줄만 알고, 이후의 일은 전혀 생각도 할 줄 모르는군!”

가름의 발언으로 상황이 조금씩 자신들 쪽으로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철호단원들이 에린과 엘빈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일방적으로 당했던 것들을 배로 돌려주고 싶어 안달이 난 표정이었지만.

지금까지 한창 깨지고 있었던 사실을 잊지 않았기 때문에 달려들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길드원들을 이렇게 만든 피해의 배상. 공작 가문에 정식으로 항의해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어!”

“배상은 너희 쪽에서 물어줘야 할 것 같은데.”

낮게 깔린 싸늘한 저음의 목소리를 들은 가름이 두 눈을 가늘게 뜨며 길드 건물의 출구 쪽을 응시했다.

왼쪽 가슴에 아르미타스의 인장이 박힌 은색의 갑옷을 착용하고, 허리춤에 장검을 착용하고 있는 남자의 등장에 철호단원들 전원이 몸을 움찔 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르미타스의 기사님들이 여기에는 어쩐 일로?”

아르미타스 기사들을 이끄는 고위 기사, 메르딘을 따라 줄줄이 건물 내부로 진입하는 사태는 자연스레 가름을 포함한 철호단원들을 긴장하게 하기 충분했다.

메르딘은 품에서 종이를 꺼내어 내용을 읽었다.

“철호단의 길드원 전원. 허위매물 사기와 뉴비 모험가들의 구타 및 협박 행위의 의혹으로 아르미타스 공작 가문의 이름으로 체포하도록 하겠다.”

당당하게 아르미타스의 인장이 찍힌 체포 영장을 확인한 가름이 숨을 삼켰다.

“……!”

“모조리 체포해!”

“예!”

기사들이 일제히 포승줄을 꺼내 들고 철호단원들을 체포하기 시작했다.

“아, 기사님! 살려주세요!”

“전 나쁜 짓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X발!”

포박을 당하면서 기사들에게 하소연하는 길드원이 있는가 하면, 도주하기 위해 기사들을 폭행하려다가 역으로 제압을 당해 강제로 체포당하는 등.

철호단 길드의 건물 내부는 아수라장으로 순식간에 변해갔다.

“후아아….”

에린은 긴장이 풀렸는지, 숨을 크게 내쉬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고생했다. 그리고…면목이 없군.”

그런 에린에게 다가와 메르딘은 감사와 미안함이라는 감정이 담긴 인사를 건네왔다.

본래라면 아르미타스의 기사들인 자신들이 주도해서 철호단의 길드원들을 제압해야만 했던 역할이다.

“아니에요. 엘레노아님이나 알렉스님한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저도 좋은걸요. 증거는 제대로 잡았나요?”

“물론.”

메르딘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 확답을 듣고 나서야, 에린은 안심한 미소를 보였다.

“아, 다행이다. 헤헤.”

“……?”

뜬금없이 헤실거리며 웃기 시작한 에린을 보고 메르딘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엘레노아님에게 상으로 뭘 달라고 해야 할까 고민하는 표정입니다. 크게 신경 쓰지 마세요.”

이윽고 해맑은 표정의 의미를 해설해준 엘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 쪽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군.”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엘빈은 메르딘의 감사의 인사를 묵묵히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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