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5화 〉245. 귀향길(2) (245/730)



〈 245화 〉245. 귀향길(2)

“괜찮습니다.”

“정말로 괜찮아? 이건….”

“선생님이니까, 인간들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이런저런 대책도 마련해 주시겠죠?”

“뭐, 그건 그렇지만….”

“데르킨도 선생님께  은혜를 느끼고 있어요.”

은현은 400년 전에도, 지금에도 엘프들을 위해 몸을 던져가며 도움을준 은인이었다.
 번 맺어진 인연과 신뢰는 더욱 견고해지고 절대로 깨지지 않는 단단한 관계로 발전해 나갔다고 레지나는 생각했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엘프들이, 은현의 과거의 정체를 몰랐던 젊은 세대의 엘프들조차도 이제는 은현을 은인으로 깍듯이 대하고 존중의 자세를 취한다.
종족 전체가 은현과 그의 아내들을 여왕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한 단계 아래 정도의 깍듯한 예우로 갖추고 있었다.

“앨리스는 인간이지만, 이미 우리 엘프족의 일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엘프를 남편으로 맞아들이고, 그의 아이를 낳은 인간 여성에 대한 존중도 잊지 않는다.
레지나가 처음으로 두 눈을 잃은 맹인인 여성이 달의 마을을 찾아왔을 때, 그녀를 배척하지 않고 마을 안으로 들여보낼 수 있었던 원인은 자신의 은인이자 선생이었던 존재가 인간이었기 때문이 컸다.
엘프는 모두 자신의 가족이며, 자신이 끌어안아야 하는 존재.
레지나의 그 울타리 안에는 앨리스 또한 포함이 되어 있었다.
레지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은현을 향해서 고개를 숙였다.
한 종족을 대표하는 자리에 앉아 있는 존재가 쉽게 보여서는 안 되는, 정중하고 존경의 마음이 담긴 여왕의 행동에 은현은 대응하기 곤란한 반응을 보였지만, 레지나는 신경 쓰지 않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세 사람을 잘 부탁드릴게요.”

“…알았어.”

은현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레지나의 인사를 받았다.

축제가 끝나고, 시끌벅적한 활기가 잠잠해져 가는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은현은 일리아나를 등에 업으며 길을 걸었다.

“후후, 현아아~.”

잔뜩 벌게진 얼굴로 일리아나가 은현의 목에 두르고 있는 팔을  끌어안으며 은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잔뜩 밀착된 가슴의 감촉을 등으로 느끼며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숨결과 함께, 술냄새가 진동을 했다.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그렇게 많이 마시지는 않으신  같은데….”

“혹시 엘레노아. 술에 강해?”

“네? 아뇨. 그건 저도 잘….”

생각해보면 은현은 일리아나와 엘레노아와 함께 제대로 술을 마셔본 적이 없었다.
일리아나야 과거에 몇 잔을 홀짝이며 팀 동료들과 친목을 다졌던 적이 있었기에 주량을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20년 전의 이야기.

‘언제 번 파악해둘 필요가 있겠네.’

그렇게 속으로 생각을 해두면서, 세 사람은 집에 도착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 집 안으로 들어서고 잔뜩 취해서 기분이 한창 업되어 있는 일리아나를 침대에 눕혔다.

“일리아나님은 술을 좋아하시나요?”

“싫어하지는 않지. 집에 틀어박혀서 마법 서적을 보면서 와인을 즐겨 마시기도 했으니까. 단지 그것마저도 있으면 먹는 편이지, 스스로 구해서 마시는 편은 아니야.”

좋아하는 취미조차도 일정 이상의 흥미를 끌지 못하면 결국 귀찮아서 포기해버리는 것이 그녀의 성격이다.

“신의 인정을 받고, 아이를 따라잡았다고 생각하는 그 달성감에 기쁜 것이겠지.”

“네?”

“…엉?”

“응?”

머릿속으로 전달되는 의사가 아닌, 육성을 통해서 발성되고, 귓가에 들리는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
너무 익숙해서 처음에는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절대로 들릴 리가 없는 아름다운 미성의 목소리는 은현과 엘레노아 뿐 만이 아니라, 일리아나의 술기운까지 확 깨버릴 정도의 위화감.
그리고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세 사람이 고개를 돌리자, 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의 존재를 발견한다.

“어, 어떻게….”

곱게 땋아 오른쪽 어깨 위로 흘러내려 커다란 가슴 위에 안착한 머리카락.
팔짱을 끼고 있을수록 더욱 모여 터질 것만 같은 거대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가슴.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한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의 반응을 보고, 자신의 서프라이즈가 통했다는 것을 확신하며 베르단디가 미소지었다.

“후후, 역시 다들 놀라는구나.”

“아니, 여신님 도대체 어떻게 하계에 현신을…?”

너무나도 놀라서 상황의 파악이 되지 않는 은현이 보기 드물게 어버버거리며 당황을 금치 못했다.
베르단디가 자신을 부르는 은현의 호칭에 인상을 살짝 쓰며 입을 열었다.

“…아이야.”

“예?”

“어째서 다시 나의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것이냐?”

“응?”

“이름?”

서운한 표정을 짓는 베르단디의 반응에 일리아나와 엘레노아가 반사적으로 은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베, 베르단디님….”

항상 호칭을 사용하며 베르단디를 극도로 공경했던 은현의 태도가 명백히 바뀌었음을 깨닫고, 일리아나와 엘레노아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시선을 교환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만으로 의사소통을 주고받았다는 것을 당황하여 정신이 없던 은현은 깨닫지 못했다.
은현은 재차 입을 열어 베르단디에게  상황에 대해 물었다.

“베르단디님. 어떻게 하계에 현현을 하신 거죠?”

“후후, 아이의 힘을 좀 빌렸지.”

“제 힘이요?”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의 신력이 더욱 강화가 되지 않았느냐.”

프로세르피나에게서 받은 ‘코르누코피아’의 존재와 베르단디와 몸을 섞으면서 주입된 신력으로 인해 은현이 보유하고 있는 신력의 질과 양이 눈에 띄게 상승되었다는 것은 은현, 본인도 알고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하계에 간섭할  없는 여신이 육체를 가지고서 하계에 현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되지는 않는다.

“네. 그런데 그게 왜….”

“그때 침대에서 나눴던 일 때문에 아이와 나의 사이에 이어져 있던 연결이 더욱 강해졌다. 그래서…아이의 힘을 통해서, 이 하계에 육체를 구현화시켜 현현할 수 있었지. 물론 이 몸에는 아무런 이점도 존재하지 않는, 그저 평범한 인간의 몸을 재현시킨 것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베르단디의 육체는 신력을 품고 있기는 하지만, 권능도 사용할 수 없고, 육체능력도 평범한 인간 여성의 신체 능력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침대에서 나눴던 일’이라….”

특정의 상황이 묘사가 되는 의미심장한 발언에 일리아나가 두 눈을 번뜩이며 은현을 바라보았다.

“일리아나. 나 무섭다. 그렇게 보지 마.”

딱히 죄를 지어서 벌을 받을까  두려움을 느낀다기보다는, 잡아먹힐까  두렵다는 감각에 가깝다.

“이건 얘기를 자세히 들어봐야할  같네.”

“그렇네요.”

입술을 핥으며 맛있는 먹잇감을 바라보는 눈웃음을 지은 일리아나의 중얼거림에, 엘레노아까지 동조하며 합세하기 시작했다.
딱히 명령하지도 않았는데 엘레노아는 자진해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일리아나의 몸을 부축했다.
순간 불안함을 느낀 은현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일리아나, 내가 다 설명해줄….”

“너 말고 여신님에게 들을 거야.”

“…….”

간단하게 은현의 수작을 끊어버리고, 일리아나와 엘레노아가 베르단디에게 다가갔다.

“여신님….아니, 베르단디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음?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이렇게 현현한 이상 이곳에서 일일이 나를 신이라고 떠받드는 것도 곤란하지 않느냐.”

“네. 베르단디님. 그러면 혹시 현이랑 베르단디님이 ‘침대 위에서 나눴던 일’이라는 거,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그게 맞나요?”

“그렇지.”

거실에서 은현을 덩그러니 혼자 내버려두고, 자신들끼리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해 속닥거리는 이 상황이 심각하게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위험한데.’

“신에게서 받은 무기로….”

“정력이 강화되었다고요?”

“그렇지. 그것으로 아이가 침대 위에서 나를 짐승처럼….”

“어머나, 세상에.”

“스, 스무 번이 넘게요…?”

‘아, 이거 진짜로 위험한데.’

여자들의 대화가 진행이 되면 될수록, 은현의 머릿속의 본능이 위험신호라는 경종을 세차게 울린다.
이내 대화를 마치고 일리아나가 은현을 돌아보며 미소지었다.

“현아.”

“…왜.”

“이 중요한 사실을 왜 지금까지 말 안 했어.”

요염한 입가를 그리는 표정과 전신으로 기대감을 표출하는 일리아나를 보고, 은현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니가 그런 표정을 지을까 봐 말을 안했잖아.’

“당장 확인을 해보고 싶지만…오늘은 술을 먹어서 그런가, 몸이 너무 피곤하네. 하아….”

“후후, 일리아나님 기회는 얼마든지 있잖아요.”

“…….”

은현은 사실을알린 베르단디를 살짝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런 능력도 없는 평범한 육체만이라고 하더라도, 하계에 현현한 베르단디를 순수하게 환영하고 기뻐할 수가 없다.

“왜,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것이냐?”

은현의  시선을 받은 베르단디가 당황하며, 조심스레 다시 물었다.

“혹시…내가 실수한 것이냐?”

그걸 말이라고.
은현은 도저히 자신의 여신에게 내뱉을 수 없는 자신의 속내를 필사적으로 숨겼다.

◆ ◆ ◆

“은현님. 준비는 모두 마쳤습니다.”

“그래.”

“정말…감사합니다. 아내의 눈을 고칠 방법을….”

“아직 좋아하지 마. 고쳐진 것도 아니니까. 오히려…나를 믿고 앨리스와 함께 숲을 나올 결심을 해준 것에 대해서 내가 고마워해야지.”

“아니요. 당신은 은인이십니다. 예전에나, 지금에나.”

쓰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은현은 자신 일행을 마중 나온 레지나와 많은 엘프들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레지나의 손에 하나의 수정구슬을 쥐어주었다.

“손을 얹고 마력을 주입 시키면 나에게 연락할 수 있어.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해.”

“감사합니다. 선생님이야말로, 저희들의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을 해주세요. 저희 엘프들은 선생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다크엘프들의 항쟁에서의 큰 공헌, 세계수의 부활.
은현에게는 종족 전체의 명운이 달렸던  은혜를 입었다.

“기억할게.”

고개를 끄덕이며 기쁜 미소로 화답하고, 은현은 등을 돌려 일행에게로 걸어갔다.

“일리아나, 텔레포트는?”

“못할 것도 없지만, 세계수의 결계 바깥에서 쓰자. 여기는 다른 마력의 간섭이 너무 심해.”

“그래.”

“에리스. 내려가는 산길은 아직 에리스에게는 위험하니까, 아빠한테 업….”

“오빠! 안아주세요!”

“…….”

데르킨의 말을 무시하고, 엘빈에게 엉겨 붙어 애교를 부리는 에리스의 행동에 이동하기 직전의 일행의 분위기가 싸하게 가라앉았다.
대체로 나라를 잃은  마냥,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데르킨과 그의 얼굴을 살피며 눈치를 보고 있는 엘빈 사이에 흐르는 정적이  원인.

“이, 이럴 수가….”

“여보….”

커다란 충격을 받아흐느끼고 있는 데르킨의 모습을 앨리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위로했다.
아내의 다독임을 받아 감정을 추스르고 있는 그 모습에는 400살이라는 연배와는 관계없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이내 데르킨이 마음을 추스르고엘빈에게 말했다.

“딸을…잘 부탁하네…. 만약 넝쿨이나 나뭇가지에 긁혀 생채기라도 난다면….”

거의 경고에 가까운 부탁의 발언.

“아무리 자네가 은인이라고 하더라도 용서치 않을 거야.”

“…알겠습니다.”

엘빈은  부탁을 달게 받으며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히히! 높다아!”

살벌한 분위기의 가운데, 엘빈의 목 위에 목마를 탄 에리스가 단번에 높아진 시야에 양팔을  뻗으며 천진난만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광경이 굉장히 우스꽝스러워서, 은현과 아내들은 미소지을 뿐이었다.

“하아…좋네. 아이는…. 나도 그때 임신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게 나도  아쉽네.”

결국 일리아나는 그때의 관계를 통해서 임신을 하지 못했다.
애초에 임신의 징조가 있었다면, 다크엘프와의 전쟁에 참전조차 하지 않았으리라.
전쟁에 참전하여 은현의 권속으로써 인정받아 신의 권능의 일부를 사용할  있게 되었다지만, 못내 뱃속에 아이를 가지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버리지는 못했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잖아.”

“그렇지. 얼마든지 있지.”

◆ ◆ 

“선생님의 앞날에 세계수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점점 멀어져가는 은현 일행을 향해 작은 기도를 마친 레지나는 곧바로 숲의 회랑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복귀했다.
이윽고 정령소환을 통해 한 정령을 소환했다.

[하급 정령술]
[하위계 정령소환]

미약한 선풍으로 모여든 바람의 구체가 점점 커지고 한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여 레지나의 앞에 나타났다.

[…갔나요?]

“네. 실비아…. 정말로 작별인사도 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제가 무슨 자격으로 현이의 앞에 나타날  있겠어요.]

엘프들은 모두 죽으면 자연으로 되돌아간다.
그에 대한 전승이 남아있는 것은, 세계수의 뿌리가 묻혀있는 땅 아래에 묻혀 있는 엘프들이 사망하면서, 그 마력과 영혼이 세계수의 축복을 받아 정령으로 환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아주 극히 드문 케이스로 등장한다.
많은 시간을 살아왔던 레지나조차도 처음 들어보았던  케이스로 환생한 실비아의 존재에, 레지나는자신의 일처럼 뛸 듯이 기뻐했다.
은현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길 바랐지만, 세계수의 힘이 약해지는 등, 여러 가지 상황도 좋지 않았으며 실비아가 그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은현과 실비아의 재회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는 현이와의 앞으로의 생활보다…종족의 미래를 우선시했어요.]

은현과의 생활이 즐겁고 행복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크엘프들에게 인질로 붙잡혔을 때, 자신의 목이 칼이 들어선 것을 보고, 동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 스스로 목을 그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면서 가장 먼저 은현의 얼굴을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에 실비아는 자결을 선택했다.
앞으로 만들어나갈 은현과의 미래보다, 엘프라는 종족의 일원으로써 행동하는 것을 우선시했다.
그렇기에 실비아는 은현의 앞에 얼굴을 드러낼 수 없었다.

“…….”

레지나는 그 마음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소원은 이뤘어요. 고마워요.여왕님. 제 부탁을 들어줘서.]

레지나의 몸속에 빙의되어 감각을링크시킨 상태에서, 은현을 한 번만 껴안아 보고 싶다는 실비아의 부탁.
레지나는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그때 느꼈던 은현의 온기를 평생 간직하며, 실비아는 만족한 미소를 보였지만, 레지나의 눈에는 그 미소가 애써 참고 있는 표정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좋은 사람들과 맺어진 것 같아요.  같은 것보다 더….]

은현을 아껴주고 지탱해줄 수 있는 여성들.
자신은 그 역할을 해줄 수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그 울타리 안에 자신이 들어갈 자격조차 없다.
하지만 레지나를 통해서 느꼈던, 이 온기만큼은 평생 간직하고 싶다는 작은 욕심을 부려본다.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널 두고 가버리는…그런 선택을 해서…남겨진 네가 그렇게 힘들어할 줄은 몰랐어.]

가장 들려주고 싶지만, 절대로 들려줄 수 없는, 자격조차도 없는 상대에게 향하는 변명과도 같은 말.

[그래도…염치가 없더라도…나는 현이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그 행복을 이루어주는 것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너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나는 기도할게.]

“…….”

실비아는 두 손을 꼭 모으며 알아줄 리 없는 간절한 염원이 담긴 기도를 하늘을 향해 빌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그 기도를, 자신만은 알고 있어 주자고, 레지나는 조용히 두 눈을 감으며 다짐했다.

그렇게 실비아의 첫사랑은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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