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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8화 〉248. 모험가 에린(2) (248/730)



〈 248화 〉248. 모험가 에린(2)

“다녀왔습니다!”

마치 집에 들어온 학생이 인사를 하듯, 당찬 소녀의 목소리가 건물 내에 울려 퍼져 많은 이들의 시선을 모았다.
모험가 길드 아르미타스 지부의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자루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에린에게로,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모험가 길드의 직원들부터, 많은 모험가들, 의뢰를 발주하러  마을 사람이나 상품을 납품하러 온 상인들까지, 에린을 쳐다보는 이들의 눈빛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워, 워매…. 저게 다 뭐시여?”

“저게 요즘 솔로로 활동하고 있다던 1년  모험가라고?”

“…말이 돼?”

에린의 모습을 처음 보는 신참 또는 다른 곳에서 이주한지 얼마 되지 않은 모험가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가녀린 체구를 가진 소녀가, 자신의 키만 한 거대한 자루를 짊어지고 있는 모습은 그만큼 강렬했다.

“저게 다 마수의 소재라는 건가?”

마침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카운터에 도착한 에린은 자신의 맞은편, 접수창구에서 쓴웃음을 짓고 있는 접수원을 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트리샤 언니!”

“안녕. 에린. 언제봐도…엄청난 양이네.”

“헤헤.”

에린은 쑥스러운 듯 홍조를 띄운, 미소를 지으면서 트리샤가 비워둔 접수대 위에 자루의 내용물을 쏟아냈다.
코볼트의 이빨들과 잘 정리된 가죽들은 에린이 수주한 의뢰를 깔끔하게 처리했다는 증거나 마찬가지.
 어마어마한 양의 소재들을 보고, 많은 모험가들과 길드 직원들이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와…돌았네.”

“저게 혼자서 모을 수 있는 양인가?”

“1년 가까이 솔로로 활동했다고 들었는데.”

혼자서 많은 수의 마수들의 숨통을 끊어버렸다는 것과 그 마수의 사체들을 짧은 시간 안에 해체를 해내는 것은 엄연히 다른 기술이다.
게다가  작업량 또한 손쉽게 볼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백귀들을 이용한 구미호의 능력을 모르는 다른 모험가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놀라울 따름.
코볼트의 가죽의 질만 봐도 소재의 해체 솜씨가 얼마나 숙련되어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저게 1년 만에 은위계 등급으로 치고 올라왔다는 신참 모험가인가?”

대부분의 모험가들이 처음으로 길드에서 등록을 마치고, 신참의 딱지를 떼기까지는 약 1년에서 2년 가까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단 1년 만에, 신참에서 동위계도 아닌, 은위계를 달성한 초신성의 등장은많은 모험가들의 사이에서도 화제의 인물이었다.

“응. 상태도 모두 최상이네. 모두 길드에 팔 생각이니?”

“네. 그럴게요. 모두 현금으로바꿔주세요.”

“이런 등급이면 대장간에 가서 직접 흥정한다면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텐데….”

“괜찮아요. 전 그런 흥정 같은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요.”

애초에 단기간에 많은 의뢰들과 마수의 소재들을 대량으로 처리하면서 생기는 수입에, 따로 소비가 큰 지출을 하는 경향도 아니다.
딱히 금전에 대해서 곤란할 일도 없었던 에린은 걱정을 해주는 트리샤의 호의가 그저 고맙기만 했다.
길드에 이익이 되는 방향이 아닌, 에린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을 먼저 생각해주는 길드 직원의 마음씨에서 굉장히 따뜻함을 느낀 것만으로도  기쁨이었다.

“저런 어린애가 어떻게 1년을 가까이 솔로로 활동을 할 수 있는 거지?”

“하, 그러게나 말이다. 파릇파릇한 신참이 1년 만에 동위계도 아닌,은위계도 달성하고 말이야. 길드의 윗선과 뭔가 커넥션이 있는  아니야?”

“그 유명한 검은 마녀와 아르미타스 공녀의 남편이라는 작자의 제자라잖냐. 길드 측에서도 표면적으로 우대해주고, 공작가문에 사위로 들어간 그 양반한테  보이고 싶은 거 아니겠어?”

“…….”

킥킥거리며 자신을 비하하는 목소리는 자신의 험담을 감출 생각도 없이 한없이 당당하다.
적나라하게 그 목소리를 들은 에린의 미간이 꿈틀거리며 힘줄이 돋았다.

“…에린. 참아.”

“괜찮아요.”

그 말을 못 들은 척 애써 무시하고 있는 에린은 이런 상황에 익숙한 편이었다.
이곳에서 모험가로서 활동하기 이전부터, 아이테르에 다녔을 당시부터, 자신의 모습을 깔보고, 멸시하는 시선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굳이 차이점을 설명하자면, 지금 이렇게 자신의 험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귀족이 아닌, 평민의 신분을 가진 모험가들이라는 것이다.
타인의 감정에 대해 민감한 에린은 많은 모험가들이 비아냥이 섞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원인이 질투와 시기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구태여 저런 저급한 감정에 일일이 반응을 해줘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이미 눈을 감고 귀를 닫아버리고 에린의 배경에 대해 질투를 하고 있는 그들의 마음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익숙해요.”

에린이 1년이라는 단기간 안에, 은위계의 모험가 등급으로 빠른 승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의뢰의 달성량, 달성 속도, 만족도와 직접적으로 길드에 소재를 납품을 하는 등으로 모험가 길드에  공헌을 했던 것이 이유다.
스탬피드의 전조로 대량의 마수가 곳곳에 출현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중상위계의 모험가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일손이 부족한 시점에서 에린의 실력과 유용성을 어필하고 빠르게 승급을 제안한 것은 다름 아닌 트리샤의 수완이었다.
절대로 공작 가문이나 은현에 대한 인맥을 동원한 비겁한 수단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에 에린 스스로가 전혀 꿀릴 것 없이 당당한 태도를 보일 뿐, 자신에게 비아냥대던 모험가들에게 보복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트리샤 언니는 현이가 알렉스님께 추천한 인사라고 했었지.’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트리샤는 본래 페르닌 지부에서 접수원으로써 근무를 하고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떠한 인연으로 은현이 알렉스에게 트리샤의 스카웃을 권한 것을 계기로 이곳으로 근무처를 옮기게 되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자, 여기 의뢰와 소재들 대금이야.”

“고맙습니다!”

에린은 두둑한 돈주머니가 들어간 대금을 받아들고, 트리샤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며 몸을 돌렸다.

“이봐. 아가씨.”

“……?”

“괜찮다면 우리와 함께 파티를 짜지 않겠어?”

“싫은데요.”

단 1초도 걸리지 않고 곧바로 튀어나온 대답.
공작령으로   얼마되 지도 않았는지, 20살도 되지 않은 나이 어린 소녀 모험가라는 것에 에린을 깔보고 있는  남성 모험가가 단호한 에린의 반응에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소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지 말고, 저쪽에 가서 얘기를….”

자신의 어깨를 음흉한 동작으로 쓰다듬는 남성 모험가의 행동에 전신이 소름을 돋는 감각을 느낀다.
자신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기분 나쁜 시선, 눈 속에 담겨 있는 정욕.
구미호의 힘의 사용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내면에 숨어있는 타인의 감정과 악의에 민감하며, 쉽게 알아챌 수 있는 에린은 남성 모험가가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깨달았다.

우드득

어깨에 올려진 손 중, 중지 손가락을 붙잡고 거칠게 꺾어버리자, 남성 모험가가 비명을 질렀다.

“끄아악!”

소란스러웠던 길드 내부에 울려 퍼지는 비명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에린과 남성 모험가에게로 집중되었다.
이내 에린의 모습을 발견한 일부 모험가들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아…저거, 또 시작이네.”

“주제에 뭣도 모르고 헛짓거리를 하려니까, 저런 꼴을 당하지.”

이미 에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던 모험가들이 에린과 시비가 붙은 남성 모험가의 모습을 안주로 삼아 낄낄거리면서 술을 퍼마셨다.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고 있는 중심에서, 에린은 사정없이 꺾어버린 남성 모험가의 손가락을 꽉 붙잡은 채로,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

퍼억!

“크악!”

강제적으로 무릎을 꿇리면서 자연스레 에린을 올려다 보게 된 남성 모험가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에린을 올려다보았다.

“이…미X년이!”

많은 모험가들의 중심에서 자신을 개쪽을 주고 있는 어린 소녀의 행동에 자존심이 사정없이 짓 뭉개지고 있는 남성 모험가가 이성을 잃고 욕지기를 내뱉었다.

“내 몸에 함부로 손대지 마요.”

“건방지게 어디서!”

짜악!

마치 더러운 것이 자신의 어깨를 만졌다는 듯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잔뜩 짜증을 내고 있는 소녀가 잔뜩 분개하고 있는 남성 모험가의 뺨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경쾌한 소리가 모험가 길드 내부에 퍼지면서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단숨에 싸한 정적으로 바뀌어갔다.
자신이 무엇을 당했는지도 몰랐던 남성 모험가는 세차게 고개가 옆으로 꺾여져 돌아가고, 뺨에서 얼얼한 통증이 강하게 전달되고 나서야, 자신이 따귀를 맞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맞았다고? 내가? 따귀를?’

그것도 많은 모험가들과 길드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 완전히 이성이 끊어지게 만들 정도로  굴욕감과 분노로 전환이 되어 자연스레 마력의 방출로 이어졌다.

“뒤질라…커헉!”

짜악!

“그만….”

짜악! 짜악!

“그, 그만!”

몇 대를 두들겨 맞았는지, 남성 모험가의 뺨이 또 하나의 얼굴처럼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푸흡…. 푸하하하! 우, 우웨액!”

“아악! 아 X발!  새끼, 쳐 웃다가 토했잖아!”

그 광경이 너무나도 우스꽝스러웠는지, 이 상황을 안주 삼아 술을 퍼마셨던 한 모험가가 세차게 웃다가, 마셨던 술이 역류하면서 바닥에 쏟아냈다.
함께 지켜보던 모험가가질색을 하며 역정을 내자, 많은 모험가들이 또다시 대 폭소를 한다.
다시 소란스러워진 분위기 속에서, 에린에 의해 손가락이 꺾여버린 남성 모험가가 눈앞의 소녀를 죽일 듯한 시선으로 올려다보았다.

[구미호 고유능력]
[에너지 드레인(Energy Drain)]

신수의 힘을 발동시켜, 들키지 않을 정도로 미약한 마력을 흡수함과 동시에, 에린의 머릿속으로 남성 모험가의 기억의 단편이 흘러 들어왔다.

“…….”

그의 기억의 일부를 읽어 들인 에린의 고운 미간이 찡그려졌다.

‘나한테 하려 한 짓이 처음이 아니구나.’

에린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건 말건, 남성 모험가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에린을 당장이라도 죽여버릴 듯이 노려보았다.

“너…내가 누군지 알고 이딴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거냐?”

“모르는데요.”

그 시선을 담담하게 받아들인 에린이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나는 공작 가문에서 직접 스카웃 제의를 받고 이곳 공작령에서 활동을 하게  모험가야!”

“그래서요?”

“날 건드리면공작 가문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같은 어린애는….”

“그럼 아저씨는 제가 누군지 알고 저한테 수작을 부린 거예요?”

“뭐…?”

“제 스승의 아내분이 이곳 공작령의 주인이신 아르미타스의 공녀님이신데. 알고 계신  아니었어요?”

“…….”

에린의 지적은 정확했다.
남성 모험가는 눈앞의 소녀가 1년 만에 은위계라는 등급을 달성할  있는 실력자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자신이 모험가 일을 시작하고, 신참의 딱지를 떼면서 동위계로서 인정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이 4년.
자신의 4년이라는 시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1년 만에 동위계는 물론, 은위계로 승급을 할  있었던 것에는 틀림없이 실력 이외의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녀의 스승이라는 ‘수은의 뱀’이라는 이명을 가지고있는 남자와 공작 가문의 권력의 힘이 작용한 것이라고.
그래서에린에게 좋은 조건으로 파티를 권유하고, 미성년자인 소녀를 속여서 어리숙한 점을 자극시켜 빚을 만들고 평생 부려 먹으면서 단물을 빨아 먹으려던 계획을 세웠다.
잘되면 공작 가문의 약점을 잡아 이득을 볼 수도 있고, 쓸모없어지면 소녀를 노예로 팔아버릴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남성 모험가가  가지 간과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에린의 수준이 겨우 동위계인 자신이 가늠할  있을 정도로 어수룩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자신과 같은 수작을 부리려고 했던 모험가들이 이전에도 다수 존재했다는 것이다.

“하세요. 항의.”

“뭐?”

“아르미타스 공작 가문을 찾아가서, 항의해보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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