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01화 〉301. (H)마녀의 본심(1) (301/730)



〈 301화 〉301. (H)마녀의 본심(1)

“후우….”

곧장 지하 공방으로 내려오자마자, 은현은 벽에 몸을 기대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쩌다가….”

양손으로 두 얼굴을 덮으며 깊은 고민에빠졌다.
에린의 방안에 들어선 순간부터, 방안에 가득 찬 농밀한 여자의 냄새와 두르고 있던 이불 사이로 비친 에린의 새하얀 쇄골이 잊히지 않는다.

“…그새 진짜로 많이 컸네.”

근 1년 만에 보는 에린의 모습에는, 딸처럼 혹은 여동생처럼 좋은 것만을 먹여가며 정성을 들여 키웠던 앳된 처음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평정을 가정하고, 전달사항만을 전달해두고 곧장 방을 나오는 것이 동요를 들키지 않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었다.
좋은 발육으로 성숙해지면서 완전히 여자의 향기를 풍기게 된 에린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너 여기서 뭐해?”

한숨 소리를 들으면서 인기척을 느끼고, 은현을 발견한 일리아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에게로 다가왔다.

“…일리아나.”

일리아나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은현의 얼굴을보고 무언가 일이 터졌음을 직감했다.

“왜. 무슨 일이야. 뭐 문제 생겼어?”

은현이 이렇게 보기 드물게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 경우는 매우 심각한 일임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었기에, 일리아나의 기분도 덩달아 심각해져 갔다.
혹시라도 또 메디아 같은 문제 덩어리가 튀어나온 것일까?
꿀꺽 침을 삼키며 대답하기를 망설이고 있는 은현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이거, 내가 나르시시즘 쪽같이, 자기애가 강한 쪽은 아니라서, 지금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말이야….”

“……?”

뜬금없이 ‘자기애’ 같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일리아나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어쩌면 자신이 우려했던 심각한 수준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지금껏 잔뜩 위축되었던 긴장이 단번에 풀려버렸다.
이후에 밀려오는 것은 짜증이었다.

“그러니까 그게….”

“아,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비웃지 마.”

“그러니까 뭔데.”

이후로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복잡한 표정을 짓던 은현이 약 20초 가량을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에린이….”

“아가가 뭐.”

“날 좋아하는 것 같아.”

“…….”

은현의 고민을 들은 일리아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뭐, 이런 등신 X끼가  있지?’

라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을 느낀 은현은 그녀가 에린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 알고 있었어?”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데. 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모를 수가 있었던거야? 아가가 얼마나 너한테 엉겨 붙고, 틈 만나면 좋아한다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나를 그냥 부모나, 오빠 정도로 믿고 의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이 등신….”

일리아나는 정말로 한심하다는듯 자신의 남편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잖아. 나는 결혼도 했고, 아내가 이제는 셋이나 마찬가지인데…. 아니, 베르단디님까지 포함하면…. 고작 10대 소녀니까, 언젠가는 적당히 또래의 남자를 만나 시집을 갈 줄 알았지.”

그때는 웃으며 박수를 치고 스승으로써 에린을 보내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
가족이 아닌,  남자로서 자신을 품고 있다고는 생각조차 하지못했기 때문에 그동안의 에린의 행동을 그냥 웃으며 받아주었다.

“심지어 미성년자잖아…. 손대면 범죄야. 잡혀간다고. 인생 종을 친다고.”

죽은 눈으로 중얼거리고 있는 은현의 말은 일리아나에게 하는 변명이 아니었다.
도대체 누구에게 하는 변명인 걸까.

“이제는 성인이지.”

일리아나의 말뜻을 알아들은 은현이 표정을 굳혔다.

“만약에, 아가가 너한테 마음을전한다면, 넌 어떻게 할 거야?”

“…….”

얼굴을 굳힌 은현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내 이전, 일리아나의 말을 떠올렸다.

“열매라는 말. 이런 의미였구나.”

-이제야 기대하고 있던 열매가 열리기 시작했거든.

-응. 열매. 아주 맛있게 익으면, 너한테 제일 먼저 줄 테니까 캐묻지 말고 그냥 기다려.

“…네가 말했던 깜짝 선물은…에린이었어.”

“맞아.”

일리아나는 은현의 질문에 순순히 긍정했다.

“넌…생각할수록 대단한 거 같아.”

“뭐가?”

“내가 이런 말하기는 정말 쓰레기지만, 나는 네가 나 이외에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한다고 하면, 참을 수가 없을 거야.”

그것은 일리아나뿐 만이 아니라, 베르단디나 엘레노아, 릴리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일리아나 이외에도 다른 여자들과 관계를 맺었지만, 역으로 그녀가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다면, 자신은 과연 그것을 버틸 있을까.
자신이 없다.

“나는 되지만, 너는 하지 말라는, 내가 그런 쓰레기 같다는 자아비판을 하려는 이야기가 아니야. 네가 이렇게까지 나에게 형편이 좋을 정도로 환경을 만들어주고 헌신해주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아.”

어째서 일리아나는 남편인 자신이 다른 여자들을 두 번째, 세 번째 아내로 맞아들이는 것을 깔끔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관계를 맺는  받아들일  있는 걸까.
엘레노아를 받아들이는 것을 허락해주고, 릴리까지, 게다가 이제는 에린도 허용해주겠다는 일리아나의 속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일어나.”

일리아나는 그런 은현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팔을 붙잡고 잡아당겨 억지로 일으켜 세운 뒤, 그를 데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이 이동한 곳은 지하 공방에서도 은현, 일리아나, 엘레노아 세 사람만이 출입할 수 있는 비밀의 공간인 조교실이었다.
조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일리아나는 방문을 세게 닫고는 잠금장치를 작동시켰다.

“…일리아나?”

“약속. 지금 지켜.”

“약속? 아.”

은현은 스탬피드가 일어났던 던전 내부에서 일리아나와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

-딱 한 번, 침대 위에서 내가 하는 명령 들어주면 용서해줄게.

“…….”

어째서 지금 이 순간, 이 타이밍인 걸까.
이곳이 침대 위가 아니긴 했지만, 그런 사소한 것으로 트집을 잡았다가는 곧장 일리아나의 등짝 스매싱이 날아오리라는 것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은현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명령을 따라야 했다.

“절대로 저항하면  돼.”

“뭐 하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일리아나가 은현의 몸을 밀쳐 바닥에 앉혔다.
곧바로 그의 몸 위로 기어가서는 능숙하게 그의 바지와 팬티를 벗겨낸다.
절대로 저항하지 말라는 일리아나의 말에는 어떠한 강제력도 없었지만, 은현은 그녀와의 약속을 위해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가만히 있었다.
몸을 일으킨 일리아나가 구두를 벗고는 오른쪽 다리를 이용해 아직 발기하지 않은 자지를 문질렀다.

“야, 너 지금….”

“저항하지 않기로 했지?”

“…….”

검은색 스타킹의 매끈한 감촉으로 무장한 일리아나의 발이 자지의 민감한 부분을 억지로 훑었다.

“일리아나. 화났어?”

“화 안 났는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잔뜩 굳은 얼굴로 날이 선 목소리, 그리고 자신의 자지를 훑어내는 발의 움직임은 그녀의 기분이 굉장히 언짢다는 것을 표현해주고 있었다.

“크….”

일리아나의 발바닥에 밟히면서 위아래로 훑어져 가는 동안에, 고간에 피가 모이기 시작하고, 자지가 점점 부풀어 올라 단단해져 갔다.
순식간에, 자신의 발보다 크기를 커진 자지를 보고, 일리아나는 웃었다.

“겨우 내 발로 이렇게 단단해지는 거야? 너도 정말 어지간한 변태네.”

날이  목소리로 비아냥거리며 조소하고 있는 일리아나는 표정은 웃고있지만, 그녀의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

조롱 섞인 비아냥을 들었음에도, 은현은 기분이 상하기는커녕 다른 생각에 열중이었다.
일리아나는 지금 자신에게 서운한 감정을 이렇게 행동과 말로 돌려서 표현하고 있기에, 무엇이 아내의 기분을 언짢게 만들었는지를 고심했다.

“일리아나.”

“왜?”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어?”

“뭐가 미안하냐고.”

“…….”

은현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이유도 모르면서 무조건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

업신여기듯이 고간을 응시하며, 다시 발을 움직였다.

“크….”

발바닥을 타고 올라가, 종아리와 허벅지, 그리고 아래에서 보이는 일리아나의 팬티스타킹으로 가려진 팬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광경은,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은현의 흥분을 돋구기에는 충분했다.
아래에서 보이는 절경에 시선을 빼앗기면서도, 은현은 필사적으로 일리아나가 어째서 화가 났는지 이유를 생각했다.
스타킹의 매끈한 감촉으로 무장된 발가락이 잔뜩 부풀어 오른 귀두의 표면을 문질러오자, 은현의 허리가 살짝 떨렸다.
자지의 끝쪽, 귀두 부분을 난폭하게 괴롭히는 물리적인 자극을 머릿속에 쾌감으로 받아들이는 자신이있다.

“이건 어때?”

[네 자릿수 마법]
[사이코키네시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로션병을 마법을 이용해 자신의 손으로 이동시킨 뒤 뚜껑을 열었다.
곧장 발기한 자지와 자지를 문지르고 있는 자신의 발바닥에 통 안에 있던 로션을 모조리 쏟아부었다.
매끄럽던 일리아나의 스타킹이 로션을 잔뜩 흡수하고는 질척한 흡착감이 더해져 자지에 더욱 달라붙어 왔다.

“자지가 부르르 떨리고 있는 걸 보니. 기분 좋나 보네. 우리 현이?”

“으….”

솔직히 나쁘지는 않았지만, 은현은 마녀가 일방적으로 보내오는 질척한 자극의 지옥 속에서 일리아나의 화가 난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 더 괴로웠다.
필사적으로 신음을 참고 있는 은현의 반응을 확인하고, 일리아나가 오른쪽 다리에 한층 더 힘을 실어 격렬하기 발을 흔들어 왔다.
마녀의 스타킹 맨발이 자지의 표면을 쓱쓱 훑어왔다.
자지를 짓밟는다기보다, 마치 손으로 자지를 움켜쥐고 위아래로 쥐어짜는 듯한 요염한 움직임의 결정체.

“혈관이 다 보이게 벌벌 떨고 있어. 보여?”

일리아나의 엄지발가락이, 귀두의 끝부분으로 은현에게 펠라치오를 해줄 때 가장 잘 느끼던 부분을 꾹 문질렀다.

“일리아나…. 조금 살살….”

너무 강한 자극에 일리아나에게 자제를 부탁하려 했지만, 그 말을 끝맺기도 전에 일리아나의 발의 움직임이  멈췄다.
이윽고 멈춘 발과는 반대로 그녀의 양손의 주먹과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나쁜 X끼….”

“뭐?”

이윽고 자신의 가슴 위로 뚝뚝 떨어지는 일리아나의 투명한 액체를 자각하고 그녀와 시선을 마주쳤다.
두 뺨을 타고 아래로 흐르는 눈물을 보고, 은현의 표정이 멍해졌다.

“나라고…. 나라고 좋아서 그런 선택을 한 건  알아?”

“…….”

“당연하잖아. 나도 여자인데. 널 독점하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

“일리아나.”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 나 혼자서는 널 이곳에, 내 곁에 붙잡아 둘 자신이 없었어.”

일리아나는 자지를 희롱하던 발의 움직임을 멈추고, 돌연 털썩 침대 위에 주저앉았다.
양손으로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흐느껴 울기 시작한 마녀의 모습은 아까까지와는 너무도 달라서 애처롭게 느껴질 정도다.
살면서 다섯 손가락 안에  정도로 드문 연약한 일리아나의 모습에, 은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정도로 은현이 했던 질문은 내면적으로 쌓이고 쌓였던 불안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되기 충분했다.

“엘프의 숲에 체류했을 때, 베르단디님이 해주셨던 네 과거의 일부를 듣고, 나는 확신했어. 필요하다면 또다시 미련 없이 자살과도 같은 형태로 네 목숨을 포기할지도 모른다고. 현아, 나는…세계의 운명이나 멸망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어. 그 끝에 네가 없으면…나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 나는 네가 나만, 아니, 우리만 생각하고 행동해줬으면 좋겠어. 하지만…넌 그렇게 해야만 하는 사명을 짊어지고 있잖아.  곁에는…여신님이 계시니까.”

그래서 노력했다.
무리하게 세계수를 복원시키는 작업을 감행했고, 그를 통해서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이루어내어 은현의 여신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그래서 당당하고 은현의 권속으로 맺어져, 그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곁에 있을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쟁취해냈다.

“내가  엘레노아를 받아들였냐고? 당연하잖아. 좋은 애니까. 너에게 도움이 되려 노력하고헌신하면서, 널 행복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여자니까.”

“…….”

“넌 20년 전에도 그랬잖아.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잖아. 혼자서 마수들에게 뜯어먹히는 참상을 겪으면서까지 미련이 없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떠났잖아. 되살아나서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이번엔 그러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어?”

일리아나는 자신이 없었다.
20년 동안 잊지 못하면서 천운의 기적으로 되살아난 끝에 연인이 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머릿속에 각인된 그때의 그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고, 극복할  없는 트라우마로 남아있었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였지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 일리아나는 그 증상이 더욱 심했다.

“처음에는 나와 언젠가 내 배 속에 아기가 생긴다면, ‘적어도 네가 나와 내 아기를 두고 떠나지는 않겠지.’ 하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렇게 생각해도 불안은 사라지질 않더라? 그래서 이용했어. 너에게 마음을 품은 엘레노아를. 타이밍 좋게도 공작 쪽에서 제안을 해와서 기회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지.”

“일리아나. 됐어. 이제 그만….”

은현의 만류에도  번 감정이 터지기 시작한 일리아나는 멈추지 않았다.

“현아. 나는 말이야. 내 행복을 위해서, 엘레노아의 행복을 이용했어.”

일리아나의 행복은 은현과 함께 있으며 떨어지지 않는 것.
그것을 위해서 은현이 소중한 것을 많이 품을 수 있도록, 엘레노아를 두 번째 아내로받아들였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은현의 행복을 가득 채워 이 세상에 미련을 가져, 쉽게 생을 포기하지 못하도록 만들려 했고.
거기에 엘레노아와 릴리의 행복을 이용했다.
그 이후에는 에린도 포함될 예정이었다.
상황이 좋게도, 엘레노아도, 릴리도, 에린도 모두 좋은 여자들이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나쁘지도 않았다.
엘레노아를 괴롭히면서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켜나가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녀들과의  관계의 시작은 자신의 이기심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나…참 나쁜 년이지?”

은현은 일리아나를 끌어안았다.
감정의 폭주로 많은말을 쏟아낸 일리아나의 등을 토닥여주며, 마침내 입을 열었다.

“고마워.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서.”

“흐윽….”

자존심이 굉장히 강한 그녀가 스스로 무력함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서까지 자신을 붙들어 놓고 싶었다는 강한 집념을 느꼈다.
평소였다면절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지만, 마음속 한구석에 존재하는 불안감이 쌓이고 쌓여 터져버렸고, 자신의 마음고생을 알아주지 않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쏟아져 나왔다.

“엘레노아도, 릴리도, 에린도. 이 얘기를 듣더라도, 누구도 너를 이기적인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야.”

“걔들한테 이런 얘기를 어떻게 해. 못해. 절대로 안 해.”

베르단디를 제외하면  집안에서 은현을 제외하고 그녀들을 이끄는 것은 언제나 일리아나다.
맏언니 같은 포지션으로써, 자신의 이런 연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자존심 강한 그녀가 용납할 리가 없다.

“일리아나.”

꽉 끌어안고서 등을 토닥여주며 일리아나의 고조된 감정이 진정을 되찾자, 은현이 그녀를 불렀다.

“왜?”

“아까처럼 발로 한 번 더 해주면 안 돼?”

“…뭐?”

“생각보다 기분 좋더라고.”

은현이 던진 농담에, 기분이 진정된 일리아나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눈을 곱게 흘기며 은현을 노려보았다.

“이 변태 X끼.”

“싫어?”

“왜 싫겠어. 내 남편이 해달라는데, 해줘야지. 그리고….”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속마음과 함께, 감정과 눈물을 쏟아내었기 때문인지, 일리아나의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조금씩 미소를 되찾아가며 픽 웃어 보인 마녀는 기쁜 표정으로 남편의 요구에 응했다.

“나도 너 못지않은 변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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