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7화 〉 327. 드러난 사육장(1)
* * *
주먹으로 내리치며 건물을 분쇄하고, 다리로 걷어찬 건물의 잔해가 허공을 날아다니는 폭력의 광경.
페데리카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건물이 무너지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외부의 충격을 차단하는 장벽이나 결계는 설치하지 않았나 보네.”
본래에는 영지의 전체에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공격이나 마수의 침략을 차단해, 영민들을 보호하는 광역 수호 결계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 상식이다.
하지만 이곳은 영지의 내부.
페데리카는 자신의 카지노 건물을 보호하는 수호 결계를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의 건물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모두 영지 밖에 존재하며, 영지의 내부에서 감히 자신에게 대놓고 싸움을 걸어오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돈에 대한 광적인 집착하는 그녀였기에, 굳이 비싼 유지비용을 들여서까지 사설 결계를 설치하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지노를 운영하고 5년간,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방치되고 있던 것이, 지금에 와서 큰 복병으로 작용했다.
“그러게, 보호 설비는 제대로 설치했어야지.”
“이….”
“아니면 부실공사라도 하신 건가?”
“이 개XX야아아아아아!”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며 자신의 성질을 긁는 은현의 언동에, 마침내 페데리카의 이성이 끊겼다.
곧바로 손을 들어 올려 은현을 가리켰다.
“죽여!”
“우오오오!”
보스의 거칠어진 언성의 명령이 떨어지자, 무기를 쥐며 은현을 노려보고 있던 부하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은현은 허리와 상체를 뒤로 빼내며, 목을 꿰뚫기 위해 파고 들어오는 단검을 쳐냈다.
손바닥 위에서 단검을 회전시켜 역수로 쥔 뒤, 쳐낸 단검을 부하의 손목을 베어냈다.
“크악!”
마력으로 강화된 신체 능력을 기반으로 휘둘러지는 공격을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아무리 ‘역사를 재현한 무기’를 손에 쥐고 있다고 하더라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무기는 무기일 뿐이지.’
서로의 신체 능력의 차이에서 벌어지는 격차는 좁혀질지언정, 동등하거나 추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은현은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수십 개의 칼날을 회피하고, 급소를 노리고 들어오는 공격을 단검으로 쳐내어 공격의 궤도를 비틀어 내어 흘려냈다.
신체 능력의 격차를 능숙하게 기술과 경험으로 커버하여 날아오는 공격들을 모조리 대응하고 반격의 틈을 놓치지 않고 매섭게 찔렀다.
“크아악!”
상체를 숙여 건달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옆구리를 찌른 뒤, 단검을 쥔 손목을 비틀었다.
칼날에 힘을 실어, 옆구리의 살점을 아예 베어내고 건달의 다리를 걷어차, 쓰러뜨렸다.
“…흐음.”
은현은 폐건물 내부의 모든 건달을 쓰러뜨리고 바로 전에까지 페데리카가 있었던 입구 부근을 응시했다.
[그렇게 보내도 괜찮았던 것이냐?]
“뭐, 문제 있었으면 보내지도 않았죠.”
◆ ◆ ◆
“젠장!”
부하들에게 은현의 처리를 맡겨두고, 폐건물을 나와 곧장 카지노 호텔 쪽으로 향하던 페데리카가 욕지기를 내뱉었다.
시가지 쪽으로 진입하자, 상황은 더욱 혼비백산한 상황.
노점에서 음식과 상품을 팔던 영민들과 관객들도 분쇄된 카지노 건물에서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 패닉의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한 건달이 무너진 카지노 호텔 쪽으로 향하고 있는 페데리카와 공석수를 발견하고 황급히 다가와 말을 걸었다.
“보, 보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 그것이…! 호텔의 입구에서, 갑자기 철로 만들어진 푸른색의 마차가 바닥에서 튀어나오더니, 마차가 골렘으로….”
“뭐?”
“마차가 골렘으로 변하더니 느닷없이 주먹을 들어 올려 호텔을 때려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영문을 모르겠는 부하의 설명에 페데리카는 노호성을 터뜨렸다.
느닷없이 마차가 바닥에서 튀어나왔다는 것이나, 마차가 골렘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뜬구름 잡는 소리와도 같았다.
하지만 부하가 설명한, 그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일부분은, 먼 장소에 있던 페데리카도 목격했던 바가 있었던 장면과 상통한다.
“후우…. 좋아.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쳐. 그러면 지금 내 카지노 호텔을 때려 부순 그 골렘은 어디에 있는데?”
“그, 그게….”
부하는 무언가를 망설이며 말하기를 주저했다.
그 우물쭈물한 태도에 짜증을 느낀 페데리카는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빨리 말해.”
“건물을 부숴버리고 난 뒤, 다시 바닥 속으로 사라져버렸다고….”
“…….”
부하의 설명을 모두 들은 페데리카는 잔뜩 쓴 인상을 풀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보스! 지금 가시는 건 위험합니다.”
“이거 놔! 어떻게 된 일인지, 내가 직접 확인해봐야겠어!”
제 발로 건물이 무너진 위험지역으로 향하겠다는 것을 공석수가 말리려 했지만, 페데리카는 그 말을 들을 정도로 냉정치 못한 상태였다.
“…알겠습니다.”
결국 공석수는 보스의 고집을 말리지 못했다.
한번 결정한 것은 반드시 실행해야만 하는 그녀의 고집은 이미 조직 내에서도 유명했다.
그렇게 다시 뒤를 따르는 공석수를 데리고 페데리카가 카지노 호텔 근처에 도달했을 때.
“이 이상의 접근은 불가능합니다!”
무너진 카지노 호텔 주위로 둥근 경계선을 설치하며 사람들의 진입을 막고 통제하고 있는 한 젊은 병사가 페데리카와 공석수의 앞으로 나와, 둘을 가로막았다.
“뭐야. 넌?”
“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그, 그것이….”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이 영지의 치안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 사이에서도, 그녀를 비롯한 그녀의 마피아 조직원들과의 마찰은 피하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피해 현장에 출동하여 상황을 통제하라는 임무를 받은 젊은 병사는 그 암묵적인 룰보다 주어진 역할과 매뉴얼을 우선시한 것이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지만, 페데리카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점에서는 악수였다.
“당장 비켜. 저건 내 건물이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해봐야 할 권리도 당연히 나한테도 있어!”
“죄송하지만, 페데리카 브로디아. 이 앞으로 더 이상의 진입은 병사들과 기사들 이외에는 진입하실 수 없습니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아선 젊은 병사를 밀치고, 강제로 경계선 내부로 진입하려던 페데리카의 행동을 한 중년의 목소리가 제지했다.
“…누구?”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중년의 기사가 페데리카와 병사의 실랑이에 난입해오자, 페데리카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노려보았다.
“사비로스 기사단의 부단장이며, 현 상황의 책임자입니다.”
“당신들, 지금 내 건물이 무너질 때까지 도대체 뭘 한 거야?”
“그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말씀도 드릴 수가 없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 카지노 호텔을 박살 냈다는 골렘은?”
“그것이….”
부단장은 강철의 골렘이 갑작스레 출현했던 것처럼, 갑작스레 사라져버렸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어떻게 자신의 건물이 무너질 때까지, 공작령의 치안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기사들과 병사들이 골렘을 쓰러뜨리기는커녕 놓쳐버릴 수가 있냐는 페데리카의 항의에 부단장은 답했다.
“굉장히 높은 수준의 마력 장벽이 각인되어 있었던 듯합니다.”
그 강도가 일반적인 병사의 검으로는 단단한 장갑에 타격을 주기는커녕 생채기조차 내지 못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결국에는 마법사들의 화염계 마법을 퍼부으면서 그 파란색의 강철 골렘을 주춤하게 만드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기사들이 주춤한 골렘을 공격하려 했던 순간에, 느닷없이 바닥에서 전개된 마법진 속으로 골렘이 빨려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고 합니다.”
“…쯧.”
부단장에게서 지금까지의 설명을 들은 페데리카는 혀를 차며 찌푸린 인상을 풀지 않았다.
“그 마법진의 정체는 해석이 됐고?”
페데리카는 평민에 불과한 신분이었지만.
나이가 20살 가까이 차이 나는 중년의 자신에게 반말을 해오는 것에 부단장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과거 이곳의 영주인 사비로스 공작과 페데리카의 아버지의 친구 관계를 알고 있었으며.
아버지의 지위를 물려받아, 이제는 뒷사회를 장악한 마피아의 보스로 보이는 오만한 태도는 이미 기본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
부단장은 페데리카의 질문에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때 당시, 그곳에 있었던 마법사들의 말로는…. 도저히 자신의 수준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상위, 어쩌면 고위의 주문이 각인된 미지의 기술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어처구니가 없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말로만 들어본다면 현재 공작령의 수준으로는 그 골렘을 처리하는 것에만 어마어마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만 한다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황상 그 골렘의 주인은 자신이 폐건물 쪽으로 납치하여 끌고 왔던 백은발 머리카락의 남자다.
페데리카는 뒤늦게 자신의 머릿속으로 떠오른 위화감을 제대로 인식했다.
‘어쩌면….’
그 남자는 일부러 자신에게 잡혀 오기 위해서, 지금까지 그 등신 호구처럼 보이는 연기를 해오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이상한 점?”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뭐?”
“아니, 사망자는커녕, 실질적인 인명 피해는 몇 명의 중상자들만이 있을 뿐, 피해자들의 대부분이 경상자들입니다. 이 건물의 붕괴 사건에서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카지노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의 숫자는 대략 어림잡아도 700명이 넘는다.
카지노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던 고객의 수까지 생각한다면, 족히 1,500은 물론, 2,000까지도 육박한다.
그 몇천 명의 인물들이, 건물이 붕괴하면서 떨어지는 천장들의 잔해 속에서,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무사히 생존할 수가 있을까?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어떠한 수단을 써서 이 상황을 조장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많은 사람이 희생될지도 모르는 인명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카지노 호텔이라는 건물만을 파괴했다는 것은, 그 건물의 주인인 자신에게 내미는 도전장이나 마찬가지.
건물을 파괴한 골렘의 주인인 백은발 머리카락 남자의 목적은 틀림없는 자신에 대한 복수다.
“감히…나를….”
자신이, 자신의 아버지가 기획하고 건설하여 만든 자본과 노력, 시간이 들어간, 브로디아 마피아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을 부숴버렸다는 것에, 페데리카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석수야. 가자.”
“네.”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사비로스 공작에게. 내 건물을 부숴버린 골렘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
자신을 건드린다는 것은 이 마피아의 조직원 전원을 건드린다는 뜻이며, 더 나아가서는 이 공작령을 건드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렇게 시가지 한복판에서 테러나 마찬가지인 공격을 감행해온 것은 은현 쪽.
공작령의 기사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명분은 충분했다.
이제는 얼굴과 몸을 온전하게 보존시켜, 남창에 팔아버릴 생각도 버렸다.
자신이 가진 재력과 인맥을 총동원해서 은현을 산채로 땅속에 묻어버리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기다려라. 이 개XX야.”
무너진 카지노 호텔 건물의 잔해들을 뒤로하고, 페데리카는 이를 갈며 사비로스 공작저택으로 향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부, 부단장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카지노 호텔 건물의 잔해 속을 파헤치며,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생존자를 수색하던 도중, 한 병사가 급하게 뛰쳐나와 부단장을 찾았다.
다급한 병사의 목소리에 페데리카도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설마…?”
또다시 머릿속에 피어오르는 불길한 상상.
“발견된 비밀 지하 시설에서…다량의 마수가 지상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우오오오오오!
대지를 진동시키는 우렁찬 마수의 포효에 지상에서 상황을 통제하던 기사들과 병사들이 일제히 몸을 움찔거리며 굳히기 시작했다.
“이, 이건….”
“미노…타우로스?”
쿵! 쿵! 쿵!
한 발자국을 앞으로 내디딜 때마다 진동하는 대지.
건물의 잔해를 들어 올리고, 걷어차며, 깨부수고 조금씩 지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우락부락한 마수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한 병사가 사색에 질려, 참다못해 머릿속으로 떠오른 의문을 입 밖으로 내뱉어 외쳤다.
“어째서 영지의 내부에 마수가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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