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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불멸자-328화 (328/730)

〈 328화 〉 328. 드러난 사육장(2)

* * *

콰앙!

“…….”

카지노 호텔 건물에 주먹을 내지르고, 발로 차고, 붕괴한 건물을 짓밟는 옵티머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 에린과 릴리는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잔뜩 날뛰며 호텔 건물을 깨부수고 있는 파란색 강철 골렘의 행동은 다름 아닌 에밀리아의 원격 조작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움직임 속에 깃들어 있는 폭력에는 어떠한 감정이 담겨 있는 것만 같은 경쾌한 움직임이다.

“…에밀리아, 지금 굉장히 신난 것 같은데?”

마치 새로 받은 장난감을 선보이고 싶어 안달이 난 것 마냥.

경쾌하면서도 가벼운 움직임은 원격 조작을 하는 조종자의 기분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것만 같다.

자신의 덩치의 네 배 정도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골렘의 움직임이 경쾌하고 가볍다는 표현도 모순적인 의미지만.

에린이 느낀 바로는 그러했다.

“‘신난다.’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에밀리아는 담담히 에린의 말에 대꾸했다.

“어, 응….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건물이 붕괴한 이후, 뒤늦게 도착한 공작령의 병사들이 상식을 뛰어넘는 크기의 옵티머스를 보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도, 도대체 뭐야. 저 강철 골렘은!?”

멀리서 보아서 범상치 않은 크기의 골렘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막상 가까이 근접해서 보게 되니, 그 위용에 대적할 마음조차 결심하기가 쉽지가 않다.

이내 병사장이 허리춤에 착용했던 검을 뽑아 들고 옵티머스를 향해 겨누며 호통쳤다.

“멀뚱히 서 있지 말고, 공격해!”

카앙!

병사장의 호령에 따라, 옵티머스의 다리를 공격했던 병사들의 무기가 일제히 다리의 장갑과 충돌했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반발력으로 튕겨 나간 병사들의 무기는 옵티머스의 장갑에 손상은커녕 생채기조차 내지 못했다.

아무리 그저 일반 병사에 불과한 이들의 무기와 힘이라고는 하지만, 옵티머스가 선보이는 압도적인 방어력에 에린은 기가 질린 표정이다.

“…도대체 뭘 만들어낸 거야.”

느닷없이 인벤토리 속에서 거대한 트럭이라는 마차를 소환하더니, 인간형으로 변신을 시작하여, 사람의 네다섯 배가 되는 덩치의 강철 골렘이 되었을 때는 정말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세 자릿수 마법]

[파이어 애로우]

뒤늦게 도착한 다수의 마법사가 화염의 화살 수십 발을 만들어내어, 옵티머스를 일제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콰아앙!

쉬지도 않고 1분이 넘도록 연달아 퍼붓는 마법의 폭격으로 충격에 밀려나 옵티머스의 몸이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다리를 뒷걸음질 치며, 밀려나는 체중이 아래로 쏠려 쓰러지려는 것을 지탱하고 버텨냈지만.

“과열로 인한 내부의 손상을 감지. 출력의 31% 저하. 냉각 마법 작동. 시험 작동 중 일어난 문제점을 기록합니다.”

연달아 얻어맞은 불꽃의 화살들이 연쇄적으로 폭발을 일으키며 옵티머스의 내부 부품의 빠른 과열을 불러왔다.

사실상 원인이나 다름없는 마법사들의 배제가 가장 빠르고 쉬운 해결책이었지만, 은현에게서 인간에게 반격하는 것을 허가받지 않았다.

“에밀리아. 이제 충분해. 저…옵티머스라고 했나? 이제 집어넣어.”

“…명령을 수락합니다.”

아직 시험 작동의 진행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에밀리아는 잠시간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끝내 에린의 명령을 수용했다.

인형에게 있어서 마스터와 서브 마스터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대신 안에서는 다른 골렘들을 시험해봐도 좋아. 이러면 괜찮지?”

“서브 마스터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에밀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의사를 보였다.

에밀리아가 인벤토리를 열어 옵티머스를 다시 역소환을 시키자, 느닷없이 거대한 골렘이 정체를 감춘 것에 공작령의 병사들과 마법사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 이 마법은 설마…!”

인벤토리의 마법에서 텔레포트와 같은 고위 계열의 마법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읽은 몇몇 마법사들이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순식간에 옵티머스가 사라진 카지노 호텔 건물 앞은, 갑작스레 나타났던 재앙 같은 상황에서 급변하여 고요하고 허무한 정적이 찾아왔다.

“새, 생존자의 수색을 시작해라!”

뒤늦게 얼떨떨한 기분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린 병사장이 병사들을 시켜 건물의 잔해에 깔려있을지도 모르는 생존자들의 수색을 시작했다.

“언니, 정말로 호텔 내부에 있던 사람들 모두, 미리 피신시킨 거야?”

“응. 마지막으로 확인도 했어. 호텔과 카지노 내부에 있던 사람들은 한 명도 없었어.”

릴리는 어젯밤부터 쉬지 않고, 이 카지노 호텔의 내부에 있는 직원과 손님들 모두에게 암시를 걸었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중급 서큐버스의 능력으로 걸린 강력한 암시는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를 자극하고, 단 한 명도 릴리의 정신지배를 거역하지 못했다.

“대단하네…. 나는 그렇게 정밀한 명령이나 세뇌는 하지 못하는데….”

에린은 신기함과 부러움이 담긴 눈으로 릴리를 바라보았다.

에린과 릴리의 사이에 존재하는 몇 가지의 공통점 중, 가장 특이한 공통점은 타인의 감정을 조작하는 세뇌계열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능력의 차이에는 명확한 개념이 존재했다.

현재 에린의 수준으로는 상대방의 감정을 왜곡시켜, 특정의 감정을 끌어내거나, 지워버리거나, 증폭시키는 것 정도밖에 이루어내지 못한다.

반면, 릴리는 다르다.

상대방의 기억, 상식, 감정까지도 그녀가 원하는 대로의 사상을 주입 시킬 수 있는 수준.

물론 정밀함이 요구되는 사상을 주입 시킬 경우, 힘의 소모는 급속도로 가팔라지지만.

세뇌 및 정신지배라는 능력의 활용에서 가능한 범위의 한계는 릴리 쪽이 한 수 위다.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는 에린의 시선을 받아들이며, 릴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에린이야말로 대단하지. 나는 가지고 있는 힘이 겨우 이것밖에 없는걸. 싸움 같은 건 전혀 할 줄 모르고, 이것도 최근에 일리아나님에게 배우면서 사용할 수 있게 된 능력이야. 오랜 시간을 단련해서 쌓은 에린과는 비교할 수는 없어.”

“그래도…. 언니는 내가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으니까.”

[흥, 멍청한 것. 영험한 나의 힘을 감히 악마의 힘과 비교하다니.]

구미호는 무의식적으로 에린이 자신의 힘을 서큐버스보다 아래로 보고 있다는 것에 기분이 언짢았다.

‘미호를 무시하고 있는 게 아니야. 나는….’

소녀가 비교하고 있는 것은 능력이 아닌 소녀, 자신이다.

구미호의 힘은 확실히 대단하다.

하지만 그런 신수의 힘을 모두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에린은 솔직하게 자각하고 있었다.

은현이 선물한 레반테인을 아직도 뽑고 있지 못하는 것이 그 반증이나 마찬가지.

그리고 에린이 릴리에게 느끼고 있는 부러움은 ‘자신이 해내지 못한 것들을, 릴리는 해내고 있다는 것.’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내가 더 노력해야 해.’

[뭐…미숙한 네 녀석이 그렇게 자기 향상심을 갖추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

구미호는 신수의 힘과 비교를 하기는커녕, 자신의 수준을 더욱 향상하기 위한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 소녀의 마음가짐에 기특한 감정을 품었다.

“언니, 에밀리아. 가자.”

“응.”

“명령을 수락합니다.”

병사들이 붕괴한 건물의 잔해들을 치워가며 내부를 수색하면서 혼란해진 틈을 타, 셋은 호텔의 뒤편 입구를 통해서 내부의 지하로 걸어 들어갔다.

이전에 은현과 함께, 지하의 블랙마켓으로 향하는 길을 기억해두었던 릴리는 에린과 에밀리아를 블랙마켓으로 안내했다.

“뭐, 뭐야! 너희들은…!? 크헉!?”

퍼억!

블랙마켓의 문지기가 지하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오는 세 명의 여성을 발견하고 소리를 쳤지만, 끝까지 말을 잇지는 못했다.

느닷없이 계단 위에서 점프하여 문지기에게로 뛰어들고 그의 안면에 망설임 없이 니킥을 꽂아 넣는다.

미처 대응하지 못한 문지기가 자신의 이마를 가격당하자, 뒤로 밀려나며 바닥에 엉덩이를 처박고 쓰러졌다.

“너 뭐 하는 년이야!”

문답 무용으로 갑작스레 선제공격을 가해온 에린에게 쓰러진 문지기의 동료가 다급하게 외치며 가슴 쪽의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곧바로 ‘너클’을 꺼내서 손가락에 착용하고, 에린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몰라도 돼!”

허술하기 짝이 없는 주먹의 공격을 상체를 숙여 피했다.

아슬아슬하게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스쳐 지나가는 문지기 건달의 팔을 오른손으로 휘감고, 왼손 주먹으로 그의 옆구리를 강하게 후려쳤다.

“끄헉!”

허리가 꺾이면서 문지기의 몸이 ‘>’자로 굽어지며 비명을 토해냄과 동시에, 오른손으로 휘감아 움켜쥔 팔을 비틀어 그의 몸이 뒤가 돌도록 만든다.

손쉽게 문지기의 뒤를 점거한 상태에서 팔을 꺾어 저항하지 못하도록 강하게 압박하고, 왼손으로 그의 머리채를 붙잡아 벽에 밀어붙였다.

쾅!

단단한 돌벽과 문지기의 이마가 충돌하여 살벌한 소리.

다시 문지기의 머리채를 들어 올리자, 깨져버린 문지기의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당장 이거 안 놔…!”

쾅! 쾅!

두 번이나 그의 머리를 더 돌벽에 찍어버리자, 뒤늦게 저항하던 문지기의 몸이 힘이 풀리며 축 늘어졌다.

“커…허….”

깨진 이빨과 함께 바닥에 그대로 쓰러지면서 단번에 두 명의 문지기를 정리해버리자,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며 에린의 무용을 본 릴리가 말을 걸었다.

“…에린은 이렇게 강했구나.”

모험가에서 1년 만에 새내기의 딱지를 떼고, 동위계를 넘어 은위계의 등급을 달성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소녀의 무력을 가까이서 직접 경험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릴리는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을 품었다.

“내가? 강해?”

에린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자신이 강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단숨에 사람들을 제압했으니까. 강하지.”

“으, 으음…. 그런 걸까? 잘 모르겠어.”

릴리의 칭찬을 그대로 기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자기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는 것에서 생겨난 모호한 기분 때문이다.

“나는 현이의 발끝도 못 따라가고 있는데….”

최근까지의 모의 대련에서도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은현의 존재는 에린이 따라잡아야 하는 최종 목표이자, 동경의 대상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고 있음에도

전혀 줄어들지 않는 자신과 은현 사이의 격차만을 신경 쓰고 있는 에린은, 주위에서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자각도 없었다.

그런 소녀의 생각을 짐작한 릴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주인님과 비교를 하면 안 되지.”

어디까지나 소녀의 머릿속에는 자신을 이끌어준 스승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는 것이 귀여울 정도다.

“그럼 누구랑 비교해?”

“그, 글쎄…. 에린처럼 모험가 일을 하는 사람이나…. 아니면 아르미타스 기사님들은 어때?”

“아, 그분들도 있구나. 전혀 생각을 못 했어.”

에린은 뒤늦게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일단은 빨리 이곳의 일을 정리하자. 그럼 문 열게?”

“응.”

무거운 철제문을 열어젖히고, 보인 블랙마켓의 내부상황은.

“무슨 일인지, 빨리 파악해!”

“난 당장 지상으로 올라가겠어!”

“비켜!”

개판 그 자체였다.

지상의 건물이 무너진 여파로 대규모의 지진이 일어나 그 충격을 고스란히 전달받은 지하의 블랙마켓은 붕괴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곳에 있던 고객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생각보다 쉽겠네.”

에린과 에밀리아가 앞장을 서고, 릴리가 뒤를 따르는 형태로 셋은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블랙마켓 전체의 내부 분위기가 매우 혼란스러운 탓에 자극을 받았던 것은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우오오오!

키애액!

“으….”

지진의 여파로 특수 제작된 우리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고 있는 다양한 마수들의 목소리.

에린과 릴리는 자연스레 인상을 쓰며 그 소리의 중심지로 향했다.

“이, 이봐! 그쪽은 출입 금지야!”

블랙마켓의 관리를 맡고 있던 브로디아 마피아의 조직원 건달 중 하나가, 마수들의 우리로 접근하고 있던 세 여성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이봐!”

에린과 릴리, 에밀리아가 듣는 척도 하지 않으며 아랑곳하지 않고 발걸음을 이어나가자, 건달들이 몰려와 셋의 앞길을 막아섰다.

“…에밀리아. 이제 꺼내도 돼.”

“명령을 수락합니다.”

명령을 받은 인형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와 자신들을 경계하고 있는 건달들의 앞에 마주 섰다.

“인벤토리 오픈.”

우우웅

공간을 간섭하여 허공에 떠오른, 평균 남성의 키만 한 커다란 마법진이 에밀리아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모델명, ‘범블비’.”

마법진에서 등장하는 것은, 노란색으로 도색 된 강철의 골렘이다.

“목표는 앞길을 가로막는 적들의 무력화.”

‘엘더브레인’인 지휘 개체의 명령을 받은 골렘, ‘범블비’의 고개가 들어 올려지고, 골렘의 눈동자에 녹색의 빛이 깃들며 빛나기 시작한다.

“전투를 시작합니다.”

소환된 ‘호박벌’이 주인의 명령을 받아, 무릎 꿇던 커다란 몸체를 일으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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