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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불멸자-317화 (317/730)

〈 317화 〉 317. 카지노 사비야(3)

* * *

“안 돼…. 이건…안 좋아….”

자신의 손톱을 깨물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여성 플레이어는 조바심을 내어 냉정치 못한 상태였다.

그녀가 이렇게 냉정함을 잃는 이유는 돌이킬 수 없게 된 자신의 현 상황 때문이었다.

멋대로 조직의 돈을 몰래 꺼내어 도박했다는 사실이 들키게 되었을 때, 자신에게 내려질 엄벌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아무도 모르게 자본으로 사용하고 도박을 통해서 딴 돈을 챙긴 다음에, 곧바로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일인 것처럼 돈을 메꿔둘 생각이었다.

그것이 은백색 머리카락 남자의 등장으로 완전히 계획이 틀어져 버린 것이다.

까득

“도대체…무슨 수를 쓴 거야…!”

자신의 속임수를 눈치챈 것은 그렇다고 칠 수 있다.

눈이 좋고 자신보다 뛰어난 실력자를 만난 것이라면, 지기 전에 발을 빼면 되는 문제였다.

카드를 섞는 손기술은 처음 해보는 티가 역력히 드러나는 초심자의 수준.

여성 플레이어는 굳이 자신의 기술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은현의 칩들을 모조리 털어먹을 수 있으리라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은현은 무슨 수를 사용했는지, 자신과 다른 플레이어들의 패를 모두 알아맞힐 수 있는 수단을 보유했으며, 역으로 자신의 돈을 모조리 털어갔다.

“보스께서 이 사실을 알면….”

손톱을 깨물며 빼돌린 조직의 돈을 어떻게 메꿔야 할지에 대한 방법을 궁리하고 있을 때.

“내가 알면 뭐?”

“흡…!?”

살벌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든다.

여성 플레이어가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어깨를 경직시켰다.

황급히 자신의 굳은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가슴이 확 파인 색정적인 의상을 입은 여성의 모습을 발견하고 안색을 굳힌다.

“보, 보스….”

“따라와.”

“…네.”

여성 플레이어는 여러 명의 우락부락한 남성들에게 둘러싸인 형태로 연행되다시피 가장 깊숙한 방으로 이동했다.

검은색 머리카락의 여성, ‘페데리카 브로디아’는 방안으로 들어서서 곧장 중앙의 상석인 소파에 앉았다.

그리곤 다리를 꼬며 여성 플레이어를 올려다보았다.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여성 플레이어가 모든 게 끝났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얘기는 들었어. 금고에서 내 돈을 빼내 갔다지?”

“…네.”

여성 플레이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죄를 인정했다.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쓸데없는 사족을 붙이며 포장하는 것보다,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답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욕심이 날 수도 있어.”

페데리카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의 표정은 날카로움과 매서움을 겸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용서해주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좋아. 석수야.”

“예.”

페데리카의 눈짓에, 그녀를 경호하던 우락부락한 덩치의 남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령을 받은 대로, 공석수는 여성 플레이어에게 다가갔다.

퍼억!

“커흑!”

복부에 꽂히는 묵직한 주먹에 여성 플레이어의 허리가 휘청였다.

이윽고 아래로 숙어지는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아 강제로 바닥에 처박았다.

억지로 바닥에 머리를 처박히고 무릎이 꿇려진 틈을 타, 그녀의 발목을 짓밟는다.

콰직

“꺄아아아!”

우락부락한 남자의 체중이 실리면서 발목을 짓밟히자, 그녀의 발목이 역으로 꺾이며 시뻘겋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손가락을 부러뜨려야 하지만, 네 손은 필요하니까 발목으로 봐줄게.”

“끄…흐으…. 감…사합니다.”

눈물과 콧물을 쏟아내며 모든 비명을 토해낸 여성 플레이어가 페데리카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만약 자신이 그저 말단 조직원에 불과한 구성원이었다면, 지금쯤 자신은 팔이나 다리 하나가 잘렸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신체를 절단시키지 않고 골절시킨 것만으로도 다행인 이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성 플레이어는 자신의 기술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페데리카의 안목에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저거, 밖에 데려가서 치료시켜.”

“예. 보스.”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부하 하나가 재빨리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신속하게 움직여 발목이 부러진 여성 플레이어를 부축하고 방을 나갔다.

“흐음.”

공석수와 둘만이 남게 된 페데리카는 소파에 몸을 기대어, 팔걸이에 걸친 팔로 얼굴을 받치며 생각에 잠겼다.

“흥미롭네. 도대체 어떤 놈일까?”

도박으로 자신의 부하인 여성 플레이어의 돈을 탈탈 털어간 자의 정체에 관해서 호기심이 일었다.

멋대로 자신의 돈을 건드려 도박판에서 굴린 것에 대한 응징은 철저히 이루어졌지만, 그래도 그녀의 손기술과 도박꾼으로서의 능력을 높게 사고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로 끝냈다.

그런 그녀를 압도했다는 자가 도대체 누구인 걸까? 라는 호기심.

“조사해봐. 쓸만한 인재라면, 작업 쳐서 내 아래로 둬야겠어.”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데?”

“‘재료’들을 수급하고 이곳으로 복귀하던 도중, 마차가 습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뭐?”

예상치 못한 소식을 접한 페데리카의 눈이 크게 떠졌다.

“…어디에서?”

“공작령으로 복귀하던 도중, 도로 근처의 숲에 우리 쪽 녀석들이 나무에 밧줄로 묶여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묶여있던 놈들이 침을 흘리고 하나같이 폐인이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

페데리카는 인상을 찡그리며 생각에 잠겼다.

“‘재료’와 마차들은?”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일단은 수색 범위를 넓히고, 재료를 수급했던 영지나 마을까지 가서, 조사를 해보도록 명령을 내려두었습니다.”

“…잘했어.”

나름 적절한 조치였지만, 페데리카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지하 시설을 눈치챈 녀석이 있다는 건가?”

“아마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공석수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페데리카의 추측에 동의했다.

자신의 말단 조직원들을 도로 위에서 습격하고, 그것도 모자라 마차와 마차 안의 ‘재료’들을 탈취한 행동이, 아무것도 모르고 벌인 행동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쯧. 알았어. 보고가 들어오는 대로 곧바로 나한테 얘기해.”

“예.”

공석수는 그렇게 페데리카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갔다.

◆ ◆ ◆

“이 칩들은 도대체….”

은현과 함께 카지노의 내부를 걸으며 에린을 찾아다녔던 릴리는 에린의 자리 앞에 놓여있는 칩 더미들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추, 축하드립니다….”

“오오!”

“또야! 또라고!”

중앙에서 회전하고 있는 룰렛 위의 쇠구슬이 멈춘 칸의 결과가 나오자, 사람들이 경악과 신기함 등의 다양한 표정을 내비쳤다.

그중에서 이 룰렛 게임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은 이제 막 성인이 된 남청색 머리카락의 아름다운 숙녀다.

“와아! 또 이겼다아!”

자신의 앞에 다수의 칩들이 쌓이자, 에린이 신난다는 듯 양팔을 들어 올리며 활짝 웃었다.

“이번이 벌써 몇 번째인지!”

“아가씨! 빨리! 빨리 한 번 더 해보라고! 나도 걸어보게!”

많은 관심이 집중된 룰렛 테이블 위에 쌓여있는 에린의 칩은 처음 은현이 주었던 칩의 몇 배나 되는 양으로 불어나 있었다.

“떨어지면 돌아오라고 했는데…안 돌아왔던 이유가 있었네.”

“그, 그러게요….”

떨어지기는커녕 더더욱 불어나 있는 칩을 보고, 저 룰렛 게임판 속에서 유일하게 웃지 못하고 죽을상을 짓고 있는 딜러의 얼굴로 자연스레 시선이 갔다.

룰렛의 경우에는 사실상 딜러와 플레이어 간의 대결 구도 같은 비슷한 부분이 존재한다.

플레이어들이 많은 금액을 따게 되면, 그만큼 카지노 쪽에서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

겨우 개인이 따고 있는 금액이라 봐야 그렇게 많다고도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1년 치 금액들을 우습게 따내고, 고스란히 내줘야 하는 딜러로서는 윗선의 상사에게 가득 쪼이는 앞날이 기다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딱히 에린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딜러는 눈앞의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녀에게 정말로 미운 감정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뒤늦게 은현의 기척을 감지한 에린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주위를 탐색했다.

“혀…!”

“쉿.”

멀찍이서 활짝 웃으며 자신을 부르려는 에린의 행동을 은현이 검지로 자신의 입술을 가리키며 제지했다.

“아. 맞다.”

뒤늦게 이곳에서 자신들의 출신과 이름을 밝혀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 여기까지만 할게요!”

자신을 데리러 온 두 사람에게로 가기 위해서, 자신의 자리 위에 쌓여있는 칩들을 박스 안에 쓸어 담고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이봐! 이번에 어디에 넣을 예정이었는지, 그건 알려주고 가라고!”

아쉬운 마음에 에린을 붙잡으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권유를 재빠르게 거절하고 몰려있는 인파를 능숙하게 빠져나왔다.

“미안! 오래 기다렸어?”

“아니, 별로. 그것보다, 도대체 어떻게 딴 거야? 그 칩들은?”

“이거? 으음….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게임 규칙 같은 거, 너무 어렵더라. 그냥 방황하고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처음 이곳에 온 거면 룰렛을 해보라고 했거든. 친절하게 게임 하는 방법도 알려줬어.”

그냥 쇠구슬이 룰렛 위의 어느 칸에 들어가는지를 알아맞히는 게임인 룰렛은 복잡한 게임의 규칙을 외워야 하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매우 간단했다.

“그냥 홀수인지 짝수인지, 검은색 칸인지, 빨간색 칸인지만 맞춰도 된다길래, 그쪽으로 돈을 걸면서 게임을 하고 있었거든? 그러다 보니 계속 이기다가 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라!”

“…….”

에린은 신기한 경험을 했다는 듯 실실거리며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소녀를 바라보는 은현과 릴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베르단디님.’

[아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다른 신들도, 신수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말로 행운의 여신이 존재한다면, 지금 이 순간 에린의 곁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강렬한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베르단디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 가능성을 부정했다.

“잃어도 상관없다고 했는데, 너는 항상 내 예상을 벗어나는구나.”

“응? 많이 따면 좋은 거 아니야? 나 잘못했어?”

“아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쁜 오산이야. 잘했어.”

에린의 룰렛 잭팟은 정말로 오산이었다.

“헤헤, 그렇지? 나 잘했지?”

미소지으며 에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소녀의 표정이 다시 풀어지며 헤실거렸다.

“그래. 그래.”

하지만 이 오산으로 카지노 측의 상부에 은현 일행이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어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곳이 지구였으면 코인 좀 사게 해보는 건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은현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에린이 벌어들인 돈은 은현이 벌어들인 돈에 비해 비교되지 않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순전히 운만으로 개인이 이 정도까지 돈을 쓸어 담은 사건은 카지노 측에서는 절대로 무시하지 못한다.

은현과 에린이 딴 칩들을 모조리 회수하고 손해를 메꾸기 위해 반드시 움직임을 보일 터이다.

기억을 읽었던 우두머리 건달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이 카지노를 운영하는 보스라는 여자는 그만큼 돈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여자였다.

자신이 입은 손해가 아주 적더라도, 그것을 참을 사람이 아니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조만간 카지노 측에서 움직임이 있을 때까지 여유롭게 관광을 즐기자는 것으로 생각을 마쳤다.

은현은 미소지으며 두 사람을 데리고 식당을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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