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부활한 불멸자-341화 (341/730)

〈 341화 〉 341. 뉴비 모험가(1)

* * *

“꺄악!”

우락부락한 남성의 손에 밀쳐져, 벽에 부딪힌 여성 모험가의 비명이 골목길에 울려 퍼졌다.

벽에 등을 부딪치고 그대로 바닥에 축 늘어져 주저앉는 여성의 멱살을, 남자가 붙잡아 강제로 들어 올렸다.

“커…허!”

멱살을 붙잡혀서, 숨통이 조여지자 그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성 모험가는 억지로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남자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점점 기도가 막히고 호흡도 할 수 없게 되면서, 여성 모험가의 거센 저항조차도 점점 약해져만 갔다.

“이, 이러지 마십시오!”

멱살을 잡혀 들어 올려진 여성 모험가의 동료인 남성과 여성이 남자를 말리려고 그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어이쿠! 가만히 있으라고!”

여성들을 둘러싼 다른 남성들에 의해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흥.”

여성 모험가의 멱살을 틀어쥐고 있던 남자는 코웃음을 쳤다.

그대로 그녀의 몸을 동료 여성들에게 집어 던지자, 무서운 속도로 허공을 날던 여성 모험가의 몸이 동료들과 부딪쳤다.

“꺄악!”

허공을 날아온 동료의 무게에 못 이겨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진 여성 모험가와 동료들은 두려움과 원망이 담긴 시선으로 자신들을 둘러싼 남자들을 노려보았지만.

“이것들 봐라?”

“그렇게 쳐다보면 뭐 어쩔 건데?”

모험가들은 3명.

그들을 둘러싼 자신들 쪽의 숫자는 11명.

게다가 그들은 올해 초에 모험가가 된 신참, 뉴비들이다.

좁혀질 수 없는, 절대적인 격차로 이루어진 우위 속에서 자신들이 밀릴 리가 없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남자들은 모험가들을 내려다보며 낄낄거리면서 비웃었다.

“…돌려주십시오.”

이를 갈며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던 남성 뉴비가 남자들을 노려보며 말했지만.

뉴비의 말을 들은 남자들은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비웃기를 멈추지 않았다.

“아, 글쎄, 안 된다니까 그러네.”

“당신들이 저희를 속였지 않습니까!”

“속이긴, 누가 누굴 속여. 어이가 없네.”

짜악!

언성을 높인 남성 뉴비의 말에 비웃던 남자 중 한 명이 정색하고 다짜고짜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

큰 소리와 함께 뺨을 맞은 남성 뉴비의 얼굴이 옆으로 크게 돌아갔다.

“크윽!”

남성 뉴비는 뺨으로부터 전해지는 얼얼한 충격에 인상을 찌푸리며 신음을 내뱉었다.

“야. 우리가 뭘 속였다는 건지, 지껄여봐. 한번.”

“당신들이 은위계 모험가들이 사용하는 무기라고 하면서, 저희에게 동위계의 무기를 비싼 값에 속여서 팔았지 않습니까!”

기본적으로 모험가들이 사용하는 장비들에는 모험가들의 수준을 매기는 등급처럼 등급이 존재한다.

가장 높은 백금위계의 무기들은 대부분 고대 유적 탐사를 전문으로 하는 백금, 금위계의 모험가들도 평생을 한번 먹어볼까 하는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장비가 하면.

최고의 재료와 소재들로 명인으로 알려진 일류의 대장장이들이 만들어낸 장비들이 금위계의 등급으로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닌 경우도 허다하다.

당연히 은위계와 동위계, 또는 신참인 뉴비들이 사용하기에 적당한 양산형 무기들도 존재하기 마련.

“심지어 이 무기들도 모두 하자가 있는 것들이지 않습니까! 이게 속인 게 아니라면, 도대체 뭐죠!?”

남자들은 세 명의 뉴비들에게 성능이 좋은 무기들을 싼값에 판다고 속여서 싸구려 무기들을 비싼 값에 팔아 넘겨버린 것이 이 실랑이의 원인이다.

심지어 급하게 수리를 시켜서, 외관만 그럴싸하게 만들어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던 장비들은 험하게 다뤄지면서 수명을 다해가던, 명백한 하자가 존재하는 중고품이었다.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가 항의와 함께 환불을 요구하던 뉴비들은, 현재 상황처럼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끌려와 일방적인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당장 저희가 구매했던 대금을 돌려주십시오! 이건 사기입니다!”

“이 X끼, 물건 사놓고 이제 와 지랄이네.”

뺨을 맞으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계속 환불을 요구해오는 남성 뉴비의 태도에 남자들은 낄낄거리며 뉴비를 비웃었다.

“야. 니가 이 무기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아?”

“…뭐라고요?”

여전히 자신들을 깔보고 있는 남자들의 태도는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에 남성 뉴비는 인상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니가 이 장비들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안목이 좋냐고.”

“무슨…소리입니까.”

“이 장비들이 싸구려인지, 하자가 있었는지 니가 뭘 어떻게 증명할 건데. 이거 은위계의 모험가들이 자주 사용하는 대장장이가 직접 제작한 무기 맞다니까?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딴 개소리를 지껄이는 건데?”

“그런…그런 말도 안 되는! 은위계의 장비가 겨우 이 정도로 쉽게 내구가 다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위력도…!”

“아, 그거야 니 수준이 워낙 낮으니까 무기의 성능을 다 끌어내지 못하는 거겠지. 니가 뭐 얼마나 안다고 무기의 등급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 거야? 뭐 은위계? 아니, 동위계라도 돼? 이제 막 신참으로 시작한 뉴비가 갖잖게.”

“…크으.”

남성 뉴비는 분하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이를 갈았다.

틀렸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말을 하고 대화를 시도하면 할수록, 더욱 비웃음을 사고 바보 취급을 받으면서 조롱을 당할 뿐.

그들은 자신들의 항의를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길드에 정식으로 항의하겠습니다.”

“뭐?”

“당신들이 사기를 치고 있다는 걸, 길드에 고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의 항의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분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남성 뉴비는 쓰러진 동료를 부축하여 일어섰다.

“하, 아직도 현실을 모르네. 너 우리가 누군지 알고는 있냐?”

“그건….”

“우리 ‘철호단’이야. 현재 모험가 길드 아르미타스 지부에서 제일 잘 나가는 길드라고.”

“…….”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장비를 고르는 데 있어서, 제대로 된 사전지식이나 안목도 없었던 뉴비인 자신이 덜컥 이러한 싸구려 무기들을 구매한 원인이기도 했다.

현재 아르미타스령에서 수준 높은 모험가들로 구성되어 가장 높은 명성을 떨치고 있는 모험가 길드.

그 명성과 신용을 믿고, 그곳에 소속된 길드원들이 파는 상품들을 구매한 것이다.

그렇기에 결과적으로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에 더욱 치가 떨렸다.

“항의해도, 모험가 길드가 너희의 편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을 하나 보지?”

“크….”

설마 모험가 길드마저도 그들과 유착되어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자신들이 당한 억울함은 도대체 누가 풀어준다는 말인가.

남성 뉴비의 머릿속에는 이 영지를 경영하고 있는 영주를 떠올랐다.

뉴비들의 복지정책을 실천하고 있는 아르미타스 공작 가문에 도움을 요청한다면, 가능성이 아예 없지도 않아 보였다.

“괜찮아? 설 수 있겠어?”

“괜…찮아….”

철호단원의 손찌검으로 자신과 부딪쳤던 여성 뉴비의 상태를 살피며 부축하고, 남성 뉴비는 이 골목길을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 X끼가 장난치나.”

“그냥 빠져나가려고 하네.”

“야, 그딴 소리를 대놓고 하면서, 우리가 쉽게 보내 줄 거라 생각하냐?”

“크…!”

남성 뉴비는 자신들을 둘러싸고 비켜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철호단 큰랜원들을 보며 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영지의 내에서 모험가들 사이의 전투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그들은 그 규칙을 전혀 지킬 생각이 보이지 않았다.

‘어쩌지…?’

그저 마력이나 무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갓 모험가가 된 뉴비들을 혼쭐내주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숫자도 10명이 넘는 상황에서, 철호단원들의 일방적인 구타에 저항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도 없다.

이런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언성을 높여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한다고 하더라도, 그 소리가 누군가에게 닿을 거라고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적당히 팔다리 하나 부러뜨려 놓을까?”

“야, 그러다가 모험가 길드에 신고라도 하면 어쩌려고?”

“아, 뭔 상관이야. 우리가 했다는 증거 있어? 그리고 절대 신고하지 못하도록 아예 겁에 질리게 만들어두면 되잖아.”

신고하면, 이후에 보복성으로 더 심한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각인시켜주면 해결될 문제다.

“뭐, 그런가.”

길드원 하나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조금씩 남성 뉴비를 위협하기 위해 앞으로 걸어갈 때.

“딱 봐도 나쁜 사람들인 것 같은데?”

“엉?”

가녀린 여성의 목소리.

그 목소리의 출현에 철호단원들을 비롯해 세 명의 뉴비들까지, 목소리가 들려온 골목길의 한쪽을 응시했다.

목소리의 정체를 발견한 철호단의 길드원이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뭐야. 저것들은?”

한 소녀를 데리고 나타난 남청색 머리카락의 두 남녀.

한 명은 정말로 10살도 안 되는 어린 소녀고, 같은 머리 색을 가지고 있는 남녀 또한 매우 젊었다.

굉장히 기묘한 조합에 길드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 저 여자 설마…?”

“아는 여자야?”

이내 남청색 머리카락의 여성.

에린을 알아보는 이와 그렇지 못한 이들 사이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다.

“그 여자잖아! 수은의 제자!”

“수은?”

“이 등신 새X는 이 영에서 활동하면서 엮이면 제일 위험한 인간 소문도 못 들어봤냐!?”

다짜고짜 욕부터 날리며 자신을 무시하는 반응에 욕을 들은 길드원의 인상이 팍 찌그러졌다.

“뭐? 등신? 뒤질라고, 말 다 했냐?”

“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은현이라는 고대인 말이야! 그 양반의 제자라고! 저 여자가!”

“뭐? 그 인간의 제자라고?”

동요한 표정으로 설명을 해온 동료 길드원의 말에, 욕을 먹으며 무시 받았던 길드원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에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항상 솔로로 활동하는 여자라고 들었는데?”

비슷한 머리 색을 가진 남자와 소녀가 동행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는 곧바로 에린의 정체를 꿰뚫어 보지 못했다.

자신을 보며 수근거리는 남자들의 반응을 본 에린이 피식 미소지었다.

“헤헤, 현이가 점점 유명해지고 있어.”

자신에 대한 명성이 널리 퍼지는 것보다, 은현의 가치와 위용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있는 것이 에린에게는 자신의 성공인 것 인양 매우 기뻤다.

“이런 X발…하필 엮여도 저 여자와 엮이냐? 야, 튀자.”

“뭐?”

“뭔 개소리야?”

에린의 실력을 모르는 길드원들이 인상을 찡그리며 도주를 제안하는 길드원을 보며 되물었다.

그들에게 도주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는 선택지다.

숫자도 아직 우세한데, 아무리 은위계 모험가라고는 하지만.

겨우 한 명에게 자신들이 밀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니들은 저 여자가 싸우는 모습을 못 봐서 그래.”

반면 에린의 실력을 알고 있는 길드원은 잔뜩 쓴 인상을 풀지 않으며 동료 길드원들을 설득했다.

“난 지난 마수 대범람 사태 때, 모그라프령으로 지원을 갔던 적이 있어. 그때 저 여자가 전선에서 날뛰는 걸 봤다고.”

“뭐라는 거야. 그때랑 지금이 같냐?”

하지만 그의 설득을 동료 길드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겨우 은위계 모험가가 날뛰어봐야 얼마나 강하다고, 보나마나 다른 모험가들과의 연합 전선에 편승해 실적을 올린 운 좋은 여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자신이 두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낀 경험만을 강하게 중시하는 모험가들의 성격상, 에린의 실력을 두 눈으로 경험해본 적이 없는 그들에게는 백날 말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는 동료들의 설득을 포기했다.

“X발, 그래. 니들 마음대로 해라! 난 튄다!”

“쫄보 X끼. 꺼져, 그냥!”

길드원 하나가 그렇게 이탈을 하고, 남은 철호단원들은 에린과 그녀의 뒤에 서 있는 엘빈과 에리스를 응시했다.

“으음….”

자신을 보며 주먹을 꽉 쥐고, 전투의 태세를 잡는 철호단원들과 대치하게 된 에린은 흘끗 뒤를 돌아봐, 엘빈의 얼굴을 살폈다.

“나 안 도와줄 거야?”

“나까지 앞으로 나서면, 에리스는 누가 지켜.”

“…….”

에린은 할 말을 잃고 물끄러미 엘빈을 바라보았다.

엘빈의 판단은 옳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에린의 마음속에 쌓이는 감정은 아주 약간의 서운함이다.

“누가 보면 진짜 여동생은 내가 아니라, 에리스인 줄 알겠어. 아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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