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부활한 불멸자-342화 (342/730)

〈 342화 〉 342. 뉴비 모험가(2)

* * *

“커윽!?”

퍼억!

신장의 차이로 인해 철호단원의 품으로 파고든 에린의 손바닥을 이용한 장타가, 단원의 턱을 정확히 가격했다.

순식간에 턱이 뒤틀리고 정신이 혼미해져 비틀거리는 틈을 타, 에린은 자신의 팔꿈치로 있는 힘껏 철호단원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스르륵 쓰러지는 단원을 옆으로 밀쳐 버려버리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흐읍!”

있는 힘껏 내지르는 주먹을 간발의 차로 피하고, 팔을 역으로 꺾으며 관절을 비틀었다.

팔이 붙잡혀 무방비해진 옆구리에 니킥을 꽂아 넣자, 철호단원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크윽!”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면서 또 한 명을 옆으로 치워버리고, 에린은 곧바로 자신을 향해 공격을 해오는 단원의 움직임에 재빨리 대응했다.

숫자가 많다고는 하더라도, 직선상에서 놓인 좁은 골목길에서 다수가 싸움을 벌이기에는 지형적으로 너무 불리하다.

자칫 잘못하면 아군을 공격하게 될지도 모르고, 골목의 건물을 부수게 된다면 큰 문제의 소지가 될 수도 있기에, 원거리 공격 마법 또한 사용 불가능.

이런 좁은 곳에서 리치가 기다란 무기를 꺼내는 것이 우책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지.

철호단원들도 허리춤에 찬 장검들이나 무기를 뽑아 들지 않았다.

바람 소리를 내며 좌우로 휘두르는 훅들은 묵직한 타격 그 자체였지만, 묵직한 만큼 동작이 크고 느린 공격을 얌전히 맞아줄 정도로 에린도 녹록하지 않다.

“쫄랑쫄랑 잘만 피해 다니고!”

허리를 뒤로 젖히며 상체를 빼고, 고개를 비틀며 좌우로 날아오는 주먹들을 피해낸 에린은 표정을 풀지 않고 집중에 빠져있었다.

‘예전보다 잘 보여.’

‘감지’를 통해서 주변 사물의 모든 움직임을 파악하고, 그 상황에 맞춰 올바른 행동 패턴을 보이고 대응해나가는 방식.

그것은 일 대 다수를 상대할 때, 기본적으로 은현이 사용하는 싸움 방식의 기초다.

체술과 검술 등, 몸을 사용하는 능력은 은현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고 할지라도.

은현이 알려준 감지와 그를 통한 정보 수집, 처리 능력에 에린의 두뇌는 조금씩 적응을 해나가고 있었다.

에린은 조금씩 성장을 해나가고 있다.

‘좋다.’

조금씩 자신을 구원한 영웅과의 격차를 좁혀나가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

자신의 노력이 보답을 받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 느껴도 뿌듯하고 기쁘기 그지없다.

“뭘 실실 쪼개고 있어! 얕보고 있냐!”

에린의 내면에서 일어난 기쁨의 감정이 표정 속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은 철호단원들에게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일이었다.

요리조리 몸을 피하며 자신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미소를 짓고 있는 에린의 표정이, 마치 자신들을 비웃고 있다고 착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거 아닌데….”

에린은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달려드는 길드원들의 사이를 파고들었다.

[주현성 극원류]

[호접발경(????)]

퍼엉!

복부에 가져다 댄 손바닥에서 응집된 마력이 터져나가며,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크아악!”

정통으로 폭발의 충격을 받아들인 철호단원의 복부가 뒤틀리고, 그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당연히 그의 뒤에 있던 단원들도, 뒤로 튕겨져 날아간 단원의 여파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저게…!”

뒤로 날아간 철호단원들이 얼굴을 붉히며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주현성 극원류]

[소룡진각(小??)]

쿵!

다리에 마력을 모아 강하게 바닥을 내리치자, 다리에서 방출된 마력이 지면을 부수며 앞을 향해 나아갔다.

나아가면서 형성된 작은 용의 형상이 정면의 철호단원들을 덮친다.

“커헉!”

강인한 충격파를 정통으로 직격당한 철호단원들이 실신하며 하나둘씩 바닥에 쓰러져 갔다.

“아.”

에린은 바닥을 보며 작게 탄식했다.

자기도 모르게 좀 거칠게 나가버린 탓인지, 정비되어 있던 지면이 부서진 상태.

엘빈 때문인지 조금이나마 쌓여 있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던 결과는 꽤 참담했다.

‘이거 알렉스님이나, 엘레노아님한테 혼나지는 않으려나…?’

내심 현재 이 실질적인 운영 책임자이며, 영지의 주인이나 다름없는 알렉스에게 귀찮은 일을 안겨줬다는 것에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악! X발!”

“젠장…겨우 여자 하나한테…!”

열 명이 넘는 인원 중 반절이 당해버리자, 남아있는 철호단원들도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감지하고 뒤에서 주춤거렸다.

‘…저 사람들 모두 잡아가면, 그래도 봐주시겠지?’

아르미타스령에 다수의 인구 유입이 생기면서, 현재 공작령의 관계자들도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유입되어 증가하는 영지 내의 인구수에 반비례하여, 치안의 악화로 이어지면서 이러한 모험가들 사이의 트러블 문제도 일일이 신경 쓸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

그래도 나쁜 사람들을 잡아들이면서 생긴 피해인데, 대놓고 혼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영악한 판단을 떠올렸다.

에린은 그렇게 머릿속으로 생각을 마치며 다시 행동을 개시했다.

“넌 뒤졌어!”

뒤늦게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검을 뽑아 든 철호단원이 이성을 잃은 눈으로 잔뜩 콧김을 내뿜었다.

빠른 속도로 에린에게 돌진하여 그녀의 복부에 단검을 찔러 넣으려 했지만.

에린은 몸을 옆으로 틀어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단검을 피했다.

“이거 여행 중에, 현이가 새로 사준 옷인데!”

간발의 차로 옷감만을 베어낸 단원의 팔을 붙잡고 손목을 비틀어버리자, 단검을 쥐고 있던 손가락의 힘이 서서히 풀려갔다.

자신의 옷을 손상시켰다는 것에, 화가 난 에린은 철호단원의 손에서 단검을 낚아채고는 역수로 쥔 채 망설임 없이 그의 허벅지에 단검을 박아넣었다.

“크아악!”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단검의 손잡이를 비틀어버리자, 허벅지에 박혀있던 단검의 칼날이 휘저어지며 상처를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에린은 단검을 뽑아내어 회수하자마자, 부르르 떨며 물 밖으로 나온 활어 마냥, 전신을 경련시키며 펄쩍거리는 철호단원의 다리를 걷어찼다.

차례차례 철호단의 길드원들을 무력화시켜나가며, 앞으로 전진했다.

“…엘빈 오빠.”

“왜.”

“안 보여요.”

“저런 거 보면 안 돼.”

한창 에린이 철호단원들을 정리하던 와중, 엘빈은 그림자를 이용해 에리스의 시야를 차단했다.

험악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배려한 엘빈의 조치였지만, 에리스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듯했다.

“보고 싶은데….”

하지만 그런데도 엘빈은 에리스의 두 눈을 가린 그림자를 풀어주지 않았다.

많은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피가 튀는 광경은 어린 소녀에게 그렇게 보여줄 만한 광경이 아니었다.

엘빈이 에리스를 데리고 곧장 자리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상황의 중심에 서 있는 여자가 자신의 여동생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확고한 엘빈의 의지를 느꼈는지, 에리스는 작게 한숨을 내쉴 뿐 이 이상 떼를 쓰지는 않았다.

우드득

뼈와 관절이 뒤틀리는 살벌한 소리와 함께 철호단원들의 비명들이 골목 안에 가득 울려 퍼졌다.

“끄아아!”

“너, 너! 우리가 누구인 줄 알고 덤비는 거냐!”

“너희가 누구인데?”

마침내, 두 명의 철호단원이 더 쓰러지고, 더는 힘으로 에린을 찍어누를 수 없다고 판단한 단원들은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며 에린과의 거리를 유지했다.

“우리는 현재 모험가 길드의 아르미타스 지부에서 가장 많은 활약을 하는 철호단의 일원이야! 우리를 건드리고도 가만히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너희가 철호단의 일원?”

‘철호단’은 같은 지부의 모험가 길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에린도 익히 들은 바가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유명한 길드.

에린은 단원들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 강하지 않았는데….’

그 길드의 인원이라기엔 수준이 약해도 너무 약하다.

“우리는 철호단의 은위계 모험가야! 만약 네가 우리를 건드렸다는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면….”

“너희가 은위계 모험가라고?”

“…뭐?”

“은위계라기엔…너무 약하잖아….”

지금까지 솔로로 활동해오면서 다른 모험가들의 수준을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없었던 에린에게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다.

게다가 이전 모그라프 변경의 지원을 나갔던 모험가들보다도 수준이 낮다.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에린의 말을 들은 철호단원들의 표정이 굳어져 갔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소녀에서 갓 성인이 된 여성에게 대놓고 무시를 받는 경험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이게!”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철호단원의 움직임은 직선적이고 단조롭기 짝이 없었다.

퍼억!

직선상의 거리에서 단숨에 거리가 좁혀져 버린 단원의 면상에 당당하게 주먹을 꽂아 넣었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그의 얼굴과 몸이 휘청거렸고, 그대로 주먹에 힘을 실어 바닥에 내리꽂았다.

두 눈은 흰자를 드러내고, 기절한 듯 보이는 그의 얼굴에서는 깨진 코 사이로 두 줄기의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제, 젠장!”

“이봐! 튀자고!”

마침내 11명 중 단 2명만이 남게 된 철호단원은 기절한 동료들을 내버려 두고 도주를 선택했다.

에린에게서 등을 돌려 반대쪽 골목으로 빠져나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바닥에 드리워져 있던 두 철호단원의 그림자가 꾸물거리며 움직였다.

그대로 작은 칼날을 형성하여 바닥에서 튀어나온 그림자들은 이 자리에서 도망을 치려던 두 철호단원의 양쪽 발목을 그었다.

“크아악!”

비명을 내지르며 허무하게 바닥으로 쓰러진 두 철호단원들은 피가 솟구치는 자신의 발목을 보고 창백한 안색을 드러냈다.

“으, 으아아아!”

“발목! 내 발목이이이!”

“…….”

절망으로 물든 두 사람의 절규를 들은 에린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를 돌아보았다.

그림자를 조종하는 능력을 선보여, 가차 없이 도주를 차단한 엘빈을 보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안 도와준다며?”

“도망치면 또 쫓아야 하니까.”

에리스를 데리고 다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었기에 나선 것이었지만.

에린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흥, 도와줄 거였으면 진작에 도와주지. 괜히 나만 힘 뺐잖아.”

“마력 아깝다.”

그의 몸과 정령의 영체를 유지 시키는 힘이 항상 은현이나, 상비해둔 마석에서 흡수한 마력이라는 사정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과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 점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얄미워. 진짜로.”

어찌 보면 항상 자신을 무시하고 시비를 거는 구미호보다도 더 얄밉다.

지금까지 에린의 마음속에 매겨진 ‘얄미운 녀석’ 랭킹 1위는 구미호를 제치고 당당하게 엘빈이 차지하게 되었다.

[미숙한 것. 괘씸하구나. 나는 네 녀석에게 얄미운 행동을 일절 하지 않았다.]

‘매일, 말을 걸어올 때마다 하고 있어!’

머릿속으로 말을 걸어와 반박을 해오는 구미호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엘빈이 에린에게 물었다.

“이제는 어떻게 할 거지?”

“일단은….”

에린은 구석에서 일련의 싸움들을 모두 지켜보았던 세 명의 뉴비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

“…….”

에린과 뉴비들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절대로 극복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과거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얼굴들.

아이테르 시절의 동급생들이다.

‘얘들은….’

남자 쪽은 직접적으로 자신의 괴롭힘에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멀찍이서 자신을 조롱하고 업신여겼던 남학생 중 하나.

반면 두 여자는 과거 마르바와 함께 주도적으로 에린을 괴롭혔던 여학생들이었다.

세 명의 모험가 뉴비들은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를 만났다는 듯 벌레를 씹은 듯한 얼굴로 변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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