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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1화 〉281. 사역마의 마음(2) (281/730)



〈 281화 〉281. 사역마의 마음(2)


릴리는 어린 시절, 지방 영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집안이 딸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까지 3인 가구로 배가 부른 가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럭저럭 배를 곯지 않고 살아가면서 나름대로 행복한 기억을 가지며 살아왔다고, 릴리는 자부할  있었다.
아직 성인이라고 할  없었던 15살에 불과했던 릴리가 나중에 성장해서 성인이 되고, 마음에 맞으면서 언젠가 하게  결혼에 대해 장난스레 말하며 떠들면서 성장하는 그런 일상.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결코 부족한 생활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변화는 너무나도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당신 정말 이럴 거야!?”

“한 번 만!  번 만, 더 가게 해줘! 이번엔 정말로 대박을   있다고!”

얼마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 아침에 영지를 들르는 마차가 지방 영지의 남자들을 태우고 어디론가 갔다가, 저녁에 돌아와 해산하는 정기적인 모임이 형성된 것이 시초였다.
그 모임에 참가한 횟수가  번을 시작으로 두 번이 되고,  번이 되어가며 계속 누적이 되었고, 릴리의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캐물었고 그때 어머니와 두 딸은 아버지가 사설 도박장을 다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물론 딸들도 아버지를 말려보려고 필사적이었지만, 릴리의 아버지는 가족들의 의견을 들을 생각도 없었다.
이후에는 저녁때가 되면 돌아와야 할 아버지가 도박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아예 일주일을 내내 집에 돌아오지 않았던 경우도 허다하게 되었다.
릴리의 집안의 일상은 점차일그러져 가고, 그럭저럭 이어지던 행복의 시간은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엄마…. 괜찮아?”

아버지가 집에 있는 시간보다 도박장에 있는 시간의 비중이  커지면서, 가게의 일에대한 부담은 모두 어머니에게로 몰리게 되었다.
사람이 빠진 것이었지만, 힘을 쓰는 일거리 담당이 하나 빠진 것만으로 조금씩 일그러져 가던 일은 점차 차질이 생겨 나가며 가게의 운영도 궁핍해져 갔다.

“괜찮아. 엄마는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렴.”

어린 딸의 눈에도 점점 힘들어져 가는 가게의 운영이 티가 날 정도였지만, 릴리의 어머니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것이 자신에게 불안감을 안겨주지 않으려는 상냥한 허세였음을 깨닫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점점 힘들어져 가는 가정의 상황은 모녀가 힘을 모아서 노력을 통해 일구어 나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당신! 그건 안 돼요! 납품 업자에게 지불해야 할 대금이에요!”

“시끄러워! 따면…따면 다 만회하고 돌려줄 수 있다고!”

전혀 집에 돌아오지 않게 된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는 목적은 어느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 도박을 하기 위한 자금으로 사용할 집안의 재산을 갈취하기 위함으로 변질이 되어 있었다.

“집에서 얌전히 기다려!”

가게에 식자재를 납품해주는 업자들에게 지불할 대금을 아버지가 가지고 나가버린 것을 계기로, 근근이 이어가던 가게의 운영도 마침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아버지가 돌아온 것은 2주 뒤였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험악한 인상을 가진 덩치 큰 남성들을 대다수 대동하고서.

“이 집인가?”

쿵!

가게로 난입하자마자 바닥에 내던져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어머니는 경악했다.

“여, 여보!”

“으윽….”

얼굴은 새빨갛게 부어올라 피떡이 되어 있는 얼굴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남편을 꽉 끌어안고, 어머니는 가게로 난입한 남자들을 올려다보았다.

“당신들은…뭔가요! 어째서 제 남편을 이렇게…!”

“빌린 돈을 갚지 않았으니까.”

“네…?”

“차용증이다.”

가장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품에서 종이 문서를   꺼내고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렸다.
바람을 타고 스르륵 내려가 릴리의 어머니의 앞에 뚝 떨어진 종이 문서를 쥔 릴리의 어머니가, 그 내용을 읽고 두 눈을 파르르 떨었다.

“금화 50닢이다. 올해 내로 갚지 않으면 이자가  붙겠지.”

“저희는…저희는 이런 큰돈은 없어요! 가게의 한  수입도 금화 2닢이 조금 넘을까 말까인데…!”

눈앞에 들이닥친 차용증이라는 종이 문서는 그야말로 인생을 송두리째로 나락에 빠뜨리는 재앙 그 자체였다.
그 재앙의 늪에서 가족을 구해달라는 하소연을, 남자들은 들어주지 않았다.

“그 말은 못 갚겠다는 말이군?”

마치 예상했던 반응 중에서 적절한 대응을 바로 준비를 하듯이, 남자들의 행동에는 망설임이 없었고 신속했다.

“살려…살려주세요!”

많은 건달 남성들의 발소리에 수시로 극심한 폭력에 시달렸던 릴리의 아버지가 몽롱했던 정신을 황급히 일깨웠다.
피로 얼룩진 눈물과 콧물을 쏟아내며 애원을 했다.

“잘못했습니다! 제발! 제발 때리지 말아 주세요!”

우두머리 건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처참하고 한심했다.

“그럼 돈을 갚아.”

“다, 당장은 준비할 수 있는 돈이….”

“불가능하다면 네놈이 가진 모든  내놔야지. 그게….”

우두머리 건달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세 모녀들을 바라보고 잔인한 말을 입에 담았다.

“사람일지라도.”

“……!”

그것이 누구를 암시해두고 한 말인지를 깨달은 릴리의 어머니는 굳은 얼굴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안 된다고, 절대로 그 선택만큼은 하지 말아 달라고, 눈빛으로 호소했다.
아무리 변질되고, 한심하고, 추악하더라도  선택만큼은 해서는  되는 것이라고, 릴리의 어머니는 눈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릴리의 아버지는 자신의 가족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우두머리 건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한없이 비굴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버지는 실실 웃으며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데려가십쇼!”

“여보!”

남편의 선택을 믿을 수 없었던 릴리의 어머니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는 아내의 외침에 대답하지 않았다.

“데려가.”

고개를 끄덕인 우두머리 건달이 자신의 부하들을 시켜 두 모녀를붙잡아 일으켜 세웠다.
릴리와 어머니는 건달들의 포박에 거칠게 저항했지만, 덩치 큰 남성들의 힘에 억눌러 억지로 끌고 갔다.

“당신이…당신이 어떻게…!”

아무리 한심하고 추하더라도, 가족을 버리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아내의 믿음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깨져버렸다.

“아, 안돼요! 안돼! 애들은 건드리지 마요! 제발! 저만, 저만 데려가세요! 부탁할게요!”

“이, 이거 놔요!”

”엄마!”

두 모녀는 제대로 된 작별의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었고, 릴리의 가정은 순식간에 분해가 되었다.
이것이 릴리가 16살 때의 이야기.
남자들에게 붙잡혀 강제로 마차에 태워진 릴리가 어머니와 헤어지면서 도착한 곳은 한 노예시장이었다.
정말로 혼자가 되어버린 릴리는 생각했다.
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자신이 이런 일을 겪어야 했던 걸까?
단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자신의 가정이 붕괴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원인은 자신의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도박에 빠지면서 가게의 운영이 기울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자신과 어머니를 건달들에게 팔아넘겼다.
어째서 피붙이였던 자신과 평생을 함께했던아내를 단 일말의 고민도 없이 포기할 수가 있었을까.

“…다 의미 없어.”

아무리 생각을 해보고, 고민을 해보고, 결론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나락으로 떨어진 자신의 인생이 원래대로 고쳐지는 것은 아니다.
릴리는 결국 생각을 포기했다.
노예시장과 많은 구매자들을 전전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깡 말라가고 상태가 나빠지는 릴리를 구매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체력이 있었던몸은 날이 갈수록 허약해져만 갔고, 제대로 된 휴식과 영양이 보충되지 않으면서 날이 갈수록 나빠져만 갔다.
사창가에도 팔려갔던 적이 있었지만, 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몸을 가지고 욕구를 채우려는 이상 성욕자도 보이지 않았다.
다양한 곳을 전전하던 릴리는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애물단지가 되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의 상태는 나빠지고 계속해서 값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여, 이 노예상에서 저 노예상으로,  노예상에서 다른 노예상으로 계속해서 떨이 되는 값에 판매가 되어 갈 뿐이었다.
그렇게 노예시장을 전전하기를 2년 정도 시간이 지났다.

“차라리 이대로 굶어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가족들과도 영영 헤어지게 된 릴리는 18살이 되면서 점점 말라가는 신체와 함께 무자비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흐음,”

노예시장을 방문한 한 남자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점점  말라가며 앙상한 살가죽과 뼈만 남은 릴리를 바라보았다.

“이걸로 하지.”

“손님…. 이 노예는 더 이상 움직이는 것조차 시원치 않을 정도로 곧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지라….”

“상관없어. 일을 시킬 것도 아니고, 욕구를 채우는데  것도 아니니까.”

 보아도 고급스러운 옷과 장신구로 치장한 남성은 그대로 노예상인의 대답도 듣지 않고 멋대로 값을 치르며 릴리를 데리고 노예시장을 떠났다.
하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릴리의 몸을 들어 올려 마차에 싣자, 릴리는 마차 안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많은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어디로 가는 거야…?”

릴리의 물음에 대답해주어 친절하게 의문을 해소시켜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마차 안의 모두가 멀뚱멀뚱 서로를 바라보며 말도 섞지 못하고 있을 뿐.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로 팔려온 노예들이 제대로 된 행선지를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몇 시간이 지나고, 새벽이 되었음에도 마차는 운행을 멈추지 않았다.
혹시라도 밤중에 마수들과 조우를 하게 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릴리를 비롯해 팔려온 노예들은 그런 것을 신경 쓸 여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내려라.”

이윽고 차례대로 마차 위에서 내려 하인의 인솔하에 대저택으로 들어서게 된 릴리와 노예들은 그대로 지하감옥에 갇히게 되면서, 하루 종일을 감옥 속에서 보내야만 했다.
문이 열리고 하루에 한 명씩 밖으로 나가면서 어느 날 정신을 잃은 채로 감옥에 내던져지고, 울먹이고, 넋을 잃은  폐인이 되어버린 노예들의 숫자가 하나둘씩 많아지면서, 죽은 노예들의 숫자 또한 많아져 갔다.
숫자가 적어지면,  다시 어딘가에서 노예들을 조달해와 감옥을 채우고, 반복하기를 시간이 지나 1년이 지났다.
릴 리가 이 지하감옥  저택의 주인이, 흑마법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릴리의 몸을 악마로 변형을 시키는 실험을 하면서였다.

“꺄아악!”

신체의 일부에 오염된 마나를 주입시키고, 변이가 일어나는 자신의 몸을 보는 것은 공포 그 자체였다.
살이 찢어지고, 재구성이 되기를 반복되면서 반마(半魔)인 서큐버스의 몸으로 재탄생된 릴리는 배를 곯으며 메말라 갔던 때보다 더욱 극심한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흐응? 성공했네?”

릴리의 몸을 악마로 만들기 위한 오염된 마나를 제공한 서큐버스, 리라라는 악마는 1년을 가까이 시도하면서 유일하게 악마로 변이하는데 성공한 릴리의 몸을 보고 흥미를 품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1년의 시간을 또 보내면서, 삶의 의욕을 잃어갔던 릴리는 자신처럼 노예로 팔려와, 함께 지하감옥에 갇혀있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게 되었다.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릴리가 아이들을 지키는데 필사적으로 행동한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부모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릴리의 어머니는 힘들어져 가는 상황 속에서도 릴리를 버리지 않았다.
릴리의 아버지는 도박에 빠지면서 방탕한 생황을 보낸 끝에 결국 아내와 딸을 버렸다.
어머니처럼 행동하되, 절대로 아버지처럼은 되지 말자고 릴리는 생각했다.
자신처럼 비슷한 처지로 이곳에 팔려와서 희망을 잃어가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자신이 이런 눈을 하고 있었던 걸까, 하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자신의 식사를 조금이라도 양보하고, 다독이면서 어떻게든 아이들을 돌보고 있을 때.

드르륵! 철컹!

철제로  미닫이문을 밀어내면서, 환한 빛을 머금으며 지하감옥으로 입성한 백은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의 담담한 시선이 감옥을 향하면서, 릴리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악마가 인간을 감싸?”

혹시라도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아이들을 자신의 뒤로 세우고 경계의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을 때, 백은발의 남자는 이해할 수 없는 생물체를 만났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것이 릴리를 구원한 남자와 만나게 되면서, 두 번째 인생을 살게 해준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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