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부활한 불멸자-311화 (311/730)

〈 311화 〉 311. 몽마의 마성(??)(2)

* * *

“네 어머니가 어디 있냐고? 그걸 내가 알 턱이 있나!”

굉장히 반가운 얼굴을 보기라도 한 양, 우두머리 건달은 희희낙락한 표정을 지었다.

거만하게 양팔을 어깨 위로 들어 올려 정욕이 어린 눈으로 훌륭하게 성장한 릴리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네 어머니는 말이지! 그때 우리를 재미있게 해준다면, 너를 만나게 해주고 함께 있을 수 있게 해준다는 우리의 말을 믿고 수십 명의 남자를 상대했다고!”

“…….”

“그리고는 한참을 재미 본 뒤에, 너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말과 함께 보스께 가져다 바쳤지! 그 이후로는 몰라! 으하하하!”

어머니의 행방을 들은 릴리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이러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엘레노아에게서도 들었고, 은현에게서도 마음을 굳세게 먹고 준비를 단단히 하라고 들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자신의 앞에 놓인 진실은 너무 잔혹하다.

자신의 어머니가 겪어야 했을 치욕스러운 일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성장하니 정말로 아름다워졌군!”

허름한 옷과 깡마른 체구로 아무런 매력도 없었던 볼품없는 과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눈앞의 여성은 잘록한 허리와 큰 가슴으로 여성의 매력을 남김없이 뽐내고 있다.

심지어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끌려 릴리의 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가지고 싶다.

취하고 싶다.

자신의 품 안에 넣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우두머리뿐 만이 아니라, 주위의 건달들에게도 비슷한 효과를 일으키고 있었다.

마치 이곳에 있는 은현을 제외한, 남자들 전원이 악마에게 홀린 것인 양 가슴 속에 숨겨져 있는 강력한 정욕을 강력히 불러일으킨다.

“어떻게 노예의 신분을 벗고 잘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옷을 벗고 다시 나의 노예가 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이윽고 릴리의 옆에 서 있는 에린의 몸을 한차례 훑어보고, 입술을 핥으며 입맛을 다셨다.

“으….”

그 시선이 매우 기분이 나빴던 에린이 인상을 찡그리며 자신의 가슴을 양팔로 가렸다.

“순순히 따라온다면, 남자는 살려주마.”

낄낄대며 릴리와 에린에게 이쪽으로 순순히 오라며 손짓하는 우두머리는 이 상황에서 자신의 절대적인 우위를 자신했다.

귀티가 나는 젊은 귀족으로 보이지만 전투능력은 전혀 없어 보이는 남성 하나.

그런 남자를 보필하고 있는 메이드 하나.

어린애로 보이는 소녀 하나.

그나마 검을 차고 있어 모험가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한 명.

실질적으로 건달들의 눈에는 전투가 가능한 인원은 네 명 중, 단 한 명밖에 없다.

눈앞의 이 상황이 우스워 보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저 남자를 묶어두고, 저놈이 보는 앞에서, 저 두 년을 가지고 노는 것도 재미있겠어.’

조직에 속해오면서, 위에서 떨어지는 콩고물만을 받아먹고 5년을 넘게 개처럼 살아온 자신의 인생과 대비되는 듯 눈앞의 은백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흠.”

특히나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이렇게 많은 수의 깡패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은백색 머리카락의 남자, 은현의 태도다.

마치 자신과는 관계가 없는 일인 양, 담담하게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저 여유로운 태도를 잃어버린 표정을 보고 싶었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는 울고불고 매달리며, 제발 자신의 일행을 놓아달라고 애원해오는 남자의 얼굴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서인지, 은현이 어째서 저렇게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지 못한다.

“너 따위가…내 몸에 손을 대고, 나를 노예로 만든다고?”

“어?”

하지만 상황은 건달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순순히 자신들의 말을 듣고, 노예가 되겠다고 빌어야 할 릴리가, 경멸과 혐오, 증오의 다양한 감정이 섞인 시선으로 건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의외의 상황에 건달들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릴리를 바라보고 있을 때, 릴리는 건달들이 아닌 은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님.”

“그래. 허가할게.”

“…감사드려요.”

릴리는 작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언니….”

“괜찮아. 에린. 이건…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야. 누구에게 맡겨서도 안 돼.”

그렇게 걱정스러운 시선을 짓던 에린을 안심시켰다.

그리곤 천천히 앞으로 걸어와, 건달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에린과 함께가 아니라, 릴리 혼자만 자신들에게 걸어오자, 우두머리 건달이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뭐하자는 거야? 너랑 저 여자도 같이….”

“내 몸은 너희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게 아니야.”

“…뭐?”

“나의 몸과 마음은 모두 나의 주인에게 바치기 위한 것이지. 너희 같은 쓰레기에게 만져지라고 있는 게 아니야.”

뒤늦게 릴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를, 건달들이 깨닫는다.

눈앞의 메이드 여성은 지금 자신들의 노예가 되기 위해 자신들에게 걸어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다행이야.”

릴리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허해지고, 무너져 내렸던 마음속에 증오심과 분노, 경멸, 혐오의 다양한 감정들이 휘몰아치면서, 억지로 자신의 마음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암울하기만 했던 인생 속에서, 따뜻한 한 줄기의 빛이 내려와 자신을 비추고 구원했다.

이 세상에 신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릴리의 손에 기회를 주었다.

신의 대리인은 허가했다.

자신의 어머니를 범했던 눈앞의 증오스러운 남자를 자신의 손으로 벌을 내려도 좋다고.

그것이 참을 수 없이 기쁘다.

“너에게도 감사할게.”

“이 미친년이 지금…?”

뭐라 지껄이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윽고 릴리가 말을 이었다.

“네가 어머니를 어떻게 했는지를 듣는 순간, 머릿속에 남아있었던 망설임이 사라졌어.”

자신의 선택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해 남아있었던 일말의 저항감이 말끔히 사라졌다.

릴리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어머니를 농락했던 눈앞의 남자에게, 어머니가 느꼈던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선사해주는 방법뿐이다.

“형님!”

천천히 걸어오는 릴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한 부하가 마차 안에서 꺼내온 나무 몽둥이를 휘둘러, 릴리의 머리를 가격하려 했다.

[서큐버스 고유능력]

[매혹의 눈]

[나 말고 이 남자를 때려.]

퍼억!

“크악!”

몽둥이를 얻어맞은 것은 릴리가 아닌 우두머리 건달 쪽이었다.

어깨 부분을 강하게 얻어맞은 우두머리 건달이 짜증이 섞인 표정을 지으며 옆을 바라보았다.

“뭐 하는 짓…어?”

욕설을 내뱉으며, 자신의 어깨를 몽둥이로 후려친 부하의 멱살을 붙잡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짓는 부하의 얼굴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잔뜩 풀린 눈동자와 살짝 벌어진 입.

부하의 시선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았다.

마치 약에 취해 몽롱한 정신 상태처럼 보였다.

‘뭐야. 이거? 완전히 맛이 갔잖아?’

원인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공격하기 전에 했던 ‘릴리의 말’뿐이다.

“무슨 짓을…!”

고개를 돌려 릴리에게 따지려던 순간.

“이 모습을 내 의지로 너희에게 직접 보이는 이유. 알 수 있을까?”

응집된 마력의 기운들이 릴리의 몸을 감싸면서, 그녀의 외양을 하나하나 변경해나갔다.

깔끔하고 정갈했던 메이드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릴리의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성의 중요 부위만을 가리고 과도한 살색을 드러내는 매우 선정적인 복장.

머리 위에 생겨난 산양의 뿔.

그리고 릴리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단숨에 건달들을 잠식해나갔다.

완전한 악마 상태의 모습을 드러낸 릴리는 말을 이였다.

“너흴 살려둘 생각이 없다는 뜻이야.”

“제, 젠장!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릴리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양질의 마력을 느끼고, 우두머리 건달은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머릿속에 강하게 ‘도망쳐라.’라고 명령을 하는 것은 수년간 조직 안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생활해왔던 그의 생존본능이었다.

릴리가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우두머리 건달은 한 걸음씩 뒷걸음질을 쳤다.

그와 마찬가지로 긴장한 상태로 각자의 무기를 들고, 자신을 노려보던 건달의 무리를 릴리가 흘끗 바라보았다.

“크…! 으…?”

매혹의 눈을 발동시켜, 자신과 눈을 마주친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머릿속으로 들어와 강제적으로 이성을 장악해나가며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과정은 수 많은 사람들을 세뇌시켜 자신의 포로로 만들어 내는 악마의 위업 그 자체다.

그렇게 주위 건달들의 이성을 모조리 장악시켜나갔다.

오직 단 한 사람을 빼고.

릴리는 마성(??)을 담아 세뇌가 끝난 건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 남자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아.]

“…예.”

서큐버스에게 세뇌당한 건달들은 이제 릴리의 명령만을 따르는 충실한 종이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건달들이 자신들이 쥐고 있던 무기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우두머리 건달의 팔다리를 하나씩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도록 구속했다.

“이, 이거 놔! 왜 이 년의 말을 듣는 거야! 정신 차려!”

태어나 살면서, 악마의 존재를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우두머리 건달에게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여력이 없었다.

자신의 명령을 따라야 했던 부하들이 일제히 자신의 몸을 구속하는 현 상황에 패닉이 오고 있었다.

릴리는 뒤를 돌아보며 은현에게 말했다.

“주인님.”

“그래. 다녀와. 깨어날 때까지, 우리가 보고 있을게.”

“네.”

릴리는 은현의 배려가 기쁜 듯 미소지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크윽! 이거 놔! 놓으라고!”

이윽고 다시 자신의 몸을 붙잡은 부하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 우두머리 건달을 응시했다.

[나, 몽마가 이곳에 꿈의 세상의 일원으로써 숲의 현현을 요청하니.]

“아…!”

과거에 딱 한 번 들어본 적이 있었던 주문에 멀찍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에린이 작게 탄식했다.

하지만 릴리를 중심으로 요동치고 있는 기운은 검붉은 색의 꺼림칙한 기운이 아닌, 정갈하고 깨끗한 은색의 기운이다.

[나약한 미물들에게 달콤한 안식을 줄 기회를 주소서.]

[서큐버스 고유 결계]

[몽환의 숲]

과거 강제적으로 통로를 개척하여 꿈의 세계로 침입한 일리아나의 주도하에, 재현시킬 수 있었던 서큐버스 만의 비술.

일리아나의 마법수업을 통해서 이 비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릴리는 악마로서, 은현의 사역마로서 한 단계씩 성장하고 있었다.

꿈의 세계 속으로 건달 무리의 정신을 모조리 집어넣고, 릴리는 망설임 없이 꿈 속으로 들어갔다.

◆ ◆ ◆

“크윽…. 이곳은…?”

세차게 요동치는 릴리의 마력에 덮쳐지고, 정신을 잃었던 건달들이 하나둘씩 깨어나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자신들이 몰고 있었던 마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울창한 수풀이 우거진 장소 위에서 덩그러니 놓여있는 현 상황에 하나둘씩 당황하기 시작했다.

“혀, 형님! 도대체 여기가 어디입니까!?”

정신을 차리자마자 우두머리 건달에게 물었지만, 지금까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던 그라고 알고 있을 리가 없다.

“나라고 알겠냐! 그것보다 니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오히려 우두머리 건달은 정신을 잃기 전까지 멍한 표정으로 릴리의 명령을 따르며 자신을 붙잡고 있었던 부하들이 갑자기 정신을 되찾은 것에 혼란스러웠다.

“이곳은 나의 세계야.”

“……!”

허공에서 들려온 아름다운 미성에 화들짝 놀란 건달들이 위를 바라보았다.

전신의 요염한 자태로 남자들의 시선을 강탈해가는 강렬한 여자의 모습에 건달들이 순간 넋을 놓았다.

이윽고 그녀의 허리에서 출현한 박쥐 날개와 검은색 꼬리의 존재를 확인하고 얼굴을 굳혔다.

“형님…. 저거…. 인간이 아니지 않습니까?”

“도, 도대체 뭐야! 저년!”

우두머리 건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5년 전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던 연약한 인간에 불과했는데, 눈앞의 존재는 이미 인간을 초월한 존재였다.

뒤늦게 부스럭거리며 풀숲을 밟고 다가오는 무언가들.

크르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포식자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존재들을 인식하고, 건달들이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몸을 움츠렸다.

“마, 마수들이….”

“이곳은 내가 만들어 낸 가상의 세계야. 이 풍경도, 눈앞의 마수들도, 지금 너의 몸도, 모두 꿈속에서 재현된 ‘허구’지.”

하지만 감각은 살아있다.

코를 찌르는 숲의 냄새들, 마수들의 출현으로 오들오들 떨리는 이 감각들은 허구가 아닌 진짜다.

당연히 통각 또한 느낄 수 있다.

“나는 너희를 죽이지 않을 거야. 하지만…내 어머니가 당해왔던 고통의 배를 너희에게 되돌려 주겠어.”

이윽고 릴리는 자신이 만들어 낸 허구의 마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손가락으로 과거 자신의 어머니를 농락했을, 우두머리 건달의 추잡한 가랑이 사이를 정확히 지목했다.

“물어뜯어.”

크르르!

꿈속의 창조주나 다름없는 주인의 명령이 내려지자마자, 마수는 건달들을 향해 돌진했고, 주인의 명령을 착실하게 이행했다.

“크아아악!”

마수들에게 하반신의, 남자의 중요한 부위를 모조리 물어뜯긴 건달의 비명이 꿈의 세계에 울려 퍼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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