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부활한 불멸자-325화 (325/730)

〈 325화 〉 325. 브로디아 마피아(3)

* * *

철컹!

무거운 철문이 열리고, 우락부락한 체형의 남성 둘에게 팔짱을 끼워진 채로 한 남자가 끌려왔다.

검은색 복면이 씌워져 시야를 차단당하고, 양손을 뒤로 묶인 남자는 저항 한번을 해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중앙에 놓인 부실한 철제 의자에 강제적으로 앉혀지자마자, 건달들은 남자가 도망갈 수 없도록 그의 몸을 수갑으로 의자에 구속했다.

구속이 끝나자, 건달이 남자의 머리에 씌워진 복면을 벗겼다.

“크윽!?”

천장에 설치된 마법등의 빛을 정면으로 받아낸 탓에, 은백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 여기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폐건물 내부에서, 어두운 시야를 환하게 밝혀주는 것은 천장에 설치된 마법등 하나뿐.

흔들리는 눈동자로 이빨을 덜덜 부딪치면서 누가 보아도 ‘저 지금 엄청 무서운데요?’라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아이는 참…어떻게 그렇게 얼굴색 하나를 안 바꾸고 그런 연기를….]

의자에 구속된 채로, 다리를 벌벌 떨며 잔뜩 쫄아 있는 찌질한 남자의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낼수록.

열연을 펼치는 중인 은현에게 돌아오는 것은 수많은 건달의 비웃음과 베르단디의 한심하다는 표정뿐이다.

‘아 진짜, 베르단디님 왜 그러세요. 저 지금 일하는 중인데.’

[너무 연기를 잘해서 칭찬한 것이다.]

‘메소드 연기중이니까 조금만 감정 좀 잡을게요. 웃기시면 안 돼요. 진짜로.’

[…알았다.]

베르단디는 어쩔 수 없이 수긍하며 입을 다물었다.

다시 건달들에게로 신경을 집중한 은현이 두려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 여기는 어디입니까!? 당신들은 뭔가요!?”

“알아서 뭐하게, X신아.”

당장이라도 오줌을 지릴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은현의 명연기를 진짜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건달들이 낄낄거리며 은현을 조롱했다.

“당신들…제가 누구인지 알고 저를 납치한 겁니까!?”

“아, 니가 뭔데.”

“알고 싶지도 않은데.”

“우리는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이라고.”

어깨를 으쓱이며 비웃고 있는 건달들을 보며, 은현은 최대한 떨리는 목소리를 연출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를, 저한테 무슨 짓을 한다면, 저희 집안과 왕국이 절대로 당신들을…!”

철컹!

“…….”

안쪽의 철문이 거칠게 열어젖히고, 한 여성과 뒤에서 따라 걸어오는 두 남성의 등장에, 은현을 조롱하며 낄낄거리던 건달들이 단숨에 조용해졌다.

중앙에서 걸어오는 여자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은현을 응시하며, 그의 얼굴을 관찰했다.

그것은 은현도 마찬가지.

릴리가 정신을 폐인으로 만들었던 건달 우두머리 속에 존재했던, 이 마피아 조직을 이끄는 젊은 여자 보스의 모습임을 확신했다.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원했던 형태와 과정을 통한 만남은 아니었지만, 너무 쉬운 전개라서 하마터면 헛웃음이 나올 뻔했던 것을 꾹 참았다.

설마 의도적으로 혼자 밖에서 저녁 식사를 먹고 있는 자신을 이렇게 당당하게 납치를 해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 웃음을 최대한 감추며, 은현은 동요를 연기하며 입을 열었다.

“다, 당신은…?”

“얘야?”

“예. 특징도 일치합니다.”

“흐음.”

동행한 부하, 공석수의 긍정을 들은 페데리카는 비음을 흘리며 은현의 모습을 관찰했다.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다리와 이를 달달 떨고 있는 은현의 모습은 공포심에 젖어 있는 한심한 모습 그 자체다.

어떤 놈일지 궁금했던 것에 살짝이나마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던 것일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의자.”

“예.”

공석수가 눈짓을 하여 부하에게 명령을 내리자, 부하는 재빨리 접이식 의자를 가져와 페데리카의 뒤에 설치했다.

페데리카는 자연스레 의자에 앉고 다리를 꼬며 품에서 시가를 꺼냈다.

곧바로 부하가 능숙하게 입에 물고 있는 페데리카의 시가에 불을 붙여주자,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스으…후우….”

숨을 내쉬자, 그녀의 입과 코에서 나온 시가 연기가 은현의 주위로 퍼졌다.

“너라며? 포커에서 내 부하의 돈을 탈탈 털어갔다는 놈이.”

“아….”

은현은 뒤늦게 깨달은 표정을 지으며 작게 탄식을 내뱉었다.

잔뜩 흔들리고 동요하는 은현의 눈동자를 보고, 페데리카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눈앞의 남자가 조금씩 자신의 머릿속에 공포가 각인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뭘 그렇게 벌벌 떨고 그러니. 설마 내가 보복으로 네 손가락을 모조리 잘라갈까 봐 그러니?”

“…흡!?”

깜짝 놀라며 숨을 삼키며 정곡을 찔렸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해주자, 페데리카는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너한테 딱히 악감정을 품고 있거나 보복을 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잠시 말을 끊고 흡연을 이어가던, 페데리카는 입으로 또 한 번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을 이었다.

“내 부하한테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지어주면, 무조건 승리할 거.’라고, 개소리를 지껄였던데?”

“그, 그것은…!”

“그래서 궁금해져서 말이지. 과연 니가 지껄인 ‘행운의 여신’은 이 상황에서도 너에게 미소를 지어줄까?”

“사, 살려주세요! 딴 돈은 모두 돌려드릴 테니, 제발, 제발 목숨만은…!”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애처롭게 목숨을 구걸하는 은현의 연기는 이 안에 있는 누구도 연기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훌륭했다.

“망치 가져와.”

“예.”

은현을 비웃는 페데리카의 옆으로, 부하가 가져온 장도리 망치를 꺼내어 손에 쥐고는 그녀에게 다가왔다.

“얼굴은 꽤 곱상하게 생겼네. 남창 같은 데에 내다 팔면 꽤 나갈 것 같으니, 얼굴은 건드리면 안 될 것 같고.”

페데리카는 시선을 아래로 내려 벌벌 떨리고 있는 그의 한쪽 무릎을 응시했다.

“다리 한쪽 정도는 괜찮겠지?”

“제, 제발!”

하지만 코웃음을 친 페데리카는 은현의 애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은현의 앞에 선 부하가 망치를 쥔 손을 높게 위로 들어 올렸고, 있는 힘껏 아래로 내려치려는 순간.

“크아악!”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부하를 응시하고 페데리카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음?”

바닥에 쓰러져서 양손으로 자신의 정강이를 감싸 쥐고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부하의 모습은 페데리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은현이 장도리 망치를 내려찍으려는 부하의 정강이를 있는 힘껏 걷어 찼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닥에서 시선을 떼어, 쓰러진 부하의 앞, 의자에 구속된 은현을 자연스레 응시했다.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쉬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뭐야?”

아까까지 보여주었던 공포와 동요가 가득한, 겁에 질려 전신을 덜덜 떨던 모습의 남자가 아니다.

안정된 호흡과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이중인격자를 연상케 할 정도의 다른 면모.

아쉬움이 가득한 한숨을 내쉰 은현이 마침내 입을 열어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멈추라니까…. 이러면 반격해야 하잖아….”

[그래도 다행이구나. 나는 아이가 또, 스스로의 몸을 부러뜨리며 자해를 이용하려는 줄 알고…]

“일리아나와 약속했으니까요.”

어떤 형태로든 스스로의 몸과 목숨을 경원시하지 않겠다고.

계속해서 일리아나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주고 있었던 원인은 은현 자신의 무신경한 사고방식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일리아나와의 진솔한 대화에서 맺은 약속은 지금까지 쌓아오고 형성된 사고방식과 마음속에 또 하나의 제약을 걸고,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염려하는 아내의 걱정이 담긴 약속이라는 ‘제약’.

그렇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아이가 조금씩 마음을 고쳐먹고 있어서 나도 기쁘다.]

베르단디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은현의 머리카락을 상냥하게 쓸어내렸다.

“너…뭐야?”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은현은 순식간에 긴장된 분위기가 형성된 중심의 페데리카를 응시했다.

“누구와 말하고 있는 거야?”

“있어. 내가 아까 말한 ‘행운의 여신님’.”

“…개소리를.”

아직도 말장난하고 있다고 생각한 페데리카의 인상이 단번에 찡그려졌다.

은현이 더는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비롯해 이중인격자 마냥, 아예 딴사람처럼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의자에 양팔을 수갑으로 구속당한 상태고, 고작 혼자.

반면 자신 쪽에는 건장한 조직원들이 수십 명.

이 상황 속에서 도대체 뭘 믿고 저런 여유로운 태도를 보일 수가 있는 걸까.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 페데리카는 매우 불쾌했다.

그녀의 안목은 의자에 구속되어 무기력한 상태일 터인 남자가 위험하다고 머릿속에 경종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누가 위인지를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겠네.”

페데리카는 손을 들어 올려 은현을 지목했다.

“얼굴도 상관없어. 반쯤 죽여 놔.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예.”

그녀의 뒤쪽에 서 있던 공석수가 앞으로 나와 부하들을 한 번씩 흘끗 보며 있는 힘껏 호통을 쳤다.

“쳐!”

짧고 굵직한 목소리의 일갈이 퍼지자마자, 건달 부하들이 의자에 구속된 은현에게로 달려들었다.

은현이 아까처럼 가장 앞쪽에서 자신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건달의 정강이를 걷어차자.

“크악!”

다리의 통증으로 하체를 휘청이면서, 아래로 숙인 상체의 머리 이마에 박치기를 가격했다.

“끄아아!”

양팔을 구속한 의자째로 들어 올리고, 은현은 다리를 올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건달의 가슴팍을 있는 힘껏 걷어찼다.

이어서 얼굴을 가격하기 위해 날아오는 라이트 훅의 주먹을 상체를 숙이면서 피해내고, 몸을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회전시켰다.

뒤쪽에 양팔을 구속하던 의자의 다리로 라이트 훅을 날린 건달의 허리와 허벅지를 가격한다.

“크억!”

통증을 느끼며 잠시간 주춤하는 아주 짧은 찰나.

다리를 축으로 한 바퀴 회전하며 힘을 실은 돌려차기가 주춤하는 건달의 턱을 정확히 가격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축 늘어졌다.

허무하게 바닥에 쓰러지는 건달의 상태를 확인할 새도 없이 다른 건달들이 은현에게 달려들어 그를 위협했다.

“우오오오오!”

기합인지, 우렁찬 함성을 내뱉으며 돌진한 우락부락한 건달이 우악스러운 손으로 은현의 몸을 움켜쥐며 있는 힘껏 벽에 처박았다.

쿵!

“크…!”

등에서 가해진 충격에 은현이 작은 신음을 내뱉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목을 움켜쥔 채로 그대로 위로 들어 올려, 그대로 목을 조르려는 손의 악력에서 저항하는 것은 양팔이 구속된 상태로는 불가능했다.

하다못해 마력을 이용한 신체 강화라도 사용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디서 구했는지, 마력 차단용 수갑이 채워진 은현의 몸을 마력을 이용하는 것조차 제한되었다.

일리아나라면 모를까, 은현에게는 순간적인 대량의 마력 방출로 제한 이상의 출력으로 수갑을 망가뜨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 속에서 이런 상황은 은현에게 위기의 축도 끼지 못했다.

상대방이 마력을 이용한 신체 강화를 사용할 수 있고, 자신은 사용할 수 없는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고 해서 패배를 한다면.

지금까지 자신은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마력을 이용한 신체 강화가 없더라도, 그의 무력을 구성하는 최대의 무기는 쌓아온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경험과 기술이다.

있는 힘을 쥐어 짜내어 하체를 비틀어 자신의 목을 들어 올려 조르고 있는 건달의 턱에 니킥을 꽂아 넣었다.

“크헉!”

목을 조르는 건달의 손에서 풀려난 은현은 빠르게 바닥에 다리를 딛고 착지했다.

턱을 가격당해, 휘청이고 있는 거한의 아래턱을 머리로 강하게 부딪치자, 혀를 씹은 거한의 건달이 입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이게!”

곧바로 옆에서 들어오는 다른 건달의 발차기를 등 뒤의 의자로 막아낸다.

끼릭!

마침내 내구성을 다한 녹슨 철제 의자가 부서지면서 은현을 구속하던 양팔의 제약이 풀렸다.

마력차단용 수갑으로 인해 아직 마력을 사용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난투전에서 은현이 꿀릴 요소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설령 일대 다수일지라도.

게다가 지금의 은현에게는 마력 이외에도, 자신이 스스로 제작해낸 신의 무구가 존재했다.

카앙!

정확히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온 단검을 은현을 고개를 옆으로 틀어 피해냈다.

“…….”

구석에 배치되어 있던 검들을 꺼낸 건달들은 모두 마력을 통한 신체 강화로 전투의 태세에 들어가 있는 상태.

“차라리, 처음부터 전력으로 덤비지.”

그들이라고 양팔을 구속당하고 마력의 사용도 봉인 당한 일반인 하나에게 이토록 압도를 당할 줄 알았을까.

하지만 은현이라고 해도 그들을 비웃으며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곳 공작령의 뒤에서 깊게 뿌리내려 많은 사람을 착취하며 살아오고 있는 범죄조직의 구성원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해줄 실력은 아니기 때문이다.

은현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여신에게 허락을 구해야 했다.

‘베르단디님.’

[허가하마.]

‘감사합니다.’

여신의 허락을 받은 은현은 미소를 지으며 망설임 없이 손으로 자신의 가슴 정중앙을 꿰뚫었다.

“무, 무슨!?”

새하얀 빛을 뿜어내며 은현의 손이 가슴속으로 빨려들어 가는 광경은 페데리카를 포함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형적인 광경이다.

“이걸 처음 선보이게 되는 게 설마 너희 같은 양아치들이 될 줄은.”

은현은 자신의 가슴 속에 박힌 손을 빼내자, 그의 손에는 백은색으로 찬란히 빛나는 하나의 열쇠가 쥐어져 있었다.

“열쇠…?”

멍한 표정을 짓던 한 건달의 목소리를 들은 은현은 미소지으며 열쇠를 비틀어 문을 여는듯한 행동을 보였다.

[역사를 재현하는 백은의 열쇠]

[소환, 리딜]

은백색의 열쇠는 이내 은현의 손에서 은색 빛의 단검으로 변하고, 무기의 역사를 ‘재현’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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