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4화 〉224. 암흑 기사(1) (224/730)



〈 224화 〉224. 암흑 기사(1)

“드디어, 드디어이날이 다가오고 있다….”

디레아는 점점 다가오는 앞날을 기대하여 기쁜 듯 몸을 떨었다.

“세계수의 축복을 독점하는 그것들을 모두 쓸어버리기만 한다면.”

350년 전에 처리하지 못하고꽁무니를 빼며 도망쳤던 때의 설욕을 잊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방법을 강구를 해내어, 근 20년 동안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세계수를 차지하기 위해, 세계수의 힘을 약화시키는 강경한 도박수도 서슴지 않았다.
영역 바깥에서 설치한 수십의 저주들을 통해서 세계수의 결계 속에 꽁꽁 숨어서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 숲의 종족들을 모조리 처리할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머지않았어…. 결계의 힘이 완전히 사라진다면…그것들을 모두 찢어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

디레아는 엘프들에게 전쟁을 선포하고 비참한 패배를 맛보며 도망쳤던 350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 가증스러운 인간만 아니었어도….”

백은발의 머리카락과 증오와 분노로 가득 찼던 붉은 눈동자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전쟁 도중에 개입한 그 백은발의 남자가 다크엘프들이 소환했던 악마들을 모조리 처리해버리면서, 전황이 급격하게 엘프 진영의 승리로 기울었다.
그 인간만 없었어도, 세계수는 다크엘프들의 것이 되어 풍족만 미래의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게다가 전쟁이 다크엘프 측의 패배로 확정이 되고, 그 이후에는 세계수의 힘이 닿는 영역 전체에 결계가 쳐지면서, 다크엘프들은 달의 마을의 영역의 근처조차 얼씬거릴 수 없게 되었다.
엘프들이 이용하는 정령술을 이용한 결계가 아닌, 특정의 피를 가진 종족 전체를 거부하는 마법의 영역.
그것을 누가 설치했는지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간단히 추측할 수 있었다.

“나의 남편을 앗아간 그 증오스러운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죽인다.
죽여서 육체는 갈가리 찢어버리고, 그의 영혼은 자신의 종족을 지금까지 이끌어준 사신(死神)에게 공양하리라 굳게 다짐한다.

“후우…괜찮아. 그래도 이제는 그 인간은 없으니까.  인간을 찾아내 죽이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세계수를 차지하는 것이 먼저야.”

달의 숲 내부의 상황은 정확히 알  없었지만, 350년 전, 빙의술을 통해 수시로 주변의 경계와 감시를 했던 어떤 다크엘프가 은백색 머리카락과 적안을 가진 인간이 달의 숲에서 나와 떠났다는 정보를 가져왔다.
오랫동안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되자, 디레아를 포함한 다크엘프들은 지난 엘프와의 전쟁에서 자신들의 패배의 원인이나 다름없었던 인간이 더 이상 달의 마을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더 치밀하고, 집요하게, 오랜 시간을 공들여 작업해온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것이다.

“디레아님.”

“뭐지?”

“급히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보고?”

“디라트님의 소식이 끊겼습니다.”

갑작스러운 아들의 무소식에 디레아의 손가락이 움찔 떨렸다.

“내 아들의 소식이?”

“네.”

“언제부터?”

“근 1개월 정도 된…커흐윽!”

디레아에게 보고를 올리고 있던 다크엘프의 목이 디레아의 손에 움켜쥐어져 허공으로 들어 올려진다.

“1개월이나 됐는데,  지금에서야 보고를 하지?”

“그, 그것이….”

뭐라 대답을 해야 자신의 목이 온전히 남아있을 수 있을지 고민을 하던 다크엘프가 머뭇거리며 말을 잇지 못한다.
답답한 그의 태도에 짜증이 치민 디레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목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점차 강하게 쥐었다.

“끄으윽! 사, 살려…주십시오!”

목을 붙잡혀 허공에 떠오른 상태로 버둥거리며 발버둥을 치면서, 목숨을 구걸하는 다크엘프를 옆으로 내팽겨쳤다.

“커헉!”

벽에 부딪치면서,  충격에 숨을 토해낸 다크엘프는 황급히 몸을 일으켜 자세를 바로잡았다.
디레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설명해.”

“…예!”

의문의 시작은 본래라면 1개월 전에 돌아왔어야  디라트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근 마을의 인간들을 납치하여 맡고 있던 구역의 제단으로 유도하고, 납치한 인간들을 제물로 공양하여 저주를 담은 매개체를 만들어내는 것.
그 저주의 매개체를 지정된 장소에 설치하고 다크엘프들이 숨어 살고 있는 본진으로 복귀를 해야 했을 디라트와 그 일행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에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몇몇 다크엘프들이 의문을 느꼈다.

“그래서? 의문을 느끼고도 나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이, 일단은 정확한 상황의 파악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디라트가 본진으로 복귀하지 않자, 의문을 느낀 다크엘프 몇몇들이 디라트 일행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그들이 담당하고 있던 제단이 위치한 장소로 향했다고 한다.

“…제단이 있는 동굴이 무너져 있었다고?”

“예…. 누군가가 마법을 이용해서 무너뜨린  같았습니다.”

“…….”

“어쩌면 디라트님께서는 이미….”

이미 죽은 것이 아닐까?
라는 불길한 발언을 내뱉으려는순간, 디레아가 얼굴을일그러뜨리며 노호성을 질렀다.

“입 다물어!”

“죄, 죄송합니다.”

뿌득

이를 간 디레아도 이미 자신의 아들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단지, 그것을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것은 부모의 마음이기 때문일까.
디레아는 스스로 그것을 자각할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것은 갑작스레 생긴 변수와 아들의 변고 소식으로 인한 짜증과 분노뿐이었다.

‘뭐지? 내가 파악하지 못한 일이 있었나?’

지금까지 신중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오고 순조롭게 세계수를 약화시켜왔다.
정말로 거사를진행하는 날이 머지않아 가까운 시일 내로 결정이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뭔가 상황이 틀어졌다.’

디레아는 재빨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350년 전의 패배의 기억을 씻어내고 세계수를 차지하기 위해 20년이라는시간을 공들여온 계획이다.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디레아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지금 당장 빙의술자들을 모아서 정보의 수집을….”

“습격이다!”

커다란 외침과 함께 다크엘프의 본진 안에 울려 퍼지는 우렁찬 종소리에 디레아와 그녀에게 보고하고 있던 다크엘프가 반사적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무슨….”

땅이 흔들리고 본진 안을 뒤덮는 함성소리와 비명소리들.
디레아는 자신의 본진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깨닫고, 건물 밖으로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마력의 밀도가 한곳으로 집중되어 있음을 느끼고, 디레아의 피부가 오싹 소름이 돋는다.

쿠우우우우우

덜덜 떨리는 자신의 팔과 함께 대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여섯자릿수 상위마법]
[어스퀘이크(Earthquake)]

◆  

선제공격의 시작은 일리아나의 고위 마법이다.
진동하는 대지 사이에 균열이 생겨 갈라지기 시작하고,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며, 미처 대비하지 못한 다크엘프들이 갈라진 대지 사이로 허무하게 떨어졌다.
엘프들이 다크엘프들을 습격하면서 시작된 싸움 속에 참전하지 않고, 싸움의 양상을 지켜보던 은현은 뒤에 서 있는 엘빈을 흘끗 바라보며 물었다.

“엘빈, 새로 받은  상태는 어때?”

“나쁘지 않다. 오히려…이전보다  안정되어 있어.”

실체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마력을 소비하여, 장기적인 전투에서는 효율이 나빴던 이전과는 다른 최적의  상태.
나무로 만들어졌다고는 도저히 믿을  없을 정도로 생전과 유사한 인간의 모습을 갖추게  엘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웠다.
인간의 뼈보다 더욱 단단한 경도와 압도적인 마력의 전도율을 자랑하는 ‘세계수의 나뭇가지들’로 만들어진 뼈대에, 인공 근육과 피부들을 덧씌워 제작한 엘빈의 몸은 인간의 형태와 유사한 골렘, ‘인형’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뭐, 에밀리아의 소체의 내부 구성을 참고해서 인간 남성의 형태로 만들었으니 당연하긴 하지.’

무장을 비롯한 신체 자체의 스펙은 아르키스가만들어낸 에밀리아의 스펙에 비교할 수준이 되지는 못하지만, 엘빈에게는 현실적인 아티팩트들의 중무장의 부재를 커버할  있는 ‘정령으로써의 힘’이 있다.
상태가 양호하다는 것을 확인한 은현이 피식 웃으며 전방의 다크엘프들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첫 출진이야. 어디 한 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싸워봐.”

“명령에 따르지.”

은현의 명령에 고개를 끄덕인 엘빈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가 전방의 다크엘프들과 천천히 거리를 좁혀나갔다.

[나, ‘엘빈 헤르샤’는 지금 이 순간 맹세하노니.]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엘빈이 밟고 있는 지면에서 검은색의 그림자가 일렁이며 스멀스멀 위로 올라왔다.
동시에 엘빈의 말이 은현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이 자리에서 나의 새로운 주인을 모시게 되어.]

왼쪽 가슴에 박혀 있는 검은색의 수정 구슬이 칠흑의 기운을 흩뿌리며 엘빈의 말에 동조했다.
앞서 다크엘프들을 향해 걷고 있는 엘빈을 향해 은현이 마력을 방출하였고, 엘빈의 심장이자, 근원인 검은 구슬 아티팩트에서 흘러나오는 엘빈의 마력과 연결이 되기 시작한다.
지금 이 순간, 행해지고 있는 것은 정령과 인간 사이에 맺어지는 계약의 과정.
하지만 앨리스와 정령들이 맺었던 상호 협력 관계의 계약과는 틀리다.

[문답무용, 영구불변의 충성을 바칠 것을 서약한다.]

상호 협력 관계의 계약이 아닌, 주군과 신하 간에 맺어지는 절대적인 주종의 서약.
직접적으로 마나와 마나를 엮어 사역마가  서큐버스, 릴리처럼 충실한 복종을 맹세하는 약속이다.

“너의 서약을 받아들이겠다.”

엘빈의 서약을 은현이 받아들임으로써, 두 사람의 마력이 연결되어 계약과 서약이 성립되어간다.

우우웅

인간과 정령 사이에 맺어진 계약, 직접적인 패스의 연결로 은현에게서 엘빈에게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이 공급되기 시작한다.
전신을 덮고 있던 거무칙칙한 로브가 사라지고, 바닥을 잠식하고 있던 그림자들이 엘빈의 몸을 타고 올라와 그의 몸 전체를 뒤덮는다.
검은 불꽃처럼 일렁이던 그림자가 형체를 갖추고, 하나의 칠흑의 갑옷으로 변모해가며 완성된 엘빈의 모습은 짙은 흑색으로 무장한 암흑의 기사.

“서약을 통해 이뤄진 나의 주인의 첫 번째 명령.”

밝은 달빛을 받아 더욱 강조된 위압감을 뿜어내는 암흑기사의 모습에 짓눌려, 다크엘프들이 주춤한 모습을 보인다.
칠흑의 투구 안에서 은현과 같은 붉은색의 안광(眼光)이 전방의 마주한 다크엘프들을 응시했다.

“다크엘프들의 말살.”

엘빈이 밟고 있는 땅을 중심으로 잠식하고 있던 그림자들이 점점 잠식의 범위를 확대해나갔고, 꾸물거리며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해가 지고 달빛을 받으면서 더욱 짙어진 그림자들이 가득 찬 지금의 공간은 완전히 엘빈의 영역이다.
허공으로 솟아오른 그림자들이 검, 창, 도끼, 둔기 등, 상대를 베고, 찌르고, 찍어버리고, 다져버릴 수 있는 종류의 갖은 무기들로 각각 형체를 갖추기 시작한다.

“뭐, 뭐야…이것들은!”

“설마…조영술…!?”

빙의술과 저주술이라는 같은 계통의 흑마법을 익히고 있기 때문인지, 조영술(調影術)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몇몇 다크엘프들이 경악한 표정을 짓는다.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대신, 사용자의 이성을 잡아먹힌다는 어마어마한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조영술은 그 강도와 사용 범위에 따라 더더욱 큰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양날의 검과도 같은 위험한 흑마법.
그것을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광범위한 마법을 전개하였으니, 그 후폭풍으로 짊어져야 할 리스크를 상상하고 경악한 것이다.
이미 ‘마법’  자체이자, ‘정령’이 되어버린 엘빈에게는 그 리스크에서 자유롭다는 것을 다크엘프들은 모른다.

“나의 주인의 명령에 따라, 너희들을 모두 말살시키겠다.”

[엘빈 고유 정령술]
[그림자들의 윤무(輪舞)]

암흑기사의 그림자들이 춤을 추며 움직임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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