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5화 〉235. 검술의 계승(3)
은현과 시에테가 벌이고 있는 전투의 양상은 언뜻 보기엔 은현이 우세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카아앙!
쌍검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매서운 은현의 검격들을, 시에테는 모조리 막아내고 있었다.
공격이 끝나면, 다음 공격으로, 그 공격이 끝나면 또 다른 다음의 공격으로.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연계의 연속 공격으로 맹공을 퍼붓던 은현은 시에테에게 반격을 할 수 있는 미세한 틈조차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쩌저적
“…쯧!”
맹공을 퍼붓던 은현의 두 자루의 검날이 빠르게 부식되어 가며 갈라져 갔다.
일방적인 맹공의 연계는 검날이 부러지면서 은현의 행동을 멈칫하게 만들어버렸고, 그 미세한 틈을 시에테는 놓치지 않았다.
[시에테 검성술]
[매화참선(梅花斬線)]
부러진 검날을 통째로 베어내면서 양팔과 가슴 아래쪽을 통째로 베어내기 위한 살벌하기 짝이 없는 횡베기.
많은 대련을 통해서 몸에 새겨진 기억을 떠올리고, 은현의몸이 저절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스페인어로 붙여진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의미를 번역하여 다시 이름을 지어놓았던 기술들.
‘감지’와 ‘사고 가속’을 통해서 시에테의 움직임 자체를 감지하고, 남들보다 배는 빠른 사고의 흐름을 통해서, 은현이 판단을 내린다.
기억 속에 존재하는 거대한 매화나무를 눈 깜짝할 사이에 베어버렸던, 날카롭다는 표현조차도 부족할 정도로 무서운 참격.
‘조금이라도 늦으면 몸통 전체가 깔끔하게 절단된다.’
다리를 구부림과 동시에 허리를 뒤로 젖힘으로써 시에테의 횡베기를 피해냈다.
바람을 갈라버리면서 발생하는 살벌한 금속의 소음이 가져다주는 압도적인 위압감.
허공을 가로로 갈라버리는 시에테의 검날을 바로 아래에서 직관한 은현은 왼쪽 다리를 축으로 삼아 몸을 회전시켰다.
옆으로 몸을 틀어 아예 시에테의 검로에서 벗어나고, 동시에 그녀의 뒤를 점거했다.
부식되어 부러진 칼날로 시에테의 갑옷을 대각선으로 베어버리려고 했으나.
전방을 주시하고 있던 시에테의 상체가 앞으로 숙여지면서, 그녀의 왼쪽 다리를 이용해 은현의 관자놀이를 향해 뒤돌려차기가 날아왔다.
퍼억
“…크윽!”
한쪽 팔을 들어 올려 은현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보호해 피해를 입는 것은 면했지만, 그로 인해 몸이 옆으로 밀려나면서 공격 또한 실패했다.
은현은 검날이 부러져, 무기로서의 소명을 다한 두 자루의 검을 버리고, 새로운 검을 소환하여 다시 시에테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카아앙!
다시 작은 빈틈조차 보여주지 않기 위한 맹공의 연격이 시에테에게 쏟아져 갔다.
‘젠장….’
그러다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저주가 깃든 마검의 효과에 의해 은현의 검이 다시 부러지고, 은현은 부러진 검을 버리고 또 다른 검을 소환하여 공격을 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순간순간 날아 들어오는 시에테의 반격에 황급히 대처하면서, 은현은 이를 갈았다.
‘젠장!’
4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꾸준한 단련을 소흘히 하지 않았고, 수많은 전투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은현은 시에테를 압도하지 못했다.
상황은 거의 호각.
하지만 은현과 시에테의 사이에는 가지고 있는 씨앗, 재능의 질과 격차가 존재한다.
쌓아 올린 기술의 완성도가 틀리다.
검을 나누면 나눌수록, 그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것을 자각하고, 인정하고 있는 은현이 지금 느끼고 감정은 자신보다 재능이 넘치는 강자에 대한 열등감이 아니었다.
‘이렇게….’
은현이 시에테보다 우위를 점하고 앞설 수 있었던 요소는 단 하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선을 넘어왔던 경험들과 여신이 내려준 권능들.
이것마저도 없었다면 진즉에 패배했을 것이라고, 은현은 생각했다.
‘이렇게 노력했는데도. 나는 당신을 넘어설 수 없는 건가요?’
활용할 수 없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였음에도 스승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스승이 대단한 존재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은현에게는 다른 의미를 전해주기도 했다.
-잊지 마. 네가 이 미친 세상 속에서 찾아낸 내 유일한 희망이니까.
‘도대체 어떻게 제가 스승님의 희망이라는 건가요?’
은현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자신의 희망이라고 이야기했었다.
걸었던 기대와는 달리, 많은 혜택과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400년 전에서 시간이 멈춰 망령이 되어버린 스승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책.
[아이야….]
소리 없는 마음속의 절규를 들은 베르단디가 안쓰러운 얼굴로 싸움에 열중하고 있는 은현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위로의 말을 해줄 수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목숨을 걸고 언데드가 되어버린 스승과 혈전을 펼치고 있는 은현을 방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베르단디는 더욱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응…?]
이내 저주로 인해 점점 썩어들어가는 대지를 뒤덮는 방대하면서도 정갈한 마력의 기운을 느끼고, 베르단디가 시선을 옮겼다.
[설마…?]
“이 기운은…?”
베르단디에 이어, 싸움에 열중하고 있던 은현이 느끼고 행동을 멈칫거렸을 정도.
메말라가고 짙은 죽음의 기운을 흩뿌리고 있던 대지를 정화시키고, 병들어가고 있던 숲 전체를 건강하고 맑게 변화시키는 힘은 은현에게도 익숙한 힘이었다.
“세계수? 설마 레지나가 지금 전장에…. 아니, 그것보다 어째서 지금….”
이 타이밍에 세계수의 힘이 돌아온 것일까.
순간 은현은 다크엘프와의 전쟁이 끝나고, 세계수의 힘을 복구시킬 예정이었던 것을 떠올렸다.
이 계획을 알고 있었던 것은 은현을 서포트하여 도움을 줄 예정이었던 일리아나 뿐이다.
“이 멍청이가…. 왜 그런 무모한 짓을….”
세계수의 힘을 복원시키기 위한 방법은 다름 아닌 은현이 고안해낸 방법이었다.
천 명이 넘는 엘프들의 방대한 마력을 일제히 조작하여 부하가 걸리지 않는 선에서 일정한 양을 지속적으로 세계수에 직접 주입시키는 것.
거기에서 필요한 것은 동시다발적으로 날뛰는 천 명분의 엘프들의 마력을 조작할 수 있는 연산능력이다.
여신의 권능을 이용한 ‘사고 가속’을 통해 남들보다 몇 배는 넘는 효율의 사고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은현이기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은현 이외의 존재가 이 방법을 실행시켰다면, 1분도 버티지 못 해서 정신이 붕괴하거나, 조작하고 있던 마력이 역류하여 머리 자체가 터져 버렸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시도였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몸을 뒤로 빼면서, 시에테와 거리를 벌린 은현은 단독으로 무모한 행동을 벌인 일리아나의 상태를 걱정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마녀 아이가 어째서 이런 무모한 일을 벌였는지, 아이도 알고 있지 않느냐.]
‘…알아요.’
틀림없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벌인 일, 일 것이다.
‘하지만 굳이 위험하게 무리하지 않아도….’
[그것을 아이가 할 소리는 아니지 않느냐.]
베르단디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시에테의 공격이 대비한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은현을 흘겨보았다.
은현이 일리라나의 무모한 행동을 나무라는 것은 역지사지를 생각하지 못한 이기심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은현도 베르단디의 지적의 의미를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몸을 살짝 떨고 굳게 입을 닫았다.
‘…….’
[아이가 정말로 그 두 아이들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면, 앞으로도 자신의 몸도 소중히 여기도록 해야 한다.]
은현은 스스로의 목숨에 대해 그렇게 큰 가치를두고 있지 않다.
그것은 지금까지 형성된 죄책감과 ‘인과응보’라는 말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그만의 가치관이었다.
타인의 목숨에서 구해야 할 목숨과 구할 가치가 없는 목숨을 구별해왔던 것이 은현이다.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자신의 목숨조차 버릴 수 있다는 것이 최근까지의 은현의 마음가짐이었다.
[이제는…그래서는 안 되지 않느냐.]
‘알고 있어요.’
자신과 관계를 맺고, 사도로서의 길을 걷는 여정에 억지로 발을 들이밀고 들어온 두 여성이 존재한다.
멋대로 자신의 목숨을 내걸어서는 안 된다는 걸 일리아나와 다시 약속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리고…이것은 마녀 아이에게도 필요한 일이었구나. 설마 이런 식으로 가치를 증명하고 아이의 인생에 비집고 들어올 줄은…. 스쿨드도 정말 큰 결심을 해줬구나.]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스쿨드님이….’
[이야기는 마녀 아이에게 직접 듣거라. 지금은…눈앞의 아이의 스승을 상대하는 것에 집중하자 구나.]
‘알겠습니다.’
은현은 베르단디의 말에 따라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시에테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
순간 시에테의 태도를 보고 이상함을 느낀 은현이 미간을 꿈틀거렸다.
은현을 향해 겨눴던 검을 내리고, 가만히 하늘을 응시하는 시에테의 태도가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뭐지?”
세계수의 힘에 의해, 죽음의 기운이 정화되어가고 있는 주위를 바라보고 있는 시에테의 모습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내 다시 은현을 바라보고, 시에테가 죽음의 기운으로 뒤덮인 갑주를 움직였다.
그동안 수동적으로 은현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빈틈을 향해 반격을 걸어오던 방식이 아닌, 처음으로 보인 선제공격이었다.
“크윽!?”
황급히 검을 막아낸 은현이 시에테의 검을 쳐내고 반격했다.
카아앙!
대지를 오염시킨 저주로부터 공급받고 있던 힘이, 세계수의 힘으로 저주가 사라지면서 시에테의 힘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은현이 깨닫는다.
힘의 공급이 끊어지면서 시에테의 마검은 저주를 발현시킬 수 없게 되었고, 은현의 무기를 부식시켜 부러뜨리는 사기적인 능력도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태.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세계수의 힘으로 승기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을 은현은놓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내 시에테의 검술에서 이상함을 느낀 은현이 인상을 찡그렸다.
세계수의 정화의 효과로 데스나이트의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본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긴 하다.
만약 메디아가 강제한 명령의 구속이 점점 약해지고, 시에테의 자유행동 의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면.
‘살의가느껴지지 않아.’
서로의 무기가 부딪치고 검격을 주고받을수록, 시에테의 검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각에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위화감은 조금씩 구체화 되고, 점차 확신으로 뒤바뀌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동작과 이 구도.’
-무게 중심을 무너뜨리지 마라.
대련을 통해서 자신의 동작과 검술을 지적해주었던 스승의 가르침.
카아앙!
-더 안쪽으로 파고 들어와야지.
과거의 스승이 보여주었던 똑같은 동작들.
수십 번이고 가슴속에 새겼던 그때의 가르침을 떠올리고, 은현은 검을 휘둘렀다.
-그래. 그게 너의 간격이다.
열 번을 가르치고, 그제서야 한 걸음씩 나아갔던 제자의 모습에 만족스러운 표적으로 씨익 미소지었던 스승의 얼굴.
-축을 두고 있는 왼발을 좀 더 앞에.
‘당신은 정말….’
은현은 데스나이트가 되어버린 시에테가 자아를 구속당하지 않고, 자유로운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 은현과 시에테가 벌이고 있는 전투는 서로의 목숨을 깎아내려는 살의가 부딪치는 살벌한 싸움이 아니다.
제자의 성취가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나를 평가하고, 제자를 가르치기 위한 싸움.
말로 소통을 할 수 없더라도, 검을 부딪치면서 그녀의 의사가 전해져 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뒤늦게 시에테의 의도를 깨닫고 은현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사령술에 의해 영혼을 종속당하고 데스나이트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은 언데드가 아닌 자신의 스승이다.
카아앙!
은현의 검을 튕겨내고, 시에테가 뒤로 물러서며 은현과 거리를 벌렸다.
자세를 잡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은현은 두 눈을 부릅뜨고 그녀의 행동 전체를 눈 안에 담으며 응시했다.
지구에서 최강의 검사라는 칭호를 거머쥐었던 검사가 보여주는 기술의 발현을 위한 준비 동작.
-딱 한 번만 보여줄 테니, 잘 보고 배워라.
과거 생전에 딱 한 번 밖에 보지 못 했고, 지금까지도 사용하지 못했던 검성의 기술.
은현이 시에테의 준비 동작을 두 눈으로 새기고, 검 한 자루를 땅에 버리며 남은 검 한 자루를 양손으로 꽉 거머쥐었다.
이윽고 그녀와 똑같은 자세를 취한다.
자신과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은현을 보고, 시에테의 검은 갑주가 살짝 떨렸다.
그 떨림은 놀람에서 비롯된 떨림일까.
아니면 기쁨과 환호의 떨림일까.
은현으로선 알 수 없다.
-어떠냐? 따라 할 수 있겠냐?
-따라 할 수 있는지, 없는지보다, 스승님의 네이밍센스, 너무 구려요.
-…니 수준도 만만치 않아. 이 배은망덕한 제자가.
-그냥 제 방식대로 이름 지어도, 괜찮은 거죠?
-…뭐 그러던지. 애초에 이건 네가쓰라고 만들었던 기술이니까.
‘시간 가속’ 권능을 이용해 보통의 인간과는 다른 시간 속에서 살고 있는 은현이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었던 은현만을 위해 만들어낸 기술.
여신의 권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던 과거의 은현은 시에테가 자신의 앞에서 이 기술을 시연해주었음에도 그 동작을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400년간 시에테의 검을 한시도 잊지 않고 꾸준히 단련하여 쌓아온 지금이라면, 그녀의 동작을 두 눈으로 쫓을 수 있고, 따라갈 수 있으며 재현할 수 있다.
부족한 재능을 불멸자로써 쌓아왔던 시간의 경험과 여신의 권능들로 메꾸며, 은현은 다시 한번 시에테에게 도전하려 한다.
기술의 준비 동작을 마치고, 공격태세로 전환되면서 두 사람의 검이 맞부딪쳤다.
[시에테 검성술]
[칠연성참(七聯星斬)]
신체의 모든 근육과 신경을 오로지 속도에 쏟아부음으로써 휘몰아치는 7번의 참격.
그 중 첫 번째 참격이 부딪쳤을 뿐, 스승과 제자가 동시에 펼친 기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살벌한 금속음과 마력의 파동이 여파가 주변에 흩날리기도 전에, 둘의 검이 다시 맞부딪친다.
두 번째 참격, 세 번째 참격에 이어,계속해서 이어지는 검의 연계는 호흡을 할 여유조차 주지 않는 짧고 긴박한 순간 동안 이루어졌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아.’
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호흡마저도 멈춰버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이 아닐까 싶은 착각이 들 정도로 짧은 순간.
그 순간 속에서 은현은 오로지 시에테의 움직임만을 쫓았다.
‘배워라.’
자신의 머리가 소리친다.
‘저 움직임을 모두.’
빠짐없이 두 눈에 새기고 잊지 말라고.
자신의 스승이 전하고 있는 마지막 가르침.
이것을 단 순간도, 단 하나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은현의 머릿속 본능이 외치고 있다.
‘그렇구나 스승님의 소망은.’
시에테가 자신을 희망이라고 일컬었던 이유를 은현이 깨닫는다.
‘검술의 완성.’
시에테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검사라는 칭호를 거머쥐면서 세상 속에서 은둔하여 오로지 검의 끝을 보기 위해 앞을 내달렸지만, 아직도 그 끝을 보지 못했다고 이야기 했던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시에테는 자신의 후계로 은현을 제자로 받아들였고, 자신의 검술을 가르쳤다.
바닥을 기는, 없다시피 한 재능을 보조해줄 수 있는 ‘신의 사도’라는 비밀을 눈치챘고,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한 계단씩 쌓아가는 그 집념과 성실함을 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시에테는 자신이 완성시키지 못했던 자신의 검술의 끝을, 은현이 완성 시켜주기를 바라고,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짧은 순간, 은현은 자신에게 맡긴 스승의 소망을 이뤄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고민에 망설이지는 않았다.
‘내가 해야만 해.’
마지막 일곱 번째의 참격이 맞부딪치려던 순간, 은현은 검을 비틀어 시에테의 검과 부딪치지 않도록 궤도를 수정했다.
맞부딪치지 않게 되면서 시에테의 검이 그대로 은현의 목을 벨 정도로 가까워진 순간.
[신의 무구]
[아이기스]
카앙!
영혼 속에 각인되어 있던 신의 방패가 발동되면서 은현의 목을 베려던시에테의 검을 방어해낸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아이기스를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지금 이 순간 단 한 번의 빈틈으로 승리를 확정짓기 위해서.
은현의 마지막 일곱 번째 참격은 아직 남아있는 상태.
시에테의 최후의 일격이 아이기스에 의해 가로막히면서 생긴 빈틈을 은현은놓치지 않았다.
서걱
왼쪽 측면의 옆구리를 시작으로, 대각선 올려베기를 통해 오른쪽 어깨까지, 상체를 절단시키는 마지막 일섬(一閃)이 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