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부활한 불멸자-324화 (324/730)

〈 324화 〉 324. 브로디아 마피아(2)

* * *

“흐음…. 그렇단 말이지?”

점원의 보고를 들은 페데리카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네.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재력에 비해 인성이나 지능은 형편없어 보입니다.”

은현의 요구를 받아들여, 노예들이 머무를 일반 객실을 예약하기 위해 블랙마켓을 빠져나온 점원은 곧바로 자신의 보스를 찾아와 은현에 대한 인상을 보고했다.

“우리 쪽에서 출품한 싸구려 모조품을 모조리 사들였다고? 하.”

그것도 예상했던 가격의 2, 3배가 되는 금액으로.

물건은 보는 안목도 제대로 없으며, 그저 도박만으로 그러한 재력을 쌓았을 리가 없다.

필시 그의 집안에서 가지고 있는 재력이 어마어마하다는 뜻.

자신의 집안의 내력과 재력 등을 믿고 세상을 모르고 나대는 고위 귀족 집안 자제의 이야기는, 어딜 가나 존재하는 흔한 이야기다.

심지어 카지노에서 포커로 상대방의 돈을 모조리 탈탈 털어먹는 기술도 가지고 있는데, 무서울 것이 뭐가 있을까.

“건방지네.”

페데리카는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고 자신의 영역 안에서 발정 난 미친개 마냥, 나대는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코웃음을 쳤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납치해서 가둬두고, 교육 좀 한 다음에 일을 시키는 게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어떤 놈인지, 직접 한번 얼굴을 봐야겠어.”

“직접 말입니까?”

페데리카가 누군가에게 흥미를 보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들리는 인상만으로는 완전 등신 호구 새끼인데, 뭔가가 걸리네. 도대체 뭘까.”

아버지의 조직을 이어받고, 여자의 몸으로 마피아의 보스가 된 페데리카가 지금까지 사업을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감 때문이다.

타인의 생명조차도 돈으로 환산하여 쥐어 짜내어 이익을 착취하는 악랄한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페데리카가 가장 중시했던 것은 ‘사람을 보는 안목’이다.

특성상 자신의 뒤통수에 칼을 꽂지 않고, 무조건으로 자신의 명령을 따를 수 있는 부하들을 만들어 그들을 끌어안고 지금까지 자신의 조직을 키워왔다.

지금 시점에서는 페데리카의 ‘브로디아 마피아’는 사비로스 공작조차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거대한 하나의 권력 그 자체.

그런 페데리카의 감이 ‘알베르’라는 은백색 머리카락의 남자에 대해 애매모호 하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직접 면상을 보고 얘기 좀 나눠보고 싶네.”

굴복시키고 아래에 두면서, 자신의 힘을 더 키우는데 보탬이 될 수 있는 인재인지.

아니면 그냥 생각도 없이 여자만 밝히는 발정 난 쓰레기인지.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보고 싶어졌다.

“호위는 따로 없고?”

“동행한 사람은 총 셋으로, 여동생과 두 아내 중, 전투가 가능해 보이는 사람은 하나라고 하더군요.”

허리춤에 레이피어를 착용하여 무기를 소지하고 있던 사람은 단 한 명.

“흐음….”

“무언가 걸리십니까?”

“초대장은 두 장을 보냈는데, 그 남자는 어째서 전투가 가능한 호위가 아니라, 다른 쪽의 아내를 데리고 블랙마켓을 돌아다녔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성향과 생각의 차이 때문 아닐까요? 그 부부는…당당하게 제 앞에서 그딴 플레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진짜 그냥 과시욕에 남의 시선을 즐기는 변태들인가…?”

“제 눈에는 그냥 그렇게 보였습니다만.”

보여준 행동이 너무 파격적이었기 때문일까, 그 플레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들었던 점원이 인상이 팍 찡그려졌다.

“넌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페데리카는 인상을 쓰고 있는 부하의 얼굴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부탁했는데, 끝까지 해주지 않았습니다.”

“뭐를?”

“…….”

점원은 보스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 ◆ ◆

우오오오오!

쿵!

“크아아아!”

거구인 미노타우로스의 발이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던 노예의 다리를 가차 없이 짓밟았다.

“으하하! 죽여! 죽이라고!”

“X발! 버텨! 2분에 걸었다고!”

“그것도 못 버티냐! 등신아!”

쇠창살로 인해 도망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감옥 속에서, 마수에게 쫓기는 노예를 걱정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노예의 죽음은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과연 그가 마수와의 교전에서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몇 분을 버티고 죽음을 맞이할지를 알아맞히는 베팅만이 이 블랙마켓의 경매 행사에 참여한 관객들의 관심사다.

“…미쳤어.”

릴리는 그 광기의 현장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이곳의 냄새를 맡고, 소리를 듣고,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속의 역한 기분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구토할 것만 같았다.

마수에게 쫓기는 노예가 불쌍하고, 잔인해서가 아니다.

그 노예를 보며 환호하고, 조롱하고, 같은 인간이면서 그의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고 있는 많은 관객의 모습이 너무나도 역겨웠다.

“…그렇군.”

“주인님?”

굳은 표정으로 혼자서 이해한 모습을 보이는 은현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릴리. 공작령에 오기 전에, 네 고향이었던 영지에서 들었던 이야기. 기억해?”

“그건…혹시 젊은 사람들이 공작령으로 대거 이주를 해오고 있다는 이야기요?”

“어.”

심각한 표정으로 감옥 콜로세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은현이 긍정했다.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깨닫고, 릴리도 두 눈을 크게 뜨며 경악이 어린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저 사람이…?”

“그럴 가능성…높아 보이는데.”

은현과 마찬가지로 감옥 콜로세움을 뚫어져라, 쳐다본 릴리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영지에서 온 사람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유혹에 걸려들어 속아서 넘어온 사람 중 하나겠지.”

은현은 상황의 모든 전말을 이해했다.

주변에 위치한 소영지와 마을들의 젊은 사람들을 선동하여 공작령으로 꼬드기고, 그들을 속여서 무슨 이득을 취하려 하는 것인가.

“설마, 이 지하에서 마수를 사육하고 있을 줄은….”

“마수의 사육….”

마수가 자신의 신체 기능을 유지해나가고, 보존하는 방식은 딱 하나다.

생명 속에 깃들어있는 마나를 먹어치우고, 그 마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오염시키는 과정.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신체 기능의 유지와 동시에 전반적인 능력의 상승을 일으킨다.

하급에 속하는 마수의 종중에서도, 가끔가다 유독 강한 개체가 태어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평범한 고블린이 많은 야생동물과 인간들을 먹어치우고, 고블린 워리어나, 고블린 챔피언 같은 상위 개체로 성장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

그 과정에서 생명과 마나를 포식하는 행위는 마수의 머릿속에 새겨져 있는 본능 때문이다.

“그럼 여러 곳에서 젊은 남녀들을 속여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는….”

“마수들을 사육하기 위한 먹이지.”

그것도 그냥 먹이가 아니다.

남성의 경우에는 저렇게 콜로세움에 갇혀서 농락을 당하며 관객들의 유희 거리로 전락한 끝에, 마수에게 잡아먹히는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여성의 경우에는 돈이 많은 고위 귀족, 대부호들의 노리개로 전락하여 마음껏 농락을 당한 끝에, 이용가치를 잃어버린 순간 마수들에게 먹이로 던져지는 것이다.

이 카지노를, 블랙마켓을 운영하는 ‘브로디아’라는 마피아의 추악한 실체를 깨달은 릴리는 할 말을 잃으며 자신의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만약, 자신의 어머니가 저렇게 마수들의 먹이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당장이라도 그녀의 이성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릴리.”

그렇게 주먹을 꽉 쥔 그녀의 한쪽 손을 붙잡으며, 은현이 릴리를 진정시켰다.

“주인님….”

“네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야. 하지만 그 마음을 모조리 표출할 때는 지금이 아니야.”

어머니의 행방을 비롯해 모든 것이 확실해졌을 때.

움직여야 하는 것은 그때다.

“…죄송해요.”

릴리는 순순히 격정적인 감정을 품은 것을 사과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네?”

“가끔가다가 떠올리는 구절이지. 매사에 통용되는 실생활 용어라는 게 참 신기해.”

“후으….”

릴리는 쓸데없는 농담을 던지며 머리를 쓸어내려 정리해주는 은현의 손길을 느꼈다.

세차게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숨을 내쉬며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저 농담에 불과했지만, 지금의 릴리에게 가장 와닿는 말이다.

“가자.”

“네?”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은 모두 얻었어. 그 많은 사람을 공작령으로 모아서 무엇을 하려는 것까지도 말이지. 게다가 그 마피아 쪽 무리에게 내가 어떤 놈인지 인상도 대강 심어주면서 목적도 달성했으니까.”

“…그렇죠.”

은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평소 릴 리가 착용하던 메이드복을 소환했다.

“입어.”

“…네.”

릴리는 무언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 은현이 건 내준 메이드복을 받아들였다.

담요로 전신을 가리고 있기는 했지만, 그녀의 차림새는 아직도 전라에 가까운 선정적인 복장이다.

삽입된 바이브는 이미 빼내었지만, 어딘가 허전함을 느끼며 양다리를 문지르고 있는 릴리의 태도는 명백히 이상했다.

“주인님….”

“응?”

“저희 아까 전의 그거…. 공작령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하겠죠?”

“당연하지.”

자신이나, 릴리나, 상황과 서로의 모습에 이끌려 솔직하게 욕구를 탐하고 해소했다고는 하지만, 이런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었다.

“그러면….”

그것에 대해 릴리는 매우 아쉬움을 느꼈다.

“차라리 돌아가면서…한 번만 더 저를 심하게 괴롭혀주시면 안 될까요?”

“…….”

은현은 잠시간 그녀의 부탁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아쉬움이 가득한 릴리의 애절한 눈빛을 본 은현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 ◆ ◆

“릴리, 구매한 노예들은 모두 네가 관리해.”

노출과 조교가 가득 담긴 플레이를 끝내고, 호텔로 복귀한 은현은 곧장 릴리에게 노예들의 관리를 맡겼다.

“네.”

릴리는 당연하다는 듯 수긍하며 은현의 명령을 받아들였다.

애초에 자신의 어리광에 가까운 부탁으로 거금을 들여 구매한 노예들이다.

자신이 책임을 지고 관리를 하는 것이 맞았다.

“근데 현이도 대단하구나….”

몇 시간 만에 막대한 양의 지출을 하고도, 두 눈 하나 꿈쩍도 하지 않는 은현의 신경에 에린은 침을 삼켰다.

자신은 한평생 모아보지도 못한 금액을 단번에 사용하는 것을 보고, 새삼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자, 그럼 이제 슬슬 저쪽에서 움직임이 올 거야. 이제 본격적으로 엿을 먹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자.”

피식 미소를 지으며 은현은 에린과 에밀리아, 릴리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블랙마켓의 내부에서 벌어진 노예 경매와 마수의 사육 건을 들은 에린이 인상을 찡그렸다.

“…진짜 나쁜 사람들이네. 그 블랙마켓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모두 다, 혼내주는 거야?”

“맞아. 그중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건, 블랙마켓과 이 카지노 호텔의 주인인 브로디아 마피아의 보스, 페데리카 브로디아라는 여자야.”

더 나아가서는 그의 휘하에 있는 마피아 조직 자체다.

릴리의 아버지를 비롯한 다수의 사람을 카지노로 유혹하여 도박의 늪에 빠뜨리고, 최종적으로 가정을 붕괴시키고 노예로 전락하게 만든 수법의 사업을 진행했던 원흉.

릴리가 과거와 완전히 결착을 짓기 위한, 복수의 대상에 해당하는 최종 목표인 여자다.

“이 여자는 일단, 나한테 맡겨줬으면 해.”

“네.”

“알겠어요.”

두 여자는 군말 없이 은현의 말에 따랐다.

“자, 그럼 모두 이걸 왼쪽 귀에 착용해.”

“이건….”

“이게 뭐야?”

에린은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은현이 내민 다이아가 박혀있는 귀걸이를 관찰했다.

“전음 마법이 각인된 아티팩트야. 떨어져 있는 동안의 의사소통은 이걸로 할 테니까. 착용하고 있어.”

“아, 그렇구나.”

“네.”

“그럼 모두 움직이자.”

“명령을 수락합니다.”

각자의 역할과 행동 방침, 순서를 다시 한번 설명하고 은현 일행은 행동을 개시했다.

개별 행동을 위해, 은현이 호텔 객실을 나가고, 방 안에는 에린과 릴리, 셋만이 남았다.

“언니.”

“응?”

“뭔가 맛있는 거 먹었어? 피부가 엄청 하얗고 탱탱해졌어.”

평소랑 별로 달라진 것은 없는데, 유독 기운차고 한결 매끄러운 릴리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더니, 호기심이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릴리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굉장히 맛있는 걸, 주인님이 주셨거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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